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여자로 변해서 챔스까지!-106화 (106/124)

〈 106화 〉 106화. 한국으로!(4)

* * *

"어... 어!"

차에서 내려 레베카씨를 따라 이동하는데 건물에서 40대 초반으로 보이는 남성이 헐레벌떡 뛰어나오는 모습이 보였다.

나이가 들었음에도 꽤나 자기관리를 해왔는지 20대 남자들보다 튼튼해보이는 몸을 하고 있었다.

"벌써 오셨군요!"

"아! 김기찬씨..."

김기찬? 처음 들어보는 이름이다. 내 원래 인생과 현생의 기간차가 상당히 있기에 중간 사이의 체육계 거물들에 대한 이름은 전혀 모르니 어쩔 수가 없는 일이다.

"이... 이지혜 선수우..."

레베카씨와 인사를 나누던 김기찬씨가 레베카씨의 어깨 뒤로 보이는 내 얼굴을 힐끔 보면서 신음을 흘리고 있었다. 얼굴이 벌게지는 걸 보니 내 열혈한 팬으로 보인다.

"안녕하세요."

"안... 안녕하십니깟!"

40대 아저씨가 나에게 각을 잡고 인사를 하는 모양새도 별로 보기 좋지는 않다.

"에이! 왜 이러시나요! 오늘 처음 보는거 아니신가? 하하하"

나는 난감하다는 표정으로 긴장하고 있는 김기찬씨의 손을 맞잡고 악수를 나누었다.

"흐읍! 영광입니다!"

"...이분 왜 이러시는지 알아요?"

"김기찬씨는 지혜씨의 요청으로 세운 풋볼 센터의 센터장으로 임명되신 분 입니다. 자세한 이야기는 안에 들어가서 하시죠."

슬며시 웃은 레베카씨가 커다란 건물의 입구를 손으로 가르켰다.

"아! 제가 정신을 어따 놓고 있었나 보군요.. 아무튼 모두들 잘 찾아와 주셨습니다! 자자.. 밖에서 이러고 있지 마시고 다들 안으로 들어오시죠!"

김기찬씨가 자신의 머리를 콩 때리고는 우리를 안으로 안내해 주기 시작했다. 꽤나 귀여운 아재인 것 같다.

휘황찬란한 건물의 입구를 들어서니 복도는 흰색과 빨간색으로 이루어진 디자인으로 깔끔하게 되있었다.

"호오..."

벽에는 축구를 플레이하는 나의 모습을 찍은 사진들로 메꾸어져 있었다. 외모가 외모이다 보니 사진들이 죄다 화보처럼 보이는건 나만의 착각일까?

"와.. 진짜 지혜 엄청 예쁘네..."

가은 언니의 반응을 보니 나만의 착각은 아닌 것 같다.

"꺄악!"

찰칵 찰칵!

자신의 스마트폰으로 사진을 찍어 대는 공주님은 잠시 무시하도록 하자.

"이 센터에 들어온 아이들은 현재 축구계에 종사하는 사람들의 자식들입니다. 말씀하셨던대로 돈에 의지하지 않고 오로지 축구에 대한 재미만 알려주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걸으면서 김기찬씨가 자신의 운영 방침을 피력하기 시작했다.

"운영을 시작한지 몇 개월이 되지 않았지만, 조금 심상치 않은 로비가 들어오기도 했습니다. 물론 그딴건 제 선에서 전부 처리를 해버렸으니 걱정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흐음.. 그런게 있어요?"

"네.. 아무래도 심상치 않은 성적을 만들고 계신 이지혜 선수이다 보니 그 혜택을 등에 업으려는 작자들이 조금 보이더군요. 축구에 흥미가 없더라도 단기간 동안 센터에 몸을 담가서 이력을 만드려는 수작질이죠."

"허어..."

별 희한한 사람들이 많은 것 같다. 이야기를 자세하게 들어보니 우리나라에서의 이력 한 줄을 꽤나 강력하다 보니 자식의 체대 입학 희망 학부모들이 뒷돈을 찔러서라도 센터에 가입하는 걸 원하는 사람들이 꽤 있는 것 같다.

"후우... 그런건 제대로 걸러 내도록 하세요. 이지혜 선수의 경력에 흠집이 생겨서는 안됩니다."

레베카씨가 단호하게 선을 그었다. 김기찬씨는 꽤나 자부심이 넘치는 표정으로 긍정적으로 답을 했다.

"물론입니다. 제가 이쪽 경력은 꽤 있으니 걱정 하시지 않으셔도 됩니다."

우리는 건물안의 사무실로 들어갔다. 비서로 보이는 젊은 남성이 차를 내오다가 나를 보고 흠칫하더니 얼굴이 시뻘게지고는 자신의 업무를 보러 돌아갔다.

"그럼 제 소개를 다시 한번 드리도록 하겠습니다."

자리에서 일어나서 정중하게 인사하는 김기찬씨. 본 업은 축구 코치로 일생을 보내다 축구 협회로 들어간 꽤나 대단한 인사다. 그런데 어째서 축협을 걷어차고 나와서 내 센터에 몸을 담구게 된 것 인가 이야기를 들어보니..

축구 협회는 꽤 시끄러운 상황인 듯 하다. 원래 축협의 이미지는 시궁창에 떨어져 있지만 세대 교채를 위해 들어온 인사들은 꽤나 인성이 괜찮은 사람들이라고 한다. 그래서 윗물과 아랫물의 생각이 상당히 차이가 나는 상황이였는데 그 것이 내가 데뷔하면서 점점 끓어오르기 시작했다고 한다.

"하아.. 노인네들 똥고집이 보통이 아니더군요.."

김기찬씨가 자신의 머리를 붙잡으며 머리 아프다는 표정을 지었다.

내가 데뷔를 할 때 부터도 축구 협회의 도움을 받지 않았다는 사실에 크게 삔또가 상했다고 한다. 보통 한국 선수가 해외로 진출할 때 축구 협회의 도움을 많이들 받고는 했으니 나중에 그 선수가 성공했을 때 그 수혜를 얻으려는 심보인데 그게 물 건너갔으니 짜증이 난다는 소리다.

"남이 성공하는 걸 좋게 보지를 않더군요. 오로지 돈. 돈. 돈!"

그 것이 올림픽에서 크게 터져버린 듯 했다. 애초에 여자 축구 쪽은 축구 협회에 큰 입김을 받는 상황인데 내가 갑자기 대표팀 자리를 떡하니 차지 하더니 이런 저런 일을 터트리고는 인지도를 확 가져가 버렸다는 것이다. 그래 놓고는 축구 협회에 대한 감사함은 일절 없었다고.

"이런 미친 새끼들이!"

"하아.. 서민들이란.."

가은 언니가 발끈하고는 소리를 치면서 일어나려는걸 내가 손으로 허벅지를 지긋이 눌러 진정시켰다.

"미안.. 전에 아이스팩 이야기를 듣고 너무 화가나서.."

"아니야.. 에휴.. 그래서 축협을 나오신 건가요?"

"네. 저 뿐만 아니라 대부분 뜻이 맡는 친구들 중 안에서 실제로 싸우는 친구들 빼고는 대부분 나온 상황입니다. 하지만 상황이 그리 좋다고는 못하겠군요. 아무래도 협회장쪽 인사들이 정재계 거물들과 꽤나 친해보이더군요."

항상 돈이 문제다. 하지만 나랑은 전혀 상관 없는 일이다. 나는 갈수록 돈을 어마어마하게 쓸어모을 것이고, 나를 지원 사격하는 옆에서 내 팔을 조물딱거리는 공주님이 있으니..

"아무튼 이런 저런 일이 있어서 도저히 못버티겠어서 나왔습니다. 그 상황에서 무려 이지혜 선수가 축구 센터를 창립하신다는 소식을 듣고는 참을 수가 있어야 말이죠! 이 쪽 일을 하는 사람들 중 이지혜 선수의 팬이 아닌 사람을 찾는게 더 힘들겁니다."

"뭐.. 제가 뭐라고요.. 아무튼 저는 아이들만 잘 챙겨주셨으면 좋겠네요."

"아하하하! 물론입니다. 저도 자식이 있는 몸이라 아이들을 좋아합니다."

"그럼 한번 아이들을 보러 이동하실까요?"

슬슬 이야기에 지루해져가던 참에 레베카씨가 아이들을 보러가자고 말을 했다.

"가시죠! 참고로 저희 센터는 새로 지은 건물이 아니라 기존 축구 센터를 리모델링한 상태라 상당히 우수한 수준입니다. 레베카씨는 조금 불만족스럽다는 눈치였지만요.. 하하"

"이 정도로 만족할 수는 없죠."

나는 필드를 직접 내 눈으로 본 것이 아니기 때문에 단지 흥미를 가지고 이동을 했다.

"현재 아이들은 총 10명이 입단한 상태입니다."

"별로 없네요?"

"아! 단순 축구로 놀고 싶어하는 아이들은 100명이 넘는 상황입니다. 10명은 축구를 진지하게 임하고 있는 아이들입니다. 아직 어린 친구들이지만요."

"오..."

"축구 센터라고 딱 오로지 축구만 하지는 않습니다. 동네 주민들이 운동하고 싶을때 대여를 하기도 하고 아이들이 놀 곳이 마땅치 않을 때 와서 놀기도 하고 그런 곳이죠!"

"그렇군요.."

몰랐던 사실을 하나 알게 되었다.

드디어 필드에 도착하니 꽤나 허전해 보이는 필드가 보였다.

"하하하! 사실 이 정도만 해도 훌륭한 시설입니다. 유소년 시설이니까요. 다른 축구 센터들도 그다지 큰 투자를 하지 않기에 이 센터 보다 열약한 곳도 많거든요."

"그래도 이건 좀..."

발로 잔디를 건드려보니 힘이 별로 없는게 바로 느껴졌다.

"돈이 부족한 건가요?"

"아뇨. 시간이 부족했던겁니다. 이제 차차 변해갈겁니다."

애초에 새로 센터를 건축하지 않은 이유가 주변 시민들에게 친화적인 센터를 만들고 싶기도 했고, 사실 큰 돈을 들이긴 할건데 외관이 너무 거창해지면 다른 사람들이 돈지랄 한다고 손가락질 할 것만 같았기 때문이다. 돈지랄이 맞긴 하지만.

"주기적으로 보고를 드릴테니 걱정 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믿을게요"

나는 김기찬씨를 보며 슬며시 웃었다. 그도 자신감이 넘치는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이런 사람이 센터장을 맡다니 꽤 운이 좋은 듯 보였다. 아직까지는.

펑! 펑!

약한 공 차는 소리가 들려온다.

"흐음~ 아이들이 공을 차며 놀고 있나 보군요. 아이들의 스케쥴은 과하지 않기 때문에 대부분의 시간은 공을 가지고 노는 시간이 대부분입니다."

"오호. 김기찬씨는 유럽 스타일이신가 보네요?"

레베카씨가 의외라는 표정으로 김기찬씨를 바라보았다.

"보통 한국은 기본기 수업을 빡세게 할테지만, 그건 제 스타일이 아닙니다. 이지혜씨는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저도 뭐.. 애들이 즐겁게 공을 차고 놀았으면 하네요. 딱히 대단한 아이가 나타나지 않아도 좋아요."

언젠가는 나타나겠지 하며 뒷머리를 긁적이니 김기찬씨가 웃기시작했다.

"하하하! 이 것 참 우연이군요. 이미 대단한 아이가 한 명 있긴 합니다. 하지만 유소년 시기에 대단한 친구는 자주 나오기 때문에 잘 지켜봐주어야겠지만요. 아! 저기있군요."

김기찬씨가 손가락으로 한 아이를 가르켰다.

"음? 여자아이?"

"네! 여자아이입니다."

나는 갑자기 흥미로운 감각이 발끝에서 머리끝까지 올라오는게 느껴졌다.

* * *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