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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사파티에서 배신당하자 옆집 누나하고 만든 SSS급 딸들이 복수를 시작합니다-58화 (58/102)

〈 58화 〉 슈타인의 인간 2

* * *

정체 불명의 여성에게서 받은 책.

대공은 이게 묘한 호기심을 느끼며 이를 들고 잠시 바람을 쐰다는 말을 남긴 채 정원으로 나갔다.

“대체 뭐지…”

자신이 생각해도 이해할 수 없는 경로로 손에 넣은 책.

그러나, 의문과 약간의 걱정 속에서 이를 열어본 순간, 슈타인 대공의 눈빛이 달라졌다.

“이… 이것은..”

그것의 내용은 대공도 알아볼 수 있는 제국의 표준어로 쓰여 있었다.

그러나, 그 안에 담긴 지식은 대공이 처음 보는 것이자 동시에 그가 줄곧 원해왔던 내용이었다.

이런 지겨운 정치놀음 따위가 아닌 진정으로 그가 원해왔던 것.

그것이 누군가가 준비한 듯 갑작스럽게 손에 들어왔다는 사실은 의문이 들었지만. 중요한 것은 그게 아니었다.

그렇게, 진한 흥분에 사로잡힌 채, 슈타인 대공은 안그래도 빨리 끝나길 바라고 있던 연회가 더욱 빨리 끝나길 간절히 바라기 시작했다.

마치, 선물을 기다리는 아이와 같은 모습으로..

*

지루했던. 그러나 기묘했던 연회가 있은 지 며칠 후, 슈타인 대공은 하루의 업무를 마친 뒤 자신의 방으로 돌아왔다.

“수고했다. 모두들 돌아가도록.”

“네. 전하.”

슈타인의 말에 하인들은 머리를 조아리고 방을 나섰다.

그렇게 모두가 나간 것을 확인한 직후. 대공은 조심스럽게 주변을 살핀 뒤 마지막으로 아무도 보는 눈이 없다는 것을 살폈다.

그 다음.. 천천히 한쪽 책장을 향해서 손을 뻗는 대공.

그러자 구석에 감추어져 있던 비밀 문이 천천히 열리기 시작했고, 대공을 그곳으로 들어간 뒤 문을 닫았다.

남들에게 알려지지 않은 비밀스러운 장소.

그곳에 들어온 순간 대공의 얼굴에는 지금까지 없었던 생기가 돌기 시작했다.

연회장에서와는 완벽하게 다른 반응을 내비치는 대공.

방안에는 각종 약병들이 빼곡하게 진열되어 있었으며, 곳곳에는 약품에 절여져 부패를 막아놓은 시체들이 잔뜩 놓여 있었다.

그리고, 그런 기괴한 방의 중심에는 시체를 이어 붙여서 만들고 있는 무언가가 존재했다.

사람의 형상과 유사하게 생긴 그것.

이를 보면서 대공은 흥분과 설렘이 가득한 모습을 보이며 기괴하게 생긴 기구들로 이를 조심스럽게 조립해 나가기 시작했다

어린 시절부터, 대공에게는 남들에게 말할 수 없는 기괴한 취미가 존재했다.

유달리 살아 움직이는 생명에 대한 호기심이 강했던 대공.

그는 정원에 있던 작은 곤충을 시작으로 각종 동물들의 몸을 해부해 나가는 취미를 지니고 있었으며, 이는 막강한 권력을 쥔 시점에 이르러선 죽은 사람의 시체를 비밀리에 얻어다 해부해 보는 경지까지 도달하였다.

남들에게는 이상해 보일지 모르나, 그에게 있어서 해부는 답답한 현실 속에서 순수하게 즐길 수 있는 유일한 낙이었다.

그러던 중, 그는 어느 날 문득 한가지 사실에 대해 생각하게 되었다.

여러 번의 해부의 경험을 통해서 그는 인간을 비롯한 생명체의 몸은 여러 부품으로 이루어져 있으며, 이것들이 모여 하나의 움직이는 생명을 이룬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그러나, 그런 부품을 때어놓은 후 다시 조립한다 해도 생명은 다시 살아나지 않는다.

실제로 지금까지 그는 각종 동물을 상대로 여러 번의 시도를 해봤으나 이는 번번히 실패로 끝나고 말았다.

부패를 멈추는 것 까지는 가능했지만, 그 이상의 것은 불가능.

그러나, 오늘 그가 손에 넣은 이 책.

정체를 알 수 없는 여인에게서 받은 이 책 안에는 그에 대한 해답이 적혀 있었다.

실제로 이것이 그대로 들어맞을지 어떨지는 알 수 없었다

그러나, 이 안에 적혀있는 내용이 사실이라면 지금껏 대공이 해왔던 취미 생활은 그런 영역을 뛰어넘게 될 것이었다.

‘죽음에서 생명을 만드는 행위.. 이것은 마치 신과 같지않은가..’

물론 이런 행위가 신성모독에 가까운 짓이라는 것은 그도 잘 알고 있었다.

하지만 이미 인간의 시체에 손을 댄 순간부터 그런 제약은 더 이상 그의 머리 속에 남아있지 않게 되었다.

그렇게, 몇 날 며칠을 꼬박 세어가면서, 슈타인은 책에 적혀있는 대로 작업을 진행해 나갔고. 이제는 그 끝에 도달해 가고 있는 중이었다.

그 금단의 문 뒤편에 무엇이 있을지에 대해선 전혀 생각하지 못한 채..

*

무수한 서적들 사이에서 조용히 홍차를 마시는 라미아.

카알론의 정원사 라플라스 페이퍼는 마치 실험실의 쥐를 바라보는 듯한 기분을 느끼며 느긋하게 상황을 관전하고 있었다.

한치의 예상도 벗어나지 않고 자신의 의도대로 움직여 주고 있는 인간.

대공이라는 지위에 있음에도 이렇게나 간단한 미끼를 덥석 물어버린 그의 행동은 사전에 그녀가 조사한 내용을 그대로 따라가고 있는 중이었다.

‘무릇 인간이란 스스로를 현명하다 생각할 때 가장 어리석어 지는 법이지.. 이 인간처럼 말이야. 아울러 이런 인간이야 말로 가장 조종하기 쉬운 부류에 드는 존재 중 하나이고.’

그런 생각을 하면서 잔에 있던 홍차를 깨끗하게 비우는 라플라스.

그녀의 곁에는 이번 일에 관해서 라플라스를 대신해 저곳에 다녀온 자미엘이 서 있었다.

“고마워요 자미엘, 원래는 내가 갔어야 하는 건데 알다시피 제 몸이 이래서..”

“후훗 뭐 어때, 자매끼리 서로 돕는 건 당연한 일인걸?”

“그래도 미안하네요. 나중에 기회가 되면 사과의 표시로 제가 간단하게나마 대접하도록 하겠습니다.”

“뭐.. 그래 주신다면 거절은 하지 않을게.”

훈훈하게 대화를 이어가는 두 사람.

그렇게, 거울에 비춰있는 실험용 쥐에 대한 관심을 접은 채, 라플라스는 편안한 미소를 지으며 계속해서 자미엘과 간단한 잡담을 이어나갔다.

*

“드디어…”

마침내 마지막 작업을 눈앞에 둔 슈타인의 얼굴에 기쁨의 빛이 돌기 시작했다

그의 앞에 완성되어 있는 거구의 존재.

시체를 이어 붙여서 만든 흉측한 모습을 하고 있었으나, 그런 것은 아무래도 상관이 없었다.

중요한 것은 이것이 정말 생명을 되찾고 살아서 움직여 주느냐는 것.

그 사실에 짙은 기대감을 지닌 채. 슈타인은 마지막 과정인 붉은 시약을 괴물의 머리에 부었다.

사전에 각종 약초와 시체의 장기를 특별한 방법으로 배합해서 만든 시약.

그것은 괴물의 머리에 떨어진 순간 마치 마른 수건에 흡수되는 물과 같이 빨려 들어갔다.

그러자..

­“스으으으…”­

다음 순간, 슈타인의 귓가에 들리는 소리.

마치 공기가 썩어가던 폐 안에 흘러 들어가는 듯한 소리에 슈타인은 바짝 긴장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이어서, 그것은 아주 천천히. 하지면 아주 뚜렷하게. 그 거대하고 추악한 육신을 천천히 일으키기 시작했다.

“오오…”

기대는 하고 있었지만. 정말로 움직이기 시작하는 괴물을 보면서 슈타인의 입에선 자동적으로 감탄사가 흘러 나왔다.

‘성공했다.. 정말로.. 죽음 에서 새로운 생명을 일으켜냈어..’

그 순간, 마치 생명을 창조하는 신이 된 듯한 환의를 느끼기 시작하는 슈타인.

오랜 시간 시체를 해부하며 기쁨을 느껴왔던 그였지만.

지금의 감정은 기존의 것을 아득하게 능가하고 있었다.

그때, 그 존재는 잠시 주변을 두리번거리더니 이내 슈타인을 향해서 시선을 고정하였다.

“말을 알아 듣겠나?”

“…”

슈타인의 말에 멍한 눈빛으로 그를 내려다 보는 그것.

자신의 말을 알아듣는지 아닌지 모르겠지만 그런 사실과는 상관 없이 슈타인은 자랑스러운 목소리로 말했다.

“내가 바로 너를 만든 창조주 이다. 즉 너에게 있어서 신과 같은 존재라 할 수 있…”

그때.

“!”

­“쾅!”­

다음 순간, 거칠게 팔을 움직여 그대로 약품이 단긴 병들을 깨버리는 그것.

이에 슈타인은 약간의 당혹감을 느끼며 그것에게 말했다.

“뭐.. 뭐 하는 짓이냐? 얌전히 있어! 이곳은 네가 함부로 날뛰면 안되는…”

“쿠어어어어어!!!!”

다음 순간, 그것의 입에서 기괴한 비명소리가 터져 나오기 시작했다.

마치 짐승의 포효와 같은 웅장함과 힘이 느껴지는 소리.

이에 한 순간 슈타인이 자신도 모르게 뒷걸음질을 친 그때였다.

“이.. 이런!”

­“쾅!”­

슈타인 박사가 당황한 틈을 타 난폭하게 주먹을 날려 벽을 부숴버리는 그것.

상상을 초월하는 완력에 그는 어떻게 대처를 해야 할지 생각조차 하지 못한 채 덜컥 겁에 질리기 시작했다.

‘뭐.. 뭐야.. 이 녀석.. 시체로 만들어진 주제에 이런 말도 안 되는 힘을 지니고 있다고?’

약물로 부패를 늦췄을 뿐 실질적으로는 어느 정도 이상 손상되어 있는 육체로 만들어진 그것이었다.

그러나, 그럼에도 그것은 그대로 계속해서 주먹을 날려 순식간에 구멍의 크기를 넓힌 뒤 지체 없이 몸을 던져 밖으로 빠져나갔다.

“아…”

슈타인이 어떻게 대처하기도 전에 순식간에 발생한 일.

분명 그의 목적대로 살아있는 생명을 만드는 데엔 성공했지만. 그렇게 그의 결과물은 너무나도 허무하게 그의 눈앞에서 사라져 버리고 말았다.

“이런… 설마.. 설마 일이 이렇게 되어 버릴 줄은..”

­“쾅! 쾅!”­

“전하!”

“대공 전하! 무슨 일이십니까!”

그때, 그의 귓가에 시끄럽게 자신을 찾는 목소리가 들려왔고, 이에 슈타인 대공은 일단 이곳을 벗어나 사람들을 맞이하러 가야만 했다.

마지막 순간 그의 눈에 숲 속으로 달려들어가는 그것의 모습이 보였지만 그는 이 이상 그것에 마음을 두지 않기로 하였다.

어차피 시체로 만들어진 존재이다.

서적의 기묘한 힘으로 되살아나긴 했지만. 분명 오래가지는 못할 것이라 생각하며, 그는 그것 보다는 엉망이 된 데다 남들에게 보이기도 껄끄러운 이 장소를 어떻게 복구해야 할지 고민하기 시작했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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