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용사일행 출신 사제의 우울-30화 (30/137)

〈 30화 〉 6. 여우와 늑대

* * *

6.여우와 늑대(3)

"아후후.."

낮게 내리깐 야릇한 웃음소리가 귀를 간질인다.

"... 발정기 때문이라면, 그때 해결해 줬을 텐데.."

"에단, 내가 단순히 성욕 때문에 당신한테 안기는 거라고 생각해?"

".. 그야..."

"그런 이유 때문이라면, 노예를 쓰면 되는 일이겠지. 하지만.. 나는 그렇게 하지 않잖아?"

그녀에게 있어 기분 나쁠 수도 있는 말이었지만, 그녀는 차분히 반박하며 입고 있던 가운의 허리 끈을 손끝으로 풀어낼 뿐이다.

"내가 왜 당신에게만 몸을 허락하는지, 사실은 알고 있잖아. 정말.. 심술궂다니까."

흥, 하고 새침한 콧소리를 내며, 옆으로 비스듬히 돌아서서는 꼬리 끝으로 내 턱을 가볍게 두드린다.

그녀의 말대로다.

나는 그녀가 이렇게나 나를 신경 써주고, 호의를 베풀고, 그녀 자신의 몸을 허락하는 이유를 알고 있다.

알고 있으면서도 괜히 발정기라는 맞지도 않는 핑계를 언급하며, 그녀의 감정에 대한 책임으로부터 벗어나려 하고 있었다.

그녀가 나를 너무나도 신경 쓰는 탓에, 오히려 그녀의 진심을 내게 말하지 못하고 있다는 걸 알고 있으면서도.. 나는 꼭 이렇게 실례되는 말을 하고야 만다.

그러면 그녀는 장난치듯 넘어가 주고, 나는 이에 못이기는 척 그녀와 관계를 맺는다.

무책임하다고, 이기적이라고.

누군가 그렇게 나를 매도하더라도, 틀린 말이 아니기에 뭐라 할 말이 없다.

"당신은 안벗을 거야? 아니면.. 혹시 그럴 기분이 안드는 거야?"

그녀의 몸과 마음을 받아들이는 내 불성실한 태도는 둘째치고, 그럴 기분이 들지 않느냐며 그쪽으로 더 실망한 것처럼 시무룩한 표정을 짓는 수.

그럴 리가.

정말 아름다운 여인이다.

도적들의 소굴이나 다름없는 이곳에서 끝까지 꺾이지 않고 스스로의 힘으로 찬란하게 피워낸 한 송이 꽃이 바로 그녀였다.

그녀의 저 예쁜 얼굴과 육감적인 몸매뿐만이 아니라 겨우 그런 것들과는 함께 두고 저울질할 수 없는, 그녀라는 존재가 품은 저 영혼의 빛깔이 얼마나 대단하고 아름다운지 그 누구도 감히 함부로 평가할 수 없을 것이다.

그런 그녀가 나에게만, '상인연합 대표 수'가 아닌 '한 명의 여자 수'로서의 얼굴을 보여준다는 것은 이런 부족한 나에게 더 없을 축복이었다.

"그런 건 아니야."

시무룩한 표정을 짓고 있는 그녀에게 고개를 저어 보이며, 갈아입은지 얼마 되지도 않은 사제복을 다시 벗어 침대 맡에 내려두었다.

그제서야 수는 배시시 웃으며, 허리 끈을 풀어두어 겨우 걸치고 있던 가운을 발아래로 떨어뜨린다.

스르르륵.

부드럽고 얇은 가운이 물결 모양을 그리며 바닥에 놓이는 소리에 괜스레 목이 타고, 마른침을 삼키게 된다.

드디어, 아무것도 걸치지 않은 그녀의 뒷모습이 눈앞에 드러난다.

"... 아."

바닥을 사뿐히 즈려밟은 예쁜 발 위로 가녀린 발목이, 선명한 곡선을 품은 채 시원시원하게 뻗어진 다리는 유명한 무희들과 견주어도 손색이 없을 정도다.

오랜 시간 앉아 있어야 하는 그녀의 업무 특성상 약간은 살집이 있을 법도 한 허벅지는 의외로 건강한 곡선을 그리며 얇은 발목과 균형을 이루고 있다.

하지만 저 허벅지 안쪽으로.. 아주 살짝 맞닿아 있음에도 서로 짓눌려 말랑거리는 살결을 보면 얼마나 부드러울지 상상하는 건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다.

"그렇게 바라보니까.. 왠지 부끄럽네."

무심코 붙잡고 싶어지는 넓은 골반으로 인해 양쪽 허벅지 사이, 사타구니 아래로 묘하게 시선을 끌며 비부를 드러내던 선명한 삼각형의 틈새를 그녀의 꼬리가 소심하게 가리고 든다.

하지만 그뿐, 탱글탱글하게 살이 오른 하얀 달덩이 같은 둔부를 다 가리지 못하고 방안의 은은한 등불 아래 드러내 놓고 있었으며,

활대처럼 휜 등허리 쪽으로 자연스레 시선을 끌어당기는 등골의 유려한 곡선을 따라 고개를 들어 올리면 군살하나 없이 잘록한 그녀의 허리가,

조금 더 고개를 들어 올리면 하얗고 둥근 어깨 아래로 겨우 조금 돌아선 것 정도로는 다 가려지지 않는 풍만한 젖가슴이 겨드랑이 사이로 존재감을 과시하고 있다.

"으으..."

그리고 마지막으로,

내 집요한 시선 때문인지 슬쩍 드러난 옆얼굴이 붉게 달아올라 그 뾰족한 귀를 축 늘어뜨리고 있는 저 남심을 자극하는 표정까지.

".. 예쁘네."

"... 나도 알아. 나랑 하룻밤 보내고 싶은 머저리들을 줄 세우면 여기에서 바실리카까지 닿을걸?"

"그럼 이건.. 내가 빚을 갚는 게 아닌 거네."

"..."

빚을 갚는다는 건 그저 핑계일 뿐이라고,

분명 그녀가 하고 싶었을 말을 대신해 줬기 때문인지 내 칭찬에도 의기양양한 표정을 짓고 있던 그녀의 얼굴에 살짝 놀란 기색이 스친다.

그녀를 잃게 될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던 것 때문일까.

아니라면 여태껏 받아온 그녀의 호의를 이번에도 그냥 넘겨서는 안된다고 생각했기 때문일까.

어째서인지 나 역시 지금은 그렇게 말하고 싶었다.

".. 뭐어... 사실, 그렇지."

입꼬리가 슬쩍슬쩍 떨리며, 그녀의 꼬리가 알기 쉽게 움찔거리고 있다.

"어.. 엇..."

그러고는 내가 몸을 일으키자 그녀는 결국 당황한 목소리를 내고야 만다.

"..."

두 발자국, 당장 손을 뻗으면 닿을 거리까지 내가 다가서자 등 돌리고 있던 그녀는 자신의 가슴을 두 팔로 조심스레 끌어안은 채 내 쪽으로 다시금 돌아섰고, 그렇게 잠깐 동안 서로를 말없이 바라보았다.

그리고 먼저 입술을 뗀 건, 내가 아닌 수였다.

"당신이 그렇게 만신창이로 돌아와서는.. 날 보고 다행이라고 말해준 게 너무 기뻤어."

다행이라고, 그걸 입 밖으로 냈었구나.

"네가.. 걱정됐으니까."

별일 없어 보이는 스폴의 거리를 보고도 진정되지 않았던 내 심장은, 무사해 보이는 그녀를 보고 나서야 겨우 안도했었다.

"에단 당신은... 내가 죽으면.. 슬퍼해 줄 거야?"

"..."

그녀의 질문에 잠시 나는 말문이 막히고 말았다.

"난... 당신을 다시는 볼 수 없다고 한다면.. 정말 슬플 거야."

"..."

"엉엉 울 거야. 너무 슬퍼서.. 눈가가 발갛게 부어오를 때까지 울 거야."

내가 그녀의 앞에서 처음으로 진정성 있게 대답한 것이었고, 그녀에게 있어 이만큼의 기회는 없었을 테지만 그녀는 마지막까지 나를 배려해, 완곡한 표현으로 자신의 감정을 털어놓는다.

"나는..."

내가 드디어 입술을 떼자, 그녀의 간절해 보이는 눈동자가 나를 향한다.

기대와 불안. 두 상응하기 어려운 감정이 섞인 홍옥 같은 눈동자가 반짝이고 있다.

자신이 죽는다면 슬퍼해 줄 거냐고 묻는 그녀의 질문에 대해, 나는 마냥 그렇다는 대답보다도 조금 다른 대답이 먼저 떠올랐다.

"나는.. 너를 지켜주고 싶어."

".. 에단."

서로를 생각하는 마음이 큰 탓에, 오히려 절제될 수밖에 없는 표현 속에서 가장 내 마음을 잘 대변해 줄 수 있는 말이었다.

포옥.

내 이름을 한번 부른 그녀는, 망설임 없이 내 품으로 다시 한번 뛰어들었다.

이번에는 반대로 그녀가 내 가슴팍에 얼굴을 파묻고 자신의 부드러운 볼을 부비적 대고, 그녀의 심정을 대변하듯 쫑긋 솟은 두 귀로 내 목을 간지럽힌다.

품속이 온통 그녀의 체온과 향기로 가득해져 간다.

".. 아흐흐.."

분명 그녀는 웃고 있는데, 또 동시에 눈물을 글썽이고 있는 건 어째서인지.

하지만 보고 있는 것만으로도 괜히 가슴 부근이 따뜻해져 가는 건, 단순히 그녀가 그 근처로 얼굴을 부비적대고 있기 때문인 걸까?

"으흐우... 하우으.."

겨우 이런 말 몇 마디를 여태 해주지 못했다는 것에 대한 미안함.

그리고 그 말을 그녀를 잃게 될지도 모른다는 걱정이 닥친 다음에서야 겨우 해주게 되었다는 것에 대한 미안함.

그리고 만약 정말 상황이 잘못되었다면, 지금 이 말조차 해주지 못했을 거라는 생각에,

나는 안겨든 그녀를 감싸 안은 두 팔에 말없이 힘을 더 주었을 뿐이다.

"... 기뻐."

빠르게 뛰는 그녀의 심장박동이 맞닿은 살갗 너머로부터 선명하게 전해져 오고 있다.

내 가슴팍에 더운 숨을 내쉬며, 마치 냄새라도 묻히는 것처럼 얼굴을 연신 부비적 대던 그녀는 이젠 지쳤는지, 얌전히 품에 안겨 갸르릉거리고 있다.

기쁘다고 솔직하게 말해주는 그녀에게 고마움을 느끼며, 슬슬 나는 또 다른 미안함을 느끼게 될 수밖에 없었다.

"아후읏.."

그녀만큼이나 육감적인 몸매가 얇은 천 하나 걸치지 않은 나신으로 내게 안겨 그 부드러움이 살갗 너머로 곧장 느껴져 오는데 더 자제하고 참는 것도 한계라는 게 있었다.

자신의 복부를 찌르는 뜨겁고 단단한 무언가를 눈치챘는지 부끄러운 신음과 함께 내 가슴팍에 얼굴을 전부 파묻어버리는 그녀.

평소보다 훨씬 부끄러워하는 그 모습에, 오히려 더 아래쪽으로 피가 쏠리고 만다.

"... 흐앗?"

갑자기 그녀를 잡아끌자 튀어나온 민망하고 귀여운 비명에 일일이 반응할 새도 없이, 나는 그녀를 데리고 나와 침대와 집무실 사이를 가르는 반투명한 실크 커튼을 쳤다.

그녀가 내게 부탁했던 대로, 나 역시 지금은 그녀만 신경 쓰고 싶었다.

저 안에서라면 아무래도 옆의 소녀 때문에라도 집중이 안될 것 같아서 말이다.

하지만 막상 그녀를 끌고 나와 보이는 거라고는 여러 장식품들이 들어있는 전시장과 그녀의 집무용 책상뿐이다.

"손.. 집고, 이쪽으로.. 그래."

몇 마디 하지 않았지만 그녀는 알아서 책상 위로 두 손을 올리고, 내 쪽으로 새하얀 엉덩이를 내밀어 온다.

발정기 때처럼 흠뻑 젖어 다리 사이로 흘러내린 애액이 반짝거리고 있지는 않았기에, 우선 그녀의 탐스러운 꼬리 아래로 손을 집어넣어 갈라진 균열을 찾았다.

찔걱...

손가락 끝이 손쉽게 발견해낸 뜨겁고, 그래도 이미 어느 정도 질척거리고 있는 그녀의 비부.

"... 젖어있네."

"그, 그야 당신이 끈적하게 쳐다보니까..."

"내가?"

치부를 들킨 것처럼 펄쩍 뛰며 반박하는 그녀.

"그래.. 그리고, 당신이 해준 말이.. 기쁘기도 했고... 읏.."

질꺽... 질걱.. 질꺽... 질꺽.....

찾아낸 그녀의 질구 주변을 손가락으로 부드럽게 풀어주며 안쪽을 건드리던 나는, 조금은 짓궂게 그녀를 놀려주기로 했다.

"단순히 보여지고, 기쁜 것만으로도 젖어버리는 거야?"

"으흣, 아.. 아니..! 그런 게 아니라.."

그녀의 대답을 방해할 목적으로 갈고리처럼 휘어진 손가락 끝은, 우둘투둘한 돌기들이 빼곡히 들어선 질벽을 시원하게 긁어내리며 애액을 퍼내린다.

후두두둑. 투둑.

"아흐으읏... 에다한.. 당신.."

애타게 기다렸다는 듯 금방 가버리며 부들부들 떨려오는 그녀의 허리, 그리고 내 손등을 타고 내려와 집무실 바닥으로 떨어지는 애액.

"당신이니까.. 젖은 거야."

"...?"

"... 발정기가 아니어도, 이제 내 몸은 당신 냄새만 맡아도 반응해 버린단 말이야."

단순히 그녀를 조금 놀려줄 생각으로 딱히 대답을 바라고 한 말은 아니었지만, 돌아온 말의 파급력은 내 하반신에서 크게 드러나고 있었다.

그럴 의도가 있었든 없었든 저 말을 듣는 수컷은 기쁠 수밖에 없다.

눈앞의 완벽에 가까운 암컷이 그런 말을 해버렸으니 당연하다.

"으흣...!"

아플 정도로 피가 쏠려 꺼떡거리고 있는 남성을 보며, ... 나는 그녀의 골반을 꽈악 움켜쥐었다.

* * *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