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49화 〉 백설 여왕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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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여 년 전 모함을 받고 왕성에서 쫓겨난 제니 공주의 등장.
이에 마그렌 여왕은 당혹감을 느끼긴 했지만, 한편으로는 가능성은 힘들지만 혹시나 하는 생각을 하고는 있었기에 그 정도는 생각보다는 적었다.
‘그렇다고는 하지만.. 설마 소문의 마법사가 정말로 제니 공주님이셨을 줄이야..’
마법사들과의 접촉을 시도하고 그들을 이용할 계획을 세우고 있던 마그렌 에게 있어서, 이 사실은 각각 장점과 단점이 공존하는 부분이 있었다.
장점은 상대가 같은 왕가의 일원인 만큼 생각 이상으로 대화가 잘 통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었다.
비록 오랜 시간이 지나긴 했지만, 그녀는 여왕의 조부인 발텐의 여동생이었다. 같은 피가 흐르는 혈연이자 유사한 환경에서 배우고 자라왔던 그녀라면 자신에게 우호적으로 협조해 줄 가능성이 높다 볼 수 있었다.
반면에 단점 역시 그녀가 왕가의 일원이었다는 점에 있었다.
오랜 과거의 일이긴 하지만, 그녀가 억울하게 자신이 쫓겨났던 일에 원한을 품고 오라버니의 후손인 마그렌에게 복수를 하려 들 가능성도 있었다.
비록 오랜 시간이 지났다는 점에서 희박하기는 하지만 아주 없다고 단언할 수도 없는 일.
여기에, 그녀 역시 왕가의 피가 흐르는 몸이었다.
당장은 아니더라도, 혹 상황이 복잡하게 꼬이면 경우에 따라선 왕좌에 대한 권리를 주장할 수 있는 몸이 도리지도 모르는 일이었다.
‘그나마 후자 쪽은 가능성이 그렇게 높지는 않긴 하지만.. 그래도 방심은 금물이겠지.’
100년도 더 된 일이며, 결정적으로 장본인은 영 좋지 않은 폭군으로 이름을 남긴 채 저 땅속에 묻혀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일단은 이점이 더 크다고 볼 수 있는 상황.
하지만 정확한 내막은 일단 그녀의 말을 들어봐야 알 수 있는 만큼, 마그렌은 우선 잠시 상황을 지켜보기로 하였다.
그렇게, 일단 신하들을 해산시키고, 별실에서 따로 1:1로 그녀를 만나게 된 마그렌.
이는 제니의 요청이기도 했지만, 동시에 마그렌이 바라던 바이기도 했다.
어차피 괴물들을 가볍게 쓰러뜨린 힘을 지니고 있는 만큼 위험한 일을 벌이려 했다면 진작에 했을 터. 그렇게 호위에 대한 부담도 던 채, 그녀는 자신의 눈 앞에 앉아 있는 제니 공주를 바라보았다.
“이곳은.. 정말 오랜만이군요. 어렸을 때 이곳에서 바다를 보는 것을 참 좋아했는데. 아직도 그때의 모습이 남아 있습니다.”
창 밖에 펼쳐져 있는 드넓은 바다를 보며 제니 공주는 추억에 젖은 목소리로 말하였다.
마치 집에 돌아온 사람과 같이 여유롭기 그지 없는 모습.
물론 실제로 이곳은 그녀의 집이었던 만큼 아주 틀린 말은 아니었지만, 그렇다 쳐도 사안의 중요성에 비해 조금 지나치게 여유로운 것 같다는 생각을 하면서 여왕은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저.. 제니 공주님. 실례지만 요청하신 대로 독대하는 자리가 되었으니, 이제 그만 당신의 용건을 들을 수 있겠습니까?”
긴장한 모습으로 말하는 여왕.
그때, 그런 그녀를 보면서 제니 공주는 작게 한숨을 내쉬었다.
“하아.. 과연.. 오라버니의 손녀답군요. 적어도 그 급한 성미만큼은 정말로 비슷해요.”
“…”
그 말에, 여왕은 자신도 모르게 말문이 막히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
아버지가 종종 자신에게 했던 말을 설마 그녀에게서 듣게 될 줄은 상상도 못했기 때문이다.
이에 그녀의 얼굴은 살짝 달아오르는 듯한 기색으로 보였고, 이를 보면서 제니는 얼굴에 가벼운 미소를 지었다.
“뭐.. 하지만 그것에 꼭 나쁜 것만은 아니긴 하지만요. 어쨌든 그럼 폐하께서 원하시는 대로 곧바로 본론으로 넘어가도록 하겠습니다.”
그 말과 함께 풀어졌던 얼굴을 바로잡으며 진지한 표정을 짓는 제니 공주.
생각 이상으로 사람을 잘 다루는 듯한 그녀의 면모에 여왕은 묘한 친밀감을 느끼며 그녀의 말을 경청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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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니까.. 마법사들의 세력에서 저희들과 동맹을 맺고 싶어 한다.. 그런 뜻입니까?”
“그렇습니다 폐하. 마법사들이 지니고 있는 힘에 대해선 이미 확인하셨을 터. 그런 저희들과 동맹을 맺는다면 분명 폐하와 이 나라에도 큰 도움이 될 것입니다. 실제로 저 신성 제국의 도시인 브레멘 같은 경우 이미 마법사들과 동맹을 맺어 군사적인 혜택을 누리고 있지요.”
“흐음…”
제니의 말에 마그렌 여왕은 잠시 고심하는 기색을 보였다.
구미가 당기는 이야기이긴 했다.
브레멘에서의 소문과 마족들을 통해서 보여준 그들의 힘이 자신들의 것이 된다면 분명 자신의 권력과 이 나라에 큰 보탬이 될 것이 분명했다.
그러나.. 여기에 대해서 여왕은 한가지 걸리는 사실이 있었다.
그것은 바로..
“분명.. 국익을 고려하면 당장은 나쁜 이야기가 아니긴 하지. 하지만 섣불리 결정하기는 힘든 사안일 듯 하군요. 마음 같아선 받아들이고 싶지만, 이 나라의 군주로서 고려하지 않으면 안 되는 문제가 있어서 말입니다.”
“그것이.. 무엇입니까?”
마그렌의 말에 제니는 약간 의문이 담긴 목소리로 물었고, 이에 대해서 마그렌 여왕은 잠시 주변의 눈치를 살핀 뒤 그녀에게 조용한 목소리로 말했다.
“사실.. 이건 국정을 운영하는 입장으로서만 말할 수 있는 것입니다만..”
이미 아무도 없다는 것이 확인 되었음도 보이는 신중하면서도 조심스럽기 짝이 없는 모습.
이에 제니는 의아함을 느끼며 그녀의 말을 경청했다.
“제니 공주님은 들어보지 못하셨는지요? 저 남쪽에 위치한.. 성도의 교회세력에 대해서 말입니다.”
“교회 세력?..”
얼핏 들어본 적은 있긴 했다.
비록 이곳 칼마르 연합국과 거리가 워낙 먼 탓에 그다지 교류가 없는 편이긴 하지만,
기본적으로 신성제국을 비롯한 대륙 남부에 위치한 국가들에는 교회의 입김이 강하게 닿고 있다는 사실에 대해서.
“성도 롬을 중심으로 한 교회 세력들.. 저희 나라에는 그다지 간섭을 안하고 있긴 하지만 그래도 일단은 교회를 국교로 정해놓은 입장에서 그들의 이야기를 아주 무시할 수는 없는 입장입니다. 특히 마법사들에 대한 일이라면 더더욱 말이지요.”
“설마..”
문득 그녀의 머리 속에 떠오르는 사실이 있었고 이에 마그렌은 고개를 끄덕이며 그녀의 생각을 확인시켜 주었다.
“애초에 마법사의 탄압을 시작한 것 역시 교회의 일. 제니 공주님이 쫓겨났던 것은 물론 저의 할아버님인 발텐 폐하가 주도하신 일이지만, 그의 뒤에 일을 지원하고 부추긴 것은 이곳에서도 세력을 넓히고자 시도했던 교회세력이 있었습니다.”
“…그런..”
그 말에, 제니는 한 순간 분노가 치솟는 듯한 감정이 느껴졌지만 일단은 이를 꾹 눌러 참은 채, 일단은 그녀의 말을 경청했다.
“지난 100여 년 동안 교회 세력은 나름대로 자리를 잡아갔고, 이제는 저조차도 함부로 할 수 없는 힘을 지니게 되었습니다. 지금까지야 마족들의 준동이라는 비상 사태가 발생했기에 잠잠하게 있었지만, 만약 제가 공식적으로 마법사들과 손을 잡으려 든다면 아마도 상당한 진통이 발생할 것이 분명 하겠지요.”
“그렇군요…”
그 말에 제니는 무슨 뜻인지 이해했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즉.. 결론은 교회 세력만 정리가 된다면 저희와의 동맹을 수락하시겠다는 뜻으로 받아들여도 되겠습니까?”
“그야 물론이지만.. 쉽지는 않을 것입니다, 당신들.. 마법사 들이 강한 힘을 지니고 있다는 것은 저도 알고 있지만 억지로 무력을 사용하려 들다간 큰 사단이 벌어지겠요. 최악의 경우 교회를 지지하는 족장들을 선동하여 내전까지 벌어질 수 있는 만큼 신중하게 행동해야만 합니다.”
“잘 알겠습니다. 그 점에 대해선 저희에게 맡겨 주십시오.”
자신만만한 목소리로 말하는 제니.
그러나 이를 보면서 마그렌 여왕은 솔직히 크게 기대는 안 한다는 듯 한 미소를 지은 채 고개를 끄덕여 보였다.
‘교회 세력을 정리한다 라.. 그게 말처럼 쉬운 일이 아닐 텐데 말이지?’
지난 100년간 연합국에 뿌리를 내려 왔던 북부의 교회 세력.
특히 그들의 현 수장이자..
과거 용사 파티의 일원으로서 대단한 업적들을 세웠다 열려있는 여신관
헤일로가 집권한 이후로 교회 세력의 권위는 매우 빠른 속도로 성장하고 있는 중이었다.
비록 마법사들이 대단한 존재들이라고는 하지만 권력도 기반도 미흡한 이들이 할 수 있는 일은 그다지 많지 않을 터.
다만, 그래도 마법사들은 마법이라는 신비한 힘을 지니고 있는 만큼, 무언가 소소하게 나마 교회에 타격을 줄 수는 있지 않을 까 하는 것이 마그렌 여왕의 생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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