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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사파티에서 배신당하자 옆집 누나하고 만든 SSS급 딸들이 복수를 시작합니다-39화 (39/102)

〈 39화 〉 눈의 마왕 5

* * *

음침한 기운과 살을 애는 듯한 냉기가 감도는 장소.

곳곳에서는 시체 썩는 냄새가 코를 찔렀으며, 부패로 인해 발생한 유독한 연기는 시야를 가릴 정도였다.

그렇게 보는 이로 하여금 자동으로 눈살을 찌푸리게 만들법한 장소에서, 푸른 로브를 뒤집어 쓰고 있는 누군가는 차가운 눈빛으로 발 밑을 내려다보고 있었다.

이런 음침한 분위기에 어울리지 않은 화려한 거울을 손에 든 채, 그자는 자신의 눈 앞에 무릎을 꿇고 있는 트롤을 내려다 보며 싸늘한 목소리로 말했다.

“그래서 실패 했다고? 내 명령도 어기고 멋대로 기어나간 결과가 고작 그것이란 말이냐?”

분노의 감정이 느껴지는 목소리 이에 트롤은 머리를 조아리며 그녀에게 말했다.

“크르륵.. 며.. 면목이 없습니다.. 갑자기 기괴한 괴물이 나타나는 바람에 그만..”

“괴물?”

트롤의 입에서 나온 의외의 말에 그자는 한 순간 분노를 누그러뜨리며 물었다.

“괴물이라니.. 조금 더 자세히 설명해 봐라.”

“크륵.. 처.. 처음 보는 괴물 이었습니다. 마치 악마의 사냥개 같은 모습을 한.. 힘도 엄청나게 강해서 하마터면 당할 뻔 했습니다.”

“..악마의 사냥개… 혹 너와 같은 마족은 아니고?”

어느새 분노를 거둔 채, 그의 목소리에는 호기심 만이 가득 담겨 있는 것이 느껴졌으며, 이에 트롤은 재빨리 그의 질문에 답했다.

“제.. 제가 아는 마족 중에는 크륵 그런 녀석은 없습니다. 처음 보는 모습. 처음 보는 냄새를 가진 존재였습니다.”

“호오…”

트롤의 말에 그자의 입에서는 짧게 감탄사가 흘러나왔다.

이어서 그는 거울을 손에서 놓지 않은 채, 한쪽에 있던 낡은 의자에 앉아 무언가를 깊게 생각했다.

어쩐지 상당히 기대감에 젖은 듯한 모습.

그러나 이내 그자는 감정을 진정시키는데 성공한 뒤, 트롤을 향해서 말했다.

“알았다. 잠시 생각할 것이 있으니 일단은 물러가도록.”

“크륵. 아.. 알겠습니다. 주인님.”

그렇게 다시 한번 정중하게 고개를 숙인 뒤 그곳을 떠나는 트롤.

녀석이 완전히 나간 것을 확인한 뒤, 그자는 내려놓았던 거울을 천천히 쓰다듬으며 입가에 옅은 미소를 담았다.

“강력한 힘을 지닌 새로운 생물체.. 이건 설마.. 드디어 줄곧 기다리던 그것이 나타난 것인가?”

짙은 기대감이 담긴 목소리.

그렇게 작지만 음침한 감정을 담아 중얼거리면서 그자는 손에 들고 있던 거울을 자신의 얼굴에 비추었다.

“제법 오래 있긴 했지. 이제 슬슬.. 새로운 몸으로 갈아 탈 때인가?”

*

헬하운드 들을 푼 직후, 도로시는 잠시 동안 바닥에 쓰러져 있는 시신들을 살피기 시작했다.

무언가 대단한 추리를 위해서 같은 것은 당연히 아니고, 그저 뭐라도 주워 먹을 게 있나 하는 심정으로 시체를 뒤적거리고 있을 뿐이었다.

‘티끌 모아 태산이라고.. 자잘한 잡템이나 동전이라도 모으면 제법 유용하게 쓸 수 있단 말이지.’

LDG 시절에도 자잘한 아이템을 버리지 않고 꼬박꼬박 주워다 내다 파는 버릇이 있던 그녀였다.

그런 점에서, 시체에 대한 거부감이 거의 없다시피 한 지금의 그녀에게 목이 잘려 반쯤 얼어 있는 시체들은 그저 적당한 루팅 대상일 뿐.

물론, 트롤에게 끌려온 인간들이 지니고 있던 소지품이라고 해 봤자 별거 없었지만. 그래도 조긍이 나마 쓸모 있는 것들이 나오기는 했다.

“그래도 이 칼은 아직까지는 괜찮은 것 같은데.. 아까 마을에 있던 대장간 같은 데서 팔면 돈 좀 주려나? 그리고 이건.. 오, 동전 하나 주웠다.”

작은 단검이나 은으로 된 동전 조각.

그 외에 상태가 비교적 괜찮은 부츠에 망가진 펜던트까지.

아무래도 재활용이 불가능해 보이는 얼어붙은 가죽 옷 정도를 제외하고, 쓸만하다 생각되는 것은 전부 챙겨 마법 배낭에 담기 시작했으며, 이에 아샤트리아 역시 익숙한 느낌으로 물건들을 주워 담기 시작했다.

화면 상의 아이템이 아닌, 실제로 형상이 있는 물품이라서 그런지 의외로 게임 내에서 줍는 것 보다 풍족한 느낌을 받게 해주는 잡템 수집.

이에 제법 쏠쏠한 기분을 느끼면서 도로시는 시체가 끼고 있던 오래된 철 반지까지 싹싹 털어서 모조리 챙기기 시작했다.

“혹시나 해서 마법 배낭을 챙겨오길 잘했지. 그래도 이 정도면 커피값 정도는 될 것 같은데?”

문득 이 세계에는 커피나 홍차 같은 마실 것이 없다는 점을 떠올리며 약간 아쉬움을 느끼는 도로시였다.

그런 점에서 흑정원 카알론 내부에 홍차를 추출할 수 있는 차 밭을 꾸며 둔 것은 신의 한 수였다고 줄곧 생각하고 있다만..

아무튼, 그렇게 약간의 만족감을 느끼는 시간이 끝나갈 때 즘.

도로시의 감각에 마침내 헬하운드들이 보낸 정보들이 느껴지기 시작했다.

녀석들이 보고 있는 장면과, 분위기. 그리고 그곳에 있는 이들의 모습이 눈에 보이면서 도로시는 괜히 두근거리는 듯한 기분이 들기 시작했다.

“호오.. 이건.. 일이 생각보다 재미있어 지겠는데?

퀘스트를 깨나가면서 느꼈던 희열을 조금 더 실감나게 느끼면서 도로시는 일단 헬하운드들의 돌입을 자제시킨 후 서둘러 녀석들이 있는 곳으로 발길을 옮겼다.

이쯤 되면 헬하운드 들을 통해 조사하는 것 보다는 직접 가서 확인해 보는 더 재미있을 것 같았으며, 무엇보다 이대로 돌격명령을 내릴 경우 공연히 어그로를 끌어서 상황을 복잡하게 만들 가능성이 존재 하였다.

만일에 사태에 대비해서 조심성을 담아 움직임과 동시에, 지금과 같은 신선한 모험의 기분 또한 즐기고 싶은 만큼 여기서부터는 조금 천천히 진행하기로 결정한 도로시.

그렇게 공략집도 없는 미지의 던전으로 처음 들어갈 때와 같은 묘한 긴장이 그녀의 몸을 타고 흐르는 것을 느끼면서 도착한 장소.

그곳에는 지하에 있는 것 치고는 상당히 큰 얼음을 된 저택이 있었다.

그러나, 얼음 저택은 동화에서 나오던 그런 화려한 느낌과는 거리가 조금 있었는데, 이는 저택 곳곳에서 흘러나오고 있는 검푸른 연기와 이정도 거리에서도 도로시의 코끝을 기분 나쁘게 자극하는 썩은 냄새로 인해서였다.

그러나, 평소라면 인상을 찌푸렸을 그런 냄새는 이런 상황에서 오히려 도로시의 기대를 더욱 부풀리고 있었다.

“얼음에 시체라.. 어디서 많이 본 조합인데. 그럼 이 안에선 그런 종류의 최종 보스가 나온다는 건가?”

배경상, 판타지에서 나왔던 언데드 몬스터들을 볼 수 있을지도 모르는 만큼, 도로시는 갈수록 상황이 흥미진진해 지는 것을 느끼며 안으로 들어갔다.

*

얼음 저택의 가장 깊숙한 곳.

그 장소에는 다수의 트롤들이 경계를 서듯 자리를 지키고 있었으며, 그들의 중심에는 거울을 들고 있는 자가 무언가 알 수 없는 주문을 외우고 있었다.

제법 길게 이어지는 주문

어느 순간 끝나자. 거울을 들고 있는 이는 자신의 몸에 담긴 마력을 최대한으로 발산하기 시작했다.

그러자 마치 숨을 들이쉬듯 마력을 빨아들이기 시작한 거울.

그 직후, 그자는 자신의 옆에 놓인 시체들의 모습을 거울 속에 비추었다.

그에 반응하듯, 거울에서는 검붉은 기운이 흘러나오기 시작했고 그것은 그대로 비춰지고 있던 시체들의 안으로 흘러 들어 갔다

이윽고, 검붉은 기운이 완전히 흡수됨과 동시에 갑자기 부자연스럽게 움직이기 시작하는 시체들.

그 숫자는 셀 수도 없이 많았으며, 하나같이 머리가 없는 상태였다.

그렇게 일어난 죽음의 군단을 보면서 거울을 들고 있는 이는 만족스러운 표정을 지어 보였으며, 경비를 서고 있던 트롤들은 그대로 긴장한 듯 표정이 딱딱하게 굳어지기 시작했다.

“좋아, 그럼 가서 손님을 정중하게 맞이하도록.”

입가에 차가운 미소를 지은 채 그자가 말했고 이에 움직이는 시체들은 옆에 놓여 있는 녹 쓴 망치와 병기들을 들고 천천히 방을 나서기 시작했다.

“후…”

시체군단이 눈 앞에서 사라지자 안심한 듯 안도의 한숨을 내쉬는 트롤들.

그런 트롤들을 뒤로하고 그자는 거울을 들고 방을 나섰다.

그렇게 주인마저 사라지자 방을 지키는 트롤들은 긴장을 풀며 자신들끼리 말을 하였다.

“크르륵.. 과연… 볼 때마다 무시무시 하다니까.”

“크륵.. 시체를 다루는 마법.. 역시 무서운 힘이다. 우리 주인.”

“크루룩 그러고 보니 트락. 네 녀석 주인의 명을 어기고 멋대로 움직이다가 혼이 났다면서.”

“조심해라. 주인이 분노하면 다음에 시체가 되어서 움직이는 것은 너 일 것이다.”

동료들의 걱정이 담긴 말에 방금 전 멋대로 인간들을 습격했던 트롤, 트락은 콧방귀는 뀌었다.

“행, 하지만 이렇게 일해서 언제 제물을 모르겠나. 우리 주인. 강하지만 어리석다. 빠르고 편한 방법을 모른다. 만약 내가 저런 힘을 지니고 있었다면 지금쯤.. 으으음..”

무언가 계속 말을 하려다가 이를 멈추는 트락.

이에 동료들은 염려스러운 듯 그를 바라본 뒤 다시금 경비 일을 재개했고, 트락은 잠시 동료들의 눈치를 살핀 뒤 조용히 그곳을 떠났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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