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20화 〉 120화. 챔피언십 리그 개막(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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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수 영입에 대한 썰을 조금 푸는 가은과 이기영 해설위원은 현재 영국 2부리그에 대한 현실을 짚어주기 시작했다. 워낙 큰 돈이 갑자기 쏟아져 들어오는 중인 영국 리그에서 쓸만한 선수를 구하기는 하늘의 별따기란 것. 조금만 능력이 있다는 선수들은 영입을 시도하면 본래 자신의 몸값의 두배가까이를 불러버리니 이 선수들을 쓰기 위해 싸인을 하는 건 길게 봤을때 큰 손해라는 것.
아무리 현재 웰링 유나이티드에 큰 손이 왔다고 하지만서도 돈을 아무렇게나 쓸 수는 없는 법이다. 공주님이 마음껏쓰라고 했다고 한들 보고서를 보지 않는 것도 아니다. 만에 하나 크나큰 영입 실수가 생겨버린다면 감독을 경질 해버릴 수도 있는 것이고.
"아무튼 현재 웰링 유나이티드는 적은 선수층으로 수십경기에서 적은 패배로 올라가야만 한다는 것이죠. 결국 프리미어 리그로 진출할 실력이라는 것을 증명 해야만 하기 때문이겠죠."
"프리미어 리그에 진출로 끝나는 이야기가 아니니까요. 진출해서 잔류에 힘을 쏟을 실력이냐. 아니면 상위권으로 치고 올라갈 실력이냐를 증명 해야만 하기 때문이죠."
"이 방송을 지켜보시는 분들은 작년 FA컵을 보셨으면 아시겠지만 빅클럽에 대항할 만한 실력은 충분합니다. 하지만 그게 여러 경기가 되어 데이터가 쌓였을 때는 또 다른 이야기일겁니다."
가은이 자신의 앞에 놓인 종이를 꼼꼼하게 살피며 해설에 온 힘을 쏟았다. 이기영은 옆에서 그걸 보면서 상당히 흐뭇해 했다. 초창기 이지혜 방송으로 해설을 한다기에 그저 재미로만 생각하는게 아닌가 조금 걱정했더니 오랜기간 지켜보니 꽤나 진심을 다해서 일을 하는 걸 보니 이 친구에게 축구에 대해 많은 걸 가르쳐주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네. 축구는 한 경기로 끝나는게 아니니 말이죠. 그런말 많이들 하지 않습니까? 영국 리그에서 뛰어난 활약을 보인 선수에게 스페인 리그에서 증명해야 한다. 이런 이야기들 말이죠"
"하하하! 맞아요! 결국 똑같은 이야기죠!"
축구는 기나긴 역사를 가진 스포츠다. 파고들면 재밌는 이야기도 많고 흥미로운 사실도 많다.
"아무튼 경기가 시작됩니다. 웰링 유나이티드와 선덜랜드 AFC간의 경기가 시작됩니다!"
"웰링 유나이티드의 선발 라인업으로만 보았을 때는 451 그대로 이지만 경기장에서 보니 많이 차이가 나네요?"
가은이 고개를 갸우뚱하며 경기장을 지켜보았다. 축구 전술은 너무나도 많기에 공부를 한다고 해도 끝이 없기에 직접 눈으로 보고 외우는게 빠를 지경이였다. 또한 오늘 웰링 유나이티드의 전술도 처음 보는 것이였고.
"다이아몬드 전술인가요? 중원에 3명이 상당히 근접 해 있습니다. 이지혜 선수를 필두로 롤랑, 그리고 서브 선수인 잭슨 선수가 양 옆에 위치합니다."
선덜랜드의 선공으로 시작된 경기는 공이 중앙에서 크게 벗어나지 못하고 있었다. 긴 패스로 공을 차올려서 큰 신장으로 득점하길 좋아하는 선덜랜드에게는 밀집된 중원이 조금 거슬릴 수 밖에 없었다. 외각으로 패스를 건내서 중앙으로 크로스를 올리는 전술은 외각에 힘이 실리는 것이 아니다. 중원에 힘이 있어야 외각으로 패스를 보낼 수가 있는 것이다.
"선덜랜드가 상당히 고전합니다. 패스가 조금 깁니다! 아! 이지혜!"
[와아아아아아아!!!!!!]
공격을 하려다 미루고 미루니 수비 진영에서 빌드업을 하는 중 미드필더를 바라보고 패스한게 조금 거리가 있던 걸 간과하고 패스를 했다가 순간적으로 튀어나온 이지혜의 발에 그대로 걸려버렸다.
바로 공격권이 웰링 유나이티드로 넘어간 순간 공을 가지고 있는 이지혜 근처에 있던 선수들이 전방으로 달리기 시작했다. 그것을 지켜보던 심슨도 바로 센터백에게 어깨를 부딫히며 자신에게서 시선을 돌리지 못하게 만들었다.
"이지혜 달립니다! 제임슨! 이지혜에게 붙어보지만 바로 롤랑에게 공을 주고 다시 리턴!"
선덜랜드 선수들은 상당히 혼란스러운 모습이였다. 이지혜에게 붙어서 압박을 주면서 공을 다른 선수에게 돌리게 만드는게 작전인데 자꾸만 이지혜 근처에서 알짱거리는 두명의 선수 때문에 접근하기가 영 좋지 않았다.
"이지혜 더 들어갑니다! 크뤼엔! 붙어야죠!"
"공간이 열립니다! 웰링 유나이티드가 억지로 공간을 열어버리네요!"
말 그대로 공을 가지고 있는 이지혜를 양 옆의 선수와 공격수 한명이 센터백들을 묶어버림으로써 수비라인과 미드필더 라인의 공간에 자유롭게 이지혜가 들어가버렸다.
"이 거리는 선덜랜드에게 위험합니다!"
들어가나? 들어가나?
야 선덜랜드 붙지도 못하네 ㅋㅋㅋㅋㅋ
빠르기도 존나 빨라서 어깨로 붙어야하는데 롤랑이 존나 방해함
ㄹㅇ 여왕님을 지키는 기사들 같네 ㅋㅋㅋㅋㅋㅋㅋ
이지혜는 그렇게 전력질주를 하다 적정 거리에서 제동을 걸고 바로 디딤발을 잔디에 강하게 밖아 넣고는 슈팅을 때렸다.
퍼엉!!!!
[이야아아아아아!!!!!!!!!!!!!!!!]
"골!!!! 골!!!!!!!! 전반 5분만에 이지혜가 패스를 컷트 하고 그대로 골을 넣어버립니다!"
"이야! 골대 오른쪽 구석으로 정확하게 빨려들어갑니다! 이 거리는 상당히 위험하단 걸 몰랐나요? 선덜랜드는 어떻게든 이지혜 선수의 슈팅을 방해 했어야만 합니다!"
이지혜는 슈팅을 때리자마자 골이 들어갈 것을 알아 차리고는 그 상태로 원정 서포터즈들에게 달려가 제일 앞의 여성팬에게 안겼다.
"알렉스 감독이 신이 났는지 배로 슬라이딩을 하는 군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ㅅㅂ 알감독 또 저러네
이제 뭔 짓을 할지 궁금할 지경임
난 웰링 골 들어가면 알렉스 감독만 지켜본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이 골을 어떻게 보십니까? 가은 해설위원님"
"선덜랜드의 방심이 크게 작용했고, 웰링 유나이티드의 한방이 잘 먹혔다고 봅니다. 하지만 이 골은 이지혜 선수가 미드필더로 출전한 의미를 아직 정확하게 보여주진 않았죠. 선덜랜드가 정신차리지 못한다면 더 크게 당할 가능성이 크다고 봅니다"
"오오.. 그렇군요. 시청자 여러분들도 즐겁게 경기를 지켜봐주시길 바랍니다."
와 씹 미드필더까지 잘 해버리면...
카드 또 나오겠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아 이지혜 카드 수집해야한다고
이지혜 카드 없으면 겜할 이유가 없잖아
빨리 프리미어 리그 진출해라..
시청자 수는 1만을 조금 넘어가고 있다. 물론 어마어마한 수 인 것은 맞지만 축덕의 인구 수를 생각한다면 아직 너무나도 적은 편. 가은은 더욱 더 힘내서 해설을 잘 해보자고 다짐을 했다.
***
"여왕님 오늘 컨디션 좋은데?"
롤랑이 옆에서 웃으면서 말을 걸었다.
"뭐.. 할만 하네요. 저 놈들이 느린 것도 있지만"
선덜랜드는 그 근본이 자부심이 넘치는 놈들이라 하부 리그 클럽들을 깔고 보는 경향이 크다. 오직 선덜랜드래나 뭐래나 아무튼 그런 마인드로는 평생 올라가지 못할 것이다.
"이 전술은 다 좋은데 머리 좋은 놈이 상대면 별로 쓸모 없을 것 같네."
확실히 느껴지긴 한다. 롤랑과 나의 거리를 잘 볼줄 아는 선수가 상대 중원에 있었다면 오히려 내가 고립될 수도 있다는 것을.
"뭐 그건 그 때 가서 생각해보죠."
선덜랜드 수비수 놈들이 생각이 많은지 빌드업을 상당히 느리게 하고 있다. 한번 패스를 컷트 당한게 마인드에 타격을 크게 줬는지 자신의 중앙 미드필더에게 패스를 보내지 않고 있으니..
"제리! 움직여! 압박해!"
결국 선덜랜드는 풀백을 이용 할 수 밖에 없기에 웰링 유나이티드의 양 쪽 윙어들이 발바닥에 불이 나도록 뛰는 수 밖에 없었다.
"씨발놈들! 틀어박혀있을 생각인가?"
전통적인 영국 축구의 문제점이 이 것이라고 생각된다. 뻥축구를 해야하는데 루트가 막히고 지고있다? 완전 수비적으로 돌변해버린다. 노잼 경기가 되는 일도 잦고
"붙어! 압박해!"
알렉스 감독님이 터치 라인까지 나오셔서 윙어들에게 압박 지시를 내리고 있었다.
'그럼 올라가야지. 안 오겠다면'
내 안의 폭주 기관차에 시동을 조금씩 걸면서 나는 움직이기 시작했다.
"..."
옆에 있던 롤랑도 내가 움직이는걸 보고는 눈치껏 라인을 올리기 시작했다. 동물적인 감각을 가진 그는 나와의 거리를 자연스럽게 벌려주면서 내가 조금더 자유롭게 움직일 수 있도록 공간을 만들어 주기 시작했다.
계속 해서 스퍼트를 하던 제리는 내가 올라오는 걸 눈치 채고 선덜랜드 선수들은 안쪽으로 몰아 넣을 수 있게 더욱더 바깥 쪽으로 움직여주기 시작했다.
'좋았어. 계속 패스를 돌려 봐. 공은... 내가 뺐을 필요는 없을 것 같네.'
웰링 유나이티드 선수들이 눈에 불을키고는 선덜랜드 선수들의 움직임을 지켜보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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