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4화 〉 복수의 서막 2
* * *
“크아아악!”
“커어억!”
눈 앞에서 벌어지고 있는 처참한 살육의 장.
그 끔찍한 장면을 마주하면서, 연회장의 중심에 있던 그녀..
영주의 딸 마틸다는 충경과 혼란 속에서 그저 눈물과 비명을 토해내는 것 외엔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어.. 어떻게..어떻게 이런.. 아..아버지.. 아버지!!!”
이미 싸늘한 시체가 되어 버린 영주.
그리고, 그런 영주의 옆에는, 아버지를 죽인 원수이자 지금 이 순간도 이어지고 있는 이 참극을 일으킨 주범.
건트 장군이 서 있었다.
“한 놈도 살려 보내지 마라! 후환을 남기지 않도록 잔당들은 모조리 쓸어버리도록!”
“예 장군님!”
건트의 명령에 따라서 일사 분란하게 일을 처리하는 병사들.
그렇게, 불과 수 분 전까지만 해도 술을 마시면서 즐겁게 건트 장군을 칭송하고 있던 이들은 한 명도 남김 없이 모조리 도륙을 당하였고. 이어서 그런 건트의 앞에 이 방안에 있던 이들 중 유일한 생존자인 마틸다가 끌려 나왔다.
“건트! 네 녀석이.. 네 녀석이 어떻게 이런 짓을!”
“무례를 용서하십시오 아가씨. 이게 다 이 영지의 미래를 위해서 어쩔 수 없이 단행한 일이었습니다.”
“무..무슨 헛소리를 하는 것이지! 이런 미친 짓을 저질러 놓고 어떻게 그런 말을..”
“헛소리가 아닙니다 아가씨. 아시다시피 지난 수년간, 이곳 뉘벤은 교통의 요지라는 이점으로 인해서 많은 침략자들의 습격에 시달려 왔고, 이에 번번히 대응조차 하지 못한 채 무력하게 영토만 뜯겨 나가 왔습니다. 그 이유가 무엇인지는 아가씨께서도 잘 알고 계시지 않습니까?”
“이.. 이 자식이..”
건트의 말에 그저 분노만을 표출하는 마틸다.
이에 대해서 건트는 매우 당당하기 그지 없는 목소리로 그녀에게 말하였다.
“그게 다 영주의 무능함 때문이었습니다. 늙고 무력한 영주로 인해서 영지는 피폐해져 갔고, 영지민 들은 도탄에 빠져 신음하고 있었지요, 이에 저는 눈물을 머금고 이렇게 무기를 뽑아 들게 되었습니다. 이 영지와 백성들을 지켜내기 위해서 말입니다!”
피가 묻은 도끼를 들어 올리며 짐짓 슬픔이 느껴지는 듯한 목소리로 이야기하는 건트.
누가 들으면 이따위 미친 소리가 이 정말 인줄 알 정도로 뻔뻔하기 그지 없는 건트의 말에 마틸다는 구토가 나올 것 같은 역겨움을 느끼기 시작했으며, 그런 마틸다를 보면서 건트는 당당하기 그지 없는 목소리로 말했다.
“그러니, 이제부터 아가씨 깨선 안심하셔도 됩니다. 앞으로 이 건트가, 아가씨의 남편이자 이 땅의 차기 영주로서 모든 것을 잘 이끌어 나갈 것이니까 말이지요. 비록 영주님께서 불가피하게 죽임을 당하신 것은 참으로 유감스러운 일입니다만 그 정도야 시간이 지나면 다 해결이 될..”
짝!
“…”
다음 순간, 그대로 건트의 뺨을 후려치는 마틸다.
그녀의 이런 행동에 상황을 지켜보고 있던 이들 중 몇몇은 그대로 무기를 뽑아 들고 마틸다에게 다가가기 시작했다.
그러나.
“멈춰라.”
“하.. 하지만 건트 장군님! 저 년이 감히 장군님의 뺨을..”
“명령이다 가만히 있도록.”
“아.. 예.”
잔잔한 분노가 느껴지는 건트의 말.
이에 병사는 순간적으로 섬 짓 함을 느끼면서 슬쩍 뒤쪽으로 물러섰다.
그리고, 이어서 건트 장군은 불겍 달아오른 뺨을 살짝 어루만지며. 그대로 천천히 마틸다에게 다가갔다.
“네, 당연한 반응이겠지요. 아버지께서 눈 앞에서 돌아가셨으니 그 충격이 오죽 하겠습니까. 하지만 아가씨. 유감이지만 지금은 냉정하게 현실을 바라보셔야 합니다. 그 편이, 저와 아가씨 그리고 모든 이들에게 좋은..”
“닥쳐! 이 쓰레기 같은 자식아!”
분노에 찬 목소리로 소리치면서 다시금 건트를 향해 손바닥을 날리는 마틸다.
그러나..
탁!
“!”
그냐의 가녀린 손길은 그대로 건트의 손에 붙들렸으며, 이어서 건트는 그대로 힘을 주어 마틸다의 손을 꺾기 시작했다.
“아.. 아아 아아아악!!!”
손목이 부러질 정도로 힘을 가하는 건트.
이에 마틸다의 입에선 자동적으로 고통에 찬 비명소리가 터져 나왔고, 반면에 건트의 입가에는 진한 미소가 피어나기 시작했다.
“부디 고정 좀 하시지요 아가씨? 이럴수록 오히려 아가씨께서만 힘들어지실 뿐이랍니다. 어차피 아가씨와 제가 혼인을 하는 것은 피할 수 없는 운명. 순순히 이를 받아들이시는 편이 정신 적으로 이로울 것입니다.”
“이 자식… 이 개만도 못한 자식아!!!!”
분노에 찬 목소리로 소리 치는 마틸다.
그러나, 그녀의 이런 처절한 목소리를 들으면서 건트와 그의 부하들은 그저 코웃음을 칠 뿐이었다.
“자 그럼, 우리 아가씨를 안전한 곳까지 모셔놓도록. 곧 있으면 나의 아내가 되실 분이니 정중하게 다루도록 하거라.”
“예, 장군님.”
“명을 받들겠습니다.”
그렇게, 전트의 명령에 따라서 마틸다를 끌고 가는 병사들.
그 모습을 뒤로 한 채, 건트의 시선은 다시금 연회장 안의 전경으로 향하기 시작했다.
바닥에 널브러져 있는 무수한 시체들.
내장이 흩뿌려져 있고, 피 냄새가 진동하며, 충격과 공포에 휩싸인 얼굴을 한 채 죽어 있는 익숙한 얼굴들
그것들을 둘려보면서, 건트는 이보다 더 상쾌할 수 없는 기분을 느끼며 입가에 진한 미소를 담기 시작했다.
‘속이 다 시원하군, 그 동안 줄곧 나를 무시하면서 개처럼 부려왔던 늙은이들을 이렇게 정리하고 나니 기분이 아주 상쾌하기 그지 없어. 마치 그때 그 쓰레기 같은 오즈 놈을 처리했을 때 같은 기분이야.’
무능하고 성가신 벌레 같은 것들을 처 죽이는 행위.
이는 건트에게 있어서 아주 강렬한 통쾌함을 맛보게 해주는 것이었다.
일전에 그와 같은 용사 파티에 속해있던 오즈 라는 녀석을 죽일 때의 기분도 이와 같았다.
나약하기 그지 없는 쓰레기 같은 녀석이면서 줄곧 도움을 주겠답시고 나서서 일행의 발목만을 잡았던 놈.
그 쓸모 없는 녀석을 볼 때마다 건트는 솔직히 녀석의 뒤통수에 도끼를 꽂아 넣고 싶었던 적이 한 두 번이 아니었다.
‘마음 같아선 당장에 그 쓰레기 녀석의 머리통을 쪼개버리고 싶었지.. 그걸 꾸역꾸역 참아내면서 억지로 웃어주느라 얼마나 힘들었던지..’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가 끝까지 이를 인내를 하였던 것은 그 모든 일련의 과정이 의뢰에 속해 있던 것이었기 때문이었다.
오즈라는 모험가를 파티에 편입시켜, 2년간 그를 관찰하고 수시로 결과를 보고할 것
그리고... 이 일이 잘 성사되면 용사 파티로 일하면서는 꿈도 꿀 수 없었던 것들을 누리게 해주겠다는 비밀 의뢰.
모험가 조합이 아닌, 그들의 리더였던 용사가 믿을 수 있는 곳이라 보증한 ‘윗선’ 에서 내려온 이 의뢰는, 내용부터 시작해서 모든 것이 수수깨끼 투성이었으며, 아울러 용사는 그들에게 끝까지 상세한 내용을 밝히지 않았었다.
‘그 점에 대해선 여전히 호기심이 남아 있다만.. 그렇다 해서 섣부르게 건드릴 수는 없지. 내 본능이 그것은 아주 위험한 짓이라고 말해주고 있어.’
평소 짐승 같은 느낌으로 위험을 감지하는데 능통한 그였다.
그런 그에게 있어서 용사가 말한 그 윗선에 대해선 신경 끄고 사는 것이 좋다는 결론이 내려져 있는 상황이었으며, 이에 그는 호기심 대신 실리는 선택 하며 지금까지 살아 왔다.
당장 모르긴 몰라도 그 윗선이 아주 대단한 자들이라는 것은 그도 알 수 있는 만큼. 공연히 사자의 꼬리를 밞을 필요는 없는 것이었다.
‘일개 모험가였던 나를 이렇게 장군으로 만들어 주었고.. 거기다가 남들을 압도 할 수 있는 힘이 담겨 있는 이 도끼까지 선물해 주었단 말이지. 이만한 권력과 힘을 지닌 녀석들이다. 함부로 경거망동 했다간 도리어 지금까지 쌓아 올린 공든 탑이 무너질 수 있어.’
그렇게 이 일에 대한 생각을 중단하면서 건트의 시선은 그대로 앞에 있는 옥좌로 향하였다.
이제는 시체가 된 영주가 줄곧 앉아 있던 바로 그 자리.
지난 3년간 건트로 하여금 매 순간 욕망을 불태우게 만들었던 바로 그 자리.
이를 보면서 건트는 짙은 설렘과 함께 천천히 그곳으로 다가가기 시작했다.
그리고..
“어흠..흠..”
작게 헛기침을 하면서 자리에 앉는 건트.
그와 동시에, 그의 입가에는 지금껏 느껴보지 못했던 진한 만족감이 피어나기 시작했다.
‘이제부터 이 영지는 나의 것이다. 영주 건트! 앞으로 내 손에 의해서 새로운 세상이 열리는 것이야!’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