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56화 〉 전조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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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도 롬.
신성제국의 남서쪽에 위치해 있으며, 고대에 존재했던 대제국 롬의 수도이자 그와 같은 이름을 지니고 있는 명실 상부 대륙의 심장이라 할 수 있는 도시.
천년 하고도 수백 년의 역사가 담겨있는 그곳을 내려다 보면서, 그는 성벽 위에 앉은 채 얼굴에 무거운 표정을 담아 보였다.
“저희가 어떻게 하면 좋겠습니까?”
그의 뒤에서 들려오는 목소리.
그곳에는 성직자의 의복을 입고 있는 서너 명의 사람들이 자리를 잡고 있었다.
이어서.. 잠시 침묵을 유지하고 있던 그는 그들을 향해서, 그자는 조용한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겉보기에는 평범한 성직자로 보이겠지만, 그들 한 사람 한 사람의 권력과 힘을 생각하면 하나같이 대륙 내에서도 거물이라 불리기에 부족함이 없는 자들
그러나 지금 이순간.
그들은 마치 어미에게 먹이를 구하는 새와 같은 느낌으로 눈 앞에 있는 남성을 간절하게 바라보고 있었다.
그리고, 그들을 향해서, 남성은 마침내 천천히 고개를 돌리며 그들을 바라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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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년의 나이에 접어든 남성.
그러나, 그의 눈가에 잡혀 있는 주름살에는 상당히 깊고 무거운 세월의 흔적이 남아 있었다.
마치 세상의 온갖 풍파를 다 겪어온 듯이..
“일단은 상황을 지켜보도록 하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아직 섣불리 무언가를 단정짓는 것은 좋지 않으니까 말이지요. 하지만.. 적어도 성기사들을 움직여 보다 상세한 실채를 파악할 필요는 있을 터. 이를 위한 준비를 진행해 주십시오.”
“..알겠습니다.”
“명을 받들겠습니다.”
그 말에 정중하게 고개를 숙이는 성직자들.
이를 마지막으로 그들이 완전히 물러간 뒤,
홀로 남은 그는 다시금 눈 앞에 있는 성도를 향해 시선을 옮겼다.
일생 동안 그가 보아왔던 성도의 웅장한 모습.
그 사이에 많은 격변을 거치며 도시에는 크고 작은 변화가 있었지만, 어쩌면 이번엔 그 변화가 유래 없이 클지도 모른다고 그는 생각하고 있었다.
‘마법사의 준동 이라..’
얼마 전부터 들려오는 소식이었다.
칼마르 연합국을 시작으로 대륙 곳곳에서 벌어지고 있는 마법사와 연관된 기묘한 일들.
특히 얼마 전에는 신성제국 중부 지역에서 마법사의 흔적으로 보이는 괴물소동이 벌어졌었다고 한다.
이러한 일련의 사태로 인해 대륙의 민심을 서서히 술렁거리고 있었으며,
아울러 그 여파의 일환으로 교회 세력은 오랜 세월의 노력 끝에 간신히 북부에 세워두었던 자신들의 세력에 치명적인 피해를 입고 말았다.
북부 지역에 교회의 세력을 다지는 것은 그의 선대 때부터 이어져 내려왔던 오랜 숙원사업.
그것이 허망하게 무너져 내렸다는 것은 그에게 있어서도 너무나도 뼈아픈 일이었으며.
아울러, 그와 교회의 입장에선 일련의 사태를 도저히 그냥 간과하고 넘길 수 없는 일이라는 것을 알려주는 명확한 징표이기도 하였다.
그 사실을 인식 하면서 그자는 차근차근, 다시 한번 작금의 상황을 머릿속으로 정리하기 시작했다.
‘칼마르 연합국에서 벌어진 사건도 그렇고.. 이렇게 동시 다발적으로 마법사들이 움직이는 것은 분명 정상적이지 않다.. 그것도 대부분 마지막에는 흔적을 남기지 않고 종결되고 있다는 점에서 더더욱..’
자연적으로 마법사들이 발생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그것은 아무리 깨끗하게 청소를 해도 시간이 지나면 먼지가 쌓이는 것과 같은 자연의 이치였다.
사림이 살아가는 공간 안에서 청소는 주기적으로 끊임없이 해줘야만 했으며, 마법사들 역시 그들의 모습을 보일 때마다 깔끔하게 청소를 해줘야 대륙의 환경이 주님의 뜻에 따라서 깨끗하게 정화된 상태로 유지가 되는 것이었다.
그러나 지금의 현상은 그런 것들을 감안 하더라도 분명 자연스러운 일이 아니었다.
사건이 일어나는 주기도 짧고 그 범위 역시 터무니 없이 넓다.
단순한 마을 한 두 개가 아닌 도시, 더 나아가 국가가 통째로 움직이게 될 정도의 커다란 규모를 지니고 있는 사건들.
이에 대해서 그는.. 마치 누군가가 주도적으로 사건을 일으키고 있는 것 같다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었다.
‘누군가가 있다.. 지금까지 우리의 눈을 피해서 마법사들이 세력을 형성해 왔다가 이제 비로서 활동을 시작해 왔다는 건가? 아니면.. 설마...’
지금껏, 그는 줄곧 마법사에 대해서 강경한 태도를 취해왔다.
특별한 힘을 타고나서 세상에 적응하지 못하고 결국 어떤 식으로든 문제를 일으키는 자들.
이는 단순한 편견이 아니었다.
일생 동안 세상을 관리하면서 마법사들은 줄곧 인간들을 적대하고 지배하려 들었다.
그렇지 않은 자들도 있었겠지만 그 경우는 인간들과 연을 끓고 조용히 살아가는 경우가 대부분.
그런 부분까지 신경을 쓸 필요는 없었지만, 그들이 인간 세계에 발을 들이미는 순간 언제나 한결같이 문제가 발생했다.
경험에 의거하여 자연스럽게 보이는 흐름.
그런 ‘사실’을 기반으로 그는 이번 문제 역시 결국은 파국으로 이어질 것이라 생각하고 있었다.
세상의 흐름을 결정하는 입장에서, 그런 식의 문제를 방치할 수는 없는 노릇.
피해를 최소화 하기 위해선 윤곽이 잡히는 대로 행동에 나설 필요가 있었다.
‘대부분의 지역에서는 놈들이 일을 꾸민 직후 자취를 감춰왔다. 우리들의 추적을 피하기 위해서 일 가능성도 있지만.. 유독 그렇지 않은 장소가 딱 한군데 있지.’
이유는 알 수 없지만, 그들의 위치가 명확하게 파악되는 곳이 있었다.
일련의 사태의 시작점이 된 그곳.
‘칼마르.. 인가. 다른 지역에서는 일이 끝나면 흔적도 없이 사라지고 있지만..’
유일하게 마법사로 추정되는 존재가 거주하고 있는 장소.
정보원에 따르면 얼마 전 그곳에는 마법사로 추정되는 존재들이 상주하고 있다고 한다.
명목상은 마족들 로부터 왕국을 보호하기 위해 군주와 조약을 채결했다는 이유라고 하지만, 이후에 흔적들을 남기지 않는 것으로 봐선 다른 꿍꿍이가 있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는 없었다.
‘일단은 조사가 필요하겠군. 당장은 상황을 지켜보다가 추후 그곳으로 성기사를 파견하는 것도 좋을 것이야. 안그래도 몇 년 전, 예언 에 나오는 그 오즈라는 기묘한 이름을 지닌 존재가 실제로 나타난 곳이기도 하니.”
과거부터 줄곧 전해져 내려오던 예언이자. 동시에, 선대로부터 받은 유지.
오즈라는 이름을 지닌 남성의 출현과 지금껏 본 적 없는 강력한 힘을 지니고 있는 마법사들의 등장에 대한 예언과 그에 따른 자신의 의무.
그러나.. 그는 설마 그것이 자신의 치세에 이루어지리라는 것은 생각도 못하였으며, 아울러 아직 그것이 100% 확실하게 된 것도 아닌 만큼, 섣부르게 이를 행동으로 옮길 수는 없다는 결론을 내리고 있었다.
‘공연히 소란을 피울 필요는 없다. 우선은 성기사들을 움직이고 그 뒤에 생각을 해도 늦지 않아.’
그 마법사의 힘이 어느 정도 수준인지는 모르겠지만, 적어도 아직은 성기사들 으로 해결할 수 있을 것이라고 그는 판단 하였다.
‘작은 불씨도 소홀히 할 수는 없는 일이지만.. 일단은 냉정을 잃어선 안 된다. 과잉 대응은 자칫 그분의 노여움을 살 수도 있으니..’
그렇게 생각하며 그는 천천히 자리에서 일어났다.
간만에 벌어진 큰 사건.
하지만 그는 이에 대해서 진심으로 위험을 느끼지는 않고 있었다.
이 세계의 마법사 중에서 여지것 아무리 발버둥 쳐봤자 성기사들을 이길 수 있는 존재는 없다.
1000년의 역사를 통해서 그 사실을 너무나도 잘 알고 있기에, 녀는 이번 일 역시 주의는 해야겠지만 위험할 리는 없다 생각하고 있었다.
그렇게 결정을 내린 직후 그는..
성도 롬의 지배자이자. 대륙의 모든 교회 세력을 다스리는 존재.
교황. 그레고리오의 입가에는 결연한 표정이 담기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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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도 롬의 중심에 위치한 교황청.
그리고.. 그곳의 가장 깊고도 깊은 장소..
그곳에는.. 한 존재가 어둠 속에 홀로 앉아 조용히 자리를 지킨 채 앉아 있었다.
영겁의 시간 동안 자신의 세계를 지켜온 존재..
그자는 천천히, 자신의 손에 들려 있던 책을 덮은 뒤, 그대로 자리에서 일어나기 시작했다.
지금까지와는 사뭇 달라진 바깥의 분위기를 인식 하면서..
어쩌면 곧..
이 길고도 긴 기다림의 시간이 끝나게 될 지도 모른다는 기대감을 지니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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