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00화 〉 100화. 저물어가는 올림픽(6)
* * *
커다란 두바이 올림픽 경기장에는 한국인과 일본인만이 존재하지는 않았다. 수 많은 관광객들도 올림픽 경기중에 흥미로운 종목을 찾다가 축구쪽으로 온 사람들도 많고, 오로지 이지혜만을 보기 위해 찾아온 팬들도 존재한다.
"예이 예이 이지혜에에에에!!!"
"우워후우우우!!!!"
서양인으로 보이는 남성들이 한손에는 태극기를 들고 맥주를 마시며 소리를 질러대고 있었다.
"저기.. 이거 괜찮을까요...?"
"쉿! 카메라가 다 찍고 있어! 우리는 신경쓸게 아니야!"
그들의 바로 옆에는 한국인으로 보이는 사람들이 모여있는데 연예인들인지 카메라가 빙글 빙글 돌면서 그들을 촬영하고 있었다. 아무래도 따로 중계권을 획득한 상태가 아니라서 그런지 카메라의 방향이 필드쪽으로는 거의 움직이지 않고 있었다.
"...저기 저 사람들 연예인들 아니야?"
"그러게.. 어디서 많이 본 것 같은 사람들인데 기억이 잘 안나네"
"근데 여자들 밖에 없는데..? 단체로 올 만한 연예인들이 누구지...?"
"...아! 그 사람들 아니야?"
"누구?"
"그... 그 여자 연예인들 축구 하는 방송있잖아 그거!"
"...아! 골 때리는 그녀들이구나! 하하하하 생각도 못했네."
주변의 한국인들도 조금씩 그녀들을 알아보기 시작했고 한두명씩 다가와 사인 요청을 하기 시작했다.
"팬이에요 아람!!"
"와!! 예쁘다!!!"
"하하하하하!!!"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와아아아아아!!!!
경기가 점점 재밌어지기 시작하면서 경기장 곳곳에서 함성 소리가 크게 들려오는 와중에 주변 사람들이 알아보면서 응원과 사인 요청이 쇄도를 하니 어질어질한 골 때리는 그녀들 팀이였다.
"이예이이이이!!! 이쥐해애애애!!!!"
"퀸 오브 웰링~ 웰링의 여왕이 올림픽을 점령하러 왔다!!!"
"길을 열어라아아아아!!! 세금은 골이다아아아아!!!"
"으아아아아아아!!!! 최고야아아아아!!!! 퍽 예아아아아!!!!!"
"...장난아니네. 뭐지? 왜 서양인들이 우리나라랑 일본 경기에 와서 신나하는거지?"
"그거 아니야? 이지혜가 웰링이라는 팀이 선수라더라. 거기 팬들이 엄청 열성적인 팬들이라던데?"
"와... 영국? 거기 관중들은 다 저런가? 재밌긴 하겠네.."
사실 이 정도의 서포터즈들은 영국 어느 클럽에나 있을 정도로 보기 쉬운 정도이니 그들의 말도 어느정도 맞을 것이다. 하지만 대부분의 진성 서포터즈들은 저들보다 더욱 과격하기 때문에 더 한 경우가 많다. 어떻게 보면 저들이 조금 과소평가를 한 정도라고 볼 수도 있겠다.
"그나저나 우리 사운드가 다 가리겠네... 이걸 어쩐다..."
"그럼 우리도 똑같이 미친년들 처럼 놀면 되죠!"
아람이 같은 팀 언니들을 향해 호기로운 표정으로 자신의 의견을 피력했다.
"아람아 워딩 조심해야지!"
"어차피 편집으로 날릴텐데 상관없죠! 저희도 지지 말아요!"
"하하하! 그래! 이런 분위기에서 어떻게 조신한척 있겠냐?!"
매번 주말 드라마에서 조신한 조연으로 자주 출연하던 배우 멤버가 더 이상은 참을 수 없다는 듯이 쓰고 있던 선글라스를 벗어버리고는 크게 소리를 치기 시작했다.
"멋있다 대한민국!!!!!!!"
"꺄아아아악!!!!!!!!"
"박살내버려어어어어!!!!!!"
연예인들이 자리에서 일어나서 옆의 대머리 남성들과 크게 다르지 않을 정도로 크게 소리를 치며 응원을 하기 시작했다.
엄청난 크기의 목소리로 소리를 질러내는 대머리 남성들. 옆에는 대부분 미인들로 이루어진 여자들. 커다란 덩어리 두개가 미친듯이 소리를 질러대니 주변 사람들에게도 화끈한 분위기가 전염이 되기 시작했다.
이야아아아아아아!!!!
골이 나오지도 않았음에도 이런 함성이 나오기 시작하자 경기는 더욱 후끈해지기 시작했다. 필드에서 직접 뛰는 선수들에게 체감적으로 느껴지는건 관중의 수 보다는 함성의 크기 같은 것이 더욱 크게 다가오는 법이라, 경기 분위기도 좌지우지 하는 경우도 많다.
이 경기에서 뛰고 있는 선수들은 프로 선수들만 있는 것은 아니다. 한국이나 일본팀에도 대학 선수나 고등학교 팀에 소속이 된 선수가 몇 명 존재하고 있으니 분위기가 그들에게 얼마나 더 크케 작용할지는 보는 사람들 입장에서는 잘 모를 것이다.
"흐읍!"
촤악!
패스 속도가 점점 빨라지다보니 공을 뺐기 위해서는 스탠딩 태클로는 벅차지기 시작했다. 선수들은 점점 동적인 태클을 사용하기 시작하고, 이는 빠르게 체력을 소진해나간다. 경기가 약간 소강사태에 빠지기는 했지만 지루해졌다는 뜻은 아니다.
공은 빠르게 움직이기는 하는데, 잘 뚫어내지도 못하고 있고 완벽하게 막아내고 있지도 못하고 있었다. 첫 골은 먹힌 일본은 그래도 결승전까지 올라온 팀이라는 것일까, 빠르게 수정사항을 거쳤다고 말하는 것처럼 수비라인을 내 위치와 떨어뜨려 놓기 시작했다. 스피드 있는 공격수를 상대하는 상황에서는 아주 좋은 수비일 것이다. 내가 공을 잡든 말든 라인 위치를 안정적으로 내려버려서 그 간극을 좁혀 놓겠다는 의미였다.
퍼억!
삐비빅!!
공을 뺐기 위해 격하게 움직이는 한국 선수들.. 긴장한 만큼 실수를 하고 있지 않은 건 정말로 다행이다. 하지만 점점 빨라지는 경기 템포는 그 동안 훈련하던 속도가 아니기에 일본의 속도를 맞추기 위해 한국도 조금씩 움직임을 빠르게 하다보니 격한 태클을 범하기 시작했다.
경기의 템포가 점점 빨라지고 있다. 일본팀의 감독이 벤치에서 나와 고래 고래 소리를 지르는 것을 보니 템포가 빨라지는건 그들의 계획이 아닌 듯 해보였다.
프리킥을 준비하는 일본팀.
"저기 저기 막아!"
"벽!! 오른쪽으로 더 움직여!"
"10번 마크! 유정아!! 붙어!"
일본이든 한국이든 양쪽 선수들은 세트피스가 아주 중요하게 작용할 것이라고 직감적으로 느끼고는 신경전이 심해지고 있었다. 가만히 서있는 선수가 한명도 없고 자리를 찾아보려고 분주하게 움직이는 선수이거나, 자신의 위치에서 근처에 위치한 상대 선수에게 괜히 어깨를 가져다 부딫히며 힘자랑을 하고 있었다.
나는 그 세트피스에 참여하지 않고 센터 서클 근처에서 방황을 했다. 수비에는 딱히 필요한 인원이 아니라서 그런 것이다.
일본 키커가 오른손을 번쩍 들더니 프리킥을 차려고 스탭을 밟기 시작했다.
"!!! 안보여! 비켜!"
그 순간 누군가 우리 키퍼 앞을 지나갔는지 다급하게 크게 소리치는게 내가 있는 센터 서클까지 들려왔다.
퍼엉!
"...크흡!!!"
철썩
프리키커는 처음에 스탭을 밟은 선수가 아니였고 옆에 한명 더 서있던 키커가 때렸는데 절묘하게 키퍼의 시야를 가려버려서 타이밍이 애매하게 공을 못보는 타이밍이였다. 공도 절묘한 위치로 낮게 깔려 구석으로 빨려들어가는 것을 보니, 이미 작전 되어있던 상황인 것 같기도 하고 엄청나게 연습을 해왔다고 느껴져왔다.
"우와아아아악!!!!"
이야아아아아아!!!
골은 넣은 선수가 너무나도 기쁜 감정을 감추지 못하고 방방 뛰면서 자신의 벤치로 뛰어가 감독에게 안겼다.
***
"아아.. 일본 선수의 대단한 프리킥이 골로 이어지고 맙니다.."
"잘 찼습니다. 한국 선수들은 페널티 박스 안에서 상대 선수를 놓쳐서 키퍼 시야를 가리게 만든 큰 실수를 저질렀습니다. 이런 상황이 그리 자주 나오는게 아니라서 그럴 수도 있겠지만, 집중력을 잃지 말아줬으면 좋겠습니다!"
"하지만 일본 선수들도 상당히 대단하군요. 리플레이를 다시 보시면 아시겠지만, 페널티 박스 안에서 움직임이 상당히 체계적이죠? 여기, 여기 선수들이 길을 만들 수 있도록 강하게 자리를 잡는 모습이 보입니다."
와.. 잘하긴 하네, 근데 프리킥을 찬 선수가 잘 찬다 진짜..
요우미 료코? 처음 들어보는데 잘하네... 뭐야 얘도 20살 밖에 안되잖아?
"올해 어린 선수들의 대단한 활약이 돋보여서 지켜보는 입장에서는 정말 기쁘고 흥미가 생깁니다. 시청자 여러분들도 그렇지 않습니까?"
"하하하!! 이미 우리 나라에서 어린 선수에서 최고의 재능으로 나온 아웃풋이 이지혜 선수이다 보니 정말 재미있죠."
"지켜보는 재미가 있는 선수입니다. 현재는 별로 영향력이 없다고 느껴질만한 상황이라고 생각하실지 모르겠지만 전혀 아닙니다."
"그렇네요... 라인이 이지혜 선수를 피하고 있네요?"
"싸움 자체를 피하고 싶다는 생각입니다 이건, 공을 이지혜 선수가 잡더라도 다른 선수에게 공을 돌려버리게 만드는 것이 실점할 확률이 적다고 판단한 것이겠죠."
"하지만 결국 돌파를 당한다면 또 다른 문제를 야기하는 것 아닙니까?"
"뭐든 돌파당하면 끝인건 다 같습니다만.. 이게 지역 수비 난이도로는 낮은 편이니까요, 수비수들의 체력적인 부담이 덜할 것입니다."
"결국 일본에서도 최선을 다해 상대하고 있다는 뜻이군요."
"네.. 이제 이지혜 선수가 어떤 것을 보여줄지도 더욱 기대가 되는군요! 이제 전반전이 끝납니다! 1대1 동점 상황에서 경기는 더욱 흥미롭게 흘러갑니다. 잠시 후 전반전 하이라이트로 다시 뵙겠습니다."
와... 난 여자 축구가 이렇게 수준 높을 거라곤 상상도 못했다.
진짜 ㄹㅇ 남자 축구보다 재밌는건 무슨 상황이냐 ㅋㅋㅋㅋ
야 저쪽 남자 축구 결승전은 거의 장례식이야. 한골 놓고 빙빙 쳐 돌리고 있음.
먹힌 쪽도 의지 싹 잃어서 대충 대충 뛰는 중 ㅋㅋㅋㅋㅋㅋㅋ
프랑스랑 네덜란드? 얘네 수준이 왜이러냐 ㅋㅋㅋㅋㅋㅋㅋ
유명한 애들이 많이 안와서 그래..
광고가 나가기 전 카메라가 경기장 관중석을 쓰윽 둘러보는데 많은 사람들 사이사이 유명한 스포츠인들이 찍히기 시작했다.
와.. 많이 왔네..
근데 ㄹㅇ 재밌긴 해 ㅋㅋㅋㅋㅋㅋㅋ
경기가 끝나면 꽤나 재미있는 일이 벌어질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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