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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사파티에서 배신당하자 옆집 누나하고 만든 SSS급 딸들이 복수를 시작합니다-72화 (72/102)

〈 72화 〉 황제의 굴욕 1

* * *

“이번에 교황이 한 말에 따르면.. 만약 황제가 서임권을 포기하지 않는다면 이번에야 말로 큰 사단이 일어날 거라 하더군.”

“이에 대해서 황제는 여전히 강경한 자세를 취하고 있고..”

“걱정이네, 안 그래도 니더작센 지역의 반란이 막 끝난 지금, 여전히 민심이 뒤 숭숭 한데..”

“슈타인 대공마저 자리를 비운 상황이니.. 이렇게 되면 슬슬 줄을 바꿔 타는 것도 고민해 봐야 하나?”

“하지만 아직 황제의 위세도 얕볼 수는 없으니 섣불리 판단할 일은 아니라 보네.”

거대한 회의장에 모여있는 각지의 영주들.

군소 영주들은 물론이고, 차기 황제의 선출권을 지니고 있는 대영주들까지 모여있는 이곳에서는 벌써부터 모략을 위한 밑밥을 까는 목소리가 들리고 있는 중이었다.

‘이 자들이 이 세계에서 지도자라 불리는 자들이군.. 인간들의 세계가 다 그렇지만 역시 대부분의 전투력은 단순한 벌레 이하..’

귀족 여성의 모습으로 회의장 구석에 자리잡은 자미엘과 그녀의 호위로서 이 자리에 머리부터 발끝까지 갑주로 무장한 채 참여하고 있는 아샤트리아.

본래라면 눈에 띌 정도로 아름다운 외모가 어떻게든 주목을 받겠지만, 이곳에 자리잡고 있는 여느 기사들과 같이 투구로 얼굴을 가리고 갑주를 두르고 있는 그녀에게 특별히 관심을 가지고 있는 자는 아무도 없었다.

아울러 정치나 모략에 대해서 능숙하지 않은 그녀였으며 지금 상황에선 아무래도 상관 없는 이야기 이지만, 적어도 이 자리에 있는 자들의 강함이 그녀가 검 한번만 휘두르면 순식간에 몰살당할 정도로 형편 없다는 사실 정도는 파악할 수 있었다.

‘권력이란 무력에 뒷받침이 되어야 한다는 말을 듣긴 했지만. 그런 기준에서 보면 심각하게 낙제로군. 과연 모든 것이 아테나가 말한 그대로...’

정보에 영 밝지 않고 머리를 굴리는 쪽도 그다지 좋지 않은 아샤트리아의 입장에선 상황을 내다보고 이를 진행해 나가는 아테나가 그저 신기하기만 할 뿐이었다.

어쨌든, 그렇게 그녀 입장에선 이해하기 힘든 이야기를 아샤트리아가 듣고 있던 그때였다.

“대성녀 막달레나님 께서는 이번 일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셨나?”

“…”

영 거북하긴 하지만 직접적으로 아는 사람의 이름이 언급되자 아샤트리아는 자동적으로 그 말에 귀를 기울이기 시작했다

“특별한 일은 없으신 것 같더군. 막달레나님 께서 나서신다면 상황은 금방 정리되겠지만.. 알다시피 그분께선 세상 일에 크게 관여하지 않으시니 않는가.”

“난 개인적으로 그분 깨서 교회를 통치하시는 것도 좋다 생각하는데..”

“그 시가가 자그마치 수 백년 이었으니까.. 그분 깨서도 휴식이 필요하신 것이겠지.”

“으음.. 그건 그렇긴 하다만..”

자세한 내막은 모르겠지만, 현재 이곳에 있는 이들은 막달레나에 대해서 제법 긍정적인 입장을 지니고 있는 듯 보였다.

‘단순히 강력한 힘을 지니고 있는 뿐만 아니라 이 세계 사람들의 마음 또한 장악하고 있는 듯 하군.. 역시 위험한 여자야..’

그렇게 약간 삐딱한 시선으로 영주들의 대화를 지켜보던 아샤트리아.

그때, 한쪽에 있던 신하가 작게 종을 울렸고, 그와 동시에 소란스럽던 회의장에는 침묵이 감돌기 시작했다.

‘드디어 나오는 건가..’

대충 분위기를 읽은 아샤트리아의 시선이 회의장 끝에 위치한 단상으로 향하였다.

화려하게 장식된 옥좌가 위치해 있는 장소.

그곳에는 호화로운 의복을 입은 채 머리에 무거운 관을 쓰고 있는 한 남성이 걸어 나오고 있었다.

한쪽 손에는 금과 보석으로 이루어진 홀을 들고 있었으며, 반대쪽에는 거대한 루비를 깎아 만든 보주를 들고 있었다.

‘저 사람이.. 황제..’

화려한 치장에 걸 맞는 위엄과 힘이 느껴지는 얼굴인상을 가진 남성.

그를 보면서 아샤트리아는 조용히 ‘목표물’이 될 지도 모르는 자의 얼굴을 머리 속에 잘 각인시켜 두었다.

“신성제국의 위대하신 황제께 모두 예를 갖추시오!”

신하의 말에 그곳에 있던 이들은 모두 자리에서 일어나 정중하게 고개를 숙였다.

이는 아샤트리아의 앞에 앉아 있는 자미엘 역시 마찬가지.

이에 따라서 아샤트리아는 영 내키지는 않았지만, 일단은 인사를 하는 샘 치고 고개를 숙여 주었다.

그렇게 예를 표하는 시간이 끝난 후, 자리에 착석한 영주들을 향해서 황제는 위엄이 넘치는 목소리로 말했다.

“경들은 들으시오.”

“예, 폐하.”

수많은 사람들, 그것도 각 지역에서 왕이나 다음 없는 권세를 누리고 있는 봉건제의 군주들 앞에서도 황제는 당당함을 유지한 채 말을 이었다.

“짐이 그대들을 부른 것은, 근래 들어 제국 내에서 들려오는 불미스러운 소문들에 관해서 논하기 위함이오. 모두들 알고 있듯이 이 신성 제국은 백 년 전 위대하신 신의 대리인이신 대성녀 막달레나 마리아 아나스타님과 당시의 교황이셨던 요한 성하의 이름 아래 신의 인정을 받은 유일하고도 신성한 국가이오. 그런데 요즘 들어서 이 위대한 제국의 정통성을 의심하고 불미스러운 일을 꾀하는 자들이 있다는 소문이 있다 들었소. 이보시오 재상.”

“예, 폐하.”

황제가 바로 옆에 서있는 재상에게 말하였고, 이에 그는 머리를 조아리며 준비해 둔 양피지를 펼쳤다.

“한 나라의 군주로서, 짐은 앞으로 더 이상 이런 불순한 무리들의 움직임을 좌시하지 않을 것이오. 이를 위해 이 자리에서 짐의 뜻을 분명히 전하고자 하니 경들은 모두 따라주길 바라오. 재상은 준비한 칙서를 반포하라.”

“예, 폐하.”

황제의 명이 떨어지고, 이에 신하들 사이에서 불안의 그림자가 술렁였으나, 재상을 이를 개의치 않은 채 곧바로 칙서의 내용을 읽어 내려가기 시작했다.

“이 시간 부로, 그 누구도 제국을 어지럽히는 불순한 세력과의 연합을 엄히 금지할 것을 선언한다. 아울러 황제의 고유 권한인 서임권을 침범하려 드는 자는 곧 제국의 안녕을 위협하려 드는 것으로 간주하고 엄히 처벌하도록 하겠다.”

“으음…”

“허어…”

제국의 적이니 뭐니 하는 거창한 말을 쓰긴 했지만, 요약하자면 저 말은 서임권을 요구하는 교황의 말을 대놓고 씹겠다는 뜻이나 다름 없었다.

실제로 불과 얼마 전, 황제가 자신의 의지에 따라 밀라노의 주교를 선출한 적이 있는 만큼 어느 정도는 예상하고 있던 결말.

그러나, 이렇게 확실하게 교황의 뜻을 거절하는 행위는 이곳에 있던 영주들에게 한순간의 동요를 유발하였다.

그런데 그때..

“안타깝지만, 그 명에는 따를 수 없습니다 황제.”

“?”

“누구냐. 감히 어느 안전이라고 무엄하게 큰소리 인가?”

갑자기 들려오는 젊은 남성의 목소리에 회의장 안에 있던 모든 이들은 그자에게 시선을 돌렸다.

그곳에 있는 것은 차기 황제 선출권을 지니고 있는 대 영주, 슈바벤의 공작 루돌프 였다.

“루돌프 공작! 폐하 앞에서 이 무슨 무례요!”

“외람된 말씀이지만, 전 사실을 말한 것뿐입니다. 가져와라!”

“예!”

루돌프의 말이 떨어지자마자, 그를 호위하고 있던 기사가 봉해져 있는 양피지 하나를 건네었고, 이어서 루돌프는 이를 당당한 목소리로 읽어 내려가기 시작했다.

“주님의 사도이자 성 피터의 후계자인 교황 그레고리오의 이름으로 명한다. 1076년 이 시간 부로 황제 하인리히를 파문할 것을 선언하며 그가 지니고 있는 신성 제국 황제의 권리 역시 무효화 할 것을 선언한다.”

“!”

“파.. 파문?”

갑작스러운 파문 선언에 회의장 안에 있던 귀족들은 크게 동요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그들 중 누구보다도 큰 충격을 받은 자는 황제 하인리히 본인이었다.

파문이라는 것은 단순히 그를 교회에서 쫓아낸다는 사실을 넘어서, 사실상 교황이 황제와 결별을 선언했다는 것과 마찬가지.

당장 그가 황제로서 지니고 있던 정통성이 크게 흔들리는 것을 물론이거니와, 역으로 이는 그에게 반기를 들고 있던 영주들의 등에 날개를 달아주는 행위나 마찬가지였다.

“교황… 이 자가 정녕…”

분노에 찬 황제의 입에서 타는 듯한 목소리가 흘러 나왔다.

그러나, 회의장 안에서 이런 폭탄을 터뜨린 장본인인 루돌프는 황제가 반격할 틈을 주지 않은 채 계속해서 상황을 몰아 붙여 나갔다.

“그 더러운 입으로 존엄하신 이름을 함부로 부르지 마시오. 하인리히 그대는 더 이상 우리들의 황제도 제국의 군주도 아니니. 이제 당신은 이 자리에 있는 그 누구에게도 명령을 내릴 권한을 지니고 있지 않소!”

그 말과 함께 루돌프를 따르는 영주들이 자리에서 일어 났다.

회의장 정체를 보면 그렇게 까지 많은 수는 아니었지만, 그들의 집단적인 움직임은 갈팡질팡하고 있던 영주들의 행동에 기폭제가 되었다.

차후의 일은 어떨지 모르나, 지금 그들은 자신에게 가장 안전하다 판단되는 길..

명확한 정통성을 지니고 있으며 심리적으로도 우세를 점하고 있는 루돌프의 편을 드는 것을 선택하기 시작했다.

그렇게 하나 둘, 슬그머니 자리에서 일어나기 시작하는 영주들.

곧 이어서 회의장 안에 있던 대다수의 사람들이 일어나는 데엔 그다지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이것으로 이번 회의의 결론은 내려진 것 같군, 그럼 잘 있으시오. 하인리히 영주.”

“이.. 이것들이.. 감히..”

분노에 찬 목소리로 이를 가는 황제. 그러나 그를 놔둔 채 방 안에 있던 대부분의 영주들은 그대로 자리를 떠났다.

남아있는 이들은 하인리히의 친인척이거나 그의 입김이 강하게 닿아있는 중소 영주들뿐.

그리고 그렇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자리를 지키고 있는 극소수의 사람들 중에는 자미엘과 아샤트리아 역시 포함되어 있었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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