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용사파티에서 배신당하자 옆집 누나하고 만든 SSS급 딸들이 복수를 시작합니다-41화 (41/102)

〈 41화 〉 눈의 마왕 7

* * *

“뭐라고? 벌써 당했다고?”

“크르르르 내! 그.. 그렇습니다. 그리고 지금 주인님의 병사를 쓰러뜨린 존재가 바로 이 앞까지 다가와 있는 상황입니다.”

“이렇게 쉽게 말이지.. 과연.. 그렇다면..”

트락이 다급한 목소리로 말하였으나, 이에 거울을 들고 있는 그의 주인은 놀라움과 더불어 어째서인지 진한 기쁨이 느껴지는 듯한 목소리로 말했다.

마치 오랜 동안 기다려온 무언가가 이루어 진 듯 흥분을 감추지 않는 주인.

그리고 그런 주인의 반응을 눈 여겨 보면서 트릭은 다시금 급박하게 말하였다.

“클르륵 멍하게 있을 때가 아닙니다. 주인! 새로운 병사를 보내거나 저희들에게 서둘려 녀석을 요격할 것을 명해주십시오.”

“아니.. 굳이 그럴 필요 없다.”

“네?”

생각지 못한 주인의 말에 트락은 당혹감을 내비쳤고, 그를 보면서 주인은 기대로 가득 찬 목소리로 명령을 내렸다.

“일단 너희들은 마을로 돌아가서 대기하고 있도록. 여기의 일은 내가 알아서 처리하도록 하겠다.”

“그.. 그게 무슨.”

“명령이다. 시간 끌지 말고 서둘러 가도록.”

“…알겠습니다.”

이해할 수 없는 내용이긴 했지만,

일단 명령인 만큼 트릭은 고개를 숙이고 조용히 문을 열고 밖으로 나갔다.

그렇게 자신의 시종이 나간 직후.

그자는 자신의 거울을 꼭 쥔 채 뒤 잔뜩 흥분한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드디어 찾아 온 건가? 오랜 시간 줄곧 기다려 왔던 그런 존재가. 후후후.. 드디어 이 나약한 몸을 버리고 새로운 육신으로 갈아탈 수 있는 기회가 온 것이야.”

그 말과 함께 가슴이 두근거리는 것을 느끼며 그자는 다급하게 개인 실로 들어갔다.

그 뒤에 방 안에서 들리는 부산한 소리.

그러나, 그 순간 이 모습을 지켜보고 있던 이는 그런 소리 따위는 안중에도 없었다.

그가 관심 있는 것은 오직 하나뿐.

마침내 그 기회가 왔다 판단한 그자는 곧바로 행동을 개시할 준비를 하였다.

*

대부분의 일들은 기대와 같이 흘러가는 법이 거의 없다.

그 사실은 잘 알고 있지만.. 그래도 기대감을 가지는 것이 사람 심리.

그리고 그 결과는 기대의 정도에 비례하여 그대로 실망이라는 단어로 되돌아 오는 법이다.

“…진짜 없네..”

처음 나온 언데드들을 전멸 시킨 뒤 무언가 더 나올 것으로 기대하고 있던 도로시.

그러나.. 그 뒤로 이 얼음 저택의 거의 끝부분으로 여겨지는 곳에 도착했음에도 그녀의 눈에는 언데드나 트롤은커녕 개미새끼 한 마리 보이지 않았다.

도중에 냉동상태가 된 시체들이 조금 보이긴 했지만. 그들 중에서 움직이는 녀석은 하나도 없었으며. 헬하운드 역시 딱히 특별한 반응을 보이지 않고 있었다.

이쯤 되면 진짜로 함정이 아니라 방금 전 그것이 적의 전럭이 아니었을 까 하는 생각이 들 정도.

‘하아.. 생각해 보면 애초에 이런 허접한 세계에서 뭔가를 기대한 내가 바보였던 거 같다..’

엄밀히 말해서, 방금 전 그녀가 쓸어버린 전력만 해도, 레벨 20짜리 모험가가 제법 강자로 여겨지는 이 세계에선 만만치 않은 수준이라 할 수 있었다.

저 정도 병력으로 마을이나 도시를 습격해 전멸시켰다면 마왕 어쩌고 하는 이야기를 듣는 것도 무리는 아닐 터였다.

‘생각해보면 애초에 그 마왕이란 자가 정원사.. 아니 NPC 수준만큼만 강했다면 진작에 이 나라의 반은 박살내고 다녔겠지.. 전설의 용사파티 어쩌고 하는 것들이라 해 봤자 여기 있는 헬하운드 한 마리도 못 잡는 수준이었을 테니까.’

그런 생각을 하면서 도로시가 슬슬 뒤에 있을 무언가에 대한 기대를 접어가던 그때였다.

“응?”

그녀의 눈에 보이기 시작한 제법 커다란 문.

그것은 지금까지와는 달리 얼음이 얼어 있지 않았다.

그리고, 그 문 앞에는 사람의 형상으로 보이는 무언가가 서 있었다.

‘이건.. 설마..’

약간의 흥미를 느끼며 그것을 향해서 다가가는 도로시.

이윽고 그녀의 눈에 그 자의 모습이 보다 또렷하게 보이기 시작했다.

거울을 들고 있는 여인.

나이는 대략 20대 초 중반에 도로시와 비슷한 또래로 보였다. 얼굴은 얼음 저택에 딱 어울리는 차가운 인상이었으며, 도로시가 보기에도 제법 미인이었다.

다만, 그녀의 눈에는 마치 불꽃을 연상시키는 푸른 안광이 번뜩이고 있었으며,

여기에 조금 오래된 느낌이 나는 단정한 의복차림에 양 쪽에 조금 커다란 언데드들의 호위를 받고 있는 모습에서, 그녀에게는 가녀린 여인이 아닌, 힘을 지닌 군주와 같은 이미지가 연상되고 있었다.

“크르르릉..”

그리고, 그녀와 마주함과 동시에 옆에 있는 반응을 보이기 시작하는 헬하운드.

여기다가 딱던전 마지막 장소에서 나올 법한 느낌을 풀풀 풍기고 있는 그녀의 모습에 도로시는 인벤토리 안에 슬쩍 손을 집어 넣었다.

‘헬하운드의 반응으로 봤을 때 저건 분명 마력을 지니고 있는 존재.. 그렇다면..’

그리고.. 이런 사실을 종합했을 때, 그녀를 본 순간 도로시의 머리 속에 떠오른 결론은..

‘…최종보스?’

그렇게 생각하면서 도로시는 가방 보관하고 있던 지팡이를 꺼내었다.

본래 그녀가 애용하고 있는 낫을 꺼낼 수도 있었지만, 이런 부실한 세계에서 그걸 함부로 휘둘렀다간 무슨 일이 벌어질 지는 도로시도 대충 짐작이 가는 상황.

아울러 시작부터 전력을 동원하는 것도 그다지 좋은 수가 아닌 만큼, 그녀는 일단 시험 삼이서 상대의 역량을 파악해 보기로 하였다.

‘최종보스 라고는 하지만.. 다짜고짜 한번에 날려 버릴 수는 없지.’

더군다나 상대가 문제의 그 마왕이라 한다면 정보 수집 차원에서 물어보고 싶은 것도 있는 만큼, 도로시는 어느 정도 사정을 봐주면서 반쯤만 죽여놓을까 정도로 생각을 하고 있었다.

그리고, 그런 생각을 하고 있는 도로시를 보며 거울을 든 여성은 정중하게 고개를 숙였다.

“만나게 되어서 반갑습니다. 저는 이 저택의 주인, 제니 라 합니다. 실례가 안 된다면 당신의 존함을 알 수 있겠습니까?”

상당히 예의 바른 모습을 보이는 여성.

이를 보면서 도로시는 제법 상황이 흥미진진한 기분을 느끼기 시작했다.

‘이런 식으로 나오는 보스들이 제법 있었지 아마?’

그리고 이어진 수순으로 본색을 드러내면서 전투를 벌이는 것은 상당히 흔하게 진행되는 클리세

그렇다고는 하지만, 현실에서 정말로 이런 상황을 경험한 것은 처음이었기에 도로시는 상당한 흥미를 느끼면서 그녀에게 말했다.

“처음 보는 자를 이렇게 환대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제 이름은 도로시 인비져블. 당신이 보낸 트롤을 쫓다가 여기까지 왔습니다만.”

“그렇군요. 그 녀석이 어리석은 짓을 벌였다가 실패했다는 것은 들었습니다. 그 점에 대해선 진심으로 사과 드리고 싶군요.”

진심으로 사죄하는 듯한 모습으로 보이는 여성.

그러나, 그녀의 이런 행동은 단순한 비아냥일 것이라 생각하면서 도로시는 가볍게 미소를 지어 보였다.

“생각보다 예의가 바르신 분이군요. 혹시나 해서 묻는 것이지만 당신이 소문의 그 마왕이라는 존재가 맞는지요?”

“마왕이라.. 네, 아마도 그럴 것입니다. 일전에 제물을 모으기 위해서 몇 번 인간의 마을을 습격한 이후 그런 별명이 붙은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도로시의 물음에 그것은 입가에 미소를 지으며 대답했고, 약간의 실망감과 약간의 기대감을 동시에 느끼기 시작했다.

실망의 이유는 문제의 그 마왕이 그녀가 생각한 가족 중 한 사람이 아니었기 때문.

기대감을 지닌 것은 이 녀석을 잡아다 족치면 쓸만한 정보, 혹은 이 세계에서 민심을 얻을 수 있는 적당한 구실을 손에 넣을 수 있었기 때문이다.

“그렇군요, 친절한 설명에 감사 드립니다. 그럼.. 피차 바쁜 몸인 만큼 비로 본론으로 들어가도록 하겠습니다.”

“..네?”

도로시의 말에 약간 멍한 목소리로 말하는 여성.

이에 도로시는 입가에 미소를 잠은 채, 그대로 들고 있던 지팡이에 마력을 끌어 모으기 시작했다.

“인사 차례는 이쯤으로 되었다는 뜻입니다. 어차피 당신도 침입자인 저를 얌전히 대할 생각은 없을 터. 그럼 바로 시작 하도록 하지요.”

어쩐지 이러니까 정작 자신이 본색을 드러낸 최종보스 같지 않나.. 하는 느낌을 받으면서 온 몸에서 마력을 발산하기 시작하는 도로시.

이에 그 ‘마왕’ 은 얼굴에 있던 당혹감을 지우며 차가운 미소를 담아 보였다.

“하하.. 곧바로 그렇게 나오시겠다.뭐 좋다!어차피 이쪽도 비슷한 생각을 하고 있던 상황이니.이대로 네놈을 쓰러뜨리고 그 육신을…?”

­“쩌지지직!”­

다음 순간..

도로시의 몸에 담겨 있는 어마어마한 마력의 여파로 인해서 그대로 도로시의 발 밑에는 지면을 가르는 자국이 생겨나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것을 본 순간 입가에 미소를 지어 보이고 있던 마왕의 얼굴이 갑자기 굳어지기 시작했다.

무언가가 단단히 잘못된 것 같다는 생각과 함께..

* * *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