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여자로 변해서 챔스까지!-124화 (124/124)

〈 124화 〉 124화. 웰링 유나이티드의 일상(3)

* * *

"여기에요 가은씨!"

부드럽게 진입해서 들어오는 고급 차량이 주차를 하고 뒷자석에서 내리는 가은 언니를 향해 공주님이 왼팔을 휘두르며 불렀다.

가은 언니는 나와 공주님이 마중나와있는 걸 보고는 도도도 하며 달려왔다.

"어어! 뛰지마! 위험하게!"

내 눈에는 조그마하고 귀여운 여자이기에 혹여 넘어지지 않을까 노심초사하는 마음이 들었다.

가은 언니는 달려오는 힘으로 팔을 벌린 내 품속으로 쏙 하고 들어왔다.

"헤헤~ 뭐하고 있었어?"

"구장 투어하고 있었지. 오늘 할 일 다 끝나고 온거야?"

나는 내 가슴 위로 올라온 가은 언니의 머리를 살살 쓰다듬으며 물어보았다. 여성 특유의 기분 좋은 향기가 콧속으로 들어와 행복하게 만든다.

"오~ 그래서 날 부른거구나? 아무튼 나도 바쁜건 거의 끝냈으니까 이제 좀 쉬어야지~"

가은 언니는 끄응 하며 기지개를 피면서 말했다.

"음... 언니 요새 집안에 오래 있었으니까 좀 걷기도 해야지?"

"하하하.. 그렇긴 해~ 요새 허리가 좀 아픈 것 같기도 하고..."

얼굴을 찌푸리며 허리를 톡톡 두드린다.

"운동 선수랑 지내는데 몸이 망가지면 내가 욕먹는다고~ 앞으로는 아침에 나랑 같이 런닝 하자?"

"...싫어!"

"싫긴 뭐가 싫어"

"너는 너무 전투적으로 런닝하잖아.. 내가 같이 가는게 민폐인 수준일텐데?"

"하하하! 아무래도 그건 좀 힘든가?"

나랑 가은 언니가 시답잖은 잡담을 하는 동안 공주님은 가은 언니가 들고온 서류들을 훑어보고 있었다. 나는 옆에서 공주님이 읽고 있는 서류를 슬쩍 쳐다보았다.

­ 마디다스 이지혜 독점 클래스 (이지혜 에디션) 디자인 계획 ­

'음...?'

눈에 들어오는 문장은 나를 상당히 놀라게 만들었다.

"지혜씨 이거 어때요? 해볼만 하지 않나요?"

공주님은 종이를 팔랑거리며 나에게 말했다.

"저는 아직 그런걸 할만한 위치의 선수가 아닐텐데요...?"

선수들의 이름을 걸고 나오는 스포츠 웨어들은 상당히 옛날부터 많이 나왔다. 하지만 그 선수들은 각자의 종목에서 세계적으로 이름을 날린 말 그대로 월클이라는 칭호가 아깝지 않은 사람들이다. 나는 아직 프리미어 리그에 진출하지도 않았을 뿐더러 딱히 대단한 상을 수여한 선수도 아니다. 말 그대로 급이 부족하다고 생각이 들었다.

"이런건 본인의 의사로 결정이 되겠지만은 업체에서의 실행 의사는 소비자들의 의사가 더 중요한 법이거든요"

"소비자들의 의사요?"

"네. 마디다스 고객들이 이지혜 에디션을 원하는 요청이 상당히 많다고 하더군요. 기업 입장에서는 고객들이 원한다면 어떻게 해서라도 판매를 하는게 이득이니까요."

이야기를 들어보니 올림픽이 끝나고 부터 접근이 있었다고 한다. 하지만 그 당시에는 마디다스 내부에서도 확실히 정해지지 않았던 사안이라 나에게 전달을 하지 않은 듯 했다. 그러다 확실히 내부에서 계획이 잡혔는지 계약서와 나의 의사를 묻기 위해 연락을 해왔다고 한다.

"어.. 이게 초안인가요?"

디자인 초안이 함께 동봉되어서 나에게 전달되었다. 종이에는 꽤나 자세한 축구화 디자인이 그려져 있었다. 나는 디자인에 대해 완벽하게 문외한이고 아직까지 평범한 남자의 센스가 남아있기에 이런 패션 감각이 뛰어나지 않았다. 단지 현재 내 육체가 압도적으로 뛰어나 평범한 것도 대단한 패션으로 뒤바뀔 뿐이니까.

아무튼 종이를 꼼꼼히 읽어보니 흰검으로 꽤나 세련되어 보이는 디자인 하나와 빨흰으로 강해보이는 디자인 하나가 있었다.

계약금은 단기 디자인 후원성 계약으로 1년에 100억과 이름값으로 50억원정도 별 성적이 없는 나로서는 파격적인 계약이 아닐 수가 없었다.

"...디자인은 전문가들이 잘 만들어주겠죠? 제가 보기에는 꽤 좋아보이는데요?"

"아직 급하게 정하지 않으셔도 괜찮아요~ 마디다스 뿐만 아니라 다른 스포츠 웨어 업체에서도 눈독을 들이고 있을테니 우리가 저자세로 나갈 필요가 없어요. 지혜씨의 미래 가능성을 본다면 이건 푼돈인 수준이니까요. 시간이 지나면 지날수록 지혜씨의 몸값도 올라갈테니 저 쪽에서 오히려 다급해 질거랍니다?"

역시나 돈에 관한건 공주님이 빠삭하게 잘 아는 것 같다. 만약 나였다면 억대로 굴러들어오는 돈에 눈이멀어 바로 계약서에 사인을 해버리고 말았겠지. 이래서 전문가가 중요한 건가보다.

"그리고 가장 좋은건 이런 스포츠 웨어 계약을 한다면 한국에 있는 지혜씨 센터에 스포츠 용품이 지원들어간다는 거겠죠."

내가 거의 방치 하듯이 운영하고 있는 센터가 머릿속에 생각났다.

'...그 아이는 잘 지내고 있으려나?'

나는 머릿속에 떠오르는 한 아이를 생각하며 센터에 도움이 될만한건 최대한 좋은 조건으로 받는게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아무튼 조금 더 지켜보죠. 급해봤자 좋은건 저쪽이니까요."

가은언니와 공주님은 내 양팔에 팔짱을 끼고서는 구장으로 걸어들어갔다.

"여기서 왼쪽으로 쭈욱 가면..."

나는 입구에 걸려있는 구장 안내 팜플릿을 하나 집어들고 구장 지도를 보았다. 구장안의 시설이 상당히 늘어나고 아직도 추가가 되고 있는 중이라 팜플릿 자체도 상당히 크다. 접혀있는 팜플릿을 이리저리 피면 넓은 크기의 종이 한면에 구장 내부 지도가 크고 자세하게 적혀있었다.

"일단 오늘은 대충 눈으로 구경만하고 가죠. 시간이 많이 늦었으니까요.."

공주님은 다음에 다시 돌자며 아쉬워 했다.

"에이.. 나 온지 얼마 안됬는데.."

"온김에 밥이나 같이 먹고 가죠? 우리 셋만 있는건 오랜만인데.."

"후후.. 그래요! 잠시만요! 제가 맛집을 알아요! 그리고 아직 지혜씨에게 전해드릴 말도 있구요 후훗."

우리는 그렇게 대충 눈으로 한번 훑고는 구장 밖으로 나갔다.

***

"조만간 각종 컵경기들이 시작될겁니다."

축구는 리그 경기만 하지 않는다. 작년 리그컵에서 준우승이라는 뛰어난 성적을 보여주었지만 이제는 다시 도전하는 입장이 되었다. 예상으로는 리그컵은 8강까지 FA컵은 4강까지는 진출 할만 하다고 보고있다. 하지만 축구는 무슨일이 일어날지 모르는 법이다. 그러니 웰링 유나이티드를 이끌어가고 있는 감독의 입장으로서는 잘 생각해야만 했다.

"선수층이 얇은게 문제입니다."

"하아.. 그렇지. 제일 큰 문제야."

"1군 선수들은 대부분이 1부리그 수준의 선수들이지만 그 외의 선수들은 쓸모없는 수준입니다."

잔혹하고 냉철한 말이였다. 쓸모없다니. 선수들이 이 자리에서 들었다면 반드시 상처입었을 테다.

"그렇지. 최대한 방출이랑 임대로 내보내고 있지만, 들어올만한 선수가 부족해"

알렉스 감독은 수석 코치의 잔혹한 말에 긍정적인 동의를 보냈다. 괜한 동정을 보내면 팀에 오히려 손해이고 본인들에게도 좋을 것이 없는게 분명할 것이다.

이적 시장은 아직 열리지 않았다. 하지만 필요한 선수들을 미리 물색해 놓을 필요성이 있었다. 아니 물색해 놓았지만 영입에 차질이 생겨 영입을 하지 못한 선수들이 산더미 만큼 쌓여있을 뿐이였다.

이유는 여러가지가 있었다.

웰링 유나이티드가 자본이 엄청나게 늘어났다는걸 알게된 선수들은 말도안돼는 금액을 제시했다. 물론 이런 손해 보는 장사는 거절. 물론 공주님은 눈깜짝하지 않을 테지만, 소식을 듣는 서포터즈들의 반응은 반대일 것이다.

현재 주가가 치솟고 있는 이지혜에게 편승해서 반대급부를 취하려는 잔머리 좋은 녀석들. 눈치 좋은 에이전트들과 수석코치는 이런 선수들은 이지혜에게 좋지 않은 영향을 끼칠 것을 염려해 제외 했다.

이외에 웰링 유나이티드를 오로지 발판으로만 생각하는 선수들. 물론 이지혜는 제외다. 그녀로 인해 얻은 이득이 상당하니까.

"하아.. 고민이 되는군. 정말 쓸만한 선수가 없나?"

"네.. 현재로써는 별로 눈에 띄는 선수가 없습니다. 1부리그에서 쓸만한 선수들은 팀에서 놓아주지 않으려고 하고 있고... 우리 클럽 이념에 맞는 선수들은 소속 클럽에 충성심이 강하더군요.."

"영국리그에 소속되어있는 선수들은 불가능한 정도인가?"

"좀 힘들 것 같습니다. 유럽 외각 쪽으로 눈을 돌려봐야 할 것 같습니다."

"그렇군.. 하아.. 바쁘게 움직여야지"

그래도 행복한 고통이다. 옛날이였으면 상상도 못했을 일이건만 선수하나 영입 잘했다고 스노우볼이 어마어마하게 굴러가고 있었다. 과거의 자신들을 만난다면 격하게 키스를 해주고 싶은 마음뿐이였다.

"선수들의 컨디션은 어떤가?"

"현재로써는 문제 없습니다. 아직 경기가 많지는 않으니까요. 부상자도 없고 아주 완벽한 상태입니다. 지금 당장으로써는 1부리그 진출에 힘을 최대한 싣는 것이 좋은 판단으로 보입니다."

"흐음.. 하지만 또 컵경기를 소홀히 하면 바로 서포터즈들에게서 반발이 나올텐데.."

"하하하.."

우우우웅...

그때 알렉스 감독의 책상에서 진동이 울렸다. 알렉스 감독은 책상위에 쌓여있는 서류를 대충 걷어내니 화면이 켜져있는 핸드폰이 보였다.

"...으음?"

한동안 자신의 핸드폰을 쳐다보던 알렉스 감독은 의문스런 목소리를 내었다.

"왜그러십니까?"

"음.. 에이전트 회의를 잡아달라는 요청이야. 다음주 금요일. 꽤 쓸만한 녀석들을 찾아냈다는데?"

"오오.. 그렇습니까?"

"상황이 좀 나아졌으면 하는군.."

그렇게 꽤 오랬동안 알렉스 감독의 사무실은 불이 꺼지질 않았다.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