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36화 〉 눈의 마왕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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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륙 북부에 위치한 국가 칼마르 연합국
정확히는 야만족이라 불리는 여러 부족들의 연합체를 일컫는 말로, 부족들 간의 결속은 그다지 단단하지는 않은 편이었다.
황제가 군립하고 있으나 그 권위가 그렇게 까자 강하지 못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는 신성제국에 비해서도 사실상 허수아비라 봐도 될 정도로 미약하기 그지 없는 힘을 지닌 군주가 다스리고 있는 연합국.
비록, 그래도 타 국가들 과의 전쟁이 발발 했을 경우는 일단 부족들이 국왕을 중심으로 힘을 합쳐서 싸우기로 맹약이 되어 있었지만, 그 외의 부분에 있어선 각 부족 장의 고집대로 움직이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그리고, 이런 칼마르 왕국 내에서 남서쪽에 위치해 있으며, 이 때문에 인근 국가들과 잦은 교역을 통해 이득을 보고 있는 지역.
에스빈 이라는 이름을 지닌 항구 도시는 여느 때와 같이 오늘도 활기가 넘쳤다.
풍부한 어업량으로 인해서 식량에는 부족함이 없었으며, 타국과의 교역으로 대륙에서 다양한 물품들을 들여온 덕분에 도시 내에는 칼마르의 여느 장소들 보다 풍요로움이 넘쳤다.
그러나, 근래 들어서 이곳 에스빈에서는 지금까지와는 또 다른 방식으로 부가 흘러 들어오고 있었다.
바로, 모험가들을 중심으로 한 용병 사업이 그것이었다.
본래 칼마르의 부족들 간에는 직접적인 전투가 금지되어 있었지만, 이웃해 있는 신성 제국 쪽으로 눈을 돌리면 이야기가 달라졌다.
제국 남부와는 달리 황제의 권위가 거의 닿지 않은 탓에 자신들끼리의 전쟁이 매우 잦은 신성 제국의 북부 지역.
이로 인해서, 이 일대의 영주들은 스스로를 지키기 위해서 혹은 다른 이들을 침략하기 위해서 끝없이 무력을 추구할 수 밖에 없었으며, 그 과정에서 야만 전사로서 그 강인함이 익히 알려져 있는 칼마르 출신의 용병들을 다수 고용하고 있는 상황이었다.
“카하하하! 이번에도 크게 한 건 했다고!”
“다들 살아 돌아와서 다행이야! 역시 용병 일은 모름지기 줄을 잘 서야 하는 법이라니까!”
모험가들이 다수 머무르고 있는 주점.
그곳에선 이번에 있었던 전공을 자랑하는 이들이 시끄럽게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자신이 죽인 적들의 숫자나, 적장의 목을 벤 경험 등.
조금씩은 과장을 덧붙이면서 그들은 전장에서 있었던 일 들은 호기심 많은 이들에게 전해주고 있었다.
“하.. 그러고 보니 진짜 장관은 뭐니 뭐니 해도 브레멘에서 있었던 일이지.”
“아! 그 백색의 전사 말인가? 그 자라면 나도 먼 발치에서 봤었지.”
“엄청난 힘으로 순식간에 적들을 쓸어버리던 그 모습은..아무리 나라도 오금이 저릴 정도였다니까.”
용병사업 이라고 하지만, 이를 주선하는 자들은 역시 막대한 자금력을 지니고 있는 상인들 이었다. 그리고, 그들에게 있어서 이곳 에스빈의 제 1 거래대상인 브레멘은 당연히 가장 우선 해야만 하는 고객.
만약 브레멘이 다른 영주들에게 함락 될 경우 그들이 겪게 될 손실이 막대했던 만큼, 그들은 승산이 낮은 상황에서도 다수의 용병들을 파견해 브레멘을 지원하였다.
물론 그 과정에서 브레멘에 상당한 금액을 받아 낼 수 있었던 것은 덤이었지만..
그렇게, 큰 자금을 받고 승산이 낮은 전투에 참가 했던 용병들은 그곳에서 예상치 못한 전설을 보게 되었다.
패색이 짙어진 상황에서 갑자기 나타난 백색 갑옷의 전사.
그는 마치 양 때 안에 뛰어든 사자와 같이 그는 거침 없이 검을 휘둘러 적들을 쓸어버리면서 순식간에 전세를 역전시켰다.
그가 한 번 무기를 휘두를 때마다 파도와 같이 몰려오던 병사들은 그대로 무참히 부숴졌으며, 패배를 떠올리던 브레멘은 결국 승리를 거머쥘 수 있었다.
마치 전설 속의 나오는 영웅과 같은 모습.
이는 도시를 지키던 병사들과 시민들은 물론이고, 그곳에 참전했던 모험가들에게도 결코 잊을 수 없는 충격을 안겨주었다.
“대단했지.. 만약 마왕을 물리친다는 전설의 용사가 검을 휘두른 다면 그런 모습이 아닐까 싶을 정도로.”
“그.. 그렇게나 대단한 전사라니.. 구체적으로 어떻게 생겼었나요?”
곁에서 호기심 어린 표정으로 이야기를 듣던 붉은 머리칼의 여성.
그녀의 물음에 용병은 그 늠름하고 강인했던 모습을 떠올리면서 천천히 묘사를 하기 시작했다.
“분명 화려한 장식이 달린 흰 갑옷에.. 등에도 갑옷에 어울리는 흰 망토를 두르고 있었지. 소문에 따르면 그자도 우리와 같은 모험가였지만 지금은 브레멘의 기사단장으로 있는 인물이라던 거 같더라고.”
“그 정도 실력을 지닌 모험가라.. 그러고 보니. 문득 예전에 있었다는 한 용사파티가 떠오르는 것 같네요. 마왕을 물리칠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했던..”
모험가의 말에 여성은 두 눈을 반짝이며 물었고, 이에 그는 술잔을 들어 올리며 약간 씁쓸한 목소리로 말을 하였다.
“그러고 보니 그런 자들이 있긴 했지. 개인적으로 나도 기대를 걸었던 녀석들인데 제법 아쉽게 되었어. 뭐.. 네 말을 듣고 보니 그쪽과 동일 인물인 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아주 안 드는 것은 아니지만 말이지.”
“그렇군요..”
그렇게 모험가의 말을 들으면서 여성의 입가에는 살짝 미소가 지어졌고, 이어서 그녀는 슬쩍, 자신의 뒤쪽에서 이야기를 듣고 있는 두 사람에게 시선을 돌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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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점 내의 창가 쪽에 위치한 자리.
그곳에서 도로시는 호위로 동행하고 있는 아샤트리아와 함께, 조용히 모험가들과 자미엘의 이야기를 듣고 있었다.
딱히 의도했던 바는 아니고 그저 잠시 쉬어갈 곳을 찾아 머무르는 과정에서 우연히 듣게 된 것이었지만, 도로시 입장에서는 상당히 귀가 솔깃하게 만드는 이야기임이 분명했다..
‘브레멘의 백색 전사.. 전직 모험가에 용사파티와 연관성이 있을 지도 모른다라..’
오즈의 복수와 연관하여 기본적으로 처리해야 할 인물은 앞으로 세 명.
흑막에 대한 부분은 둘째 치더라도 그들은 일단 반드시 처단해야 했으나, 아쉽게도 현재 그들의 소재는 쉽게 파악이 되지 않고 있는 상황이었다.
‘소속 국가나 상태는 알아냈지만 그렇다 해도 여전히 범위가 너무 넓단 말이지. 거기다가 시간 간격도 있는 만큼 그 사이에 다른 곳으로 이동했을 가능성도 있고.. 이런 상황에서, 그 백색의 전사에 대해선 어떤 식으로든 확인을 해볼 필요가 있겠어.’
그런 생각을 하면서, 도로시는 문득 자신의 앞에 앉아 있는 사람.
아샤트리아의 얼굴을 조용히 바라보았다.
이런 상황에서도 여전히 긴장은 늦추지 않은 채 조용히 주변을 경계하고 있는 그녀의 모습.
언제나와 같이 성실한 그녀의 이런 태도에, 도로시는 약간 기특하다는 느낌을 받으며 조용히 입을 열었다.
“자 그럼.. 슬슬 시간이 된 것 같으니 한번 결과를 볼 까? 그 마왕에 대한 것 말이야.”
“네. 도로시님.”
도로시의 말에 아샤트리아는 조용한 목소리로 말했고, 그녀를 보며 도로시는 가벼운 미소를 지은 뒤 발동시켜 두었던 마법의 결과를 살피기 시작했다.
지금 도로시의 눈로는 볼 수 없는 것들.
하지만, 그녀는 느낄 수 있었다.
자신이 이곳에 도착하자 마자 풀어놓은 존재들의 감각을.
그들의 시각, 촉각, 그리고 후각에 대한 정보가 그녀에게 간접적으로 전달이 되면서 그녀의 머리 속에는 자연스럽게, 마치 영화를 보는 듯 그것이 그려지고 있었다.
암흑계열 마법에 통달한 대마법사. 도로시 인비져블.
그녀는 지금, 주 특기인 악마소환을 이용해서 인간들이 눈치채지 못하는 방식으로 이 마을과 그 일대를 곳곳을 이 잡듯이 뒤지고 있는 중이었다.
‘레벨 200짜리 헬 하운드를 1000마리쯤 풀었으니 강력한 마력을 지니고 있는 존재를 찾는 것쯤은 간단하겠지.’
그림자 속을 은밀히 움직이면서 마력의 냄새를 맡는데 특화된 존재들.
본래 야생의 헬 하운드라면 마력을 지니고 있는 이들을 덮쳐서 잡아먹겠지만, 도로시의 통제에 들어있는 녀석들은 그럴 걱정 없이 오직 수색에만 사용할 수 있었다.
그리고.. 그녀가 지금 이곳 에스빈과 이 일대에서 찾고 있는 존재는 헬하운드가 아주 민감하게 반응할 법한 녀석.
이 세계를 기준으로 상당한 마력을 지니고 있을 것으로 추정되는 존재
소위, 마왕 이라 불리는 녀석이었다.
‘라플라스의 정보에 따르면 녀석은 이 인근에서 가장 자주 모습을 내보였다고 하지. 그렇다면 이곳 어딘가에 놈의 본거지가 있거나 그렇지 않다면 단서라도 찾아낼 수 있을 터.’
그런 생각을 하면서 도로시는 약간의 기대감을 지닌 채 헬 하운드 들의 일을 지켜보고 있었다..
그런데..
“!... 뭐.. 뭐야.. 이건…”
갑작스럽게 감지된 상황의 변화.
이에 도로시의 얼굴이 살짝 굳어지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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