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14화 〉 114화. 프리시즌(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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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르트문트와 프리시즌 친선경기가 잡혔다.
도르트문트는 국내에서는 돌문으로 불리는 굉장히 명망 높은 클럽 중 하나이다. 상당히 과거인 9697시즌에 챔피언스 리그 우승 경력이 있고, 독일 1부 리그인 분데스리가에서도 몇번 우승 경력이 있을 정도로 강력한 명문팀이다.
특징을 보자면 가장먼저 떠오르는 것이 강력한 유스 시스템이 갖추어져 있어 유소년 아이들에게 상당히 큰 금액을 투자해서 키운 다음 대부분의 폼이 뛰어난 선수들을 팔아치우는 셀링 클럽이라는 것이다.
그렇다고 약한 팀은 전혀아니다. 유럽 지역의 리그들 자체가 큰 금액을 투자하기 시작한게 2020년대 부터니까, 20년이 지난 현재 꽤 거대한 자본이 유럽 리그에 엄청나게 쏟아져 들어와 상향 평준화가 이루어져 대부분의 유럽 1부리그에는 만만한 팀이 존재하지 않게 되었다는 뜻이다.
그 뜻은 셀링 클럽으로 유명했던 보루시아 도르트문트는 더 이상 1군 스쿼드 선수들의 주급이나 저니맨을 영입하기 위해서 큰 돈을 벌기 위해 선수들을 팔아치우는 전략을 거의 하지 않게 되었다는 뜻이다.
"흐음..."
도르트문트의 감독 제이미 버캣. 영국 국가대표 감독직을 맡았던 적도 있을 정도로 상당히 유명한 감독이다.
굉장히 신경을 거슬리게 했던 함부르크와 뮌헨의 공격수들이 사라져서 춤이라도 추고 싶었던 기분인데 얼마전에 갑자기 들이닥친 웰링 유나이티드의 친선 경기 요청이 또 다시 머리를 아프게 했다.
감독끼리의 커뮤니티가 생각보다 좁기에 친선 경기를 이런 저련 변명을 늘어 놓으며 피하는 순간 도르트문트에 대한 조롱이 감독들 사이에 돌아다닐 수도 있는 일이다.
축구판은 자존심으로 먹고 산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라 절대 함부로 피하면 안된다. 하필 프리 시즌 중 비어 있는 스케줄을 정확히 짚어 버리다니.. 이건 웰링 유나이티드로 이적한 두 놈들이 입을 좀 털어댔을 것으로 예상이 된다.
"끄응..."
제이미 버캣 감독이 골치아픈 머리를 붙잡고 골머리 아파하고 있으니 수석 코치가 다가왔다.
"그냥 친선 경기지않습니까? 무엇이 그렇게 걱정되시는겁니까?"
"허어..."
수석 코치가 짐을 싸들고 중동의 1부리그 감독직을 맡으러 떠나버렸기에 유스쪽에서 오래 구르던 꽤 괜찮은 실적을 보이던 코치 하나를 수석 코치 자리에 앉혀놨더니 내 눈이 드디어 맛이 간 것일까.
"이 시기가 얼마나 중요한지 모르는게 아닐텐데?"
"...그렇죠"
이제야 알아먹은 듯 하다.
유럽의 각 리그가 프리 시즌에 들어간 이 기간 중 가장 신경을 써야하는 마지막 한 달이다. 이 시기를 어떻게 보내느냐에 한 시즌이 어떻게 되는지가 정해지는 경구도 있기에 상당히 신경을 써야만 한다.
"하아..."
터억!
제이미 버캣 감독이 한 숨을 쉬며 테이블 위로 집어던진 보고서를 젊은 수석 코치가 집어들어서 읽기 시작했다.
"웰링 유나이티드는 작년 부터 떠오르기 시작한 자이언트 킬링이죠? 그... 이름이 기억이 안나는데 여자가 있는 팀"
"이쥐해"
"아 이쥐해"
"후우.. 자네는 공부 좀 해야겠구만."
"...죄송합니다."
"아닐세 우리 클럽이 상당히 바쁜 기간을 거쳐서 베테랑 수석 코치를 구하지 못한게 잘 못이지 아무튼 우리는 대책을 좀 생각을 해야만 해. 그런데 말이지... 내 머릿속에서는 대책이 전혀 떠오르질 않아."
"...이쥐해 능력 보고서가 상당히 눈에 띄는군요. 대부분의 능력에서 S등급으로 체크 되어있네요. 몇 몇 스카우터는 등급을 뛰어 넘는다고 표기를 해놓았구요."
"그래. 수년간 데이터가 모이지 않았지만 상당히 조심해야 하는 선수인건 변함이 없어. 자칫하다가는 우리 도르트문트의 수비수들 멘탈이 전부 나가버릴 수도 있다고"
클럽 소속 선수들의 멘탈 관리는 상당히 중요하다. 물론 그들도 한명의 프로이기 때문에 자신의 멘탈은 알아서 챙겨야만 하는 부분도 있지만, 어쨌든 코치들이 나이도 많고 경험이라는 부분에서 상당히 차이가 있기에 어린 선수들을 챙겨야만 한다.
"그럼 이쥐해를 전담 마크를... 아!"
"이제 생각이 났나? 그 둘이 있지 않은가"
분데스리가에서 상당히 날뛰던 둘이 한 클럽에 들어가 버렸다. 이건 쉽게 볼 문제가 아니다.
"롤랑과 르노입니까... 허어... 이런일이.."
"무슨 갈락티코를 만들기 시작한 레알 마드리드도 아니고 무슨 고작 영국 2부리그에서 이런 스쿼드를 짤 생각을 한거지?"
"굉장하네요.."
"굉장한 정도가 아니야! 이건 지나치다고! 2리그에서 월드 클래스 두명을 영입했는데 주급 제한에 걸렸다는 기사가 나오지도 않는 걸 보면 둘이 엄청나게 주급을 깎아서 들어간 듯 한데... 도대체 이유가 뭐지? 아무튼 그게 중요한게 아니야. 코치진들 다 모이라고 해! 작전 회의에 들어간다."
"네"
제이미 버캣은 한번 회의에 들어가면 상당히 긴 시간 동안 합리적인 계획이 나오기 전까지 끝내지 않기 때문에 수석 코치는 몸서리를 치면서 코치들을 모으러 자리를 비웠다.
***
"영국에 온지 얼마나 되었다고 독일로 다시 돌아가다니"
"다시 돌아가는 건 아니잖아? 왜 이렇게 침울해? 잠시 가족 만날 시간도 있을테니 좋아 해야 하는거 아냐?"
비행기 뒷자석에서 롤랑과 르노가 이야기하는게 내 귀로 들려왔다.
"그런거 아니야. 그냥 기분이 싱숭생숭해서 그래. 난 저니맨 마냥 이 곳 저 곳을 떠돌아 다닌 선수가 아니잖아."
"그렇긴 하네. 너도 참 희한하단 말이지. 나도 남 말할 처지는 아니지만"
하하하 하며 웃는 둘의 목소리를 들으면서 챙겨온 태블릿으로 너튜브에서 동영상이나 보기로 했다.
[오늘은~]
화면안에서 애니메이션 캐릭터로 자신을 꾸며서 방송을 하는게 왠지 웃기기도하고 볼만하다.
요새 너튜브에서 유행하고 있는 버튜버라는건가? 나는 이런데 면역이 거의 없어서 보기가 힘든데 왠지 여자로 변하고 나서는 이런 귀여운게 땡기는 이유가 뭘까?
"뭐야 그게?"
옆에 앉아있던 아틀레이씨가 내 태블릿을 보면서 흥미를 가지기 시작했다.
"아.. 내 사촌 딸이 이런거 좋아하던데"
"몇 살인데요?"
"15인가? 한창 사춘기일때지.. 여자애들도 이런거 좋아한다더라고"
하하하 웃으며 아재스런 표정으로 웃는 아틀레이씨
"호오.. 그렇군요"
"왜. 이런데 관심이 많나? 그러고 보니 너튜브도 꾸준히 하는 듯 하던데"
"네. 아무래도 한국의 팬들을 위해 뭔가를 계속 하는게 좋을 것 같아서요"
"오.. 나도 한번 너의 너튜브 채널을 한번 구경 해봐야겠네..."
흥미로운 표정으로 나를 바라보는 아틀레이씨. 뭐 볼게 있나. 대부분 축구 관련 영상인데
'흐음.. 뭔가 또 재밌는 걸 생각하긴 해야겠네...'
영상의 댓글에는 나에 외모와 축구 실력에 대한 칭찬이 가득하긴 하지만 이런 저런 컨탠츠에 대한 아이디어도 많이 올려준다. 뭐 그걸 꼭 해줄 거라곤 생각하지는 않겠지만, 팬의 마음으로써 쓰는 댓글이겠지.
아틀레이씨는 웃으며 잘 해보라고 말하고는 자신의 태블릿으로 다른 작업을 하기 시작했다.
몇 일간 나로 인해서 엄청난 고생을 한 골키퍼인데 이렇게 밝게 보이다니.. 수 개월간 같이 지내본 느낌으로는 멘탈갑의 느낌이 강하다. 하긴 하위 리그 부터 꾸역 꾸역 올라온 골키퍼가 멘탈이 약할리가 없지.
아틀레이씨가 나를 향해 엄지를 치켜세운다. 하여간 영국 아재들은 리액션이 크다. 이 아재들이 버튜버 같은거 하면 대박을 낼거 같은데, 아무튼 잡다한 상상이다. 딱히 하고 싶은 마음은 없으니 그냥 하는 소리였다.
***
독일은 상당히 분위기가 독특하다고 느껴졌다. 뭐 단체로 이동하는 대형 버스를 타고 이동하고 있지만 주변의 풍경만 둘러보아도 영국과는 많이 동 떨어진 분위기의 나라인 듯 하다. 분명 가까운 나라일텐데도 이렇게 다르게 느껴지는 것도 신기하다. 하긴 우리나라나 일본이나 중국도 상당히 분위기가 다르다고 하니까...
"자자. 다들 이동하자고"
""네 캡틴!""
팀 동료들이 자신의 짐을 챙겨서 이동하기 시작했다. 나는 딱히 짐을 이 버스에 놓지는 않았다. 따로 레베카씨 일행이 챙겨서 가져오는 아주 감사한 케어에 의해 몸만 이동하면 된다.
"흐아암..."
"오우 잘잤나 여왕님?"
"..."
"아하하하!"
"야! 저게 여왕으로 보여? 내가 보기엔 폭군으로 보이는데? 몇일동안 그렇게 박살이 난게 기억이 안나?"
제리가 지나가며 르노를 향해 꽥 하고 소리를 질렀다.
"아하하하! 우리는 당하는 입장이 아니라서 말이지"
"젠장.."
"제리. 정신 차려. 아직도 그럴거야?"
톰이 제리의 등을 퍽 치고 앞으로 나아갔다.
"그나저나 나는 처음으로 뛰는 프리 시즌 친선 경기라고, 분위기는 어때? 실전이랑 비슷해?"
나는 그간 궁금했던 것들을 제리에게 물어보기로 마음 먹었다.
"흐음.. 내가 느낀 걸로는 차이는 많이 나지. 다들 대충 뛰는 느낌은 나더라고. 몇 몇 선수들의 의욕이 과한 느낌도 있는데 그건 주전 경쟁을 하는 선수일거야. 아무래도 여태 2부리그 팀들이랑만 경기를 했었는데 이제 처음으로 1부리그 팀이랑 경기하잖아? 그건 또 다를 거라고 생각해."
"호오..."
"다들 기대하고 있다고! 우리 키티의 활약을!"
아틀레이씨와 캡틴이 내 등을 퍽 치고 지나갔다.
"이 지긋 지긋한 분데스리가의 팀을 상대하러 오다니. 재밌겠네"
롤랑과 르노도 도르트문트의 홈 구장인 지그날 이두나 파크를 바라보며 중얼거렸다.
"자자! 얼른 들어가서 준비하자고! 구경은 나중에 하고!"
감독님이 흥분되는 얼굴로 재촉을 하기 시작했다.
나의 프리 시즌이 드디어 시작된다. 출발점은 독일 분데스리가. 이 여정의 종착이가 과연 어디가 될 것인지 기대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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