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33화 〉 완벽한 남자 3
* * *
코넬리우스 백작이 끌려가고 스펠라가 그를 버린 지 약 한 달이 지난 시점.
그 사이에 정체를 알 수 없는 이에게 납치를 당한 백작에 대한 사람들의 관심과 염려는 거의 사라진 상황이었으며, 아울러 스펠라 역시 더 이상 그에 대해선 미련을 지니지 않기로 결정을 하게 되었다.
‘그래.. 어차피 떠난 사람은 떠난 것이고, 나 역시 언제까지고 거기에 묶여 있기만 할 수는 없는 일이잖아? 비록 실패를 겪긴 했지만 다시 시도를 해봐야지. 분명 열심히 찾다 보면 더 좋은 사람을 만날 수 있을 거야. 코넬리우스 백작 보다 도 더 좋은.. 그런 사람을.’
그렇게 힘을 내가 다시금 새로운 미래를 꿈꾸는 스펠라.
이에 그녀는 기대감을 지닌 채, 다시금 사교계에 복귀하였으며 그런 그녀에 대해서 사람들은 다시금 이전과 같은 관심을 보이기 시작했다.
비록 이전에 만났던 남자가 불행하게 사라져 버리긴 했지만, 이를 오히려 그 동안 코넬리우스 백장에게 눌려 눈치만 보고 잇던 다른 귀족들에게 해로운 시도를 해볼 수 있는 기회로 작용하게 되었다.
그렇게, 다시금 많은 귀족 남성들의 관심과 선망을 받게 된 스펠라는 얼마 지나지 않아서 그녀의 눈에 차는 새로운 남자를 만날 수 있었다.
고명한 후작기의 장남인 크라우스경.
곧 있으면 아버지의 뒤를 따라 영지를 물려받게 될 것으로 알려져 있는 그는 스펠라의 미모와 교양에 매료되어 고백을 하였고, 스펠라는 이를 기꺼이 받아 들였다.
비록 일전의 코넬리우스 백작에 비하면 남성다운 당당함은 조금 부족했지만, 그럼에도 잘 생긴 외모와 차기 후작 내정자로서 기품을 겸비하고 있는 크라우스경.
그렇게, 스펠라는 과거의 사랑인 코넬리우스 백작에 대한 것은 깨끗이 잊은 채 지금의 사랑에 전념하기 시작했으며, 머지 않아서 두 사람은 달콤한 이야기로 앞으로의 미래를 논하는 관계에 까지 이르게 되었다.
“스펠라.. 사랑하오.”
“저 역시 사랑하고 있습니다 크라우스님.”
그렇게 서로간의 애정을 표현하며 입을 맞추기 시작하는 두 사람.
밤은 깊어 졌으며, 이곳은 잡인의 출입을 금하고 잇는 만큼 거리낄 것 또한 없었다.
그렇게 침대 위에 함께 누운 채 조심스럽게 서로의 몸을 끌어 안기 시작하는 두 사람.
그때..
쾅!
“!”
“뭐.. 뭐야?”
다음 순간 들려오는 어쩐지 익숙하면서도 요란한 폭발음.
이에 스펠라의 얼굴에는 설마 하는 의문과 공표가 동시에 깃들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 순간.
그런 스펠라의 눈 앞에 보이는 것은 바로 일전에 그녀의 남자를 가로채 간 그 존재..
검은 가면을 착용한 채 무시무시한 힘의 기척을 내보이고 있던 바로 그 괴물이었다.
“네 놈은 누구냐! 여기가 어디라고 감히..”
“! 아..안됩니다 후작님! 그 녀석은.”
“크억!”
이전과 같이 무턱 대로 검을 뽑아 달려들었다가 순식간에 쓰러져 버린 크라우스
이에 스펠라의 얼굴에는 짙은 절망감이 깃들기 시작했고, 그 직후 그 괴물은 이전과 같이 크라우스를 들쳐 맨 상태로 그녀에게 일전의 그곳과 같은 장소가 표시되어 있는 지도를 던진 뒤 유유히 사라졌다.
그렇게, 또 다시 사랑을 속삭이던 남자는 잃어버리고 만 스펠라.
그 직후 그녀는 극도의 허탈함과 더불어서 가슴이 미어지는 듯한 고통을 맛보기 시작했다.
‘어째서.. 어째서 또 나에게 이런 일이..’
한 번도 아니고 두 번씩이나 애인을 납치 당해 버린 스펠라.
이에 스펠라는 이불에 얼굴을 파묻은 채 절망으로 뒤 섞인 눈물을 흘리기 시작했다.
그러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스펠라는 이번에도 그곳으로 가지 않았다.
아무리 애정이 중요하다 하지만, 그것은 자신의 목숨과는 달리 어렵게라도 버릴 수 있는 것이었기 때문이다.
*
“저 여자인가?”
“응.. 맞아. 애인만 만들었다 하면 바로 며칠 있다가 그 사람이 오간 데 없이 사라져 버린다는 그 사람.”
“벌써 여섯 번 째라면서?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이건 좀 심한 거 아니야?”
지난 몇 개월간 이어진 원인 불명의 사태.
스펠라와 친분을 쌓고 애인이 된 이는 오래 지나지 않아 소위 말하는 ‘괴물’의 손에 납치당해 영영 돌아오지 못하게 된다는 이야기는 귀족들 사이에서 마치 들불과 같이 빠르게 퍼져 나갔다.
그러나 그러한 소문 이상으로 지금에 와서 고개를 들기 시작한 스펠라와 관련된 또 다른 소문..
그것은.. 실종된 애인들과 연관하여 스펠라읠 주변을 줄러 싼 의문에 대한 것이었다.
“그.. 그게 정말이야? 설마 진짜로 스펠라님이 그런 짓을?”
“그렇다니까! 생각해 보라고, 괴물의 습격이니 뭐니 하지만 우리들 중 누구도 그것의 모습을 본 사람은 없잖아? 그런 점에서 그 남자들은 어쩌면 스펠라의 말대로 괴물에게 납치 당했거나 한 게 아닐 지도 몰라.”
“그.. 그건 설마..”
상대방이 무슨 이야기를 하려는지 눈치 채면서 섬뜩한 기분을 맛보기 시작하는 사람들.
그리고, 그런 이들에게 이야기를 주도 하던 귀족은 살짝 목소리를 낮추며 자신의 생각을 전하였다.
“그렇다니까. 이건 분명 스펠라가 꾸며낸 자작극임이 분명 해, 자기 손으로 남자들을 납치해서 감금하거나 죽여놓고 괴물의 짓이다 뭐가 하면서 연기를 하고 있는 거라고.”
“세상에.. 어떻게 그런..”
비록 지금까지의 공식적인 조사 상으로 스펠라의 죄가 명확하게 밝혀지거나 한 것은 없었다.
그러나, 그러한 점과 별개로 사람들의 의심을 갈수록 커져만 갔으며, 결국 스펠라는 더 이상 사교계에 함부로 모습을 내밀 수 없는 몸이 되어 버리고 말았다.
“제길! 제기라아아알!! 어째서.. 어째서 나에게 이런 일이 벌어지는 건데! 대체 어째서!”
사람들의 눈총을 받으면서 사실상 반 강제적으로 연회에서 쫓겨난 스펠라.
지금까지 있었던 일에 이미 그녀의 마음은 걸래짝 마냥 너덜너덜 해져 있었으며, 그런 그녀에게 있어서 사실상 사교계 에서의 퇴출과 다름 없는 이번의 선고는 너무나도 치명적인 타격으로 다가오고 있었다.
지금껏 그녀가 최선을 다해서 쌓아 왔던 모든 것이 물거품이 되어 버린 상황.
이에 스펠라는 그저 절규의 비명을 내지르며 바닥을 뒹구는 것 외엔 아무것도 할 수 없다는 것을 깨달았으며.. 그와 동시에 한가지 생각을 머릿속에 떠올리기 시작했다.
그것은.. 매번 자신의 앞에 던져 졌으나, 끝내 그녀가 가보지 않았던 문제의 그 장소에 대한 것.
비록 지금까지는 그 괴물의 위세에 눌려서 끝까지 찾아가 보지 못했었지만, 모든 것을 잃어버린 지금의 그녀는 더 이상 두려워할 것도 주저할 것도 남아 있지 않은 상황이었다.
“제길.. 그래! 이렇게 된 이상 가 주고 말겠어! 거기서 내 인상을 이런 나락으로 빠뜨려 버린 놈의 면싱에 침이라도 뱉어준 뒤 죽어 버릴 거야!”
그렇게, 최후의 발악을 저지르기로 마음을 굳힌 채 그대로 자리에서 일어나는 스펠라.
그 직후, 그녀는 창고에 모셔 두었던 모험가 시절의 갑옷.
그리고, 그녀가 마지막으로 사용했던 창을 꺼내었다.
‘그러고 보니.. 그 등신 같은 오즈놈의 뒤통수를 친 이후, 처음으로 써보는 거네..’
지금에 와서 생각해 보면 그저 헛웃음이 나올 법한 관계를 가장했던 스펠라였다.
관심도 없는 남자에게 접근 하여 그의 마음을 사로잡은 뒤 결정적인 순간에 그의 등 뒤에서 창을 찔러 넣어 버리는 짓..
스펠라 입장에서 이는 상당히 즐거운 놀이였으나, 동시에 지금에 와서 이는 아무래도 상관 없는 이야기 이기도 하였다.
지금 중요한 것은, 이 창이 자신의 마지막으 장식해줄 물건이라는 것.
그리고 지금부터, 그녀는 죽을 각오를 지닌 채 문제의 장소에서 그 괴물을 마주하게 될 것이라는 사실이었다.
‘어차피 죽기밖에 더 하겠어. 가서 화려하게 끝내 버리자고. 내 인생을 송두리째 망쳐 버린 그 괴물놈에게 한방 먹여 주고 죽어 버리는 거야!’
그렇게, 마지막 각오와 함께 완전 무장을 끝마친 스펠라는 그대로 자신의 저택을 떠나 문제의 그 장소를 향해서 출발 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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