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94화 〉 15. 수면에 비친 달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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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수면에 비친 달처럼(4)
"..."
요정이라고 불릴 만큼이나 미모를 타고나는 아름다운 엘프에게 좋아한다는 말을 듣고야 말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가장 먼저 느껴진 게 거부감이라는 사실은 내 입을 한차례 틀어막았다 곧 씁쓸한 한숨을 뱉어내게 한다.
마치 이것이 금기라도 되는 것처럼 반사적으로 거부하고 있는 나 자신의 고약하게 뒤틀린 심리를 다시 깨닫게 해주는 것이었기 때문이었다.
"지금이라면 농담으로 무마하게 해줄 수도 있어."
"..."
"...."
"..... 슬슬 지났나요?"
방금의 그 말에 대해 조금도 물러설 생각이 없어 보이는 그녀는 생글생글 웃으며 내게 그 부담스러운 미소를 들이밀어 온다.
"... 이해할 수가 없군."
"뭐어, 저처럼 예쁜 엘프가 인상 한번 어두침침한 인간에게 좋아한다고 고백하는 게 그리 평범한 일이 아니기는 하죠."
본인 입으로 아무렇지도 않게 자신을 예쁘다고 말하는 그 자신감 넘치는 태도에 잔뜩 부정해 주고 싶다는 생각이 떠오르기는 했지만..
뭐,
이비는 남의 시선으로 보나, 내 시선으로 보나 상당히 아름다운 편에 속했다.
엘프들 중에서도 그리 흔하지 않은 저 수려한 은발은 달빛을 머금은 듯했고, 한 쌍의 푸른 눈동자는 호수의 물빛을 그대로 담아낸 것처럼 반짝이고 있었으니 말이다.
쯧..
반박하지 못하고 작게 혀를 차는 나를 보며, 이겼다는 것처럼 한껏 기쁜 마음을 입꼬리로 표현하고 있다.
설레발을 치게 만들어버린 것 같지만, 할 말은 해야 했다.
"그래서, 날 따라가겠다는 이유가 날 좋아하기 때문이라고?"
"네!"
한치의 망설임도 없이 대답하는 그녀를 바라보고 있자니 머리가 지끈거려온다.
"... 네 앞에서든 어디서든, 누군가가 이끌릴만한 모습을 보인 적은 없다만."
첫 만남은 만신창이가 된 상태로 그녀에게 구해지기나 했고,
이후에는 그녀에게 배려 없이 쓴소리를 했다가 곧바로 배로 되돌려 받았다.
사건이 터지고서는 한심하기 그지없는 모습으로 그녀의 도움마저 거절하고 틀어박히려 하기까지.. 결국에는 내가 직접 해낸 건 아무것도 없었다.
그런데도 나를 좋아한다니, 이해 할 수 있을 리가 없다.
.. 그나마 짐작 가는 바가 있다고 한다면, 이미 몇 번이고 생각한 것처럼...
"혹시 에단은.. 단순히 에단이 제 아빠와 분위기가 닮아서. 그래서 제가 감정을 착각하고 있다고 생각하는 거예요?"
"..."
"반응을 보니 맞나 보죠? 아아, 저도 참 쉬운 여자로 보이고 말았네요."
덥석..!
"...?"
엄하게 누군가를 꾸짖는 듯한 그녀의 저 표정이 상당히 어색하게 느껴지는 이유는 아마 눈만큼은 여전히 웃고 있었기 때문일 것이다.
몸을 일으킨 이비는 내 손목을 붙잡고 일으키려 하고 있다.
바로 방금 전까지 나를 앉혀두기 위해 들러붙어있던 그녀가 어째서 이번엔 나를 일으켜 세우려는 건지는 잘 모르겠지만, 그 의문을 풀기 위해서라도 일어나 주니 그대로 나무집을 향해 나를 잡아끈다.
"에헤헤.."
달그락.. 달각.
"이비?"
달각... 달각.
"이브..!"
막상 집안까지 들어왔지만 나를 집안 한가운데에 덩그러니 내버려 두고 선반을 뒤지고 있는 그녀를 불렀다.
이브라고 제대로 불러주었음에도 귀를 분명 움찔거린 주제에 모른척하며 무언가를 찾는 걸 계속하고 있다.
"앗, 히히.. 찾았다."
결국 그 무언가를 찾았는지 향신료들이 들어있는 여러 유리병들 사이에서 눈에 익은 형상의 유리병 하나를 조심스레 꺼낸 이비는 그것을 턱하니 테이블 위로 올려놓으며 만족스러운 웃음소리를 흘린다.
"그건.."
"네에~ 술 맞아요."
양조장이 따로 없는 이곳 요람에서는 한동안 구경해 보지 못했던 술을 보자, 당황스럽게도 몸이 먼저 반응하며 갈증이 솟아오른다.
"스승님께 받은 선물이에요. 저도 아직 마셔본 적은 없지만.. 용기를 불어넣어서 사람을 솔직하게 만들어주고, 함께 마시는 사람이 있다면 그 사람과 마음이 잘 통하게 해준다고 하더라고요. 설명만 들어서는 꼭 마법 같네요."
"..."
"으흥.. 스승님 이야기가 나올 때마다 에단의 얼굴에서 그늘이 짙어지는 건 참 재밌어요."
남의 얼굴을 가지고 재밌다고 말하는 건 무례하지 않냐고 말하고 싶었지만, 그랬다가는 그녀의 농담에 휘말리는 꼴이었기에 갈증과 함께 목 너머로 넘겨냈다.
"앉아 볼까요?"
"내가 뭐 하러."
"하지만, 마시고 싶잖아요?"
"... 끙."
"에단은 가만 보면.. 표정 읽기가 그리 어렵지는 않네요."
드륵... 탁!
괜히 낯이 간지러웠기에 의자를 세게 빼내어 소리 나게 자리에 앉은 나는 이제 됐냐는 의미로 아예 테이블 위로 팔까지 얹었다.
"으후후.. 평소에 잔뜩 인상을 쓰고 다니는 것 말고는 따로 감정을 숨기는 건 서투른가 봐요?"
".. 딱히 인상을 쓰고다닌다고 생각한 적은 없다만."
"그런가요~? 잠들어 있던 에단의 표정은 훨씬 부드러웠던 걸로 기억하는데요.."
"너..."
당장 하고 싶은 말들이 꽤 많았지만, 그녀는 키득거리며 술병의 마개를 비틀어 빼내는 것으로 요령 좋게 내 말을 끊는다.
시원한 소리와 함께 마개가 빠진 유리병의 좁은 입구에서부터는 물큰하게 술 냄새가 퍼져나온다.
레베카에게 선물로 받았다니 그야 몹시 귀한 술이겠지만, 그녀가 술을 가지고 다니는 모습은 그리 쉽게 상상되지 않는다.
그녀라면 분명 술 한 모금도 제대로 하지 못하는 걸로 기억하고 있는데 말이다.
"사실.. 이곳으로 마을을 옮겨오고 나서는 음주가 금지됐지만.. 어차피 전 추방당한 몸이니까 규칙 한두 개 정도는 더 어겨도 괜찮겠죠?"
".. 또 엘프답지 않은 말을... 그런데 음주가 금지? 그래서 그 흔한 주점도 보이지 않았던 건가."
"네, 이 좁고 어두운 요람이 답답할 주민들이 술에 기대어 살아가는 모습은 보고 싶지 않았던 거겠죠. 그래서 기껏 받은 선물도 이렇게 먼지가 쌓여있었던 거고요."
술병 입구 근처에 코를 가져다 대고 호기롭게 킁킁거리다 이내 인상을 찌푸리곤 자신의 코를 부여잡는 이비를 보니, 분명 익숙하지는 않아 보인다.
"안줏거리는?"
"네?"
"술이랑 같이 먹을만한 거. 혹시 이것만 마시려고 했어? 꽤 독해 보이는데."
"아.. 아뇨? 금방 준비하려고 했어요..?"
눈에 띄게 당황한 낯으로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더니 부엌 찬장 아래에서 과일들을 꺼내 씻고 있는 그녀의 뒷모습을 보니 비식 웃음이 나온다.
진하게 퍼진 술 냄새 덕분인지 한창 당황스러웠던 마음이 조금은 가라앉는 느낌이다.
"으으.. 뭔가 기세가 끊겨서 말하기가 어려워요."
테이블 위에 깨끗하게 씻은 과일들과 잔을 하나씩 올려놓고는 다시 자리에 앉은 이 솔직한 엘프를 보며 나는 어차피 이야기를 할 자리가 만들어졌겠다, 내가 먼저 말을 꺼내기로 했다.
"그럼 한 가지, 묻고 싶은 게 있는데."
"홀짝.. 으읏."
먼저 한 모금을 맛보고는 형언하기 힘든 표정으로 혀를 내미는 이 엘프가 정말 대화할 준비가 되었는지 의문이 들었지만, 뭐.. 금방 이쪽으로 고개를 돌리는 걸 보니 괜찮다는 말로 보인다.
"불의 계약에 관련해서, 아직 내게 말하지 않은 부분이 있는 것 같아서."
".. 아, 그랬었죠. 이 이야기를 지금 하고 싶지는 않았는데... 으으, 언젠가는 말해야 하는 거니까요."
그때 헹겔이 찾아오는 바람에 미처 묻지 못했지만, 나는 내가 보고 듣는 것들을 그 카마엘이라는 자가 마찬가지로 알고 있었다는 사실을 여전히 의식하고 있는 채였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이미 에단은 한 번 그 카마엘이라는 자와 계약을 맺었던 것 같아요."
"계약을..?"
"물론 몸을 빼앗긴 것도 아니고, 그 증거인 불의 문양도 나타나지 않은 모양이지만.. 그게 신탁이 내린 권능 덕분인지, 아니라면 단순히 계약의 조건이 아직 충족되지 않았기 때문인지는 몰라도 에단과 그 카마엘이라는 자 사이에는 권능을 매개로 한 통로가 분명히 존재하고 있는 모양이에요. 그것 말고는 설명이 되지 않으니까요."
이건 또 무슨 이야기일까..
그 내용도 당황스럽기 그지없지만, 그보다 당황스러운 건 그녀의 태도다.
이제서야 알려주는 건 둘째 치더라도,그 사실을알고도 나를 대하는 태도가 이전에서 조금도 달라진 게 없는 건 분명 이상하게 느껴진다.
지끈거리기 시작한 머리에 눈가의 주름이 깊어졌기에, 나는 그대로 잔을 들고 술을 목구멍에 털어 넣었다.
"우, 우와..."
독한 술기운이 목을 타고 올라오는 후끈한 느낌에 조금은 두통이 가시는 걸 느끼며, 나는 눈을 동그랗게 뜨고 뭔가 신기한 거라도 본 것 같은 표정을 짓고 있는 이비에게 물었다.
"기분 나쁘지도 않은 거야? 그럼 지금도 그놈에게 네 모습이 비추어지고 있을지도 모른다는 건데."
"음.. 글쎄요?"
"글쎄요가 아니잖아, 글쎄요가.."
".. 한 사람의 정신이 여러 몸을 움직이면서 그들에게서 모든 기억과 감각을 전달받고 있는데, 그걸 제정신으로 버티고 있다고 한다면.. 아마도 심각한 공감 능력 장애를 가지고 있거나, 제정신이 아니거나 둘 중 하나겠죠. 음, 둘 다일 수도 있겠네요."
그녀는 곧 뭔가 다짐을 한 것처럼 잔을 들고 거기에 담겨있는 술을 꿀꺽꿀꺽 넘기기 시작한다.
..?
아니 잠깐,
".. 콜록 콜록... 우으으.."
"왜 갑자기 무리를 하고 그러는데..?"
"케흑, 하지만 에단은 한 번에.. 원래 그런 건 줄 알고..."
이 엘프는.. 미련한 건지 뭔지...
뒤늦게 치고 올라오는 후끈한 술기운에 정신을 못 차리겠는지 뾰족한 귀 끝을 파들거리며 얼굴을 붉히는 그녀를 보며 한숨을 내쉬었다.
"아.. 아무튼, 그게 에단을 좋아하면 안되는 이유가 되는 건 아니잖아요...!"
취했는지 목소리도 이전보다 커졌다.
또 그런 말을 이렇게 아무렇지도 않게..부끄럽지도 않은 건가?
"... 처음 마시는 거면 조금씩 마셔. 익숙하지 않으면 네가 먼저 취해서 쓰러지든지 어쩌든지 할 테니까."
"으응.. 고마워요."
입안에 남은 쓴맛을 없애려는 듯 포도알을 세 개씩이나 집어넣고 오물거리고 있는 걸 보고 약간은 걱정이 되기는 했지만..
일단은 얻어마시는 입장이었던 만큼 그녀의 빈 잔에 술을 채워 주었다.
"그놈과 계약을 한 기억은 없는데 말이지.. 카마엘이라는 이름도 이번에 처음 듣게 된 거고."
사제복의 소매를 걷어올려 괜히 손등과 손목 부근을 살폈지만 문양은커녕 비슷한 것도 있을 리 없다.
마연이나 술에 취해 내가 기억하지 못하는 거라고 한다면... 또 모르겠지만.
다시 만나게 될 거라는 불길하기 그지없는 말을 남기고 놈이 떠나간 만큼, 이것에 대해서는 분명히 알고 넘어가야 할 것 같지만 이비가 알고 있는 건 여기까지인듯하다.
계약은 욕망에 이끌린다고 했었다.
내가 무언가 욕망을 가지고 움직였던 적이 근 백 년간 있었던가...?
그리고 그 순간, 우연인지 무엇인지 나는 집안의 구석에 그늘진 곳에 비스듬히 세워져 있던 관에 시선이 닿았다.
"... 바..실리카..?"
중얼거리듯 내뱉게된 단어는 다름아닌 바실리카였다.
"... 그때.. 아니, 설마.."
"에단.."
"...?"
잠깐 생각에 빠져있던 나를 부르는 목소리에 정신을 차리자 방금 막 채워놓았을 이비의 술잔이 벌써 비워져 있는게 보인다.
"...!"
"이야기를 할 때는 그 사람을 봐야죠..!"
"..."
취한 게 얼굴에 다 드러나는 쪽인지, 벌써 얼굴이 새빨갛게 달아올라있는 이비는 풀리려는 눈에 간신히 힘을 주고 있는 게 훤히 보이고 있을 정도다.
"그래, 하아... 들어야 할 건 들었고. 너는 또 무슨 이야기가 하고 싶은데."
"그야..! 으으... 제가 에단을 좋아하는 이유에 대해서죠.."
"..."
이건, 의식하고 있는 건지 뭔지.. 딱히 하지도 않던 부끄러워하는 연기를 하며 사람을 또 당황스럽게 만든다.
연기.. 맞는 거겠지?
".. 이미 한 번 말했지만, 누가 날 좋아하게 될만한 행동은 한 적이 없다고 생각하는데."
"저도 이미 한 번 말했지만..! 고작 목소리나 분위기가 아빠랑 닮았다고 에단을 좋아하는 거라고.. 정말 그렇게 생각하는 거예요?"
"그게 아니면 대체.. 어어...?"
내 차가운 반응에 오히려 열이 올랐는지 나와 가깝게 놓여있던 술병을 휙 잡아채 자신의 잔에 잔뜩 채워 넣은 이비는..
"... 푸하..!"
"너 진짜..."
이 독한 술을 벌써 세 잔이나 깔끔하게 비워버리고 만다.
"말해 줄게요..! 그래요, 다 말해 버릴 거예요. 에단은 매일같이 지치지도 않는지 자기혐오에 빠져서 몰래 궁상을 떨고 있는 모양이지만, 제가 본 에단의 모습은 전혀 다르니까요!"
"뭐...?"
"네 맞아요, 저는 처음 만남에서부터 에단을 아빠를 대신해 줄 사람이라고 생각하고 있었어요. 그리고 그 이유는 당신이 실비아를 구하기 위해 몸을 내던지는 모습을 봤기 때문이에요."
하고싶었던 말들을 지금 모조리 해야겠다고 생각했는지,이비는 양손에 주먹을 꽉 쥐고 은발 옆으로 삐져나온 뾰족한 귀 끝을연신움찔거리면서 숨도 제대로 고르지 않고 열심히 말을 뱉어내고 있다.
"그것뿐인가요? 아이들이 무서워하니 은근슬쩍 뒷걸음치던 당신의 모습이라던가. 망설임 없이 저희 엘프들을 도와주겠다고 하던 모습이라던가..! 그리고.. 그리고, 어머니의 나무를 정화하기 위해 또 한 번 자신의 몸을 내던지기까지 했잖아요!"
"..."
그야.. 그 말을 듣고 나니 이비의 앞에서 몇 번이고 남을 위해 스스럼없이 나서는 모습을 보여주기는 했던 것 같다.
성소에서 정신을 잃었다가 처음으로 눈을 떴을 때 앞에 있었던 것도 그녀였고 말이다.
하지만 그건 내가 죽지 않는다는 확신이 있었기 때문일 뿐이다.
"아, 에단은 또 이렇게 말하겠죠. 죽지 못 하는 저주 때문에 그렇게 할 수 있었던 거라고요."
"..?!"
"그게 뭐요? 당신이 타인을 위해서 겪을 필요 없는 고통을 인내한 건 사실인데."
"..."
딱히 부정할 수 없을 말들을 취한 채로 잘도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에단은 사실 바보인 거죠? 아무리 제가 애정이 고팠다고 해서 아빠랑 조금 닮았다고 좋아한다면서 매달리겠어요?"
"..."
"아아! 방금 그럴 수도 있겠다고 생각했죠! 많이 외로웠던 건 사실이지만.. 아, 아무튼요...!"
후우우.. 하고, 심호흡을 하며 마음을 조금 가라앉힌 이비는 차분한 목소리로 말을 이어나간다.
"경비병이었던 제 아빠는.. 엘프들의 안전을 위해 마을에서 떨어진 외곽의 나무집에 살면서 매일같이 경계를 게을리 하지 않으셨어요. 그만큼 함께있을 시간은 적었지만, 그 무뚝뚝한 얼굴에서는 미안함과 고마움을 항상 느낄 수 있었죠."
이비는 과거의 기억을 떠올리는 게 이제는 힘들지 않은 것처럼, 가벼운 미소를 머금고 자신의 아빠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있었다.
하지만 그와 나 사이에 무슨 닮은 점이 있는지는...
"저는... 꼭 아빠처럼.. 당연하다는 듯이 남을 위해 헌신하면서도 정에는 엄청 약한 에단을, 그 모습을 본 거란 말이에요."
타인을 위한 헌신,
그리고... 정에 약하다니.
".. 내가 정에 약하다는 말에는 동의할 수 없겠는데, 그리고내가 스스로의 희생을 그리 대수롭지 않게 여기는 이유는 마음속에 깊게 뿌리내린 죄책감 때문일 뿐이야."
"하아.. 에단이 자신을 왜 그렇게나 사랑받지 못할 인간으로 몰아세우는지는 알아요. 하지만 저한테는 그런 모습들을 다 보여줘 놓고서는.. 막상 제가 에단을 위해 몸을 던지니 짠 하고 나타나서 구해주곤 스스로를 소중히 하라면서 걱정해주는 말까지 하면..."
"그건.."
"그러면 반할 수밖에 없잖아요. 에헤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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