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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로 변해서 챔스까지!-99화 (99/124)

〈 99화 〉 99화. 저물어가는 올림픽(5)

* * *

경기가 시작됨으로써 사람들의 시선이 경기장으로 집중이 되기 시작했다.

와아아아아!!!

경기 내용 자체는 지금 당장은 상관 없는 듯 보이는 관중들이였다. 여기저기 눈대중으로 둘려봐도 사람들은 올림픽이라는 축제 자체를 즐기는 듯 기뻐보였다.

"집중해!"

주장인 신유라가 크게 소리를 지르며 오른손을 번쩍 들어올린다. 딱히 작전이 되어있는 사인은 아니고 단지 엄청난 관중의 함성소리 때문에 우리끼리도 소통이 되지 않을 정도라 정신이 딴 곳으로 새지 말라는 뜻일 것이다.

선축은 일본이 가져갔으니 우리는 일단 정비를 하며 경기를 지켜보며 칼날을 숨기고 있는 것이 적당할 것이다.

나는 최전방으로 올라가 일본 선수들의 마지막 방어선이랑 같은 위치에 서있었다. 이 방식은 그다지 좋지 않은 스타일의 공격수라고 손가락질을 할지는 모르겠지만, 초반 역습의 임팩트를 만들어 내기 위해서 쭈욱 올라간 것이다.

다행이도 일본 선수들은 나에 대해 크게 적개심을 가지고 있지는 않은 듯한 모습이였다. 대체로 긴장한 표정 같은 느낌이긴 하다. 아마도 내가 누군지 알긴 하지만 신경쓸 여력이 없는 것일 수도 있다. 결승전에 대한 압박감은 공평하게 적용되고 있을 테니까.

내가 일본 수비 진영에서 선수들의 면모를 살피고 있을 때 일본 공격진들은 활발하게 움직이고 있었다.

'영상으로 보는거랑 실제 현장에서 느끼는건 항상 다르단 말이지...'

일본의 경기 영상은 물론 전부 다 같이 챙겨보았다. 그건 기본이니까. 잘한다 잘한다 말만 들었지 상당히 수준급으로 보인다. 지난 경기들은 애들 장난이라고 말하는 것 마냥 기본기 퀄리티가 남다르다.

일단 멀리서만 보더라도 볼 트래핑과 패스까지 이어지는 동작이 상당히 체계적인 것을 보니 일본 여자 축구 대표팀은 상당히 오랜기간 동안 합을 맞춰왔다는게 비전문가가 보아도 알만큼 눈에 띈다.

저렇게 기본기가 탄탄하면 경기 흐름이 답답하게 느껴지지가 않는다. 공은 물흐르는 듯이 움직이고, 자신들이 원하던 전술을 이용하는데에 거침이 없다.

"여기 백업!"

"빨리 움직여!"

공은 사람보다 훨씬 빠르다. 제대로만 패스를 한다면 아무리 막아서려고 해도 막기는 정말 어렵다.

터엉!!

결국 마지막 패스를 막지 못하고 슈팅을 허용하지만 다행이도 공은 정확하게 키퍼 정면으로 향했다.

"빨리!"

"던져 빨리!"

역습의 종류에는 여러가지가 있겠지만, 오늘은 방법은 딱히 중요하지 않다. 단지 상대 수비 라인을 넘길 정도의 패스를 할 수만 있으면 된다.

"흐읍!!"

우리 귀여운 키퍼가 최대한 멀리 던지기 위해 빠르게 스텝을 밟고는 온 힘을 다해 한 손으로 던졌다.

오오오오!!!

생각보다 꽤 멀리 날아가기에 사람들은 놀랄 수 밖에 없었다. 공은 뻗기 시작하면서 마치 하늘위를 굴러 가듯이 선수들의 머리 위를 날아가기 시작했다.

"돌아가! 돌아가!"

한국의 전술이 공격형이라는걸 잘 알고 있었는지 다시 자신의 진영으로 돌아가는 속도가 꽤나 빠르다. 마치 공격적인 팀을 상대하기 위해서만 연습을 한것 마냥 한마음 한뜻으로 움직이는게 상당히 대단해 보였다.

하지만 일본은 나의 속도를 정확하게는 파악하지 못했는지 수비라인과 골키퍼 사이의 살짝 어설픈 공간을 남기고 말았고 나는 자연스럽게 달려나갈 공간을 만들 수 있었다.

나는 이미 날아오는 공을 자세히 지켜보았기에 정확히 어디로 날아올지 감으로 느낄 수 있었다. 그래서 나는 더이상 공을 지켜보지 않고 바로 정면을 바라보며 달리기 시작했다.

"앞을막아! ...너무 빨라!"

센터백 둘이서 나를 전혀 놓치지 않았던 걸 보면 확실히 작전상에서 나를 놓치는 것은 치명적인 골로 이어진다는 것을 잘 알고 있는 듯 보였다. 하지만 단지 대인마크로 가능하다고 생각한 것일까, 나도 조금 얕보인 것일지도 모르겠다.

퍽! 퍽!

"크윽!"

"젠장!"

어깨로 밀치기만 해도 자동문들 마냥 옆으로 밀려나간다. 이 정도의 수비라면 나에게는 수비를 안한것이나 마찬가지인 수준이다. 나를 막을 생각이였으면 더욱더 거칠게 플레이를 할 생각을 했어야만 했다.

등뒤로 서늘한 감각이 느껴진다. 정확하게 공은 내가 달리고 있는 방향으로 날아오고 있는 것이 확실한 듯 했다.

'...조금 늦겠는데?'

생각보다 공이 빠르게 느껴졌다. 보지도 않았는데 어떻게 아냐고? 그러게.. 이건 나도 상당히 신기하게 느껴진다.

더욱더 빠르게 달리기 위해 허벅지에 힘을 강하게 주며 지면을 박찼다.

퍼억!

잔디가 강하게 파여서 내 발 밑에 걸려 뒤로 날아가는게 느껴진다. 강력한 각력이 나에게 카타르시스를 느끼게 만들어진다. 이게 힘이지.

와아아아아아아아!!!!

이미 거의 페널티 라인 근처까지 달려왔다. 사름들의 환호성이 들려오지만 최대한 사람들의 목소리를 듣지 않으려고 노력해야만한다. 나는 골잡이이고, 이 기회를 절대로 놓쳐서는 안된다. 내가 강력한 임팩트를 보여주어서 이 대회는 나의 수준에 전혀 맞지 않는 다는 것을 보여 주어야만 한다.

골키퍼의 위치는 적당히 확인하고 골문에 집중을 한다. 키퍼가 어디있는지는 그다지 중요하지는 않다. 공간이 저렇게 넓은데 못 넣는게 이상하지 않겠는가.

나는 쉬익 하고 소리를 강하게 내며 날아오는 공을 왼발 안쪽으로 바로 잡아 놓고 강하게 때렸다.

퍼엉!!!!

정확하게 위치를 보고 차긴 했지만, 빠르게 차려고 집중을 하고 힘이 들어갈 수 없는 자세에서 때리다 보니 강한 힘이 들어가지는 않았다.

"으으윽!!!"

자신이 생각하던 상황이랑 조금 다른지 정면으로 달려오던 골키퍼가 빠르게 다리 사이로 지나가는 공을 어떻게든 잡아보려고 빠르게 뒤로 돌면서 다이빙을 해보지만 말했듯이 공은 사람보다 빠르다.

철렁­

이야아아아아아아아!!!!!!!!

상당히 한국사람들이 많이 찾아왔는지 경기장이 떠나가도록 함성을 질러댄다.

쉽게 넣었든, 어렵게 넣었든, 골은 나를 상당히 흥분하게 만든다. 심장은 두근 두근 뛰어대고 그리 많이 뛰지도 않았는데 얼굴에서 열이 느껴지고 땀이 흘러내리는게 느껴진다.

나는 바로 한국 사람들이 보이는 곳으로 달려갔다. 이미 우리 팀 동료들은 나에게 달려온 상태였다.

"꺄아아아악!!! 언니이이이!!!!"

내가 달리는 상황만 보았다면 오해 할 수도 있겠지만, 내가 골을 간단히 넣을 수 있던 이유 중 하나는 신유정, 신유라 자매가 양쪽 사이드 라인에서 빠르게 달려주었기 때문에 일본 수비수들이 사이드로 빠진 선수들이 많았던 것도 도움이 된 것이다. 만약 그들이 열심히 달려주지 않았다면 이미 나는 4명이상의 선수들에게 둘러쌓였겠지, 그래도 못 뚫어낼것도 아니겠지만.

"대~ 한민국!!!!!대~ 한민국!!!!!대~ 한민국!!!!!대~ 한민국!!!!!"

강렬한 국뽕이 몸속에 침투했는지 얼굴들이 시뻘게진채로 소리를 질러대는 한국인들. 이 맛에 국가대표로 뛰는 것이 아니겠는가.

나는 바로 관중들 앞에서 꾸벅 절을 올렸다.

와아아아아아아!!!!!

사람들은 그런 모습이 더욱 보기 좋았는지 더욱 소리를 질러대기 시작했다.

***

"하하하하 이지혜 선수가 관중들을 향해 절을 올리네요?"

"하하하 실력도 좋은데 인성도 좋은 선수입니다. 올림픽 개최 전에 봉사자들에게 봉사를 했던 사실도 있지 않겠습니까?"

"봉사자들에게 봉사를 했다고요? 아...! 그렇군요. 제가 깜빡했습니다. 참... 보기 좋은 선수네요. 다른 선수들의 본보기가 되는 아주 좋은 케이스라고 생각이듭니다."

이기영 해설위원이 다른 해설 위원과 정답게 이야기를 주고 받기 시작했다.

"리플레이가 나오고 있는데요... 이미 이지혜 선수는 공의 위치를 정확히 파악을 한 듯 보입니다. 공을 보고 있지도 않고 있어요. 이게... 말이 안되는 일이거든요?"

"그렇습니다. 게다가 그냥 달리기만 하는 것도 아니라 일본 선수들과 어깨 경합을 하면서 달리고 있었던 것입니다. 이 선수의 재능이 어디까지인지도 잘 가늠이 안되는군요...!"

"슈팅도 군더더기가 전혀 없습니다. 깔끔하게 잡아놓고 깔끔하게 때렸습니다. 이런 바운스 볼은 컨트롤 하고 때리면 힘이 잘 들어가지 않다보니 평소보다는 공이 약했지만, 정확한 위치로 공을 때려서 슈팅의 강함은 그다지 상관이 없게 되었습니다!"

"웰링 유나이티드에서의 골 정확도도 괜찮았지만, 괜찮았다고 할 정도 였는데, 지금 골은 엄청나다고 할 정도라고 볼 수 있겠네요! 프로 선수들도 하기 힘든겁니다."

골에 대해 이야기를 풀어 나갈 수 있으니 해설들이 얼마나 재밌어 하는지 끊임없이 수다를 떨어대는 해설진. 이는 지켜보는 사람들에게도 지루하지 않을 정도로 적당한 수준이였다.

"경기가 조금 답답하긴 하군요. 일본 선수들이 포기하지 않고 자신들의 플레이를 잘 지켜나아가고 있습니다."

"요우미 료코 선수. 이탈리아에서 뛰고 있는 유망한 선수입니다. 확실히 공의 컨트롤이 예사롭지 않습니다."

"슈팅! 다행히도 골대를 살짝 넘어갑니다."

"수비수들은 조금 더 집중해야만 합니다! 패스를 막으려고 하지 말고 대인 마크를 확실히 할 필요성이 있어보입니다!"

­ 일본도 잘하네.. 이지혜 없었으면 질 수도 있었겠는데?

­ 뭔 소리임. 일본 잘하긴 하는데 한국 선수들도 잘함 ㅇㅇ

­ 그래 응원이나 해줘라 헛소리 하지 말고

­ 근데 이지혜 ㄹㅇ 개잘하네

일본도 잘하지만 로봇은 아니라 실수할 때가 있기 마련이다. 그럴때마다 결국에는 나에게 공은 연결이 되기 마련인데 그럴때마다 일본 선수들은 자신의 등뒤에 소름이 끼치는 기분을 수시로 느껴야만 했다.

"이지혜! 내려와서 공을 받아줍니다."

"빠르게 치고 올라가는 신유라! 신유정이 그 뒤를 살짝 빗겨서 지나갑니다."

나는 공을 잡고는 살짝 띄우며 일본 선수들을 쳐다보았다.

꿀꺽

내가 무엇을 할지 알지 못하는 표정에 긴장감이 한 스푼 올라가있어서 볼만했다.

띄운 공을 무릎으로 치며 앞으로 달리기 시작했다.

오오오오오!!!

달려가면서 공을 바닥에 떨구지 않고 발등, 무릎을 번갈아가며 트래핑을 하며 달리기 시작하니 이 기묘한 모습에 관중들이 기함을 하기 시작했다.

"...뭐해! 막아!"

처음 보는 드리블에 뇌정지가 왔는지 살짝 머뭇 거린 일본 선수들이 빠르게 다가왔다.

'다가오면 차지 뭐'

나는 공이 발등에 내려오는 타이밍에 미리 신유정의 위치를 봐 놓았고, 그 위치를 향해 강하게 로빙 패스를 찼다.

퍼엉!

"윽!"

달려오던 자세로 공이 얼굴을 향해 날아오는 듯한 기분이 들자 급하게 상체를 뒤로 트는 일본 선수.

쉬이익!

빠르게 그녀의 머리 위를 지나가 아름다운 바나나 모양으로 휘어져 몰래 몰래 달리던 신유정을 향해 날아갔다.

생각보다 공이 빨랐던건지 아니면 조금 당황할 만한 사정이 있던건지 자세를 제대로 잡지 못한 신유정이 먼저 달려간 신유라를 향해 컷백 패스를 했지만 공에 바운스가 심하게 걸려 이상한 방향으로 날아가고 말았다.

아아아아아아...

관중들이 안타까워하는 소리가 필드까지 들려왔다.

"에잇!"

나는 다시 수비 가담을 하기 위해 내려온 신유정을 향해 장난스래 머리에 꿀밤을 살짝 먹여주니 입을 쭉 내밀고 헛소리를 한다.

"공이 너무 빠르게 휘어들어와요. 그건 아무도 캐치하지 못할 거라구요!"

"지금 변명하는거야? 하하하!"

"난 언니 처럼 천재가 아니거등요! 좀만 살살 차주세용!"

애교를 부리듯 콧소리를 내며 메롱하고 달려가는 신유정. 그래도 어린 나이의 친구라 귀여운 맛이 있다. 재능도 있고.

경기는 점점 공격적으로 변하기 시작했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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