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7화 〉 헤닝의 방문자 3
* * *
배신을 당한 사건 이후, 무려 3년이라는 시간이 지나버렸다는 생각지도 못한 상황에 직면한 오즈 일행.
이에 그들의 얼굴에는 감출 수 없는 당혹감, 그리고 실망감이 떠오르기 시작했다.
목표로 했던 이들의 행방이 묘연해진 것은 둘째 치고, 사전에 준비해 왔던 함정을 비롯한 모든 것이 무용지물이 되어 버린 상황.
아울러, 앞으로의 계획까지 모조리 전면 수정을 요구하게 된 것은 덤이었다.
‘제길. 이제 어떻게 하지? 일단은 녀석들의 행방 같은 거라도 물어 보야 하나? 하지만 지금 우리는 일단 의뢰를 하러 왔다는 입장이고.. 여기서 까딱 말을 잘못 했다간 상황이 이상하게 꼬여 버릴 것 같은데..’
일단 작금의 상황 대해서 어떻게 해서든 수정이 필요하긴 했으나.. 워낙 당혹감에 사로잡힌 탓에 오즈는 막상 어떤 식으로 나서야 할지 판단이 서지 않았다.
더욱이, 지금 그들은 자신들의 정체를 숨긴 채 귀족 영애들의 하인으로 위장하고 있는 입장.
섣부르게 너무 나서서 말을 꺼냈다간 상황이 더욱 복잡하게 흘러갈 가능성이 높았다.
그렇게..
오즈가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한 채 고심하고 있던 그때였다.
“곤란하군요.. 이곳에 오면서 산맥의 왕을 처치했다는 그 용사 파티를 제 1순위로 고려했었건만.”
“이곳부터 저희 영지까지는 거리도 멀고 가는 길도 험해서.. 단번에 일을 끝내지 못하면 많이 곤란하거든요. 기왕이면 검증된 사람들을 데리고 가고 싶었는데.”
얼굴에 있던 당혹감을 지워버리면서 차분한 어조로 이야기 하는 아샤트리아.
이어서, 그녀의 옆에 앉아 있던 자미엘은 능숙하게 말을 이어 받았다.
그리고, 두 사람의 이런 말에 조합장은 유감이라는 표정을 지어 보이며 그들에게 말했다.
“하하, 확실히 그렇긴 합니다만.. 너무 실망하실 필요는 없습니다. 여기 이 명단에 있는 사람들의 실력 역시 만만치 않으니까요. 특히 여기 이 사람들 같은 경우 산맥의 왕과 거의 동급이라 여겨지는 마수, 무쏘를 사냥한 전적이 있습니다. 마침 아래층에 대기하고 있으니 바로 부를 수도 있고 말이지요.”
“하아…”
“아무리 그래도 역시 이건 좀..”
그러나, 조합장의 말에도 불구하고 그다지 내켜 하지 않는 반응을 보이는 두 사람.
그렇게 그녀들은 잠시 고민하는 기색을 보인 뒤, 공손한 어조로 조합장을 보면서 말했다
“실례지만, 잠시 저희들 끼리 이야기를 조금 나눈 뒤 결정하고 싶은데 괜찮을까요? 말했듯이 이 일은 아주 중요한 일이고.. 걸려 있는 비용 또한 만만치 않은 만큼 확실하게 숙고한 뒤 결정하고 싶습니다.”
“흠.. 정 그러시다면야 어쩔 수 없지요. 다만 너무 오래 끌 경우 모험가들이 다른 의뢰를 받을 수도 있는 만큼 어느 정도 시간을 조절해 주십시오.”
“그 점은 걱정 마십시오, 늦어도 내일까지는 결정을 해서 알려드리겠습니다.”
그 말과 함께 천천히 자리에서 일어 나는 아샤트리아와 자미엘.
그때, 방을 나서기 전 자미엘은 마치 단순한 호기심 이라는 듯한 어조로 조합장을 보면서 말하였다.
“저기. .그런데 말이에요, 그 용사 파티 분들은 그 이후에 어떻게 되셨는지 알고 계신가요?.. 다른 이유는 아니고.. 솔직히 여기 와서 그분들을 볼 생각에 기대하고 있었던 지라..”
마치, 소녀의 호기심과 같은 느낌으로 질문을 하는 자미엘.
이에 조합장은 친절한 미소를 담은 채 그녀를 보면서 말하였다.
“하하.. 글쎄요, 자세한 것은 저도 잘 모릅니다만 듣자 하니 산맥의 왕을 처치하면서 막대한 보상을 받은 뒤, 그 뒤로는 각자 흩어져서 나름대로 잘 살아가고 있다 정도만 알고 있습니다.”
“..그렇군요. 그것 참 잘 되었네요.”
그 말에, 방금 전과는 달리 약간 조용한 어조로 대답하는 자미엘.
비록 또렷하게 내색은 하지 않았지만, 자신이 던진 미끼의 결과가 영 신 통지 않게 끝났다는 것에 대해 그녀는 제법 큰 실망감을 느끼고 있었다.
그리고.
그 대화를 끝으로 일행은 그대로 미련 없이 모험가 조합을 나섰다.
*
모험가 조합 근처에 위치한 여관.
그곳에 방을 잡고 일행과 함께 안으로 들어온 직후, 오즈는 짙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그대로 침대 위에 걸터앉았다.
“하아.. 조마조마 했어. 솔직히 계획이 파토 났다는 걸 안 순간 머릿속에 하얗게 변했다니까.”
일반 적인 경우라 해도 예상치 못한 상황을 마주하면 사람은 당혹감에 사로잡히기 마련이었다.
거기다가 그것이 거짓을 기반으로 사기를 치는 입장이라 하면 그 충격은 더욱 큰 상황.
그런 점에서 오즈가 역시 자기는 이런 쪽에는 영 맞지 않는 것 같다는 생각을 하고 있던 그때였다.
“!?”
“….”
다음 순간, 갑자기 오즈의 몸을 휘감는 부드러운 감각.
워낙 갑작스럽게 이루어진 일로 인해서 오즈는 순간적으로 그 감각의 정체가 무엇인지 인식하지 못하였다.
그리고 잠시 후, 그것이 도로시가 자신의 몸을 끌어 안은 것이라는 사실을 인식한 순간, 오즈의 얼굴은 당혹감으로 인해서 그대로 붉게 달아오르기 시작했다.
“누나?”
“…미안해.. 잠시만.. 잠시만 이러고 있을게..”
“!….”
떨리는 목소리로 작게 이야기하는 도로시.
이에 오즈는 그녀가 왜 이런 행동을 하고 있는지 어렴풋이 이해할 수 있게 되었다.
그것은.. 하마터면 소중한 동생이 영원히 죽지도 못한 채 있을 뻔 했다는 사실에 대한 충격.
아울러, 그런 동생은 자신이 늦게라도 구해 냈다는 것에 대한 안도감 때문.
그 사실을 인지 하면서 오즈가 잠시, 누나의 품 속에 몸을 맡기고 있던 그때였다.
“!? 저.. 누.. 누나? 아무리 그래도 애들 앞에서 이러는 건 좀..”
“!.. 아..”
다음 순간, 비로서 자신들을 빤히 바라보고 있는 아샤트리아와 자미엘의 시선을 인식한 도로시.
그녀들의 시선에는 어째서인지 진한 훈훈함 같은 감정이 담겨 있었으며, 이에 도로시는 순간 적인 부끄러움에 살짝 얼굴을 붉히면서 오즈를 놓아 준 뒤, 다시금 빠르게 감정을 추스르면서 가볍게 헛기침을 하였다.
“음음.. 아무튼, 그럼 일단 작금의 상황에 대해서 다시 정리를 해보자. 우선 방금 전 너희들의 신속한 대처에 대해선 칭찬을 하고 싶어. 정말 잘했다. 아샤트리아 자미엘.”
“응당 해야 할 일을 했습니다. 도로시님.”
“그 정도 상황 대처야 간단한 일이지요. 괘념치 마세요 도로시님.”
도로시의 말에 겸양의 말로 대답하는 두 사람.
그러나, 말은 그렇게 하고 있음에도 그 순간 그녀들의 얼굴에 감출 수 없는 기쁨의 기색이 떠오르는 것을 보면서 오즈는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안 그런 척 해도 사실 둘 다 칭찬 받는걸 좋아하는 구나..’
슬금슬금 입 꼬리가 올라가면서 얼굴이 살짝 붉어지기 시작하는 두 ‘딸’ 들의 모습.
이를 보면서 오즈는 저래 보여도 두 사람이 제법 귀엽다는 생각을 하기 시작하였고,
도로시 역시 이와 비슷한 생각을 하면서 일단은 계속해서 말을 이어 나갔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자미엘이 파악한 바가 정확 하다면 현재 그 녀석들의 행방은 모험자 조합측에서도 그다지 아는 바가 없는 것 같아. 물론 그자가 정확한 정보를 전해주지 않은 것일 지도 모르지만, 한가지 분명한 것은 일이 이렇게 된 이상 한 동안은 계획을 진행하는 것이 거의 불가능해 졌다는 것이야.”
“여차 하면 그 조합장을 납치해서 조사해 보면 어떻겠습니까? 그래도 적당히 쥐어 짜내면 무언가 쓸만한 기억을 떠올릴 수도..”
명령만 떨어진다면 지금 당장이라도 조합장을 끌고 올 기색을 내보이는 야샤트리아.
그러나, 그녀의 이런 태도에 대해서 도로시는 천천히 고개를 저어 보였다.
“그건 너무 무리수야. 쓸만한 정보가 나올지 어쩔지도 모르는 마당에 공연히 소란을 일으킬 필요는 없겠지. 그것 보다는 차라리 그 녀석들이 머물렀던 이 마을에서 정보를 수집하는 것이 더 빠를 것 같아. 평소 머물렀던 장소나 자주 다니던 식당 같은 곳에서 말이지.”
그 말과 함께 천천히 오즈의 얼굴을 바라보는 도로시.
이에 오즈는 고개를 끄덕이면서 자신감이 담겨 있는 목소리로 말했다.
“걱정하지 마, 그런 부분이라면 지금도 또렷하게 기억하고 있으니까. 확실히 누나 말대로 그곳들을 조사한 다면 뭐라도 정보를 얻을 수..”
그때.
똑똑똑!”
“..응?”
“뭐지? 분명 여기에 아무도 들이지 말라고 이야기를 해두었을 텐데..”
갑자기 들려오는 문 두드리는 소리.
이에 도로시는 자신의 주문이 무시당했다는 사실에 약간의 불쾌함과 경계심을 동시에 느끼기 시작했다.
‘누구지?.. 지금 우리가 머무르고 있는 이곳에 찾아올 만한 인간이..’
그런 생각을 하면서 만일의 사태에 대비하여 슬쩍 아샤트리아를 바라보는 도로시.
이에 아샤트리아는 작은 목소리로 도로시가 원하는 대답을 꺼냈다.
“..괜찮습니다. 다들 평범하게 허약한 인간들 뿐입니다.”
“으음..”
아샤트리아의 보고를 들으며 가벼운 안도감을 느끼는 오즈와 도로시.
그렇게 기본적인 안전이 확인되자 도로시 그대로 자리에서 일어나 천천히 방문을 열었다.
그리고 다음 순간, 그들의 눈 앞에 보이기 시작하는 사람들.
그들의 모습을 보면서 오즈는 단번에 이들이 어떤 사람인지 파악할 수 있었다.
‘이 사람들은.. 모험가들 인가? 하지만 이들이 여긴 어쩐 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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