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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로 변해서 챔스까지!-110화 (110/124)

〈 110화 〉 110화. 한국으로!(8)

* * *

팬들을 위한 이벤트란건 별거 없다. 단지 그들이 무엇을 좋아할지만 알면 간단하다. 슈퍼스타가 자신들에게 관심을 가져주고 자신들을 팬대우를 해주는 것을 제일 좋아할 것이 당연하다.

"아! 지혜씨! 급하게 준비하느라 돈이 좀 깨졌는데... 상관은 없을 듯 보이는군요. 시구 할 때 까지는 준비해준다고 하니 걱정하지 않아도 괜찮을 것 같아요."

급하게 움직이느라 이마에 땀이 송골 송골 맺힌 레베카씨가 자신의 손수건으로 이마를 톡톡 치면서 닦아내는 모습에 조금 미안한 마음이 들기는 했지만, 그녀가 나에게서 가져가는 돈이 어마어마하기 때문에 어느정도는 나의 억지요구를 이해 해줄것이라고 생각했다.

"여기 한번 시안 보시죠. 요청하신대로 이대로 나오길 할텐데, 혹시 모르니 한번 보시는게 낫지 않겠어요?"

"네 알겠어요."

나에게 자신의 태블릿을 건내주면서 화면의 뜬 시안 사진이 떠올라있었다.

웰링 유나이티드 유니폼에 내 이름과 작은 캐리커쳐 그림이 그려져있는 나만의 팬을 위한 유니폼. 단시간에 만들어낸 시안치고는 상당히 퀄리티 있는 모습이였다.

누구는 그렇게 말할 수도 있을 것 같다. 이게 뭐라고.. 하지만 어쨌든 공짜로 나누어줄거니까 사람들이 좋아하지 않을까 싶다. 안타깝게도 사인회까지 할 시간은 부족해서 어쩔 수 없이 내 사인도 같이 출력이 되겠지만, 나는 내 사인 같은 거에 크나큰 가치가 존재하지 않는다고 생각을 해서 마구 마구 나누어주고 퍼준다고 해도 별 상관이 없다.

"좋아요! 감사합니다."

"감사라뇨. 다 전부 제가 해야할 일이잖아요. 이런 아이디어는 제가 먼저 생각을 했어야 했는데.. 어쨌든 황대표님 덕분에 빠른 진행이 가능했어요."

'황대표님 찬스. 감사합니다. 안부 전화 꼭 드릴게요.'

나는 속으로 황대표님에게 감사인사를 드리고 다시 사무실로 들어갔다.

***

"그거 알음?"

"뭘"

"오늘 이지혜 시구 온다는데?"

"이지혜? 아 그 축구선수?"

"어. 한국에 들어와서 처음 얼굴 비추는 것 같은데?"

"너 팬이야?"

"응? 넌 아님?"

"난 올림픽때 처음 봤는데.. 그냥 잘 하는 선수아님?"

"그냥 잘 하는 선수우?"

친구의 얼굴이 이상한 표정으로 일그러지면서 옆의 다른 친구에게 말을 걸기 시작했다.

"야. 이 새끼 이지혜도 모르는데?"

"야! 내가 언제 모른다고 했냐!"

"그 정도면 모르는거지!"

"...근데 진짜 모르는건 아니지?"

맥주랑 오징어를 뜯고 있던 다른 친구녀석들도 고개를 들이밀면서 이상한 표정을 짓기 시작했다.

"...아니! 난 축구도 안보고 야구만 보는 사람이라고! 근데 너희도 마찬가지잖아?!"

"축구랑 이지혜는 다른거지!"

"뭐가 다른데?!"

"일단 존예잖아! 스포츠 선수 중에 그 정도로 이쁜사람 첨 봄."

"진짜 레알. 말이 안되는 외모임."

"...그래서 외모 때문에?"

"그래! 존예니까 계속 찾게 되는거 아니냐고! 너 게이야?"

"미친 씨발 개소리 하지마라."

역겹다는 표정을 지으면서 정색을 하는 친구.

"근데 왜 여태껏 올림픽 시절에 갇혀있는거임?"

"이거 이거 이 색히 맨날 우리만 만나는게 수상한데."

"아 쫌! 올림픽 경기도 제대로 못 봤어! 나 바쁜 사람인걸 알면서 그래?"

"아하하하하!!"

평소 처럼 자신의 친구를 놀리며 즐거워 하는 사람들. 아무튼 대부분의 사람들은 오늘 내가 시구를 한다는 소식을 기다린 듯 보였다. 평일 경기인데도 불구하고 관중석이 만석일 정도였으니.

***

"오늘 이지혜 선수의 시구가 준비되어 있다고 합니다."

"크으~ 한국의 이름을 널리 떨친 선수가 아니겠습니까? 자랑스러운 선수입니다. 금메달이 절대로 쉬운게 아니거든요?"

"그렇습니다. 게다가 그 악명 높은 영국 축구에서 남성 리그에 당당하게 발을 들여서 2부리그까지 멋있게 올라가지 않았습니까? 대단합니다."

"점점 이글스의 관중 수가 줄어들고 있었는데, 이지혜 선수의 시구가 사전에 공개되어서 그런지 만석을 채웠네요."

"하하. 아무튼 오늘 날씨가 상당히 좋습니다. 오늘의 경기는...."

이지혜의 시구가 준비되고있다는 안내를 전하고서 경기에 대한 내용을 해설하기 시작했다. 야구 중계는 TV나 라디오 매체에서도 시청, 청취하는 사람들이 많기 때문에 관심을 가지는 사람들이 늘어나기 시작한 것이다.

"자! 오늘의 주인공! 이지혜 선수가 입장하고 있습니다!"

"오! 저건 이지혜 선수가 소속된 팀의 유니폼인가요? 상당히 잘 어울립니다."

와아아아아아!!!

"..."

천천히 마운드를 향해 걸어가니 사람들의 환호성이 나에게 쏟아지기 시작했다. 이로써 사람들이 진짜로 나를 기다리고 기대하고 있었다는게 직접 몸으로 실감이나기 시작했다.

'흐음...'

마운드 위로 올라가자 사람들의 시선이 직관적으로 나에게 집중되는 기분이 강하게 느껴졌다. 물론 단지 시구일 뿐이긴 하지만, 야구의 이런 점은 축구랑 많이 다르게 느껴졌다.

축구는 22명의 선수들이 필드위에 서있는 동안 빠르게 설계가 되서 플레이가 되기 때문에 시선이란게 한 곳에 몰리기는 쉽지가 않은데, 이 넓디 넓은 장소에서 마운드위에 시선이 집중이 되는 것은 상당히 부담이 될 것이라고 전의 올림픽에서 시구 할 때 부터 생각이 들었다.

"상태는 어떻습니까?"

이진철이라고 했었나? 사무실에서나 연습할때나 상당히 긴장한 모습이였는데 이 곳에서는 전혀 긴장하고 있지 않는 모습이라 그 역시 프로라는 점이 느껴졌다.

"괜찮아요."

"...그나저나 그 유니폼 저도 받을 수 있나요? 얘기들어보니 오늘 경기장 온 사람들한테 전부 나누어 준다고 들었는데..."

"...물론이죠. 제가 가기 전에 사무실에 맡겨 놓고 갈게요."

"감사합니다앗!"

내게 꾸벅 인사하고 공을 건내준뒤에 공을 받기 위해 저 멀리까지 빠르게 뛰어가는 진철.

'올림픽에서는 너무 평범하게 던져서 사람들이 그냥 신기해만 했던 것 같아.'

사실 대충던져도 강속구가 나올 것이란 건 연습할때 잘 알게 되었다. 이 몸뚱이는 힘과 기술이 필요한 종목에서는 무엇이든 할 수 있지 않을까 싶다.

그래서 나는 사람들이 더욱 즐거워 했으면 해서 조금 만화 같은 공을 던져보기로 했다. 물론 연습때도 던져보지는 않았지만, 나는 그 야구 만화를 재미있게 봤기 때문에 머릿속으로는 어떻게 하는지 알고 있다.

메이저 리그에서 가끔씩 나오는 특이하지만 확실한 효과를 보이는 변화구. 일본에서는 꽤나 던지는 선수가 자주나오는 상당히 처리하기 곤란한 구질의 변화구.

나는 공을 던지기 전에 타석에 서있는 상대 선수와 포수를 향해 공을 들어 내가 쥐고 있는 그립을 보여주었다.

흠칫!

"에... 투심인가요? 저번 올림픽 시구에서는 평범한 직구로 대단한 강속구를 보여주었는데, 언제 연습해왔는지 투심까지 장착을 했군요!"

"투심과 포심을 동시에 완벽하게 던지는 파이어볼러는 상당히 까다롭습니다. 공 끝 변화를 예측하기도 어렵거니와 지저분해지는 오더가 주를 이루게 될테니까요."

"하하하! 재미있게 될 것 같습니다!"

해설들도 신기하다며 즐거워 하고 있었다.

주심이 약간 과장을 하면서 던지라고 신호를 해주었다.

'하하하! 다들 놀라 자빠졌으면 좋겠네.. 그 전에 제대로만 던질 수 있으면 다행이려나? 야구는 전혀 모르지만 그 만화는 미친 듯이 봤으니..'

꽤나 고증에 있어서는 자세한 만화였으니 생각대로만 된다면 잘 될 것이다. 이 몸뚱이는 보거나 기억만 한다면 거의 백퍼센트로 재현해내어버리니.

나는 킥을 하늘을 찔러버릴 듯이 차올렸다.

"이지혜 선수. 시구 던집니다."

"흡!"

디딤발에 체중 전달을 완벽하게 하면서 릴리즈 동작에 들어가니 강한 저항력이 어깨부터 전해져오는게 느껴졌다.

'크으윽....'

아무래도 꽤나 어려운 동작이긴 한가보다. 투심을 던지는 그립을 잡으며 릴리즈를 하면서 손목을 강하게 돌릴려고하니 상당히 힘이든다는 기분이 들었다. 그래도 워낙 힘이 좋다보니 실수 없이 공을 뻗을 수 있었다.

쐐애애애액!!!

회전이 어마어마하게 걸렸는지 던지자 마자 공기가 찢어지는 듯한 소리가 들려왔다. 던지면서 느낀건데 올림픽에 출전하고 나서 근력이 늘어났는지 공에 힘이 더욱 들어간 기분이였다.

공이 타석에 선 타자 바깥 쪽으로 빠지는 듯한 코스로 날아가기 시작해서 진혁이 글러브를 살짝 밖으로 뺐지만 그 순간 다시 몸쪽으로 공이 빨려들어왔다.

'!!! 뭐야?!'

퍼어어엉!!!

후웅!!!

그래도 재능이 있는 선수라 했는가, 순간적인 공 움직임에 따라붙은 글러브 안으로 공이 빨려들어 갔다. 공의 회전이 어마어마하다보니 공의 힘이 너무나 강해서 글러브 안에서 폭탄이 터지는 듯한 소리가 들려왔다.

"어... 자이로 볼...? 인가?"

진혁이 머릿속에 갑자기 떠오른 공의 구질을 떠올리자마자 입으로 내뱉고 말았다.

"...내가 왜 휘둘렀지?"

보통 시구에서는 시타자가 공에 진심을 다해 스윙을 하지 않는데, 어마어마한 속도의 변화구를 보자 본능적으로 스윙을 한 듯 보였다.

"자이로 볼!! 자이로 볼입니다!!"

"...백...백육십오..."

"예? 에? 백육십오요?!"

지난 이지혜의 올림픽 시구는 103마일. 약 시속 165킬로의 속도라 차이는 없지만 구질이 다른게 문제다. 자이로 볼은 난이도가 상당히 어렵다고 전해질 정도로 악명이 높은 구질인데, 이 강한 회전력을 유지하면서 강속구까지 던진다?

"이지혜 선수는 메이져로 가야하지 않나 싶습니다.."

해설 한명은 이미 넋이 나간 표정으로 마운드를 보고 있었고

"굉장합니다! 이 자이로 볼이란 건 말입니다!..."

해설 한명은 신이나서 떠드느라 경기에 관한 내용은 이미 머릿속에서 사라질 정도였다.

그 사이에 나는 유니폼을 들어서 미리 이야기한 카메라 쪽으로 달려가 흰 티에 팬들을 위해 '사랑합니다! 팬 여러분들!'을 적어서 힘들지만 최대한 이쁜짓을 떨어보았지만, 이미 사람들의 머릿속에는 그딴게 중요한게 아니였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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