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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사파티에서 배신당하자 옆집 누나하고 만든 SSS급 딸들이 복수를 시작합니다-73화 (73/102)

〈 73화 〉 황제의 굴욕 2

* * *

세상을 살아가는 데 있어서 많은 이들은 흐름에 거스르지 않으려 한다.

흐름에 대항하게 되면 그만큼 삶이 고달파질 수 있다는 것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간혹.

사람은 그 흐름에 반하여 선택을 하는 경우가 있다.

흐름을 거스르는 행동은 대부분 큰 실패를 가져오기 마련이다.

그러나, 그 실패의 가능성 속에는 커다란 성공이라는 보석이 있기 마련.

이를 노리기 위해 사람은 간혹 흐름을 거스르는 선택을 하곤 한다.

그런 점에서..

이 순간 황제는 그 동안 믿고 있었던 그 흐름이라는 것을 거스르는 것에 대한 생각을 하게 되었다.

*

방금 전과 달리 텅 비어버린 회의장.

그곳에는 황제의 눈치만 살핀 채, 아무런 대안도 내놓지 못하고 있는 그의 몇몇 측근들이 있을 뿐이었다.

그리고 지금과 같은 갑작스러우면서도 충격적인 상화에 대해선 황제 역시 답이 없기는 마찬가지였다.

지금까지 여러 방법으로 자신의 권력을 강화시켜왔던 황제였다.

그러나, 이는 역으로 영주들의 반발을 불러왔으며 지금은 그것이 최악의 방향으로 터진 상황이라 할 수 있었다.

황제 역시 이를 모르는 바는 아니었으며 대비책 역시 준비해 두었으나, 대부분의 영주들이 분위기에 휩쓸려 등을 돌린 지금은 모든 계책이 무용지물이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교황.. 이 교활한 자가 이런 식으로…’

마음 같아선 당장 군대를 몰고 성도로 달려가 교황을 폐위시키고 싶었지만, 영주들이 등을 돌린 지금 상황에서 군사를 일으킨다는 것은 자살행위나 마찬가지였다.

그렇게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한 채, 황제가 절망적인 심정을 맛보고 있던 그때였다.

“폐하.”

“..?”

갑작스럽게 들려오는 익숙하지 않은 여성의 목소리.

이에 황제는 자신도 모르게 그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누구인가.. 그대는..”

그의 근처에 앉아있는 측근들과는 달리, 제법 거리가 있는 장소에서 홀로 자리를 지키고 있는 여성.

뒤쪽에는 검은 갑주를 입은 기사를 대동하고 있는 그녀는 천천히 황제를 향해 고개를 숙이며 말했다.

“처음 뵙겠습니다 폐하. 소신은 칼마르 연합국의 사자인 자미엘 이라 합니다.”

“캍마르 연합국?”

“그곳에서 이번 회의에 사자를 보냈다 그 말인가?”

신성제국 영주들의 회합에 타국의 사신이 참여한 것은 언 듯 의아하게 여길 수 있는 부분이긴 했다.

그러나.. 실질적으로는 그렇다 하지만. 형식을 따져 본다면 신성제국의 황제는 교황과 대성녀가 인정한 세계의 주인이라 할 수 있는 존재였다.

그런 만큼, 역대 황제들은 비록 말뿐이긴 하지만 신성제국과 밀접하게 붙어 있는 칼마르 연합국 역시 자신의 신하라는 주장을 종종 하고 있었으며, 이에 대해서 칼마르 연합국도 딱히 대놓고 반발은 하지는 않았다.

현실이 어떻든 간에 적어도 명분 상으로는 그게 맞았으니까 말이다.

물론 대놓고 통치나 간섭을 하려 든다면 대대적으로 반발을 했겠지만, 교회와 교황을 따르는 신자라는 위치에서 황제라는 존재의 권위를 어느 정도는 인정하는 입장인 만큼 형식적인 언급에 대해선 의외로 관대하게 대처를 하고 있었다.

그러나, 그런 점을 감안 하더라도 칼마르 연합국에서 사람을 보낸 것은 제법 특이한 경우인 만큼, 황제는 작금의 힘겨운 상황에서 관심을 보이기 시작했다.

“칼마르 연합국에서 짐에게 할말이 있다 이것인가? 말하는 것을 허하겠노라. 그대들이 하고자 하는 말은 무엇인가?”

황제의 허가가 떨어지자 자미엘은 다시 한번 예를 갖춘 뒤 그에게 말했다.

“감사하옵니다 폐하. 하지만 소신 본격적인 이야기를 하기 전, 한가지 작은 청이 있나이다. 이 일은 매우 중요한 것이며 오직 폐하께만 드릴 수 있는 이야기 이옵니다. 하여 비천한 소인이 감히 폐하께 독대를 청하고자 하온데 윤하하여 주실 수 있겠습니까?”

“독대?”

“아니 이 자가 어디서..”

예상치 못한 발언에 술렁이기 시작하는 신하들.

“그만. 경들은 다들 조용히 하게, 지금 이 자리에서 유일하게 의견을 낸 자가 아닌가! 칼마르의 사자, 그대의 청을 들어주도록 하겠네. 모두들 물러가 있거라.”

그러나, 황제는 즉각 적으로 자미엘의 말을 들어주었고, 이에 신하들은 별 수 없이 일단 그곳을 떠나 잠시 밖으로 나갈 수 밖에 없었다.

약간의 불만은 있었지만 지금 그들에게 뾰족한 수가 없다는 것은 어쩔 수 없는 사실이었기 때문이다.

그렇게 회의장에는 황제와 그의 호위병, 그리고 자미엘과 그의 뒤에 서 있는 기사만이 남게 되었다.

“자, 그럼 이제 말해보게, 설마 호위들까지 물리라 할 생각인가?”

“아닙니다. 이것으로 충분 합니다. 소신의 청을 들어주심에 감사 드리옵니다.”

황제의 호위들은 기본적으로 입이 무거운 것이 원칙인 만큼, 자미엘은 이제 비로서 이야기가 가능한 상황이라 판단을 내린 뒤, 조용히 입을 열기 시작했다.

그러나, 그녀가 하고 있는 말들은 그의 머리 속에서 나온 내용은 아니었으며, 뒤에 서있는 아샤트리아 에게서 나온 것도 아니었다.

더 나가선, 실질적으로 이를 지시한 아테나조차도 그 근원이 아니었다.

모든 것의 시작은.. 마리아 막달레나 아나스타.

사랑하는 동생을 위해서라면 자신이 세운 세계마저 기꺼이 뜯어 고칠 의지가 있는 여자의 머릿속에서부터였디.

그렇게 언니가 동생을 위해 준비한 거대한 계획은 한 여인의 입에서부터 한발의 총탄이 되어 쏘아져 시작되어 나가기 시작했다.

*

“으음…”

자미엘의 이야기가 끝난 후 황제는 고민에 빠졌다.

그가 건넨 말은 분명 매력적인 부분이 있었다.

말 그대로 지금의 상황을 단숨에 역전시킬 수 있는 비책.

잘만 하면, 그에게 반기를 든 영주들을 모조리 쓸어버리고 더 나아가서 이웃의 지긋지긋한 플랑크 왕국에도 확실하게 한 방 먹여줄 수 있을 지도 모르는 일이었다.

하지만, 그것을 선택할 경우 황제는.. 더 나아가 신성 제국은 앞으로 교회 세력과는 거의 완벽하게 척을 지게 될 가능성이 높았다.

‘설령 북부의 칼마르 왕국에서 이미 이 길을 선택했다 해도.. 그곳과 우리 신성 제국은 근본적으로 상황이 다르다. 교회 세력이 지척에 있는 데다가 대륙의 정당한 지배자라는 권리를 함부로 포기할 수는 없어.’

무엇보다, 비록 파문을 선언했고 지금 당장은 그 여파가 크게 작용하고 있긴 하지만, 시간이 지나고 충격이 가라앉으면 상황이 바뀔 여지는 얼마든지 있었다.

그렇게 냉정하게 계산을 마친 황제는 속으로 아쉬움을 느끼며 말했다.

“안타깝지만.. 그대의 제안을 받아들일 수는 없네. 비록 지금 내 꼴이 말이 아니긴 해도, 난 신성제국의 황제, 교회의 오랜 적이자 정체조차 불분명한 마법사들과 손을 잡는.. 주님의 뜻에 정면으로 거스르는 행동을 할 수는 없네.”

“그렇습니까. 폐하의 뜻이 정 그러시다면 어쩔 수 없지요, 하지만.. 훗날 마음이 바뀌시거든 언제든 칼마르 연합국을 찾아주십시오. 저희들은 언제든 폐하를 위해 일할 것입니다.”

“그대들의 충심은 기억하고 있겠네.”

그 말과 함께 자미엘은 아샤트리아와 함께 회의장을 나섰고, 그들의 뒷모습을 지켜보면서 황제는 속으로 조용히 아쉬움의 입맛을 다셨다.

*

“생각보다 잘 되었군요. 도박이 성공해서 다행입니다.”

“무슨.. 뜻인지요?”

카알론으로 돌아가는 길에서 자미엘은 기분 좋은 목소리로 말했고, 이에 아샤트리아는 놀라움이 담겨있는 듯한 목소리로 물었다.

그녀가 보기에, 작금의 상황은 황제가 자신들의 의견을 거절한 것으로 보아 실패한 것이라 여겨졌다.

그러나, 이에 대해서 자미엘은 오히려 일이 반쯤 성공했다는 것 마냥 즐거워하고 있는 상황.

이에 아샤트리아는 의문을 표하였고, 여기에 대해서 자미엘은 기분 좋은 목소리로 대답하였다.

“뭐.. 겉보기에는 황제가 거절을 한 것으로 보이지만 아마도 조만간 좋은 소식이 올 것 같습니다. 적어도 황제의 얼굴에선 저희들의 말에 상당히 회가 동하는 기색이 보였으니까 말이지요”

지금 황제는 마음 속으로 끊임없이 저울질을 하고 있을 것이 분명하다고 자미엘은 판단했다.

만약 그렇지 않았다면 교회의 뜻에 정면으로 반하는 행동을 할 것을 권유한 그들을 이렇게 멀쩡하게 보내줄 리가 없었다.

비록 지금 당장은 무언가를 확신하기에 이른 만큼 단호하게 결정을 내리지 못하고 있지만, 상황이 더욱 악화될 경우 분명 자신들을 찾아올 것이라는 것을 자미엘은 예측할 수 있었다.

그리고 실제로 황제를 둘러싼 상황은 한동안은 좋아질 기미가 거의 없었다.

북부에 위치한 브레멘은 영향을 덜 받았지만, 그 동안 신성제국의 영주들은 갈수록 강해지는 황제의 권력에 위기감을 느끼고 있는 중이었다.

그들에게 있어서 지금의 사태는 황권을 약화시키고 자신들의 힘을 키워나갈 절호의 찬스.

만약 영주들의 추대와 교황의 지지를 바탕으로 이번 일을 일으킨 루돌프가 하인리히 황제를 처리하고 차기 황제의 자리에 오르게 된다면, 비교적 매끄럽지 않은 방식으로 보위에 오른 황제의 힘과 권위는 자연스럽게 약화될 것이 분명했다.

물론, 루돌프 입장에서는 그런 것을 감수 하더라도 황제가 되고 싶은 욕심이 있었기에 이번 사태를 일으킨 것이겠지만 말이다.

“영주들과 교황의 지지를 받고 있는 루돌프, 아마 한동안은 이 여세를 몰아 그의 힘이 더욱 커질 것이며 반면 하인리히 황제의 힘은 갈수록 약해지겠지요, 그리고… 궁지에 몰린 황제는 결국 어떤식으로든 저희들을 찾아올 수 밖에 없을 것입니다.”

자신만만하게 이야기하는 자미엘

이에 대해서 아샤트리아는 어느 정도 이해가 되었다는 의미에서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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