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23화 〉 123화. 웰링 유나이티드의 일상(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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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하루 공주님이랑 마실을 다니기로 했다.
나의 일상은 매일 챗바퀴마냥 돌아갔는데 경기가 없는 날이면 오전과 오후 약 세시간 가량 훈련을 하고 나머지는 자유로운 시간이다. 그 시간 동안 나는 마땅이 할만한 것이 없기에 가은 언니와 영상을 만들거나 하면서 집에 틀어박혀있는 경우가 많았기에 이렇게 밖을 돌아다니는 일은 별로 없었다. 물론 런닝을 제외하고 말이다.
축구 선수의 삶은 뭔가 특별할 것이라고 옛날의 나는 상상했었건만 나의 상상과는 많이 다르다는 것이 현실이겠지.
"여기도 꽤나 변하지 않았나요?"
공주님이 슬쩍 웃으며 내 어깨를 톡톡 건든다.
확실히 이렇게 구장내를 돌아다닐 일이 거의 없었기에 변화한 구장을 파악하지 못하고 있었다.
웰링 유나이트의 홈구장인 파크 뷰 로드는 애초에 쓸만한 구장이였다. 심각하게 가난한 구단이 아니기도 했고.. 하지만 조금씩 공사를 진행하면서 바뀐 구장의 모습은 내 상상을 초월하는 모습이였다.
그래도 깔끔하고 조금 미래지향적인 느낌이 나던 구장이였는데 이제는 진짜 미래에 와있는 기분이였다. 복도를 걸으면서 옆을 보니 복도를 가득 메우고 있는 LED전광판 같은 것이 선수들의 모습과 이런 저런 장면들이 지나가고 있었다. 이런 과학적인 문명에 관한건 일체 아는게 없기에 그냥 속으로 '우와'하면서 구경할 수 밖에 없었다.
중간에 필드로 통하는 통로로 필드가 보이는데 선수들이 훈련하고 있는 모습이 보였다.
"좋아 한번 더!"
"헥! 헤엑!"
"이런 씨발! 이러다 우리 다 죽어!"
"이 정도론 안죽는다 이 새끼들아!"
'제리와 톰 녀석들이네..'
코치들이 상당한 스파트타식 훈련을 강행하고 있었다. 상당한 잠재력을 가지고 있는 녀석들이니 이렇게라도 강하게 가르쳐서 무언가를 깨닫게 해준다면 그들은 머나먼 미래에 코치들에게 엄청나게 감사한 마음을 가지고 살게 될것이다. 지금은 쌍욕을 하더라도 말이다.
경기장으로 이어지는 복도는 일반적인 관중들의 시선과는 동떨어진 장소인데도 불구하고 상당히 화려하다. 천장의 LED 전등마저도 돈을 덕지 덕지 바른 물건의 티가 난다.
복도 구석 구석에 설치 되어이는 소형 카메라가 눈에 들어온다.
"카메라가 설치되어 있네요? 최근 경기에서는 전혀 눈치 채지 못했었는데요..."
"아! 그렇군요. 아무래도 눈에 띄는 위치는 아니니까요.. 저건 프리미어 리그에 승격하게 된다면 제작 하게 될 다큐멘터리를 위해 설치한거에요!"
다큐멘터리라.. 하긴 꽤 예전부터 승승장구 하거나 커다란 서포터즈가 존재하는 클럽은 종종 다큐멘터리를 제작하기도 했다.
조금 머릿속에서 우리 웰링 유나이티드의 다큐멘터리를 상상해 보아도 꽤나 좋아할 만한 사람들이 있다는게 떠올랐다.
기본적으로 웰링 유나이티드의 서포터즈들.. 지역 주민들이긴 하지만 상당히 과격하고 친근한 사람들이다. 그 사람들은 아마 다큐멘터리를 틀자마자 눈에서 눈물을 쏟아내고 말 것이다.
그 다음으로는 한국인들이겠지.. 언제나 그렇듯 국뽕에 살고 국뽕에 죽는 사람들이니까, 과한 국뽕을 혐오하는 사람들도 있겠지만 그건 둘째치더라도 과한 국뽕을 들이키고 싶어하는 국뽕 중독자들이 더 많은게 현실이다. 가뜩이나 스포츠계에서는 경기를 제외하고는 스포츠 스타들을 볼 기회가 상당히 제한적이기 때문에 이러한 미디어에 노출 되는 걸 상당히 기대할 수 밖에 없다. 기껏 해봐야 내 너튜브 채널 밖에 없으니까..
"꾸준하게 자료를 모으고 있어요~ 조만간 라커룸쪽도 손보면서 설치하려고 해요.. 라커룸은 아직 그대로라.. 아쉽네요. 얼른 시작해야하는데..."
경기가 꾸준하게 있기에 라커룸은 공사를 진행하기 곤란하다는 공주님.
"하하. 아무래도 전체적으로 손보고 있으시니까 조금 늦는 장소도 있는거겠죠. 다른 곳도 있나요?"
"물론이죠! 이제 이쪽으로 오세요 후후"
공주님은 즐거운 표정으로 나의 손을 꼬옥 잡고 끌고 복도를 나가기 시작했다.
슬슬 걸어가며 마주치는 클럽 직원들의 표정은 정말로 밝다 못해 빛이나는 수준이였다.
"안녕하세요!"
"오! 공주님이랑 여왕님이 같이 계시네요? 왠일이래?"
"하하하! 안녕하세요..."
"식사는 하셨어요? 오늘 밥 맛있더라구요~"
"아! 조금만 둘러보고 갈거에요. 생각보다 제가 못 본곳이 많더라구요..."
"하하! 어쩔 수 없죠~ 왠만큼 구장이 커야 말이죠.. 직원들도 안가본 곳이 많을 걸요?"
커피를 한손에 들고 걸어가던 여직원 두명이 서로의 얼굴을 바라보며 웃었다.
"응? 직원들도 안가본 곳이 있다구요?"
나는 의문스러운 표정으로 둘을 바라보았다.
"물론이죠~ 저만 하더라도 제가 일하는 사무실 반대쪽은 거의 가보질 못했는 걸요? 산책 삼아서 걷는다고 해도 너무 커서 다 돌지 못해요~"
"맞아요 맞아요. 게다가 중간 중간 휴식할 만한 공간이 너무 많아서 들르다보면 금세 사무실로 돌아와야 하거든요~"
"그나저나 미스 쥐해 얼굴을 보니까 너무~ 좋네요~ 맨날 운동한다고 틀어 박혀 계셔서 얼굴 보기가 너무 힘든 선수 중 한명이잖아요?"
"그러니까 말이야~ 톰씨랑 제리씨는 둘이서 뭐가 그리 좋은지 이리 저리 잘 돌아다니시던데..."
"호오.. 그 둘이 그렇게 놀러 다니나요? 이 녀석들.."
"하하하! 그래도 보기 좋더라구요~ 거의 단짝인 것 같던데요? 그런 긍정적인 분위기가 라커룸까지 퍼지는 법이니까요~"
그렇게 마주치는 직원들과 이런 저런 수다를 떨다보니 배가고파 이동하면서 식당에 들르기로 했다.
"후훗.. 그래도 얼추 클럽의 미래가 그려지기 시작하고 있죠?"
"...맞아요. 처음 웰링 유나이티드에 입단할 때는 막연하게 아무생각 없이 들어왔는데.. 이렇게 빠르게 변화할 줄을 상상도 못했죠. 하하'
"저는 한번 하면 대충하는 법이 없어요! 제가 제일 좋아하는 사람이 있는 곳이기도 하고.. 제가 할 수 있는건 이런 것들 뿐이니까요?"
공주님은 후훗 하며 우아하게 웃었다.
평소와는 전혀 다르게도 수행원과 같이 이동하지 않고 오로지 단둘이서만 움직이는 것도 처음이다.
선수들과 직원들이 함께 식사하는 이 구내 식당은 상당히 세련됬다. 공주님이 클럽에 돈으로 치덕 치덕 바를때 최우선으로 실시된 장소 중 한 곳으로 이용하는 사람들의 만족도가 상당히 높다.
나는 공주님과 함께 입구 앞에 놓여있는 커다란 키오스크를 이용 했다.
지잉
자동으로 무언가를 서치하는 듯한 소리가 들려왔다.
[사용자 미스 이지혜 확인되었습니다.]
안면 인식으로 나의 얼굴을 확인한 후에 나에게 할당되어있는 식단 목록이 화면에 주르륵 나왔다.
"으음..."
확실히 여기서 먹는 식사는 상당히 맛있다. 엄청난 연봉으로 모셔온 쉐프들이 즐비해서 그런지 음식의 수준이 남다른데 문제는 내가 먹고싶은 것만 먹을 수가 없으니 그 것또한 스포츠 선수의 고뇌가 아닐까 싶다.
나에게 배정된 메뉴들은 고단백 식단이였다. 최근들어 몸의 성장이 다시 시작되었는지 백색 근육이 엄청나게 활성화 되고 있다는 스포츠 과학자분께서 나에게 조언을 해주었다. 뭔 소린지 잘 못 알아 듣긴 했지만, 충분하지만 너무 고중량의 운동은 자제하고 질 좋은 고단백 음식을 충분히 섭취하면서 꾸준한 유연성 증가를 도모하라고 했다.
화면에 떠 있는 추천 메뉴를 대강 선택하고 옆으로 나와서 공주님이 자신이 먹고 싶은 메뉴를 고르는 걸 기다렸다.
"밥은 어때요? 만족스러우신가요?"
톡 톡 스크린을 터치하며 나에게 말을 거는 공주님.
"만족스럽죠. 예전에 한국에 있을 때에는 이런 음식을 먹을 기회조차 없었으니까요.."
"흐음..? 지혜씨라면 어디서 무엇을 했어도 이 정도 대우는 받았을 걸요?"
아.. 공주님은 나의 비밀에 대해 모른다. 안타깝게도 설명할 방법이 없기에 그냥 슬며시 웃을 수 밖에 없었다.
참 사람 인생이란게 어떻게 변할지 모르는 것 같다. 누가 알았겠는가 한심한 인생을 살던 한 청년이 다리 사이의 소중이를 잃고 세계적인 명성을 얻기 시작했다는 것을.
자리에 앉아 있으니 서빙 해주시는 직원 분께서 음식을 가져다 주었다. 식판에는 맛있어 보이는 음식이 김이 모락 모락한 채로 우아한 자태를 뽐내고 있었다. 색은 대부분 갈색인 고기와 단백질 성 식물 뿐이라 조금 부담스럽긴 했지만.
"이따가 가은씨도 잠깐 온다고 하네요~ 같이 남쪽 구역에서 데이트 하도록 하죠~"
"하하 그래요.. 공주님은 여기에서 생활을 할만 하세요?"
"물론이죠~ 제 삶은 너무나 지루했었답니다. 그다지 하고 싶은 건 없고 남는 건 돈 뿐이라 쇼핑만 주구장창 하는 삶을 살고 있었으니까요.. 이제 제가 지키고 보담고 싶은 보물을 발견 했죠."
왠지 나를 바라보는 공주님의 눈 빛이 조금 무섭다. 아무튼 공주님도 즐거운 삶을 살고 있나보다.
냠 냠... 맛있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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