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여자로 변해서 챔스까지!-103화 (103/124)

〈 103화 〉 103화. 한국으로!(1)

* * *

올림픽이 마무리 되었다. 아직은 두바이에 머물고 있지만 조만간 다시 영국으로 떠나야만 한다.

"정말이지.. 수고 많으셨습니다."

여태껏 지휘봉을 잡으면서 고생이 많았던 벤 하이머 감독이 슬슬 떠날 준비를 하는 나를 찾아와 말을 걸었다.

나는 호텔 방 한쪽에 소중하게 놓아둔 금메달을 힐끔보면서 슬며시 웃음을 흘렸다. 생각해보면 꽤나 긴 여정이기도 했다.

"감독님이 고생많으셨죠 뭐..."

"하하하! 지나가던 개도 안믿을 말이지.. 지혜양이 없었다면 거의 불가능한 성과야. 물론 우리 대표팀을 무시하는 건 아니지만... 팀보다 위대한 선수는 없다더니 그건 옛말이 되어 버렸군.."

"하하.. 그렇게 치켜세워 버리시면 너무 부끄러운데요.."

나는 머쓱해서 뒷머리를 긁적였다.

"에이.. 자신감을 가져!"

어디서 구매를 해왔는지 여러 여행 기념품을 잔뜩 사와서 자신의 가방과 내 가방에 우겨넣고 있던 가은 언니가 지나가는 말투로 말했다.

"나랑 공주님은 VVIP룸에서 경기를 관전했다고 했잖아.. 정말 대단했어! 매 경기가 새로운 느낌이였다고나 할까... 끄응..."

짐을 정리하다가 일어나며 허리를 쭉 피며 힘겨워 하는 가은 언니.

"그렇습니다. 지혜양은 매 경기가 다른 선수가 뛰는 듯 했습니다. 그래서 지휘하는 입장에서도 상당히 재미있었습니다."

"지혜!"

쾅!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고 레베카씨에게 말을 해서 방에 누구도 접근하지 못하게 막아달라고 부탁드렸는데 공주님에게는 소용없는 요청이였나 보다.

나에게 한걸음에 달려와 껴안는 공주님.

"으윽.. 잠깐만요. 지금 이야기 중이라..!"

"아...! 죄송해요... 하지만 좋은일이 있으니 축하는 해야죠!"

"그렇죠.. 시간이 넉넉했더라면 두바이에 남아 여러 행사를 하고 한국으로 돌아가서 축제를 즐길 수 있었을 텐데요..."

벤 감독님의 얼굴에 서운함이 가득 담겨있었다. 쉬워 보였던 경기들이지만 감독님에게는 아니였나보다. 단 한달이 넘게 지났을 뿐인데 예전의 모습보다 급격하게 늙어보인다.

나는 몸에 붙어있는 공주님을 슬며시 떼어놓고 벤 하이머 감독님에게 다가가서 양손을 슬며시 잡았다.

"...짧은 시간이였지만 많은 걸 배웠습니다. 감독님."

"...!"

"누구는 제가 수준에 맞지 않는 대회에 나가서 편하게 경기를 했다고 했는데 저는 아닙니다. 이 모든건 경험이 될 것이고, 저를 더욱 높은 곳으로 올려주겠죠. 팀 동료들... 동생들이나 언니들이 가르쳐준 모든 것과 감독님이 사사해주신 세밀한 능력들이 제게는 커다란 자산이 되었습니다."

"..."

잡은 손이 조금 떨려오는게 느껴진다. 손을 바라보다 고개를 들어 감독님의 눈을 마주쳐보니 눈이 빨개져서 눈물이 맺히고있었다.

"...하아. 나이 먹고 눈물이나 흘리다니.. 아무튼 나도 자네도 굉장한 경험을 했어. 나는 이 날을 잊지 않을 걸세. 자네의 앞길에 축복만이 가득하길 기도하지.."

맞잡은 손을 스며시 놓고는 정중하게 인사를 하고는 방을 나서는 감독님. 마음이 싱숭생숭해진다.

"...지혜도 꽤 어른이 된 기분이네?"

"...?"

"흐음~ 이제 저 감독님은 앞으로 앵간한 사고를 치지않는 이상 지혜의 편에 서줄거야."

"..."

그냥 단순히 상대를 존중하는 말을 해드렸는데 꽤 감동받으신 듯 했다. 이래서 사람은 항상 말을 잘해야 하는 것 같다.

"이야기는 끝나셨나보네요."

꽤나 상기된 얼굴로 방에 들어오는 레베카씨는 손에 서류를 가득 든 채로 방에 들어왔다.

"하아.. 그건 뭐에요? 일거리?"

"지혜씨의 활약이 너무나도 대단해서 말이죠... 벌써 이런저런 요청이 태풍처럼 밀려들어오고 있다고요!"

점점 성장해서 성공가도를 달리기 시작한 선수를 에이전트를 하다보면 이런 저런 재밌는일이 생기기 마련인데 이런 많은 일거리가 생기는 것도 재밌는 일의 하나다.

"뭐든 골라서 할 수 있다는게 커다란 장점이네요. 금메달리스트라는 타이틀은 스포츠 선수로써 어마어마한 명예직이니까요!"

금메달리스트.. 내가 금메달리스트가 될거라는 건 꿈에도 상상해본 적이 없었다.

나는 테이블 위에 잘 놓여있는 금메달을 괜히 손에 들어본다.

"오올~ 잘 어울린다!"

가은 언니가 카메라를 꺼내서 나를 찍기 시작했다. 그래서 나는 어색한 미소로 금메달을 얼굴 옆에 들었다.

"아하하하!! 왜 이렇게 부끄러워해!"

"진짜... 지혜씨는 왜 이렇게 필드위에서랑 일상생활에서의 모습이 다른지 모르겠네요... 귀여워 죽겠단 말이에요."

나는 괜히 부끄러워져서 금메달을 내려 놓고 레베카씨가 건내준 서류들을 한번 읽어보려고 들었다.

"재밌어 보이는 일이 한두가지가 아니라 감히 추천을 할 수가 없겠네요.. 조만간 한국에도 한번 들려야 되긴 한데.. 스케줄을 어떻게 잡아야 할지.."

"프리시즌이 끝날때까지 얼마나 남았죠?"

"한달하고 이주 정도 밖에 안남았어요."

"감독님은 빨리 돌아오라고 하시던가요?"

"그렇진 않으신데... 적어도 이주전에는 돌아와주었으면 하더라구요."

"그럼... 한국에 먼저 들리도록 하죠. 한국 대표팀도 귀국을 서두르고있죠?"

"그렇죠? 여자 축구 경기가 거의 폐막식 직전에 한거라.. 같이 귀국하실 건가요?"

"하하 그래야겠네요.. 감독님은 당황스럽겠네요! 제가 먼저 영국으로 갈 줄 아셨을 텐데.."

"아하하하!!"

하지만 이때는 알지 못했다. 벤 하이머 감독님이 내가 모르는 곳에서 기자를 만나서 신나게 입을 털어버리셔서 상황이 더 웃기게 흘러가버렸다는 것을...

***

우리 여자 축구 대표팀들은 폐막식에 참석하기 위해 짐을 전부 챙겨놓고 폐막식장으로 집결했다.

"지혜 아직 안갔네?"

"네.. 한국에 잠시 들렸다가 영국으로 넘어가려구요..."

"언니도 같이가요?!"

"응 같이가."

"꺄악!! 너무 좋아!!"

신유라 신유정 자매가 밝은 얼굴로 나를 맞이해 주었다. 물론 이 둘뿐만 아니라 모든 선수와 코치들도 마찬가지였다. 하지만...

"크... 크흠..."

"..."

"으음... 같이 귀국할 생각이였구나?"

"네 그렇게 됬네요... 하하!"

시뻘게진 얼굴로 뒷머리를 긁적이는 벤 하이머 감독님은 나이에 맞이않게 귀여워 보였다.

"지혜야 지혜야."

지난 경기에서 나랑 스위칭으로 교체를 나간 언니가 나에게 다가와서 내 어깨를 톡톡 두들긴다. 그녀는 교체가 된 후에 진행된 나의 수비 플레이에 감격을 받았는지 경기가 끝나고 나서도 나에게 달라붙어서 이런 저런 질문을 했는데, 왜 연습때는 그러지 않았는지는 조금 의문이다.

"네 언니."

"감독님 인터뷰... 이거 봤어?"

[이지혜는 실력과 인성을 모두 겸비한 완벽한 선수!]

"아니..."

나는 스마트폰에 떠있는 기사 제목을 보자마자 벤 하이머 감독님을 향해 고개를 돌렸더니 감독님은 한 손으로 입을 막고 고개를 돌리고 있었다.

"크... 크흠... 그냥 인터뷰일 뿐이야!"

"아니.. 그래도 대표팀 전체를 칭찬 해주시지.."

"아니! 난 했는데! 그 기자가 참 이상한 사람이네.."

괜히 횡설수설하는 모습이 더욱 수상하다.

"기자 한 명만 만나신게 아니야 지혜야."

"응?"

나는 소름끼치는 느낌이 들어 기사를 둘러보니 죄다 내 이야기로 도배되었다. 그런데..

[여자 축구 대표팀 수비수 김아영 "이미 작전되어있는 상황이긴 한데 나는 지혜를 믿고 있었다."]

[여자 축구 대표팀 주장 신유라 "지혜는 실력과 인성을 겸비한 최고의 스포츠인"]

[신유정 "실력만 최고가 아니라 외모와 성격도 최고!"]

"..."

나는 얼굴이 시뻘게지는 것 같아서 주변을 둘러보니 다들 웃으면서 나를 보고 있었다.

"왜! 틀린말 하나도 안했어!"

"우리는 지혜 덕분에 즐겁게 축구 할 수 있었던 것 같아"

"그치 그치! 잘한다고 잘난척도 전혀안하고 연습도 열심히 했잖아! 그 덕에 나도 평소 보다 연습을 더 빡쌔게 한 것 같아."

"하하하!"

그래도 다들 하하호호하며 분위기가 좋으니 나도 기분이 좋아진다.

"그래요.. 다들 수고 많았어요! 이제 슬슬 입장 하겠네요."

"부끄러우니까 말 돌리는거봐."

"어머 어머 저 기집애 완전 여우같네. 여자들도 홀리겠어."

나는 부끄러워한다는 소리에 힐끔 주장을 째려보았더니 주변의 나이 많은 언니들이 야리돌림을 하기 시작했다.

"그만하고 다들 들어갈 준비 하자."

감독님이 시끌시끌해지는 선수들을 중재하고서는 입장하기 시작했다.

폐막식도 돈이 많은 두바이 왕가에서 준비했다는게 많이 느껴질 정도 였다. 진짜 돈이 없다면 이런 스케일의 공연은 불가능하다고 외치듯이 자랑을 하는 것 같았다.

그래도 격한 축구를 한 다음날이라 그런지 선수들 모두 점점 기진맥진하는 모습이 보이기 시작했다. 카메라는 언제나 선수들을 가끔지나가기 때문에 표정관리를 해야하지만 어디 90분을 뛰어댕기는게 쉽기나 하겠는가.

"아우... 힘들다아..."

"조금만 참아~ 금방 끝날거야"

"..둘은 평소에도 그런 느낌이야?"

"우리 자매는 같은 리그 같은 팀에서 뛰고 있으니까.. 뭐 비슷하지?"

주장이 자신의 여동생이 귀여운지 유정이의 머리를 탁탁 치고있었다.

"재밌겠네... 첼시에서 뛰고 있다고 했나?"

"응! 지혜 언니랑 가까워서 자주 만날 수 있겠네!"

"리그가 곧 시작인데.. 그래도 시간내서 자주 만나자!"

우리는 힘이드는 모습을 사람들에게 보여주지 않기 위해 최대한 선수들끼리 잡담을 나누면서 정신을 붙잡으며 폐막식을 보내고 있었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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