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엔딩메이커-18화 (18/473)

< 제4장 - 성곤 #3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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콰쾅!

뇌성과 함께 물보라가 일었다.

수면이 부서지며 위로 솟구친 물들이 마치 소나기처럼 쏟아져 내렸다.

코델리아는 물속에 주저앉은 채 숨을 헐떡였고, 어느 순간 안도의 숨을 내쉬었다.

‘잡았다.’

바이콘을 잡았다.

아직 레벨 업 이펙트가 떠오르진 않았지만, 아까와는 상황이 달랐다. 사실상 마무리가 되었다.

‘잡았어.’

코델리아의 얼굴에 미소가 번졌다. 그리고 내심 스스로도 인정하듯이 노란폭풍은 단순한 편에 속했다. 때문에 바이콘과 싸웠고, 잡았다는 사실 하나에 순수하게 기뻐할 수 있었다.

‘쬐끔 멋있는데?’

코델리아의 정면.

주먹을 내려친 자세로 선 유더가 보였다.

코델리아가 절세미소녀이듯, 유더는 절세미소년이었다. 생긴 것 하나는 정말 오지게 잘생긴 유더가 멋진 자세를 하고 서 있으니 제법 그림이 나왔다.

‘아웃복서만 아니었으면 가슴 좀 두근거렸을지도.’

킥하고 웃은 코델리아는 쏟아진 물들 때문에 젖은 머리를 쓸어 올리며 입을 열었다. 폼 좀 그만 잡고 일어나는 거나 도와달라는 말을 하기 위함이었다.

하지만 직후.

“커헉!”

주먹을 내려친 자세 그대로 굳어 있던 유더가 돌연 숨넘어가는 소리를 내더니 그대로 무너지듯 쓰러져버렸다.

“아, 아웃복서?!”

깜짝 놀란 코델리아는 허우적거리며 일어선 뒤 물에 빠져 축 늘어지려는 유더를 억지로 일으켜 세웠다.

“야, 괜찮아? 야?”

“커헉··· 컥······.”

유더는 연신 숨넘어가는 소리를 내며 무어라 입을 뻥긋거렸지만 바로 이해하기가 힘들었다. 때문에 코델리아는 일단 유더를 끌어안고 끙끙 거리며 물가로 나왔다.

“커후··· 후··· 태, 태양의 목걸······.”

물가에 눕히자 상태가 약간 나아졌는지, 아니면 정말 최후의 기력이라도 짜냈는지 유더가 어렵사리 말을 만들어냈다.

금방이라도 축 처질 것 같은 오른손을 억지로 드는데, 태양의 목걸이를 마치 너클처럼 쥐고 있었다.

순간 눈을 크게 뜬 코델리아가 고개를 가로저으며 소리쳤다.

“야! 안 돼! 죽으면 안 돼! 유품 따위 안 받을 거야!”

“그, 그거 말··· 커흑. 가, 가슴.”

다시 숨넘어가는 소리를 낸 유더가 팔을 축 늘어트렸고, 순간 눈을 깜박인 코델리아는 유더의 진의를 이해했다.

태양의 목걸이를 다시 가슴 쪽에 가져다 달라.

코델리아는 서둘러 유더가 쥐고 있던 태양의 목걸이를 푼 뒤 유더의 목에 걸어주었다.

“죽지 말고. 알았지? 응?”

계속 말을 걸며 힐까지 걸어주자 효과가 있는지 유더의 숨결이 조금이지만 평온에 가까워졌다.

“하아··· 주, 죽는 줄··· 알았네.”

가슴팍에 자리한 태양의 목걸이를 더듬으며 유더는 연신 숨을 몰아쉬었다.

뇌격권.

마치 벼락이 치는 것 같은 빠르기와 위력을 가진 일권으로, 그 원리는 참으로 단순했다.

‘힘을 한 곳에 모아 때린다.’

정확히는 전신의 기를 한 곳에 모아 적을 타격하는, 단순하지만 그렇기에 강력한 기술이었다.

뇌격권의 위력에 태양의 목걸이의 항마 작용까지 겹쳐 바이콘을 어찌어찌 쓰러트리는데는 성공했지만, 무리해서 뇌격권을 사용한 여파가 결코 작지 않았다.

근래 보법도 밟고 무공도 쓰고 했지만 아직 구음절맥이 완치되지 않은 유더였기 때문이다.

‘무리해서 내공을 쓰면 이렇게 되는구나.’

정확히 어떤 작용 때문인지는 알 수 없었지만, 순간 전신에 한기가 들끓어서 심장이 멎을 것만 같았다.

다행히 옆에 코델리아가 있었으니 망정이지, 아무도 없었으면 태양의 목걸이를 손에 쥔 채 비명횡사할 뻔 했다.

“하아, 지가 무슨 아이언맨도 아니고.”

얼추 상황을 이해한 코델리아는 유더의 옆에 털썩하지 주저앉았다. 유더가 무사하다는 사실 덕분에 긴장이 탁하고 끊긴 탓이었다.

그런데 바로 그 순간이었다.

새하얀 빛의 고리가 유더와 코델리아의 몸 주위에 몇 개나 생겨났다. 레벨 업 이펙트였다.

“아, 잡았네.”

코델리아가 멍하니 말했고, 유더는 고개를 끄덕였다.

아마 유더에게 당해 의식을 잃은 바이콘이 부상과 호흡장애가 겹쳐 숨이 끊어진 모양이었다.

“가만 있자, 이제 레벨 14인가? 너는 15고.”

코델리아가 손가락을 헤아리며 묻자 유더는 고개만 끄덕여 답했다. 상태창이 없으니 지금처럼 일일이 외우고 있거나 레벨 신전에 방문해서 측정해보기 전까지는 레벨이 몇인지를 알 수 없었다.

‘어찌되었든··· 좀 살겠네.’

레벨 업을 한다고 체력과 마력이 완전 회복되는- 그런 종류의 서비스는 없었지만 어찌되었든 능력치가 올랐으니까.

체력 수치가 오른 덕분인지, 아니면 플라시보 효과인지 회복이 좀 더 빨라진 기분이었다.

‘그럼 다음은······.’

원작에서는 코델리아가 페어리들을 보호하며 바이콘을 쫓아내고, 이에 감명 받은 페어리들이 코델리아를 페어리 퀸의 밤놀이에 초대한다.

‘아예 잡아 버렸으니 보상을 더 주면 더 줬지 덜 주진 않겠지?’

딱 그런 생각을 하고 있을 때였다.

“와! 바이콘을 잡았어!”

“여왕님께 보고해야 해!”

“근데 얘는 또 누구지?”

“잘생겼어!”

“짜릿해, 늘 새로워, 잘생긴 게 최고야!”

꺅꺅 거리며 도망쳤던 페어리들이 유더와 코델리아 곁에 모여들어 재차 꺅꺅 거렸다.

유더가 제대로 말을 할 상황이 아니었기에 코델리아는 흠흠 헛기침을 한 뒤 입을 열어 말했다.

“이 사람은 제 약혼자에요. 제가 목욕할 때 혹시 위험한 일이 있을까봐 망을 보고 있었어요.”

혹여 들켰을 경우를 대비해 미리 준비해둔 대사였다.

코델리아의 설명을 들은 페어리들이 저들끼리 돌아보다 말했다.

“약혼자래!”

“망보고 있었다고? 훔쳐본 게 아니라?”

“그런데 얘는 진짜 옷 입고 목욕을 하네?”

“야, 지금 이럴 때가 아니야. 얼른 여왕님께 알려야 해.”

“맞아, 맞아.”

그래도 다행히 개중 똘똘한 녀석이 있는 모양이었다.

초록빛 나비 날개를 가진 녀석은 코델리아의 얼굴 가까이 날아오른 뒤 말을 이었다.

“얘얘, 넌 이름이 뭐야? 난 아델이야.”

“아델, 전 노··· 코델리아에요. 이쪽은 유더고요.”

“노코델리아?”

“코델리아.”

“그래, 코델리아. 아무튼 너랑 네 약혼자가 평소에도 우릴 괴롭히던 바이콘을 잡았어. 안 그래도 예뻐서 초대하려고 했는데, 이제는 무조건 초대해야 해. 우리랑 같이 여왕님을 보러가자. 여왕님이 상을 내리실 거야.”

원하던 흐름이었다.

코델리아는 주먹을 불끈 쥔 뒤 여보라는 듯 유더를 돌아보았고, 유더는 이런 걸로 뭘 자랑하냐는 눈빛을 열심히 보냈다.

“같이 갈 거야?”

“네, 같이 갈게요.”

코델리아가 미소를 지으며 예쁘게 답하자 아델은 기분이 좋은지 똑같이 배시시 웃었다.

“그래, 그럼 네 약혼자랑 같이 우릴 따라와. 여왕님이 계신 곳에 가려면 물속에 들어가야 해.”

페어리들은 어디에도 있고 어디에도 없는 종족이라 불렸다.

차원과 공간의 벽을 넘나드는 존재들이었기 때문이다.

“갈 수 있겠어?”

“대충.”

코델리아가 작게 묻자 고개를 끄덕인 유더가 몸을 일으켜 세웠다.

원작대로라면 페어리 퀸의 거처에서는 시간이 흐르지 않을 터였지만, 어찌되었든 이렇게까지 소란을 일으켰으니 조금 있으면 달리아를 필두로 한 일행이 몰려들 터였다. 그 전에 일을 끝마치는 쪽이 좋았다.

“잡아, 부축해 줄게.”

“감사.”

코델리아의 손을 붙잡고 일어선 유더는 그대로 그녀에게 몸을 맡겼다.

“이쪽이야.”

우후후 웃은 페어리들이 앞서나가자 코델리아는 부지런히 그녀들을 쫓으며 말했다.

“그런데 말이야.”

“어.”

“바이콘을 잡았잖아?”

“잡았지.”

“그럼 뿔도 나오겠지?”

“뽑으면 나오겠지.”

게임에서야 잡자마자 바로 뿔이 드랍되었지만 여긴 현실이었으니까.

“하나는 내꺼.”

“그래, 남은 하나는 내꺼.”

다행히 바이콘의 뿔은 두 개였으니까.

유니콘의 뿔처럼 여러 가지 용도가 있는 바이콘의 뿔이었지만, 가장 흔한 용도는 제련해 단검을 만드는 것이었다.

바이콘의 뿔로 만든 단검은 혼란과 미혹 등등 다양한 상태 이상을 일으킬 수 있었다.

페어리 퀸과의 용무가 끝난 뒤 달리아와 기사들에게 부탁해 바이콘의 시신을 챙긴다.

상상만 해도 기분이 좋아졌는지 연신 싱글벙글한 코델리아였다.

“참 맑다 맑아.”

“뭐가? 물이?”

유더는 굳이 답하는 대신 그저 웃었고, 코델리아는 고개만 몇 번 갸웃하다가 페어리들을 따라 물속에 들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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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속임에도 숨을 쉴 수 있다거나-같은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

그저 눈을 감았다 뜨니 완전히 다른 공간이었기 때문이다.

크고 작은 나무들 사이에 자리한 넓은 공터.

부드럽고 따뜻한 노란 빛이 마치 달빛처럼 어둠에 녹아든 덕분인지 분명 숲속임에도 불구하고 무척이나 아늑한 느낌이 드는 장소였다.

공터에는 페어리들이 수십 명이나 모여 있었는데, 이미 밤놀이가 한창인지 저들끼리 춤추고 노래하고 야단법석들이었다.

“인형의 나라에 온 것 같아.”

코델리아가 뺨을 살짝 붉히며 작게 말했고, 유더는 일단 모른 척 해주기로 했다. 저리 해맑게 말하는데 온라인도 아니고 오프라인에서 놀리기가 좀 뭐한 탓이었다.

어찌되었든 손바닥만한 페어리들이 모여 노는 곳에 거인들이 나타났으니 자연 모두의 시선이 집중될 수밖에 없었다.

“뭐야, 뭐야.”

“사람이야.”

“근데 예쁘다. 잘생겼어.”

“오늘의 초대가수야?”

“홀딱 젖었어.”

저들끼리 마구 꺅꺅 거리는데, 아델이 앞으로 나서며 모두에게 소리쳤다.

“여왕님께 데려가야 해. 얘들이 바이콘을 잡았어!”

잰척하며 앞으로 나서자 일행인 네 페어리들 역시 앞으로 나서며 다른 페어리들을 밀어냈다.

“자, 가자. 이쪽이야.”

아델의 뒤를 따라 이동하니 마치 모세의 기적처럼 페어리들 사이로 길이 열렸다.

그리고 얼마나 나아갔을까.

신기하게도 발걸음을 내디딜 때마다 주변 경관이 조금씩 달라졌다. 마치 한 번에 몇 미터씩 건너뛰는 것처럼 주변의 페어리들이 줄어들었고, 나무들 사이의 간격이 좁아져 급기야는 좁은 복도를 걷는 것처럼 되었다.

그리고 다시 몇 걸음.

발걸음을 멈추었을 때는 앞장서던 아델 역시 사라져 있었다.

작고 동그란 방.

천장 대신 검푸른 밤하늘이 자리했고, 은은하게 내려온 달빛이 주변을 아름답게 밝혔다.

그리고 그 빛의 중심.

나무를 깎아 만든 것이 아니라, 나무가 절로 옥좌의 형태로 자란 것 같은 그곳에 페어리 퀸이 앉아 있었다.

“인간의 아이를 직접 보는 것은 오랜만이구나.”

페어리 퀸은 젊고 아름다웠다.

다양한 색이 들어간 화려한 나비날개와 황금을 녹여 만든 것 같은 찬란한 금발과 푸른 눈.

하얀 피부를 가진 그녀는 풀빛 드레스를 입고 있었고, 손에는 보석이 박힌 지팡이를 들고 있었다.

“페어리 퀸을 뵙습니다.”

유더가 예를 표하자 코델리아는 허둥거리며 똑같이 예를 표했고, 페어리 퀸은 귀엽다는 듯 미소를 흘렸다.

크기는 여느 페어리들처럼 손바닥만 했지만 역시나 여왕은 여왕.

무리를 이끄는 자 특유의 아우라가 느껴졌다.

“이야기는 아델에게 들었단다.”

공간을 자유로이 넘나드는 페어리들에게는 시간조차 완전한 금단의 영역이 아니었다.

유더와 코델리아가 몇 걸음을 내딛고 있던 그때, 페어리 퀸은 어긋난 시간의 틈새에서 아델과 만나 이야기를 나누었다.

“바이콘은 오랜 골칫거리 가운데 하나였지. 처리해주었다니 상을 내리지 않을 수 없구나.”

페어리 퀸의 말에 유더는 살짝 긴장했다.

원작에서는 바이콘을 쫓아냈다는 사실 보다는 코델리아가 헌신적으로 페어리들을 보호했다는 사실에 초점을 맞추었기 때문이다.

‘혹시 다른 걸 주면 어떡하지?’

당장 유더와 코델리아에게 필요한 것은 성곤 문라이트였으니까.

하지만 이런 유더와 달리 코델리아는 별 생각이 없는지 기대로 눈을 반짝였다.

“코델리아, 마법사인 그대에게는 이게 좋을 것 같구나.”

페어리 퀸이 우아하게 손을 놀리자 바닥을 뒤덮은 나무뿌리들이 열리며 곤이라고 하기에는 짧고, 지팡이라 하기에는 긴, 은빛 보석이 박힌 나무 막대가 솟구쳐 올랐다.

‘문라이트!’

유더와 코델리아는 거의 동시에 마음 속으로나마 환호성을 질렀다.

“범상치 않은 물건이지만, 우리들이 사용하기에는 너무 크니까. 이런 곳에 썩혀두기보다는 선한 마음을 가진 이들의 손에 들어가는 편이 좋겠지. 가져가거라.”

다행히 원작과 비슷한 대사였다.

유더는 마음을 놓았고, 코델리아는 에헤헤 웃으며 문라이트에 손을 뻗었다.

“그리고 유더, 그대에게도 상을 내리겠다.”

코델리아가 문라이트를 두 손으로 꼭 쥐고 기뻐할 즈음, 페어리 퀸이 유더를 돌아보며 말했다.

여기서부터는 원작에 없는 일이었지만 걱정보다는 기대감이 앞서는 유더였다.

‘뭐든 받으면 플러스니.’

문라이트와는 달랐다. 본래 아무 것도 못 받아야 하는데 받는 상황이었으니, 솔직히 뭘 받아도 이득이었다.

‘페어리들이 줄만한 게 뭐가 있지? 요정석? 요정의 속삭임?’

이런저런 아이템들을 머릿속으로 떠올릴 때였다.

“받거라.”

페어리 퀸이 재차 우아하게 손을 흔들자 이번에는 나뭇가지 하나가 절로 움직여 유더에게 은빛 반지를 내밀었다.

그리고 직후 유더의 눈이 크게 뜨였다.

‘설마?’

반지의 정체.

놀란 것은 코델리아도 마찬가지였다.

문라이트가 B랭크 아이템이었다면, 지금 눈앞의 아이템은 사실상 A랭크, 어떤 의미로는 S랭크에 근접한 아이템이었으니까.

‘요정의 발걸음!’

효과는 단순했다.

사용자의 역량에 따라 일일 사용횟수가 1회에서 3회까지 달라지지만, 사용자는 공간을 뛰어넘을 수 있다.

사실 게임적으로 보자면 다소 애매한 설명이었다.

때문에 공략 사이트인 영웅전기담에서는 요정의 발걸음을 다음과 같이 간추리고 있었다.

적의 공격을 무시한다.

공격이 들어오는 순간 일시적으로 다른 공간으로 이동해 공격을 완전 회피한다.

평범한 회피와 다른 것은 아예 그 자리에서 움직일 필요조차 없다는 사실이었다.

일일 횟수 한정이라고는 해도, 실로 엄청난 효과였다.

‘이걸 준다고?!’

물론 바이콘을 잡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었다.

어쩌면 바이콘이 상상 이상으로 페어리들을 괴롭혔을 지도 몰랐고 말이다.

하지만 그렇다 할지라도 보상이 좀 과한 느낌이었다.

“문라이트와 같은 이유란다. 더욱이 요정의 발걸음은 애당초 다른 종족이 쓰라고 만든 것이니.”

그리고 사실 그것만이 아니었다.

제한적이라고는 하나 공간뿐만 아니라 시간조차 초월하는 페어리 퀸은 유더와 코델리아로부터 강한 운명을 느꼈다.

‘닿아 있어.’

세계의 운명과.

이 두 사람의 운명은 그저 개인의 운명으로 끝나지 않을 터였다.

‘내가 조금 더 강했다면 보다 자세히 알 수 있었겠지만.’

페어리 퀸은 하나가 아니었고, 그녀는 아직 어린 페어리 퀸에 불과했으니까.

하지만 그녀는 분명 여왕이었고, 강한 운명을 느낀 것 역시 사실이었다.

그렇기에 페어리 퀸은 유더와 코델리아에게 문라이트와 요정의 발걸음을 넘기는데 조금도 주저하지 않았다.

“감사합니다.”

유더가 조심스럽게 반지를 받아들며 예를 표하자 페어리 퀸은 우아하게 웃으며 코델리아를 바라보았다.

생각지도 못한 고급 아이템을 얻게 되어 기쁘긴 한데, 유더가 자신보다 더 좋은- 한 마디로 더 랭크가 높은 아이템을 받아 부러우면서도 살짝 속이 상한 얼굴이었다.

그 모습이 꽤나 귀여웠는지 페어리 퀸은 더욱 진한 미소를 지었다.

“보상을 지금처럼 한 것에는 이유가 있단다.”

페어리 퀸의 말에 코델리아는 움찔했지만 이내 고개를 끄덕였다.

사실 이유라면 코델리아도 대충은 알고 있었다.

자신은 마법사였고, 유더는 무인이었으니까.

마법사에게 마법 지팡이를 주고 근접전을 펼치는 무인에게 회피템을 주는 것은 너무나 당연한 일이었다.

하지만 페어리 퀸은 돌연 고개를 가로저었다.

유더와 코델리아가 무슨 생각을 하는지는 알지만, 그게 아주 틀린 것도 아니지만 사실 이유가 하나 더 있다는 듯이.

“나는 예쁜 여자보다 잘생긴 남자가 더 좋단다.”

페어리 퀸이라 해도 결국엔 페어리였으니까.

멍한 표정을 짓는 유더와 코델리아 앞에서 페어리 퀸은 우아한 미소를 머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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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4장 - 성곤 #3 >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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