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98화 〉 새로운 질서 6
* * *
대성당.
성도의 중심에 위치해 있으며 유유히 흐르는 티베르강이 내려다 보이는 장소.
그곳에서, 한 여성은 홀로 조용히 강을 바라보고 있었다.
1000년이라는 시간 이 지나도록 언제나 한결같이 도도하게 흐르고 있는 강줄기
그것을 보고 있는 존재.
마리아 막달레나 아나스타의 입가에는 조용히 미소가 지어졌다.
“어서 오렴. 리아야.”
그 말이 끝난 직후, 그녀는 천천히 고개를 돌렸다.
그곳에 서있는 것은 그녀의 사랑하는 동생 도로시 인비저블.
그다지 좋지만은 않은 이유로 이루어진 재회였지만, 막달레나 에게는 지금의 상황이 그저 즐겁기만 할 뿐이었다.
“역시.. 언니는 이런 상황에서도 여유가 넘치네. 생각했던 대로..”
“1000년간 상당히 지루했거든. 그런 점에서 네 아이들과 벌였던 전투는 제법 재미있는 유희였지.”
“그러다가 죽기라도 하면 어쩔 뻔 했어? 하여튼 예나 지금이나 몸 안 사리는 건 여전하다니까.”
“그런 점에선.. 너도 제법 만만치 않았던 걸로 기억하는데 말이지.”
“누구 씨를 보고 자란 덕분에 말이야.”
“후후훗.”
이 다음에 이어질 상황을 고려하면 정말로 어울리지 않는 대화
말 그대로, 자매간의 훈훈한 대화를 두 사람은 잠시 동안 이어갔다.
“그건 그렇고 여기 제법 괜찮은데? 전망도 좋고 도시도 근사해.”
“그렇지? 이래 보여도 내가 제법 공들여서 만든 내 집이거든.”
“집들이 할 때는 조금 살살 해야겠네.”
“물론, 그 점은 조금 신경 써 주길 부탁할게.”
언니의 그 말이 끝난 직후, 도로시는 입가에 미소를 지은 채 천천히 옆으로 손을 뻗었다.
그러자 그녀의 손에 생겨나는 거대한 낫.
그에 맞춰서 막달레나 역시 위쪽으로 손을 뻗었다.
그러자, 그녀의 손에 생겨난 오래된 창.
딱 보기에도 범상치 않은 형상을 하고 있는 도로시의 낫에 비하면 평범하다는 느낌이 강하게 드는.. 언 듯 보기엔 볼품 없는 낡은 창이었으나, 도로시는 알고 있었다.
막달레나의 손에 들려있는 저 창이야 말로 LDG 최강의 장비
전 서버에서 단 한 자루밖에 존재하지 않았다는.
말 그대로 랭킹 1위인 막달레나 이기에 소유할 수 있는 물건
‘신창.. 롱기누스… 저걸 꺼내 들었다는 것은 애초에 봐줄 생각은 1도 없다는 뜻이겠지.’
상황이나 내막과는 상관 없었다.
본래부터 그녀의 언니는 사소한 카드게임을 하더라도 최선을 다해서 임하는 성격.
지금까지는 정치적인 목적을 위해서 어찌 했을지 모르지만, 상대가 그런 제약을 걱정할 필요가 없는 도로시인 이상 저쪽은 진심으로 덤벼들 것이라는 사실을 도로시는 알 수 있었다.
‘일단.. 언니의 레벨은 700대 초반.. 아니, 혹 1000년간 나름의 성장을 거쳤다면 그 이상일 지도..’
정확한 것은 일단 붙어 봐야 알겠지만 일단 시작하기 전부터 자신이 불리하다는 것을 도로시는 아주 잘 알고 있었다.
단순한 레벨의 차이, 능력의 상성, 그리고 장비 빨 까지.
두 사람의 액면상의 상황만 놓고 보면 시작하기 전부터 이미 결과는 나와 있다 할 수 있었다.
그리고 그 격차를 좁히기 위해 도로시는 다시 한번 생각해 둔 수를 점검하였다.
그때..
“그럼 간다!”
오오라를 방출하면서 이쪽으로 돌진하는 막달레나.
그녀의 몸에서 뿜어져 나오는 오오라를 순식간에 도로시를 잡아먹을 듯한 기세로 날아오기 시작했다.
그러나..
“어딜!”
그대로 재빠르게 몸을 움직여 막달레나의 첫 수를 회피하는 도로시
레벨차이가 있다 하지만 역시 신체강화가 가능한 도로시에 비해서 막달레나는 상대적으로 속도가 떨어졌다.
그러나.. 그녀에게는 그런 차이를 매꿀 수 있는 아주 유용한 수단이 존재했다.
“으음..”
막달레나의 주변에 생성되는 오오라의 구체들
하급 성기사들이 날려대던 허약한 것들과는 격이 달랐다.
응축되어 있는 오오라의 밀도부터가 달랐으며, 수 적으로도 대충 보이는 것만 수백 발 이상.
거기다가 더욱 무서운 것은 그 탄환 하나하나가 허공에 떠있는 상태로 이미 고속회전을 하고 있다는 것이었다.
‘진짜로 봐줄 생각 같은 건 1도 없다 이거군..’
그렇게 생각하며 도로시 역시 몸에서 마력을 방출하였다.
그러자 그녀의 주변에서 생성되는 검붉은 마력의 탄환들.
“하앗!”
곧바로 도로시를 향해서 오오라의 구체들이 쏘아지기 시작했으며, 이에 대항해 도로시의 주변에 있던 마력 탄환들 역시 막달레나를 향해서 쏘아져 나갔다.
숫자만 보면 막달레나의 그것과 크게 차이는 없었으며 파괴력 역시 결코 떨어지지 않는 수준.
그러나.. 문제는 저쪽은 마력을 지워버릴 수 있는 오오라로 되어있다는 점에 있었다.
‘역시…’
오오라 구체와 맞부딛히는 순간 허망하게 지워져 나가는 마력 탄환들
교환 비로 따지면 대략 5:1 이라는 너무나도 극명한 차이가 보였으며 그렇게 마력 탄환들을 지워버린 오오라의 구체는 그대로 도로시를 향해서 쏟아지기 시작했다.
그리고..
“콰과과광!!!”
다음 순간 들려오는 지축을 울리는 폭발음
한 순간 성도는 물론이고 인근에 있던 이들의 귓가를 울릴 정도의 소리가 사방으로 울려 퍼졌다.
그러나, 그만한 공격을 시전한 직후, 막달레나는 자동적으로 살짝 눈살을 찌푸리게 되었다.
“이건.. 조금 치사한데?”
천천히 연기가 걷히면서 막달레나가 조금 불만스러운 듯이 말했다/
그녀의 눈 앞에 보이는 장면, 그것은 아무리 그녀라 해도 자동으로 그런 말이 나오도록 만들고 있었다.
“전투는 전력을 다해서 1:1로 벌이는 게.. 아니었었나? 이건..”
“미안하지만, 나한테는 이게 전력을 다한 1:1 이라서 말이지. 어쨌든 이 자리에 유저는 언니랑 나, 단 두 사람뿐이니까.”
“…하아.. 하여간 말은 잘한다니까.”
동생의 말에 어쩔 수 없다는 듯 한숨을 내쉬는 막달레나.
그리고.. 그런 그녀의 눈앞에는 막달레나의 앞을 방어하고 있는 두 사람의 모습이 보였다.
“애초에 마법사가 전위 없이 전투를 벌이는 것은 어리석은 일이지요.. 그렇게 생각하지 않습니까? 이모님.”
“그렇다 치면 이쪽의 본업은 오오라를 사용하는 힐러 이다만?”
쓴웃음을 지으며 막달레나는 눈 앞에 있는 여성.
아테나를 보면서 말하였다.
“그때의 빚.. 확실하게 받아내겠습니다.”
“아.. 그건 다시 한번 미안..”
“….도로시님.. 반드시 저 여자의 목을 도로시님께 바치도록 하겠습니다.”
“하지마… 그런 거 필요 없어.”
진심이 담긴 살기를 발산하는 아샤트리아의 모습에 도로시는 살짝 식은 땀을 흘리며 말했다.
“그럼.. 잡담은 여기까지. 도로시님, 부디 명령을.”
“알았어.”
약간 묘하게 흘러가던 분위기를 다잡으며 도로시가 진지한 목소리로 말했다.
“상황은 F. 최악의 적을 마주하고 있다는 것을 인식하고 행동에 나선다.”
“예. 도로시님.”
도로시의 명령이 떨어짐과 동시에 그녀의 두 딸은 곧바로 행동에 나섰다.
너무나도 익숙하면서도 완벽한 호흡에 따라서..
그들의 정신에 각인 되어 있는 그 방식에 따라서
“하아아앗!”
아테나의 손에서 실이 뿜어져 나가기 시작했다.
눈에 보이지도 않을 정도로 얇으면서도 예리하기 짝이 없는 실.
그것에 대해서 이미 한번 경험해본 만큼 막달레나는 이를 유의 깊게 살피기 시작했다.
‘응축으로 강화된 실 공격.. 실 자체의 재질은 여느 금속 실과 바를 바가 없지만 문제는 그 안에 담긴 마력이다.. 저 정도로 응축을 집약한다면 나조차도 완전한 방어는 불가능해.’
이미 과거의 전투를 통해서 확인된 정보를 머리 속으로 빠르게 분석하며 막달레나는 아테나의 손에서 마치 거미줄과 같이 사방으로 뻗어 나가는 실들을 의 위치를 최대한 머리 속에 담기 위해 애썼다.
방어가 불가능 하다면 결국 피하는 것 외엔 방법이 없는 상황
그렇게 인지하면서 막달레나의 발걸음은 자연스럽게 느려지기 시작했다.
그 때..
“칫..”
“깡!”
막달레나의 오오라 방벽에 검을 휘두르기 시작하는 아샤트리아.
그녀의 힘으로 이것을 돌파할 수 없다는 것은 그녀 역시 경험을 통해서 알고 있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녀가 이런 식으로 들러 붙어서 이쪽의 발걸음을 붙잡고 있다는 것은..
‘역시 공격은.. 저쪽인가..’
막달레나의 시선이 그대로 도로시를 향하였다.
그곳에는 예상했던 대로 마력을 방출하면서 무언가를 준비하고 있는 귀여운 동생의 모습이 있었다.
‘정석적인 방법이긴 하지.. 전사와 탱커가 견제를 하고 그 틈에 마법사가 공격을 가한다.. 단순하지만 그렇기 때문에 가장 효율적이라 할 수 있는 전술이야.’
실제로 이대로 두 사람의 공격을 무시한 채 움직이는 것은 어려운 일..
아무리 막달레나라 해도 그것은 쉽지 않았으며, 그런 점에서 보면 도로시의 전술은 제법 잘 먹혀 들어갈 것이라 할 수 있었다.
그러나.. 어렵긴 해도 그것이 불가능한 것은 아니었다.
특히.. 그 상대가 막달레나라면 더더욱..
“!”
“웃!”
막달레나의 몸에서 일순간 어마어마한 오오라가 뿜어져 나오기 시작했고, 이에 두 사람은 재빨리 뒤쪽으로 몸을 뺄 수 밖에 없었다.
지난 전투에서 사용했던 마법의 완전 봉쇄와 비슷한 기척
지금 같은 상황에서 마법이 봉해진다면 두 사람은 도로시이게 전력이 되기는커녕 짐 덩어리가 될 것임이 분명했다.
그렇게 판단을 내리며 안개의 범위 밖으로 이동하기 위해 애쓰는 그들
그러나, 막달레나의 몸에서 뻗어 나오는 오오라의 속도를 그들의 예상보다 훨씬 빨랐다.
그리고 그렇게 뿜어져 나온 오오라는 그대로..
“웃!..”
“! 도.. 도로시님!”
그들과는 달리 여전히 자리를 유지하고 있는 도로시 이에 두 사람은 당혹감에 휩싸이기 시작했고.. 동시에 안개 안에 남아 있는 두 사람의 입가에는 동시에 미소가 지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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