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1화 〉 해닝의 방문자 7
* * *
“뭐… 뭐야.. 이..이게.. 이게 대체 어떻게 된 거야아아!?!?”
눈 앞에 보이는 존재.
그 ‘괴물’을 보면서.. 발키리아의 얼굴에는 짙은 절망의 그림자가 드리워지기 시작했다.
말 그대로 죽음 이라는 단어를 자동적으로 떠오르게 만드는 상황.
이에 그들은 자신들을 향해 천천히 다가오고 있는 그것을 두려움에 떨면서 바라보았다.
그리고..
*
귀족 영애들의 의뢰를 받고 도착한 북쪽 지역의 한 동굴.
그곳에 살고 있다는.. 주민들을 살육하고 있다는 존재를 처치하기 위해서 발키리아의 맴버들은 호기롭게 안으로 들어갔다.
그리고.. 마주하게 된 ‘괴물’.
그것은. 고풍스러운 느낌의 의복을 입고 있는 한 여성이었다.
은발머리에 보라 빛 눈동자를 지니고 있는 여인.
그녀는 자신들을 마주함과 동시에 정중하게 자신을 마법사 라는 이름을 소개하였고..
이에 대해서 발키리아는 즉시 무기를 뽑아 들고 공격에 나섰다.
마법사는 곧 인간의 적.
신의 뜻을 거스르는 힘인 ‘마력’을 사용하여 인간들을 괴롭히는 사악한 존재들.
응당 멸해야 할 존재들이었으며, 이에 그들은 지금껏 그래왔듯 눈 앞에 있는 ‘괴물’을 보면서 전투 진형을 갖추었다.
방어력이 뛰어난 브륀이 선두에 서고, 힐드가 화살을 겨누었으며, 그 뒤에 시그룬이 회복과 견제를 준비하였다.
비록 마법사라는 자들은 인간을 뛰어넘는 힘을 지닌 강적이긴 하였다.
작은 불꽃을 쏘아대거나 인간을 초월한 완력으로 검과 같은 무기를 휘두르면 평범한 사람은 자칫 일격에 즉사 할 수도 있었다.
그러나.. 그럼에도 그들이 무적은 아니었다.
마력이라는 힘과 이를 통해 만들어지는 마법은 비록 강력하지만 그렇게 오래 사용할 수는 없는 능력이었다. 순간적인 화력은 강력하지만 지속력이 떨어지는 힘.
무엇보다, 마력은 성직자의 능력인 오오라 앞에서 무력하게 소멸 당한다는 치명적인 단점이 있었다.
즉, 시그룬이 브륀과 함께 방어만 몇 번 잘해주면 상황은 간단하게 끝날 것이라고 그녀들은 생각하였다.
슉!
민첩하게 화살을 날리는 힐드.
강철로 된 화살은 정확하게 눈 앞에 있는 마법사의 미간을 향해서 날아갔다.
특별한 방어와 관련된 마법이 없다면 설령 마법사라 하더라도 이 일격으로 죽음을 피할 수 없을 터였다.
그런데..
팅!
다음 순간, 마치 보이지 않는 방벽에 막히기라도 한 듯 너무나도 허망하게 튀겨져 나가는 화살.
그와 동시에 힐드는 자동적으로 눈살이 찌푸려졌다.
‘방어 마법 같은 건가? 그렇다 하지만 박히는 것도 아니고 저렇게 간단하게 화살을 튕겨내다니..’
모르긴 몰라도, 지금껏 만났던 마법사들과는 무언가 격이 다른 존재라는 것을 힐드는 인식할 수 있었으며, 이는 다른 동료들 역시 마찬가지였다.
‘화살을 막는 마법을 쓰는 놈이.. 지금껏 딱 한 녀석 있었지. 그 녀석도 제법 강했는데..’
당시에도 아슬아슬하게 승리를 거두었다는 사실은 기억하면서 브륀은 검을 쥔 손에 땀이 흐르는 것을 느끼기 시작했다.
엄습하기 시작하는 불안감.
어쩌면 자신이 용의 꼬리를 밝은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지만, 이미 때는 늦은 상황.
선급까지 받으며 호언 장담을 하면서 들어온 이상, 선택지는 오직 하나뿐이었다.
최선을 다해서 전투에 임하는 것.
설령 그 끝에 죽음이 있다 하더라도..
“시그룬, 부탁 할게.”
“네!”
브륀의 말에 즉시 오오라를 강하게 방출하기 시작하는 시그룬.
이어서 그녀의 오오라는 그대로 브륀의 몸을 거의 완벽하게 감싸기 시작했다.
‘아무리 강력한 마법이라 해도.. 신성한 신의 힘 앞에서는 한낱 무력한 허상일 뿐!’
그렇게 지금까지 배움과 경험을 통해서 알게 된 ‘불변의 진리’를 기반으로 최선을 다해서 브륀을 보호하는 시그룬.
오오라에 둘러싸여 있는 지금, 어떠한 강력한 마법이 날아오더라도 브륀의 몸을 건드릴 수는 없을 것이며, 이틈에 브륀은 눈 앞에 있는 저 사악한 마법사의 목을 단숨에 베어버릴 것이었다.
분명.. 그렇게 되어야 했는데.
“…훗.”
조용히, 입가에 차가운 미소를 담아 보이는 은발의 마법사.
그리고 다음 순간..
“어?”
“뭐.. 뭐야?”
마치 안개가 걷히듯 순식간에 사라져 버리는 시그룬의 오오라.
지금껏 단 한 번도 겪어보지 못했던 이 이해할 수 없는 사태에 발키리아의 얼굴에는 경악이 깃들기 시작했다.
그리고..
“끄아아아아악!!!”
“크으윽!”
“흐으윽!”
눈 앞에 있는 마법사.
그녀는 자신이 서 있는 자리에서 단 한발자국도 움직이지 않았다.
아니, 발걸음은커녕 마법사들이 마법을 사용할 때 보이는 지팡이나 검을 휘두르는 동작 같은 것도 일절 보이지 않았다.
그녀는 그저, 눈 앞에 있는 자신들을 차가운 눈빛으로 바라볼 뿐이었으며, 그와 동시에 모든 것이 시작되고 그대로 끝장이 나 버리고 말았다.
진형을 갖추고 있던 그녀들은 갑작스럽게 엄습한 고통에 그대로 무너지듯 자리에 쓰러졌다.
그것은 마치.. 보이지 않는 실에 온 몸이 휘감긴 채 찢어 지는 것만 같은 느낌.
그 끔직하기 그지 없는 고통 속에서 세 사람은 아무런 저항도 하지 못한 채 몸부림을 칠 수 밖에 없었다.
‘서.. 설마 이것도 마법이라는 거야?’
기본적으로 마법이 신비로운 힘이긴 하지만, 이런 종류의 마법은 여태까지 듣도보도 못한 것이었다.
타오르는 불꽃이나 바위같이 단단한 얼음 덩어리 같은 것이라면 모를까.
눈에 보이지도 않는 무언가가 온 몸을 찢어 버리는 듯한 고통을 안겨주는 이런 마법은..
수 년간의 모험가 생활을 하면서도 그녀들이 전혀 겪어보지 못했던 것이었다.
‘대.. 대체 뭐야. 설령 눈에 보이지 않는 건 그렇다 치더라도, 난 분명 오오라를 사용하고 있었어. 그런데.. 그런데 어째서.’
신성한 힘으로 브륀을 감싸고 있던 시그룬 이었다.
그러나 그녀를 감싸고 있던 오오라는 마치 햇살을 맞은 안개와 같이 허망하게 사라져 버린 상황.
오오라를 지워버리고 어마어마한 고통까지 안겨주는 정체 불명의 마법.
이런 어마어마한 힘을 구사하는 눈 앞의 ‘마법사’에 대해서.
모험가 빌키리아의 맴버들은 짙은 공포와 절망감에 사로잡혔다.
온 몸에 절규를 터뜨리게 만드는 고통.
지금껏 수 많은 전투에서 무수한 부상을 입어 왔던 그들이었으나, 지금 이 순간 자신들이 느끼고 있는 이 끔직한 감각은 그것들 따위는 아이들의 장난 질로 밖에 여겨지지 않을 정도였다.
그러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순간..
세 사람 중에서 시그룬은 육체의 고통보다 더 큰 정신적 절망 속에서 나오지 않는 비명을 내지르고 있었다.
‘나..이대로 죽는 거야?.. 이.. 이렇게 허망하게?.. 아..안 되.. 그럴 수는.. 그럴 수는 없어. 이렇게 죽어 버릴 수는.. 그 아이들을 남기고 죽는 건.. 절대로..’
이곳까지 오기 전, 마지막으로 보았던 동생들의 얼굴들이 눈 앞에서 아른거리는 시그룬.
비록 동료들과 그녀의 노력 덕분에 간신히 빚쟁이 에서 해방되긴 했으나.. 보호자도 없는 그 어린 것들이 홀로 이 세상을 살아갈 수 있으리라곤 생각할 수 없었다.
그러나, 그녀의 이런 절박함과 별개로 전신을 갉아먹는 듯한 고통은 그치지 않았으며 동시에 그녀의 생명 또한 빠르게 불이 꺼져가고 있는 중이었다.
‘미안.. 미안해.. 프레이아.. 프리그.. 제발.. 제발 너희들 만은 꼭..’
그 생각을 마지막으로 정신을 잃어 버리는 시그룬.
이어서. 그렇게 바닥에 쓰러진 세 사람을 보면서 그 마법사는..
카알론의 정원장이자, 최강의 NPC인 존재.
오즈의 손으로 태어난 첫 번째 여인.
아테나 인비저블은 작게 혀를 찼다.
“고작 이 정도가 이 일대에서 가장 강한 축에 속하는 놈들이라니.. 이 세계의 수준이 어느 정도 인지 대충 알 법도 하겠어.”
솔직히, 사용하는 마법은 별로 특별한 것도 없었다.
아테나 입장에선 말 그대로 평타를 휘두른 정도.
방어 마법은 애초에 쓰지도 않았으며, 그럼에도 그녀에게 공격이 먹히지 않은 것은 원채 레벨 차이가 압도적이었기 때문.
말 그대로, 눈 앞에 있는 저 세 사람이 지칠 정도로 검을 휘두르고 활을 쏜다 해도 아타네의 몸에는 변변한 부상 하나 입힐 수 없을 것이었다.
그러나, 이런 와중에도 아테나는 몇 가지 흥미로운 사실을 발견할 수는 있었다.
‘그렇다 하지만.. 저 신관, 약하긴 해도 분명 오오라를 사용했었지. LDG의 그것과 비슷한..’
물론 그 정도는 벌레 수준으로 미약하기 그지 없었기에 그다지 소용은 없었으나 일단 오오라를 사용을 한 것은 엄연한 사실이었다.
그녀 역시 오오라가 일단은 상성상 마력에 우위라는 것을 알고 있는 만큼 경계해야 할 부분.
그리고 여기에.
그녀에게는 제법 관심을 끌게 만드는 요소가 한가지 더 있었다.
그것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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