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48화 〉 백설 여왕 2
* * *
여성의 알 수 없는 행동과 동시에 순식간에 터져 나가는 괴물들의 몸
이를 보면서 병사들과 시민들의 얼굴에는 놀라움의 빛이 깃들기 시작했다.
‘설마.. 저게 마법이라는 건가?’
‘대단한 위력이다.. 저 괴물을 저렇게 간단하게.’
그들의 입장에서는 그저 막연하게 그렇게 생각할 뿐.
어찌 되었든, 그렇게 쓰러져버린 녀석들을 마지막으로 더 이상 이곳에 살아있는 괴물들은 없었다.
그 사실을 확인한 직후, 병사들은 쓰러져 있는 괴물들의 시체 사이에서 승리의 환호성을 내질렀다.
“이겼다!”
“괴물들을 쓰러뜨렸다!”
마법사가 나선 덕분도 있긴 하지만, 어찌 되었든 모두가 힘을 합쳐서 달성한 결과에 기뻐하는 병사들과 시민들.
그렇게 수 많은 이들이 승리의 기쁨으로 도취되어 있던 그때, 지휘관들은 방금 전 전황을 뒤집는데 결정적인 공언을 했던 그 남성을 찾아 그의 앞에 모여들었다.
“정말 감사 합니다. 당신 덕분에 살았습니다.”
“뭐.. 그냥 해야 할 일을 했을 뿐입니다.”
어쩐지 조금 성가신 듯한 느낌으로 말하는 여성.
아마도 여러 사람이 한꺼번에 몰려들어서 부담을 느끼고 있을 듯 하였다.
“저.. 실례지만 혹 당신들이..”
그때, 옆에 있던 한 지휘관이 두 사람게 조심스럽게 물었고, 이에 그들은 질문이 무엇인지 눈치챈 듯 곧바로 대답하였다.
“네, 그렇습니다. 저희가 바로 소문의 그 마법사들 입니다. 근래 들어서 준동하고 있는 괴물.. 마족들의 움직임을 포착하여 이를 막기 위해 돌아다니고 있는 중입니다.”
“오오… 역시..”
소문으로만 듣던 구원자들을 직접 눈으로 보게 되었다는 사실에 그곳에 있던 이들은 눈을 빛내기 시작했다.
그때, 지휘관 중 에서 가장 눈에 띄는 갑옷을 입고 있는 남성이 그들에게 말했다.
“당신들이 바로 그 마법사분들이었군요. 안 그래도 폐하께서 줄곧 당신들을 만나고 싶어 하셨습니다.”
“폐하라면.. 마그렌 여왕폐하를 말씀하시는 것입니까?”
“그렇습니다. 혹 괜찮으시다면 지금 바로 폐하를 알현해 드릴 수 있겠습니까?”
“그야 당연히… 음음.. 칼미르의 국민으로서 더 없는 영광이군요. 마다할 이유가 없지요. 그렇게 하겠습니다.”
흔쾌히 허락하는 그녀의 말.
이에 지휘관은 기뻐하면서 그들을 안내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런 지휘관의 뒤를 따라가게 된 두 사람.
카알론의 정원사 자미엘과 그녀의 동행자 이자 칼미르의 옛 공주인 제니는 속으로 회심의 미소를 지어 보였다.
*
여왕의 부름을 받고 그녀가 있다는 대전으로 향하고 있는 마법사들.
자미엘과 제니는 출신 성분은 상당히 달랐으며, 지니고 있는 힘의 격차도 하늘과 땅 차이 수준으로 컸지만, 지금 이순간 그들은 같은 목적을 지닌 동료로서 함께 행동하고 있었다.
물론 그들의 머릿속에 들어 있는 사고의 방식은 제법 많이 달랐지만 말이다.
‘이곳에 왕성인가.. 생각 했던 것 보다 훨씬 초라한 장소네. 카알론의 웅장함에 비하면 거의 시골집 수준이야. 고작 이런 녀석들이 국왕이다 귀족이랍시고 오즈님을 부려먹었다니 참으로 통탄 스러운 일인걸?..’
‘여기는.. 예전이랑 거의 변한 게 없네. 걸려 있는 그림이 조금 바뀐 정도 이려나?.. 아.. 저기에는 원래 아바마마의 그림이 걸려 있었는데 이제는 발텐 오라버니 초상화가 걸려 있네.. 저렇게 늙은 모습을 보게 되다니 이건 제법 묘한… 아니 아니, 지금 그게 문제가 아니지. 난 이제 이 나라의 공주가 아니라 마법사들의 세계인 카알론의 일원이야. 어떻게든 도로시님을 기쁘게 할만한 성과를 들고 가야 해. 무.. 물론 이건 어디까지나 친구를 위해서.. 이지 다른 뜻이 있어서 그런 건 아니야.. 절대로..’
그렇게 목적은 같지만 묘하게 다른 느낌으로 이번 일에 임하고 있는 두 사람.
어찌 되었든, 일단은 도로시와 오즈를 위해서 이번 일을 꼭 성사 시키겠다는 각오를 지닌 채, 그들은 담담한 표정과는 별개로 내심 의욕을 활활 불태우면서 앞으로 걸어 나갔다.
이곳에 오기 전, 이미 사전에 계획은 아테나에 의해서 상세하게 듣고 온 참이었다.
일전에 있었던 트롤 좀비 사태를 응용하여 칼미르 곳곳에서 소요사태를 유발한 것부터가 그녀의 작품인 만큼, 이미 전반적인 과정은 아테나의 손에 의해서 완성이 되어 있는 상황.
그런 점에서, 사실상 두 사람이 하는 일은 말 그대로 ‘시키는 대로만 하면 된다.’ 였지만 애초에 그들은 그럴 생각이 없었다.
‘아무리 그래도 아테나 년의 손바닥 위에서만 놀아날 수는 없지. 안 그래도 요금 이런 저런 일들을 성공시키면서 도로시님의 총애를 받는 것도 아니꼬운데 이번 일까지 성공하면 분명 콧대가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치솟을 걸?’
‘다른 사람 말대로 움직이는 것은 내 성미에 안 맞아. 거기다가 아무리 도로시에게 은혜를 입고 그녀의 밑으로 들어갔다 해도, 이래 보여도 난 이 칼마르의 공주였단 말씀이지. 내 나름대로 내 권리를 이용해서 일을 성공시켜 보이겠어.’
그렇게, 본래 계획을 온전히 따를 생각은 그렇게 없는 상황에서, 그들은 눈앞에 보이는 대전 입구를 보며 다시 한번 마음 속으로 각오를 다졌다.
반드시 저 안에서, 자신들의 방식으로 도로시가 만족할만한 성과를 내주겠다는 각오를
*
눈 앞에 나타난 남녀.
신하들의 증언과 더불어 스스로를 마법사라 소개한 그들을 보며 마그렌 여왕은 약간의 놀라움을 느꼈다.
‘생각했던 것과는 많이 다른 모습인데..’
그녀의 머리 속에 담겨있는 마법사는 악마를 닮은 무시무시한 외모이거나 음침한 기운이 감도는 늙은 노인의 이미지가 있었다.
그러나, 그녀의 앞에 있는 두 사람의 모습을 그녀가 생각 했던 것과 전혀 달랐다.
여성의 경우는 아름답기는 해도 비교적 평범한 느낌이 이었으며, 여성의 불구하고 기본적으로 부럽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아름답기 그지 없는 외모를 가지고 있었다.
그렇게 외모에 대한 부분부터 기존의 생각을 바꾸면서 여왕은 그런 감정은 내색하지 않은 채, 한 것 위엄 있는 눈빛으로 그들을 바라보았다.
“여왕 폐하께 예를 갖추도록 하시오.”
그녀의 앞에 서있던 신하가 근엄한 목소리로 말하였다.
그리고 이어서 여왕을 비롯한 그곳에 있는 이들은 그들이 자신의 이름을 대며 무릎을 꿇고 예를 차릴 것이라 생각 했다.
그런데..
“이런 식으로 만나게 되어 참으로 기쁘군요. 칭호가 분명 마그렌 2세 였지요? 발텐 4세의 손녀, 생긴 것은 그다지 조부를 닮지 않아서 다행이군요.”
“?”
“이 녀석! 여왕 폐하의 앞이다. 이 무슨 무례한 태도인가?”
생각지도 못한 여성의 발언.
이에 장내가 한 순간 술렁이면서 그 직후 신하 한 면이 분노가 담긴 목소리로 말하였다.
그러나, 이에 대해서 그녀는 오히려 당당하기 짝이 없는 목소리로 여왕을 보며 말했다.
“그다지 무례하지는 않다 생각되지는 않군요. 제가 알기로는 100년 전과 지금 사이에 궁중의 예절이 변한적은 없는 걸로 알고 있는 바. 왕실의 어른으로서 손녀를 대하는 태도는 오히려 이쪽이 자연스러운 것이겠지요. 그렇지 않습니까? 마그렌.. 아니, 마그렌 스노우 화이트 사이드.”
“그.. 그게 무슨..”
이해할 수 없는 말을 하는 여성.
그러나 그녀의 말을 듣는 순간 여왕의 머리 속에 한가지 스치고 지나가는 사실이 있었다.
마법사..
그리고 왕실의 어른을 운운할 수 있는 존재.
거기까지 생각이 미치자 그녀의 머리 속에는 자연스럽게 떠오르는 이름이 있었기 때문이다.
“서..설마.. 설마 당신은.. 제니 공주?”
“정답. 힌트를 주기는 했지만, 그래도 이렇게 빨리 알아봐 주어서 기쁘군요.”
환하게 미소를 지으며 말하는 여성..
그와 동시에 그녀는 뒤집어 쓰고 있던 로브를 벗으면서 얼굴을 드러내었고.
이에 여왕을 비롯한 신하들은 눈에 띄게 동요하는 기색을 보이기 시작했다.
눈 앞에 보이는 얼굴을 모르는 이는 이 자리에 없었다.
지금 이 순간도 대전 한편에 걸려있는 초상화와 완벽하게 일치하는 얼굴.
그렇게 누구도 부정할 수 없는 증거를 들이밀며 당당하게 나타난 그녀.
칼미르의 공주 제니 사이드는 당혹감에 휩싸여 있는 사람들을 보면서 상당히 들뜬 기분을 느끼고 있었다.
예전에 왕성을 나왔을 때는 생각지도 못했던 방식의 귀환.
그 사실에 진한 희열을 느끼며 제니의 입가에는 진한 미소가 담기기 시작했다.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