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용사파티에서 배신당하자 옆집 누나하고 만든 SSS급 딸들이 복수를 시작합니다-6화 (6/102)

〈 6화 〉 헤닝의 방문자 2

* * *

헤닝의 모험가들이 의뢰를 받는 장소인 모험가 조합.

이곳에는 오늘도, 여느 때와 같이 수 많은 모험가들이 의뢰는 받거나 동료를 구하기 위해서 자리를 잡고 대기하고 있는 중이었다.

그 중에는 접수대 에서 의뢰를 받자마자 곧바로 떠나는 이들이 있는 반면, 몇몇은 자리를 차지하고 앉아 자신들 끼리 정보를 교환 하거나, 혹은 의뢰 수락 여부에 대해 논의를 하는 이들 또한 있었다.

“마법사들의 동태가 심상치 않아..”

“마족들이 상단 행렬을 습격.. 이와 관련해서 보호 의뢰가..”

“너무 위험한 거 아니야? 지금 우리 실력으론..”

일반적으로 모험가들은 각자의 등급에 맞는 의뢰를 받는 것이 원칙이었지만, 무리를 하게 돈이 필요 하거나 혹은 자신의 실력을 증명해 보이기 위해서 보다 어려운 의뢰를 받는 경우도 자주 있었다.

물론, 자신의 역량을 벗어나는 임무를 잘못 받을 경우 자칫 동료의 죽음, 혹은 몰살이라는 최악의 경우까지 맞이할 수 있는 만큼 이는 아주 큰 신중을 요구하는 일이었다.

게임에서는 죽음을 맞이하더라도 약간의 페널티만을 받으며 다시 살아나 것과는 달리, 현실은 냉혹하기 그지 없는 법.

그런 점에서 보면 모험가들은 소위 말하는 꿈과 희망을 지닌 낭만적인 모험이 아닌 순수한 생계를 위해 움직이는 노동자들과 다름 없다 할 수 있었다.

다만 차이점이 있다면 일하다가 죽을 확률이 노동자들에 비해서 더 높다는 차이점 이 있을 뿐.

그때, 그렇게 오늘 하루도 입에 풀칠을 하기 위한 일감을 논의하고 있는 그들의 눈에, 문득 막 조합 안으로 들어오는 한 무리의 사람들이 보이기 시작했다.

호위로 보이는 두 전사들을 대동하고 있는 두 명의 귀족 여성들.

그들을 본 순간, 모험가들은 자동적으로 그들이 무엇 때문에 이곳에 왔는지 한 눈에 알 수 있었다.

‘의뢰인이군..’

‘그것도 제법 큰 건으로 여겨지는..’

‘대체 무슨 의뢰일까? 아무리 그래도 우리들에게 차례가 올 것 같지는 않지만..’

모험가 신분이 아닌 이들이 조합에 방문하는 이유야 뻔한 것.

그러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작 이곳에는 그 귀족 여성의 무리에 관심을 가지는 자들은 별로 없었다.

그 이유는 간단했다.

이곳에 있는 대다수의 모험가들은, 저만한 거물을 상대하기 위해선 어지간한 실력이 아니고선 어림도 없다는 사실을 이미 경험을 통해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이는 비단, 일의 난이도가 높기 때문만은 아니었다.

귀족들이 직접적으로 요청한 의뢰들은 의외로 간단한 것들이 많이 있었으며, 그 중에는 정말로 고작 이정도 일에 이만큼이나 돈을 받아도 괜찮은지 의문이 들 정도로 날로 먹는 일들 또한 제법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부분의 모험가들이 큰 기대를 가지지 않는 이유는 그런 간단한 일들을 하면서도 귀족들은 개인적인 과시, 혹은 단순한 무지로 인해 큰 돈을 들여 서라도 상위 모험가들만을 쓰려 하기 때문.

결국, 일의 난이도와 별개로 귀족의 의뢰를 받을 수 있는 모험가들의 수는 이 안에서도 그다지 많이 않았으며.

그런 점에서,

지금 조합의 구석에 자리를 잡고 있는 모험가 팀은 다른 이들과는 달리 살짝 두 눈을 빛내면서 접수처에 서 있는 그 귀족 영애들의 모습을 바라보고 있었다.

“의뢰인가.. 간만에 돈이 좀 되는 일이 들어올 것 같은데. 어떻게 생각해?”

“확신할 수는 없지만, 내 감으로도 돈 냄새가 물씬 나는 것 같아.”

“잘 되었네요, 마침 돈이 궁했는데, 간만에 한몫 챙길 수 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작은 목소리로 자신들 끼리 기대에 찬 대화를 나누는 이들.

총 세 명으로 이루어진 그 모험가 팀은 그렇게 작은 기대감을 품은 채, 접수원의 안내를 받으며 안쪽으로 들어 가는 그 귀족 여성의 무리를 바라보았다.

*

접수처에서 이야기를 나눈 뒤, 응접실에 도착한 오즈 일행.

그곳에서, 소위 ‘의뢰주’역할을 맡은 아샤트리아와 자미엘은 조합장의 안내에 따라 자리에 앉았으며, ‘호위’를 맡은 오즈와 도로시는 그대로 그녀들의 뒤쪽에 섰다.

“이야기는 전해 들었습니다. 칼마르 북쪽에 위치한 슈베른 이라는 영지의 영애 분들 이시라고요?”

“네, 그렇습니다. 조합장님.”

약간 살집이 있는 중년의 조합장을 보면서 조용한 목소리로 말하는 아샤트리아.

이어서 그녀는 품 속에서 종아 한 장을 꺼내어 곧바로 조합장에게 내밀었다.

“그리고, 이것이 저희들이 이곳까지 온 목적. 이 일을 해결해줄 모험가들을 고용하는 것입니다.”

그녀가 내민 것은 의뢰에 대한 내용이 담겨 있는 종이.

그 대략적인 내용은 다음과 같았다.

슈베른 영지 내에 위치한 마굴에서 수시로 마족들이 튀어나와 사람들을 헤치고 있으니, 이들을 퇴치할 만한 실력 있는 모험가들을 고용하고 싶다는 것.

그 내용을 확인하면서, 조합장은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고, 그런 조합장을 보면서 아샤트리아의 옆에 앉아 있던 자미엘은 간곡함이 담겨 있는 목소리로 말했다.

“부탁 드립니다. 돈은 얼마든지 드릴 터이니 실력 있는 모험가들을 고용할 수 있도록 해주세요. 지금까지 그 괴물들에게 희생된 가여운 백성들을 생각하면.. 흑..흑..”

살짝 눈물까지 훌쩍이면서 이야기를 하는 자미엘.

이에 조합장은 조금 어두운 표정을 지어 보이며 자신의 앞에서 울고 있는 귀족 영애에게 말하였다.

“참으로 유감스러운 일이군요. 하지만 이제 괜찮을 것입니다. 저의 헤닝의 모험가 조합에는 솜씨 좋은 이들이 아주 많이 있으니까 말이지요. 마족들 따위는 분명 단숨에 처치해줄 것입니다.”

“저.. 정말인가요? 정말로 그 괴물들을 처치할 수 있는 용사 분들이 이곳에 있다 그것인가요?”

조합장의 말에 기대에 찬 목소리로 묻는 자미엘.

이에 조합장은 입가에 친절한 미소를 담아 보인 채, 자신만만한 표정으로 대답했다.

“하하 물론입니다. 그들의 실력은 제가 보증하지요. 반드시 그 사악한 마족들을 퇴치해 희생당한 주민들의 복수를 해줄 것입니다.”

아무래도 아름다운 귀족 여성의 앞인 지라 일부로 약간 과장된 태도를 보이게 되는 조합장.

그의 이런 모습을 보면서, 자미엘은 속으로 슬쩍 회심의 미소를 지어 보였고.. 이어서 아샤트리아는 계속해서 차분함이 담긴 목소리로 조합장에게 말했다.

“그렇군요.. 허면 의뢰를 넣도록 하겠습니다만.. 혹 괜찮으면 이번 일에 도움을 줄 모험가를 저희가 고를 수 있겠습니까?”

“아아 물론입니다. 제 특별히 실력이 출중한 자들의 명단만을 뽑아드릴 터이니 그 중에서 원하는 이들을 고르시면 됩니다.”

“네. 그럼 부탁 드리겠습니다.”

그렇게 잠시 상위 모험가들의 명단을 가지러 가는 조합장.

그의 모습을 보면서, 뒤쪽에서 줄곧 침묵을 유지하고 있던 오즈는 진한 기대감에 사로잡히기 시작했다.

당연한 이야기 이지만, 지금 그들이 내놓은 의뢰이니 뭐니 하는 것들은 전부 다 새빨간 거짓말이었다.

이는 전부 다 이곳에서 모험가로 일하고 있을 그 빌어 처먹을 용사파티를 자연스럽게 끌어내기 위한 술책.

모험가 그룹이 의뢰를 받고 원정을 나갔다가 죽는 경우는 흔하디 흔한 일이었으며, 특히 그 난이도가 높을수록 그 위험도는 더욱 상승하게 된다.

더욱이, 칼마르의 북쪽 지역은 워낙 기후가 험악한 탓에 타 지역과의 왕래 조차도 그다지 원활하지 못한 장소.

바꿔 말하면, 거기 갔다가 죽어서 소식이 끊기더라도 이상하게 여길 사람은 없다는 뜻이라 할 수 있었다.

‘이걸로 그 녀석들을 깔끔하게 잡아갈 수 있다 이것이지.. 그 다음에는 녀석들을 확실하게 족쳐서 배후가 누구인지 불게 만들기만 하면..’

그런 생각을 하면서, 곧 맛보게 될 복수의 희열에 기대감을 품기 시작하는 오즈.

그때, 드디어 그들의 앞에 조합장이 명단을 가지고 왔으며, 이에 아샤트리아와 자미엘은 물론이고, 뒤쪽에 서 있는 오즈와 도로시까지 전부 다.

눈에 불을 켠 채, 눈 앞에 있는 명단을 살피기 시작했다.

그런데..

“…?”

“..없는…데요?”

“아..아니..그럴 리가..”

당연히 가장 앞쪽에 써 있을 것으로 여겼던 용사 파티와 그 파티원들의 이름.

그러나, 조합장이 가져온 명단에는 아무리 찾아봐도 그들의 이름 따위는 적혀 있지 않았다.

그리고.. 그 사실에 짙은 의문을 느끼면서 오즈를 대신해 자미엘이 조심스럽게 질문을 하였다.

“저.. 조합장님? 실례지만 혹시 여기에 용사파티가 있지 않았었나요? 그.. 얼마 전에 산맥의 왕을 사냥 했다는..”

“산맥의 왕을 사냥한 용사 파티?... 아.. 그 자들 말씀이시군요? 하하 설마 그들의 명성이 그 먼 북쪽 지역까지 퍼져 있을 줄은 몰랐습니다.”

일단 조합장의 말을 보아서 그들이 있었던 것은 분명한 사실인 듯 하였다.

그러나, 이어서 조합장의 얼굴에는 약간의 아쉬움이 깃들기 시작했다.

그리고..

“하아.. 하지만 보아하니, 그 뒤의 소식은 듣지 못하셨나 보군요. 그 용사파티. 이미 3년 전에 해체 되면서 뿔뿔이 흩어 졌습니다.”

“…네?”

“3..3년.. 이라 고요?”

생각지도 못한 말에 당혹감을 담아 소리치는 오즈와 도로시.

이에 조합장은 이들이 단순히 소식에 정말 어두웠다고 인식 하면서 가볍게 혀를 차며 말했다.

“쯧쯧.. 그렇습니다. 3년. 산맥의 왕이 죽임을 당한 지도 벌써 그만큼이나 지났지요, 뭐, 북쪽 지역에선 알기 힘들었을 이야기 이긴 하지만, 아무튼 그렇게 되었습니다.”

“오..오즈.. 이건.. 설마.”

“아…”

생각지도 못한 사실을 비로서 인식하게 된 도로시와 오즈.

그순간, 오즈의 머릿속에는 문득 한가지 스치고 지나가는 이야기가 있었다.

산맥의 왕에게 잡아 먹히면 그 안에서 영원히 살 수 있다는 전설과 같은 이야기.

그것이 무엇을 의미하는 지 비로소 인식 하면서, 오즈는 순간적으로 등골이 오싹해 지는 듯 한 감각을 느끼기 시작했다.

‘서..설마..그럼 난 그 안에서 자그마치 3년 동안 가사상태로 잠들어 있었다. 그런 뜻인가?.. 그..그 말은 즉, 만약 도로시 누나가 날 구해주지 않았다면 난 정말로 영원히..’

용사일행에게 당한 여파로 인해 산맥의 왕이 모습을 감추고 있었다는 사실을 고려하면 충분히 가능했을 끔찍한 루트.

그러나, 그 사실에 대한 섬뜩함에 이어서 오즈.. 그리고, 그를 포함한 네 사람은 그 이상의 문제로 인해서.

졸지에 원수들에게 바람을 맞을 꼴이 된 자신들의 상황으로 인해서 잠시 동안 짙은 혼란에 사로잡히기 시작했다.

‘이..이렇게 되면..’

‘우리.. 여기서 뭘 어떻게 해야 하는 거지?’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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