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21화 〉 121화. 챔피언십 리그 개막(5)
* * *
축구는 공평하다. 골대는 공평하게 하나씩 가지고 있고, 선수들고 공평하게 11명씩 존재한다. 하지만 그 공평함이 오히려 불공평함을 만드는 점이 하나의 재미있는 점이 아닐까 싶다.
"선덜랜드 당황하고 있습니다."
선덜랜드 수비진들은 점점 라인을 올리면서 압박하는 웰링 유나이티드에 숨이 막혀 죽기 직전처럼 보였다.
"선덜랜드 패스를 돌릴 장소가 마땅치 않자 그냥 걷어냅니다."
'이대로는 끌려다니다가 패배할 뿐이야!'
'젠장! 패스할 곳이 마땅치가 않아!'
점점 압박해 올라오는 웰링 유나이티드 선수들이 가증스러운지 그들에게 불만스런 표정을 지으며 공을 급히 클리어 하기 위해 차 올려보지만 근거 없는 패스에 대응 해줄만한 선수가 선덜랜드에 존재하지는 않았다.
[이야아아아아아!!!!!!!]
점점 압박해가는 웰링 유나이티드의 모습은 마치 자신이 먹을 먹이를 날카롭고 잔인하게도 도망칠 기회조차 주어지지 않게 구석으로 몰아넣는 모습이였다. 그 모습은 웰링 유나이티드의 서포터즈들에게는 상당히 자극적인 모습이였다.
"젠장! 조금 더 나와서 받아 줘!"
"이런!"
계속해서 피를 말리는 압박 속에 라인을 올리지 못하고 걷어내기만 하자 답답해진 수비수들은 기어코 라인을 내려달라고 팀원들에게 부탁을 하기 시작했다.
"그만 내려! 일단 걷어내고 라인을 올려!"
"아냐 아냐! 너 까지 내려오면 안돼!"
선덜랜드 감독은 다급한지 터치라인까지 다가와서 자신의 선수들을 향해 고함을 치기 시작했다. 선덜랜드 감독의 머릿속에는 애초에 웰링 유나이티드를 이겨먹어보자는 생각을 하지는 않았었다. 단지 심각하게 박살이나서 이 경기를 지켜보는 팬들에게 못 볼 꼴을 보여주지만 말자고 생각을 해왔는데 흘러가는 양상이 심상치 않아서 불안감이 들기 시작한 것이였다.
'저 여자가 움직이는 모습은.. 별로 보고 싶지않아. 어떻게든 저 여자를 피하는 방향으로 가는게 최선이야. 쪽팔리지만 현실을 볼줄 알아야지'
선덜랜드 감독은 계속해서 나를 주시하며 양손을 바깥쪽으로 휘둘러댔다. 분명하게도 외각으로 공을 빼라는 사인일 것이 분명하다.
"집중해! 일단 걷어내고 달려! 몸이라도 부딫혀서 박살내버리라고!"
실력이 부족하다면 열정이라도 보여주어야만 한다. 서포터즈들이 가장 보기 싫어하는건 실력차이가 난다고 해보지도 않고 기가 죽은 모습으로 아무것도 못하고 지는 것이다. 그 순간 자신은 바로 경질이 될 것이고, 서포터즈중에 한심함을 참지 못하고 탈주하는 사람들도 나올 수도 있는 것이였다.
'도저히 답이 안나오는 구만, 이건 답이 없어. 젠장! 빨리 2부리그에서 꺼져줬으면 좋겠네.'
선덜랜드 감독은 용의 꼬리보다는 뱀의 머리가 좋은 소인배라 딱히 필사적으로 프리미어 리그로 승격할 생각이 없는 감독 중의 한명이였다. 2부리그인 챔피언십 리그도 충분히 인기도 많고 큰 시장이라 인식이 나쁘지 않다는 점도 있다는 것이였다.
***
"조금만 더 가면 될 것 같은데.."
수비에 미친 듯이 집착을 하기 시작하면 뚫기가 여간 힘든게 아니다. 마치 거북이마냥 고개만 잠깐 쏙 내밀다 튼튼한 갑옷 안으로 숨듯이 내 시야에 골대는 쳐다도 보지 말라는 듯이 시야를 가려버린 빨간색과 하얀색 스프라이트 유니폼. 선덜랜드가 원래 이런 팀인가? 내 옛날 기억에는 꽤나 상남자스런 팀이였는데..
아까부터 밀집해 있는 선덜랜드 놈들을 조금이라도 흐트려놓기 위해 이리저리 움직여 보았지만 딱히 의미가 있지는 않았다. 이런 상황에 내 단점이 크게 들어나는데 다행인건 다른 사람들은 잘 모른다는 점이다.
만약 일반적인 선수였다면 경험으로 인해 이런 저런 방안을 생각하고 자율적으로 움직이겠지만, 나는 아무래도 축구 경력이라고는 아직 1년도 채 되지 않았기에 뇌정지가 올만한 상황에서 시원하게 행동하지 못하고 있다.
'여기 여기!'
저 왼쪽에서 이리 저리 움직이던 제리 녀석이 손 동작으로 마치 나에게 오라는 듯이 사인을 보냈다.
'쟤들 나 보고있어!'
나는 선덜랜드놈들이 계속 해서 나를 지켜보고 있다는 듯이 선덜랜드놈들은 가르키고 두 손가락으로 내 눈을 찌르듯이 보여준다음 나를 가르켰다.
제리는 그래도 상관 없다는 듯이 선덜랜드가 다시 클리어를 해버리는 사이에 나에게 크게 손동작을 하며 오라는 듯이 행동했다. 나는 그 것을 보자마자 스위칭 사인을 보내고 바로 슬금 슬금 제리에게 이동을 했다.
"...이제 할 수 있을 것 같아. 이 쪽엔 틈이 생겼어."
"...오케이"
제리가 어떻게든 수비수의 틈을 보았는지 틈을 파고들을 드릴 전차를 소환한 것이다.
'이번만 뚫어내면 끝이야. 이런 겉으로 견고해 보이는 성은 성벽을 한번 무너뜨리면 다시 세울 생각을 하지 못하는 법이니까'
일단 한방에 뚫기 위해 선덜랜드의 시선을 반대 방향으로 돌릴 필요가 있었다. 내가 때리길 기다리게 만드는게 아니라 생각지도 모를 타이밍에 아구창을 돌려놔주어야 넋 놓고 기절하지 않겠는가?
"...가! 제리!"
나는 클리어 된 공이 다시 웰링 유나이티드 수비수 부터 빌드업되어 올라오기 시작한걸 확인하고 제리에게 사인을 주었다. 제리는 바로 롤랑에게 사인을 주었고 롤랑은 다른 근처의 선수들에게 사인을 줄 것이다.
시선은 공과 움직이는 선수에게 따라가는 법이다. 나는 라인을 내려 나를 마크하는 선수가 나에게서 시선을 떨어트리게 만들고 제리는 왼쪽 사이드에서 중앙으로 움직이며 자신의 마크의 시선을 오른쪽으로 돌리게 만들어주었다. 그래도 제리가 꽤나 준족인 편이라 신경을 안쓸수가 없다는게 다행이다.
"움직여! 중앙으로! 다 같이 모여서!"
"빨리! 마크 확인해!"
웰링 유나이티드의 공격 타이밍의 순간이 온 것 같은지 선덜랜드는 다급해지기 시작했다. 아무튼 골만 먹히지 않는다면 본전은 뽑는 것이다. 선덜랜드 선수들은 긴장이 가득한 얼굴로 자신의 마크를 확인 할 새도 없이 공이 움직이는 오른쪽과 스프린터들이 움직일만한 중앙에서 견제를 하기 위해 움직였다.
"그녀석은?!"
"집중해! 오른쪽! 크로스 조심해!"
"씨발! 그 미친년 어딨냐고?!"
바쁘게 움직이던 사이 나의 부재를 눈치챈 한명이 있는지 소리를 꽥꽥 지르기 시작했다. 꽤나 억양이 강한 사투리라 상당히 공격적으로 들려왔다.
"여지 17번! 마크!"
"좋아! 더 붙어! 올라온다!"
"그 여자가 안보여! 어딨어?!"
"?!"
점차 자리를 잡아가는 선덜랜드 선수들에게 파장이 조금씩 퍼지기 시작했다. 마치 견고한 성벽에 금이 가듯이..
나는 더 이상 지체하면 늦는다고 생각하며 오른쪽으로 제리가 공을 받기 위해 움직이는 사이 왼쪽 사이드를 달리며 중앙의 롤랑을 바라보았다. 나는 눈 빛으로 한번 롤랑을 노려보고 바로 스퍼트를 시작했다. 이제는 롤랑의 발 감각을 믿는 수 밖에 없다.
톰이 오른쪽으로 올라오면서 제리에게 바로 패스를 건내준다. 선덜랜드의 왼쪽 풀백은 갑자기 제리가 튀어나와 혼란스러웠는지 바로 붙지 않고 주변을 둘러보았다. 제리가 왔으니 공격에 참여한 선수들이 더욱 늘어날 수 도 있다고 생각 한 것이였다.
"마크 확인해!"
공이 페널티 박스 근처까지 다가오기 시작하자 선덜랜드는 더욱더 다급해지기 시작했다. 마치 더 이상 다가오면 물어버리겠다는 고양이 마냥 다들 몸을 웅크리고 부딫힐 준비를 하는걸 보니 그래도 싸울 마음은 있는가 보다.
"온다!"
드디어 제리가 움직이기 시작했다. 오른쪽 윙어로 출전한 마이크라는 26살인 2군 선수가 오늘 열심히 뛰어주고 있었다. 친하지는 않지만 얼굴을 자주 보았다. 이 친구도 밑바닥에서 올라와서 그런지 상당히 성실하고 책임감이 있다. 축구를 잘하냐고 묻는다면 그렇지는 않다고 솔직하게 말할 수 밖에는 없지만 괜찮은 친구다.
마이크가 제리를 대신해서 왼쪽으로 움직이며 제리가 조금 편하게 움직일 수 있도록 공간을 만들어 주면서 공을 받아주었다.
"걷어내! 골대랑 가까워!"
선덜랜드의 골키퍼가 수비 라인 조율을 하기 시작했다. 그렇다면 선수들의 시선은 공으로 몰린다. 라인을 조율하는데에는 공의 위치가 가장 중요한 법이다.
나는 그나마 나에게 붙은 한명의 마크를 이끌고 선덜랜드 선수들의 사이를 뚫고 들어가기 시작했다.
"크읍!"
"몸으로 막아!"
현재 중앙은 선수 밀집도가 서울 번화가의 주말마냥 낑겨있을 정도로 수비 간격이 좁다. 나는 억지로 사이를 힘으로 밀고 들어가며 요령은 없지만 자리를 만들기 위해 어깨를 최대한 벌리고 럭비 선수마냥 밀어댔다.
"이쪽으로 공 못오게 해!"
"제리!"
나는 어떻게든 중앙을 뚫고가면서 제리가 볼 수 있도록 손을 번쩍 들고 달려갔다.
"젠장! 온다! 패스 막아!"
선덜랜드는 나를 포위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무엇이 두려운지 더욱 더 공이 지나갈 수 없도록 패스 루트를 조이기 시작했다.
하지만 나는 제리가 나에게 패스를 하길 원한게 아니였다. 결국은 나에게 오긴 하겠지만 내가 힘으로 밀고 오면서 뒤따라온 롤랑은 더욱 큰 공간이 생기고 말았으니까 롤랑에게 패스를 보내 주는 것이 효율이 좋을 것이다.
롤랑의 완숙함은 선덜랜드 선수들을 완벽하게 속여넘겨 내 뒤를 따라오는 선수가 한명 더 있다는 생각은 하지도 못한 채 시선을 제리와 나의 패스에만 신경을 쓸 수 밖에 없었고 마이크와 패스를 주고 받던 제리는 편하게 자리를 잡은 롤랑에게 공을 건내주었다.
"어어!"
"쉣! 붙어!"
"..."
텅!
그래도 수비 간격이 너무나 좁았기에 수비수와 롤랑과의 거리는 그렇게 먼건 아니다. 빠르게 달라 붙어보지만 롤랑은 침착하게 공을 센터백 사이로 굴렸다. 확실히 패스 수준도 굉장하다는게 느껴져왔다. 내가 뛰는 순간에 맞춰 절묘한 속도로 굴리는 패스는 내 등 뒤에 소름이 돋게 만들정도였다.
'이렇게 기회를 만들어 주었는데... 이 걸 못 넣으면 기절하겠지?'
이미 센터백보다 먼저 스퍼트를 끊었다. 마지막 수비라인과 골키퍼와의 거리는 5m가 채 되지 않을 정도로 가까웠지만 순식간에 달려든 나를 보고는 선덜랜드 골키퍼는 얼굴에 절망스러운 표정을 띄우고 말았다.
툭!
몇 번의 경험으로 이런 공을 힘으로 차려고 하면 더욱 시간이 걸리고 만다. 나는 몸과 머리가 이끄는 대로 공을 툭하고 가볍게 건드렸고 공은 허겁지겁 달려든 골키퍼 사이로 굴러가 가증스런 넛메그로 골을 넣었다.
[이야아아아아아아아!!!!!!!!!]
둥둥둥둥!!
언제나 힘으로 밀어 붙이며 막히면 중거리로 골대를 찢어놓고 혼자 드리블로 제끼며 어거지로만 넣다가 이런 아름다운 패스 연계로 인한 티키타카 플레이를 보여주니 웰링 유나이티드 서포터즈들은 황홀함에 빠져들기 시작했다.
나는 우리팀 골대로 달려가기 시작한 알렉스 감독님을 슬쩍 바라보고 팀원들과 함께 골 셀러브레이션을 하러 달려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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