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65화 〉 지옥으로 가는 길 3
* * *
완전히 파괴된 훈련장의 중심부에 서 있는 20여 개의 존재들.
그것이 무엇인지 인식함과 동시에, 메닐라와 아샤트리아는 눈 앞에 있는 존재를 차가운 표정으로 응시하였다.
그들에게 있어선 단 번에 알아볼 수 있는 그것의 실체.
경지에 오른 성직자들 만이 사용할 수 있는 오오라의 실체화의 결과물.
이런 폭우 속에서도 또렷하게 알아볼 수 있는 그것을 보면서 그들은 자동적으로 긴장을 느끼기 시작했다.
그리고 잠시 후.. 천사 들은 천천히 길을내 듯이 양 옆으로 갈라졌고, 그 사이에선 한 사람이 모습을 보이기 시작했다.
“이런 이런.. 유독 마력이 강한 곳이 보여서 혹시나 하는 마음에 와봤더니.. 이거, 생각보다 빨리 찾아낸 것 같은데? 여기가 바로, 문제의 그 마법사들의 본거지라 이건가?”
여유가 넘치는 목소리로 말하는 그 사람.
검은 수녀복을 입고 있은 채, 녹색 오오라에 휘감겨 있는 여성.
그녀의 몸에선.. 이 세계는 물론이고, LDG 에서의 상황까지 포함하여, 지금껏 아샤트리아와 메닐라가 단 한 번도 본적없는 수준의 힘이 느껴지기 시작했다.
“당신은.. 누구 시지요?”
“후훗 글쎄?.. 굳이 그런걸 알 필요는 없지 않을까? 피차..”
아샤트리아의 물음에 천천히 옆으로 손을 뻗는 그녀.
그와 동시에.. 그녀의 몸에서 흘러나오는 어마어마한 오오라는 그대로 여러 개로 나누어지며 형상을 갖추어 가기 시작했다.
그 결과 생겨나기 시작한.. 수백에 달하는 수 백에 달하는 무수한 천사들.
이를 보면서 아샤트리아는 자동적으로 눈살을 찌푸리기 시작했다.
“큭…”
“뭐.. 그렇다 해서 너희를 당장 죽일 건 아니니 너무 걱정하지 마. 우선은 확실하게 생포해서 네가 아는 것들을 전부 불게 만들…!”
“파지지지직!!!!”
그 순간, 갑작스러운 상황 변화에 처음으로 그녀의 얼굴이 딱딱하게 굳어 졌다.
한 순간, 그녀의 뒤쪽에서 번쩍인 번갯불.
그것은 순식간에 하늘을 메우고 있던 천사들의 절반 이상을 소멸시켜 버렸다.
“뭐.. 뭐야.. 이건..”
떨리는 목소리로 천천히 고개를 돌리는
그녀의 시야에는 팔다리가 없는 몸을 지닌 채, 허공에 떠있는 한 소녀가 보이기 시작했다.
“재미있는데 언니? 딱 봐도 노는걸 좋아하는 것 같은데 오늘 나랑 한번 놀아보자.”
살기와 더불어 약간의 광기마저 느껴지는 목소리로 메닐라가 말했다.
“메.. 메닐라?”
“멍하게 있지 말라고! 이러니 저러니 해도 이 녀석 침입자잖아! 당장 쓰러뜨려 버리자고!”
밝은 목소리로 이야기하는 메닐라.
그러나, 이내 그녀의 시선이 눈 앞에 있는 수녀복 여성에게로 향하는 순간. 그녀의 얼굴에는 순수한 살의가 피어 오르기 시작했다.
“그럼.. 어디 한번 짜릿하게 놀아볼까?”
그 말과 동시에, 메닐라의 몸에서 방출된 마력이 특정한 방향성을 지닌 채 여성을 향해서 뻗어나가기 시작했다.
대마법사 메닐라 디아블로.
아테나를 제외한 정원사들 중에서는 최강의 힘을 지니고 있는 대마법사.
그리고 그런 그녀의 주된 힘은
지금과 같이 수분으로 충만한 세계에서 가장 강력하게 작용할 수 있는
전기.
“!”
수십 줄기의 번개가 한 순간에 그 여성을 덮쳤다.
이런 환경이라면 레벨 300대의 존재들 조차도 일격에 잿더미로 만들어 버릴 수 있는 공격.
그러나..
“칫..”
“….”
녹색 오오라에 둘러싸인 채, 그을린 자국 하나 없는 그녀를 바라보면서 메닐라는 작게 혀를 찼다.
‘강해.. 천사들을 수백 마리씩이나 불러 재낄 때부터 알아 보긴 했지만.. 이거 생각지고 못한 거물이 코앞까지 기어 들어왔는걸?’
그때.. 그런 생각하고 있는 메닐라를 향해서 그대로 손을 뻗는 여성.
그러자 그녀의 앞에는 오오라로 이루어진 무수한 창들이 생겨나기 시작했다.
그 직후, 그대로 메닐라를 향해서 쏟아지는 녹색의 창들.
움직임이 불편한 그녀로서는 이를 피할 도리가 없어 보였다.
그 순간.
“챙!”
“어?”
무언가 단단한 것에 부숴진 듯 가볍게 튕겨져 나가는 창들.
이에 메닐라의 입가에는 진한 미소가 피어나기 시작했다.
“고마워 아샤트리아.”
“그렇다 해도 너무 여유를 부리는 것 아닙니까? 상대는 강합니다. 진지하게 유저를 상대하는 자세로 임하도록 하세요.”
“네가 막아줄 줄 알아서 그냥 있었던 것뿐이야. 저 정도는 마력을 쏟아 부어서 중화시킬 수 있다고.”
“..역시 효율 같은 것은 고려하지 않는군요.”
“용통성 없는 너에게 그런 말 듣고 싶지 않.. 제길!”
다음 순간, 메닐라의 주변에 있던 빗방울들이 하나로 뭉쳐지더니 그대로 마치 탄환과 같은 모양으로 쏘아져 나갔다.
자기력과 수소분해를 이용한 액체 탄환.
그것은 그대로 마치 날 파리와 같이 그들을 향해 날아오는 천사들을 순식간에 소멸시켜버렸다.
“쳇.. 역시 오오라 상대로는 효율이 너무 안 나온다니까.”
필살의 공격들을 고작 오오라로 만든 천사들 따위에게 난사하면서 메닐라가 분노에 찬 목소리를 토해냈다.
그 효율을 비유를 하자면 쥐 한 마리를 잡자고 대포를 쏘아대는 상황.
하지만, 마력을 무효화 하는 오오라의 특성상 이는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으아아아아앗!!”
다음 순간, 기합 소리를 뿜어내면서 그대로 거대한 대검를 휘둘러 여성을 내리찍는 아샤트리아.
그러나 응축으로 강화되어 산마저도 쪼갤 수 있는 그의 일격은 너무나도 간단하게 오오라의 장벽에 막혀버리고 말았다.
“젠장..”
그렇게 공격으로 인해 생긴 빈틈을 놓치지 않고 그대로 아샤트리아를 향해 오오라로 된 창을 쏘아대는 여성.
다행히 아샤트리아는 공중에 떠있음에도 불구하고 재빠른 동작으로 이를 회피했지만 그 과정에서 자잘한 부상들을 입고 말았다.
“곤란하군요.. 이쪽의 공격은 먹히지 않고 저쪽은 일방적으로 공세를 퍼붓고 있습니다.”
“원래 오오라를 이용한 공격은 이 정도로 강하지 않아. 그럼에도 어지간한 대마법사에 필적하는 공격력 이라니.. 내가 다 존경심이 들 정도인데.”
“감탄하고 있을 때가 아닙니다. 어떻게든 저놈의 방어막을 뚫고 공격을 가하지 않으면 우리가 당할 것입니다. 무슨 방법이 없겠습니까?”
“으음..아주 없지는 않은데.. 하지만 그걸 해버리면 내 하루치 마력은 그대로 고갈. 난 내일까지 전투불능 직행이라고.”
약간 투덜거리는 어조로 이야기 하는 메닐라.
그러나, 이에 대해서 아샤트리아는 지금 같은 상황에선 그것 외엔 답이 없다는 것을 인식하고 있었다.
“그래도 하십시오. 지금으로선 지금은 그렇게라도 해야 합니다.”
“..하아.. 하여튼 일에 한해선 너무 철저하시다니까.”
그렇게 어쩔 수 없다는 듯한 반응을 보이면서 메닐라의 시선은 다시금 눈 앞에 있는 그녀에게로 향하였다.
그 직후, 그녀의 몸에서 뿜어져 나오는 지금까지와는 차원이 다른 수준의 어마어마한 마력.
그것들은 그녀의 정면에 여러 개의 물방울들을 응축시기 시작했다.
그리고 잠시 후.. 하나의 커다란 덩어리를 이룬 그것들은 마치 고리와 같은 형상으로 회전하면서 빠르게 가속을 하기 시작했다.
그 정도는.. 단순히 물이 움직이는 것을 넘어서 물이라는 물질을 이루고 있는 분자와 원자에 영향을 줄 수준 이었다.
그리고..
“!”
“콰지지지직!!”
그대로 메닐라의 정면에서 쏟아져 나오는 한줄기의 빛.
얼핏 그것은 단순한 빛 기둥과 같이 보였다.
그러나.. 오오라를 사용해 이를 막아낸 여성의 얼굴은 딱딱하게 굳어지기 시작했다.
‘이건.. 설마..’
그녀의 눈 앞에서 부숴지기 시작한 오오라의 방벽.
마치 태양빛에 녹아내리는 얼음과 같이 오오라는 그 빛에 닿자마자 순식간에 녹아 내렸으며 그 여파는 그대로 오오라의 장벽 전채에 영향을 주기 시작했다
단순한 마력의 운용으로는 이해할 수 없는 경지.
그럼에도 이것이 가능한 이유를 그 여성은 깨달을 수 있었다.
‘그냥 빛이 아니야.. 이 작은 것들은 분명....”
빛기둥 속에 담겨 있는 것은 작은 화염덩어리.
그러나 그것은 단순한 불꽃이 아니었다.
태양..
빛 기둥은 손톱만큼 작은 태양들이 한대 모여 만들어진 것이었다.
그리고 이만한 에너지는 아무리 오오라로 이루어진 방벽이라도 버티기 힘든 수준.
그 결과, 그녀를 감싸고 있던 방벽이 마침내 빈틈을 내보이기 시작했다.
그러자..
“하아아아아앗!!”
“웃”
벌어진 틈을 향해서 그대로 대검을 투척하는 아샤트리아.
어마어마한 힘이 담겨있는 그 일격은 그대로 그 빈틈을 헤집고 그녀의 몸에 정확하게 적중하였다.
“해… 해치웠… 나?”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