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70화 〉 지옥으로 가는 길 8
* * *
자신이 내렸던 명령이 상당히 이상한 느낌으로 꼬였다는 것을 인식한 막달레나.
이에 그녀는 성도로 돌아가 보다 상세한 사안들을 알아 볼 필요가 있다는 결론을 내리게 되었다.
“일단, 이 부분은 조금 시간을 두고 알아보도록 하자. 단순한 문제인 만큼, 한번에 해결할 수도 없는 일일 테니까.”
진지한 목소리로 도로시가 말했고, 이에 막달레나 역시 동의를 표하였다.
“알았어. 그럼 일단 이번 일은 내 선에서 너희들에 대한 조사를 중단 시키는 걸로 마무리 지을게. 아울러서 여기로 몰려오고 있는 성기사들도 돌려보낼 테니까, 지금은 잠시만 조용히 지내줘.”
“무슨 뜻인지 알겠어.”
언니의 부탁에 도로시는 흔쾌히 승락을 했고, 이에 막달레나 지금 동생에게 해줄 수 있는 일이 이것밖에 없다는 사실에 안타까워하며, 진한 아쉬움이 담겨있는 미소를 지어 보였다.
그리고 이어서, 그녀는 자신의 앞에 있는 아는 동생.
오즈를 보면서 약간의 장난끼가 섞인 미소를 지은 채 말하였다.
“그건 그렇고.. 이런 식으로 너를 보니 제법 반가운걸? 그래, 그 동안 도로시랑 어디까지 나갔어?”
“네? 그..그건..”
“언니!”
언니의 한마디에 얼굴을 붉힌 채, 당혹감을 내보이는 두 사람이었다.
“하하, 뭐 어때. 어차피 여기까지 온 거, 둘이 맺어지는 건 사실상 기정사실 아니겠어? 앞으로 계속 잘 부탁해 제부.”
“으으..”
사실상 기정 사실로 묶어 버리는 막달레나의 모습.
이에 도로시와 오즈는 잠시 동안 말을 하지 못하였고, 그들을 보면서 막달레나는 상당히 재미 있다는 듯 즐거운 표정을 지어 보였다.
*
“….”
“…으음..”
“하..하하..”
테이블 하나를 두고 서로를 마주보고 있는 막달레나와 정원사들.
그들 사이에 흐르는 냉랭한 기류에 도로시와 오즈는 어색한 웃음소리를 내었다.
주인들로부터 대략적인 설명을 듣긴 했지만, 여전히 막달레나에 대해선 이래 저래 좋지 않은 감정을 지니고 있다는 것이 피부로 느껴질 정도였다.
본의는 아니더라도 하마터면 오즈를 죽음에 이르게 할 뻔한 원흉이었으며.
일전의 전투로 인해서 정원사들의 자존심에 스크래치까지 입힌 상황.
일단 도로시의 언니이고, 아울러 그녀가 자신들에게 호의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다는 것도 인지하고 있었지만. 영 찝찝한 부분이 가시지 않는 것도 사실이었다.
“후.. 일단.. 이전의 일에 대해선 사과하도록 할게. 어쨌든 내 실수로 인해서 일이 이렇게 꼬인 것이 사실이니까.”
“그렇게 사과를 하고 싶으면 당장 바닥에 머리를 처박고…”
“아테나..”
“…알겠습니다. 그 사과 받아들이도록 하겠습니다”
도로시의 말에 여전히 불편한 기운을 내뿜으면서도 일단은 사과를 받아들이는 아테나.
그녀를 필두로 다른 이들 역시 앞으로 이 일에 대해선 이 이상 언급하지 않기로 결정하였다.
“고마워. 그럼…얼추 상황이 정리되었으니 난 이만 일어나도록 할까?
“응 벌써 돌아가게? 그래도 오랜만에 만났는데 조금 더 있다가 가는 게..”
“나도 그러고 싶긴 한데.. 일이 조금 심하게 밀려있어서 말이야. 이번 사건에 대해서 적당히 둘러대는 것도 해야 하고.. 늦어도 일주일 안에는 다시 올 테니까 조금만 기다려 줘.”
막달레나가 아쉬운 표정으로 말했고, 이에 도로시 역시 안타까움을 느끼며 고개를 끄덕였다.
“응.. 알았어 언니.”
그렇게 자리에서 일어나는 막달레나와 도로시.
이어서 다른 정원사들 역시 자리에서 일어났지만, 막달레나는 이에 대해서 전혀 신경 쓰지 않은 채 그대로 도로시에게 다가갔다.
그리고..
“웃!”
“저..”
“큭…”
그대로 도로시의 몸을 끌어 안아주는 막달레나.
이를 본 정원사들의 얼굴에는 경악과 더불어 미묘한 살기가 떠오르기 시작했으나, 막달레아는 이에 대해서 1도 신경 쓰지 않은 채 조용한 목소리로 말했다.
“고마워.. 정말로.. 이렇게 내가 있는 곳에 와 주어서..”
“고맙긴.. 나야 말로 미안해. 언니를 너무 오랫동안 기다리게 해버렸어..’
그리고, 그런 막달레나의 태도에 너무나도 자연스럽게 반응해주는 도로시의 모습.
이에 정원사들은 본능적으로 막달레나에 대한 질투의 감정을 무럭무럭 키워나가기 시작했다.
‘큭.. 도로시님 의 명만 아니었어도..’
‘저 재수없는 아줌마가 감히 우리 앞에서 마마를…’
‘처음 봤을 때부터 마음에 안 들었지만 역시 저 여자는 우리와 상종할 수 없는 운명이겠군요..’
‘감히 도로시님의 옥체를 저렇게 강아지 다루듯이 함부로..’
‘죽인다… 내 저 년은 반드시.. 내 손으로 죽인다..’
그렇게 자매간의 따스한 우애를 나누는 막달레나의 행위는 본의 아니게 도로시에게 성가신 숙제를 한아름 안겨주게 되었다.
*
성도 롬.
대륙의 남쪽에 위치해 있는 교회 세력의 중심부이자. 과거 대 제국의 심장이었던 장소.
그리고, 이곳의 대외적인 수장이자 대륙의 정세를 좌지우지할 수 있는 힘을 지닌 존재인 교황은 자신의 측근들과 함께 화려한 성당의 복도를 거닐며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그래서, 성녀님께서는 아직까지 돌아오시지 않으셨다고?”
“네 그렇습니다.”
“이번에 출현한 마법사들은 제법 강적이라고 하던데.. 어쩌면 지금까지도 전투를 진행하고 있으실 지도 모르겠습니다.”
약간의 걱정이 담겨 있는 주교들의 말.
그러나, 이를 들으면서도 교황은 천천히 고개를 저었다.
“으음.. 하지만 그분의 사전에 강적이라는 개념이 존재한다는 사실부터 난 믿을 수 없네. 그분의 힘을 조금이라도 알고 있는 나로선..”
비록 근래 들어선 자신의 권력과 관련해서 제법 불편한 마음을 지니고 있었지만, 그럼에도 교황은 여전히 그녀에 대해서 존경심과 경외심을 지니고 있었다.
그가 어렸던 시절, 단신으로 마법사들을 쓸어버리는 그녀의 압도적인 위용을 그의 눈으로 똑똑히 보았기 때문이다.
‘마법사가 한 명조차 상대하기 힘든 천사를 수천.. 혹은 그 이상으로 부리시는 분이다. 그런 분에게 대적할 수 있는 존재는 이 세상에 없어. 오직 삼라만상을 창조한 신 만이 가능한 부분이다.’
더군다나 그녀는 그 신에게 조차도 인정을 받은 존재, 그녀의 절대적인 강함에 대해서 교황은 완전한 확신을 지니고 있었다.
“하지만.. 지금까지 소식이 없으시다는 것은 역시 묘한 부분입니다. 모르긴 몰라도 역시 무슨 일이 있는 것 만은..”
“말씀 중에 죄송한 말이지만, 별다른 일은 없었습니다.”
“헉!”
그 순간, 주교의 뒤쪽에서 들리는 목소리.
이에 주교의 얼굴에는 한 순간 당혹감과 더불어 약간의 공포가 깃들었다.
아울러 교황 역시 조금 놀라긴 했으나 그의 얼굴에는 그럴 줄 알았다는 약간의 평온함이 감돌고 있는 중이었다.
“어서 오십시오 마리아 막달레나 아나스타님.”
정중하게 고개를 숙이는 교황, 이에 맞춰서 막달레나 역시 예의의 표시로 고개를 숙였다.
원칙상 교회의 정신적 지주이자, 실질적인 창시자인 막달레나의 서열이 더 높긴 했지만 대외적인 지도자이자 그녀와 동등한 권한을 지니고 있는 교황에게는 그녀 역시 존중의 의사를 나타내고 있었다.
“안 그래도 조금 늦으셔서 이에 대해 염려하고 있었습니다. 일은 잘 끝내고 오셨는지요?”
“아니요, 아쉽게도 녀석들의 또렷한 흔적은 발견하지 못했습니다. 아마 생각 했던 것 보다 그다지 강현 녀석은 아니었기 때문이겠지요.”
“그.. 그렇.. 습니까? 그렇다면 다행이군요.”
막달레나가 감지하지 못할 수준의 마법사라면 그 강함이란 것은 그다지 별볼일이 없을 것임이 분명한 상황.
이에 교황은 약간의 안도감을 느끼기 시작했고, 그런 그를 보면서 막달레나는 차분한 목소리로 말했다.
“하지만, 그것과 별개로 칼마르 연합국에선 나름 방비를 철저하게 하고 있더군요. 결정적으로 그곳의 날씨가 제법 심상치 않았습니다. 금방이라도 태풍이 몰아칠 것 같은 느낌이었는데, 아마 이대로 가다간 저희 성기사들만 무의미하게 피해를 입게 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네? 그.. 그렇다면..”
막달레나의 말에 의문과 당혹감을 표하는 교황.
이에 대해서, 그녀는 차분한 목소리로 말했다.
“개인적인 권고입니다만.. 지금은 일단, 잠시 군을 물리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마법사들도 별볼 일 없는 수준인 이 상황에서 굳이 저희들의 귀중한 전력을 소모 시킬 필요는 없다 생각되는 군요.”
“하…하지만..”
“그렇게 하십시오. 대성녀로서 진지하게 권유 드리는 것입니다.”
권유라 하지만, 사실상 이는 압박에 가까울 발언.
바꿔 말하면, 대성녀 막달레나는 더 이상 그녀의 입장에서 봤을 때 무의미하다 여겨지는 전쟁이 지속되기를 원치 않는다는 의미였으며, 이에 대해서 교황은 어쩔 수 없이 일단은 꼬리를 내리는 수 밖에 없었다.
“아..알겠습니다.. 그럼.. 그렇게 하도록 하겠습니다.”
“네, 그럼 부탁드리겠습니다.”
그 말을 마지막으로 서로에게 인사를 한 뒤, 막달레나와 교황은 자신이 갈 길을 가기 시작했다.
서로에 대한 존중을 해치지 않는 선에서 나눈 이야기였지만, 이것이 가져올 결과를 고려하면 그 무게는 결코 가볍지 않다는 것을 막달레나는 알고 있었다.
그렇게 안타까운 기분을 느끼며.. 막달레나는 대성당 내부를 걷기 시작했다.
“아.. 안녕하십니까 막달레나님.”
“성녀님을 뵙습니다. 주님의 축복이 함께하시길..”
그녀가 누군가를 마주칠 때마다 들리는 무수한 인사들.
그 중에는 감격스러운 표정으로 기도를 올리거나 심지어는 눈물을 글썽이는 자들까지 있었다.
교회의 창시자이자, 구세주가 친히 선택한 인류의 보호자.
성서에서 까지 이름이 언급되는 그녀를 직접 본 것은 독실한 신앙을 지닌 이들에게 있어선 그 자체만으로도 영광스러운 일이었다.
그리고, 그런 사람들의 시선을 익숙하게 받아 들이면서, 그때마다 막달레나는 자비로운 미소를 담아 답변을 해주었다.
귀찮거나 피곤한 기색은 일절 찾아볼 수 없었다.
상처 입은 어린양들을 하나하나 돌보는 목자와 같이 은혜와 자비심이 넘치는 모습.
그렇게 마지막 한 사람에게 까지 자애로운 미소를 남겨준 뒤, 막달레나는 드디어 그녀의 개인실 안에 들어와 문을 닫았다.
“하아..”
그 직후 무거운 한숨을 내쉬는 막달레나.
그러나, 이는 성녀로서의 역할에 대한 피로로 인한 것도 앞날에 대한 안타까움 때문도 아니었다.
그 이유는 바로.. 지금까지 억지로 눌러 참아 왔던 감정으로 인해서였다.
그것은 바로..
“예에에에에!!!!”
방금 전의 신중한 정치가의 모습과 자애로운 성녀의 모습을 한번에 날려버리는 요란한 환호성.
지금 그녀는 신을 제외하고는 아무도 그녀의 모습을 보고 들을 수 없는 것이 확실한 이 공간 안에서 허공에 주먹질을 하면서 정신 없이 날뛰면서 마음껏 기쁨을 발산하고 있었다.
“리아를 찾았어! 예정보다 천 년이나 빨리 내 동생을 찾아냈어! 그것도 평행 세계의 뭔가가 아니라 진짜로 퓨어한 내 동생 한리아야!”
어린아이 마냥 바닥을 데굴데굴 구르면서 성녀 마리아 막달레나 아나스타는 여과 없이 감정을 펑펑 터뜨리고 있는 중이었다.
몇 번을 다시 생각해도 너무나도 기쁘기 그지없는..
천 년을 살아온 그녀조차도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하늘의 선물.
그 사실에 대해서 막달레나는 대략 한 시간 동안 누구보다도 솔직하게 기쁨을 발산한 뒤, 간신히 그 감정을 가라 앉힌 채 그대로 침대 위에 드러누웠다.
그럼에도 여전히 그녀의 입가에는 행복으로 가득한 미소가 꿈틀거리고 있었지만 이제는 슬슬 다른 쪽에 대해서 고민을 해야 할 시간이었다.
“자 그럼.. 이제부터 어떻게 된 내막인지 알아볼 차례인데 말이지..”
정보를 얻는 방법이야 많이 있었다.
굳이 교황을 거치지 않더라도 그녀의 시종을 들었던 자들을 통하면 어렵지 않게, 작금의 상황을 파악할 수 있을 터.
그렇게 막달레나는 즉시 사람들을 풀어 정확한 상황을 파악하기 시작했다.
오즈.. 그리고 도로시와 관련하여 그동안 무슨 일이 있었는지..
그리고, 이를 파악한 순간, 그녀의 얼굴에는 자동적으로 분노의 기색이 서리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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