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엔딩메이커-20화 (20/473)

< 제5장 - 악마의 손 >

제5장 - 악마의 손

일정은 순조로웠다.

페어리들의 밤놀이로부터 삼일.

랑게스트를 향해 달리는 마차 안에서 유더는 감고 있던 눈을 슬쩍 떠 정면을 보았다.

코델리아와 달리아가 바짝 붙어 앉아 작은 목소리로 담소를 나누고 있었다.

‘진짜 자매같네.’

둘의 사이가 단순한 호위무사와 호위대상 이상이라는 사실은 영웅전기2를 통해 이미 알고 있던 바였지만, 그래도 실제로 보니 새삼 새로운 느낌이 들었다.

‘다행이다.’

지난번 주간도주 이후 연속해서 달리아에게 폐를 끼친 탓에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었던 코델리아였다.

대놓고 울상을 지으며 이런 말까지 했으니 말이다.

“달리아가 날 싫어하게 되면 어떡하지?”

노란폭풍이기 이전에 코델리아였으니까.

코델리아에게 있어 달리아는 단순한 호위무사가 아니라 진짜 친언니나 다름없는 존재였다.

그런 존재에게 미움을 산다고 생각하면······.

‘정말로 다행이야.’

달리아는 이번에도 코델리아를 용서해줬다. 물론 달리아도 마냥 호인은 아니니 이번에야말로 코델리아를 제대로 혼내긴 했지만 말이다.

잔뜩 혼이 나고도 실실 웃던 코델리아의 모습을 떠올린 유더는 저도 모르게 피식 웃었고, 순간 흠칫하여 시선을 옆으로 돌렸다.

“우후훗.”

유더에게 있어 친누나나 다름없는 전속 메이드 마이아.

그녀가 코델리아를 보는 유더를 보며 묘한- 정확히는 페어리 퀸을 연상시키는 우아한 미소를 짓고 있었다.

뭔가 말하고 싶은 걸 잔뜩 참는 눈치였다.

‘말 걸지 말자, 말 걸지 말자.’

말 걸면 무슨 이야기를 할지 뻔했으니까.

유더는 마이아의 시선을 외면하며 눈을 감았다. 그리고 다시 이십분 여.

유더가 깜박 잠이 들 즈음이었다.

“아가씨, 도착했어요. 랑게스트에요!”

달리아의 환한 목소리에 퍼뜩 정신이 든 유더는 눈을 뜨고 주변을 보았다. 코델리아가 마차 창문 밖으로 고개를 내밀고 있었다.

“와, 진짜야!”

코델리아도 랑게스트는 처음이었으니까.

물론 노란폭풍으로는 수십, 수백 번은 더 오간 도시였지만, 유더가 코델리아와 달리아를 보고 느꼈듯이 게임과 현실 사이에는 역시 뛰어넘을 수 없는 간극이 존재했다.

“도련님도 보세요.”

마이아가 권하자 유더는 못 이긴 척 자리에서 일어나 반대쪽 창문 밖으로 고개를 내밀었다.

“와.”

게임에서 보았던 모습 그대로.

하지만 훨씬 더 웅장하고 실감나는 형태로.

랑게스트의 상징이라 할 수 있을 거대한 성문과 좌우에 자리한 10미터는 족히 될 기사의 석상.

마차 두어 대가 동시에 오가도 될 것처럼 넓은 길을 가득 채운 사람들.

부서져 흩어지는 햇살 속에서 유더는 숨을 크게 삼켰다.

‘랑게스트.’

유더와 코델리아의 메인 시나리오가 시작되는 시작의 도시.

이번에도 같았다.

형태와 시기는 조금 달랐지만, 새로운 엔딩을 만들기 위한 여정 역시 이 도시에서 시작되리라.

‘아, 브금 들리는 거 같다.’

랑게스트에 도착하면 상업도시답게 흥겨운 랑게스트의 테마곡이 흘러나왔으니까.

무심코 흥얼거리며 자리로 돌아오자 마찬가지로 콧노래를 흥얼거리는 코델리아가 보였다.

‘야, 너두?’

‘야, 나두.’

더 이상 무슨 말이 필요할까.

눈빛을 교환한 두 사람은 동시에 씩 웃었고, 그런 둘을 지켜보던 마이아와 달리아는 고개를 갸웃했지만, 이내 흐뭇한 미소를 머금었다.

&

“일단, 우리 아버지를 팔아야 해.”

인신매매 이야기가 아니었다.

악마의 손을 저지하기 위한 방책.

유더는 세 가지- 정확히는 삼단계로 나뉘는 작전을 준비했다.

때문에 랑게스트에 도착해 숙소를 잡자마자 유더는 드러눕고 쉬거나 상업지구로 쇼핑을 가는 대신 마이아를 제외한 일행 전부를 이끌고 도시 중앙에 위치한 기사단 본부를 찾았다.

‘청사자 기사단.’

변경백인 흐레스벨그 백작가를 중심으로 12가문이 사실상 자치를 하고 있는 것이나 다름없는 북방이었지만, 그렇다 하여 왕국에서 독립된 지역인 것은 아니었다.

랑게스트처럼 12가문 어디에도 속하지 않은 도시에는 왕궁에서 파견된 기사단이 치안을 담당했다.

“바이엘 백작가의 차남인 유더 바이엘입니다. 단장님을 뵙고 싶습니다.”

“예?”

도시 중앙에 위치한 탓인지 기사단 본부라기보다는 커다란 상단의 지부를 연상케하는 건물의 로비.

척 봐도 각종 접수 관련 일을 처리하는 것 같은 종기사 앞에 가서 대뜸 꺼낸 말에 모두가 당황했다.

“도련님?”

숙소에 남은 마이아를 대신하듯 준이 작게 묻자 유더는 작게 손을 들어 보인 뒤 종기사에게 마저 설명했다.

“아버님이신 바이엘 백작님께서 단장님께 서신을 보내셨습니다. 직접 전달해 드리라 하셨고요.”

유더가 목소리를 낮춰 말하자 비슷한 또래로 보이는 종기사가 흠칫했다.

세일룬 왕국 십검호 중 하나인 바이엘 백작의 이름은 국적을 불문하고 칼잡이들의 가슴을 뛰게 하는 마법의 단어였다.

그런데 그런 바이엘 백작이 직접 아들을 통해 서신을 전하라 했으니, 이 정도면 약속이 없어도 단장을 만나게 해야 했다.

“자, 잠시만 기다려주십시오.”

종기사는 허둥지둥 일어나 안쪽으로 들어가자 준이 재차 물었다.

“도련님, 백작님의 밀명이 있었습니까?”

“밀명까지는 아닙니다.”

유더는 빙긋 미소지으며 말했고, 코델리아는 어색한 표정을 감추기 위해 열심히 딴청을 했다.

“들어오시죠. 지금 바로 만나겠다고 하십니다.”

종기사가 헐레벌떡 돌아와 말하자 유더는 작게 심호흡을 한 뒤 코델리아 쪽을 돌아보았다.

이 자리에 있는 이들 가운데 유일하게 진상을 아는 그녀는 눈짓으로 물었다.

‘할 수 있어?’

‘할 수 있어.’

아직 시작에 불과했으니까.

마음을 다잡은 유더는 일행에게 기다리라 말한 뒤 종기사의 안내를 따라 단장실로 향했다.

&

이야기는 간단했다.

바이엘 백작이 이번 원정을 다녀오는 와중에 악마 추종자 무리와 우연히 충돌하였고, 그 결과 문서 하나를 발견하게 되었다.

암호로 된 문서였는데, 해석해보니 랑게스트에 있는 특정한 장소를 가리키고 있었다.

“장소밖에 나와 있는 것이 없었지만, 아무래도 악마 추종자들과 얽힌 일이니까요.”

유더의 말에 전형적인 중년의 기사- 청사자 단장 바루아 경은 고개를 끄덕였다.

평소 그렇지 않아도 바이엘 백작을 존경하던 그였는데, 여기에 왕국의 적이라 할 수 있을 악마 추종자까지 얽혔으니 반드시 수색을 해봐야만 했다.

“음, 알겠네. 조속히 움직이도록 하겠네.”

“감사합니다. 그런데······.”

“무슨 일인가.”

“한 가지 부탁드렸으면 하는 일이 있습니다.”

“말해 보게.”

“너무 철없는 이야기이긴 합니다만, 저도 동행해도 될 런지요.”

“공자가?”

“예, 말씀드리기 부끄럽습니다만 구음절맥 때문에 항상 집안에만 있던 터라 제대로 된 집안  일에 참여해본 적이 없습니다. 그래서··· 적어도 아버지께서 맡기신 이번 일만은 끝까지 참여하고 싶습니다. 더욱이 아버지께서 평소에 여러모로 칭찬하시던 청사자 기사단이니, 배울 점 역시 많을 것 같아······.”

간곡한 어조로 말을 늘어놓으며 슬쩍 눈치를 보니 바루아 경의 반응이 나쁘지 않았다. 특히 바이엘 백작이 청사자 기사단을 칭찬했다는 부분에서는 반사적으로 입꼬리가 올라갈 정도였다.

물론 코델리아가 여기 있었다면 그보다는 구음절맥 부분에 집중하며 무안단물 운운하고 있었겠지만 말이다.

어찌되었든 헛기침으로 흐뭇함을 감춘 바루아 경이 다시 입을 열었다.

“흠. 하지만 공자, 위험할 수도 있네.”

“예, 위험은 저도 감수하고 있습니다. 물론 정말로 위험해지면 청사자 분들께 폐를 끼치게 되니, 그런 일이 없도록 바이엘 백작가의 기사들은 물론 체이스 백작가의 기사들과 함께 한 발 물러서 있을 생각입니다.”

“아··· 과연, 12가문의 친목회인가.”

체이스 백작가의 이름에 새삼 생각이 미쳤다는 듯 바루아 경이 고개를 끄덕였다.

“알겠네, 동행을 허락하도록 하지. 다만 자네가 말했듯이 우리 뒤를 따라오는 형태여야 하네. 알겠나?”

“말씀 명심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유더가 활짝 웃자 바루아 경도 기분 좋은 미소를 지었다. 바이엘 백작가와 어떤 식으로든 연결을 가진다는 것은 무인으로서 제법 즐거운 일이었으니 말이다.

그리고 다시 두 시간 여.

“돌입한다!”

“우오오! 청사자의 이름으로!”

한국이었다면 영장이니 뭐니 복잡한 절차를 거쳐야 했겠지만 실루엔 왕국에서는 아니었다.

단장인 바루아 경을 필두로 한 청사자 단원들이 우르르 교외에 위치한 건물 안으로 몰려 들어갔고, 이내 고함과 비명 소리 등등 싸우는 소리가 시끄럽게 들려왔다.

졸지에 여기까지 따라온 꼴이 된 바이엘 백작가와 체이스 백작가의 기사들은 다소 당황한 기색들이었지만, 그래도 기사들답게 전투 상황이 벌어지니 눈빛부터가 달라졌다.

“잘 될 것 같아?”

“잘 되겠지.”

제법 떨어진 위치에서 돌입작전을 지켜보고 있자니 코델리아가 속삭이듯 물었다.

사실 진짜 중요한 일은 지금부터였기 때문이다.

랑게스트에 자리한 악마의 손의 집결지는 모두 열둘.

일백이 넘는 무리가 한 곳에 모여 있을 순 없으니 점조직 형태로 나뉘어 잠복한 것이었다.

청사자 기사단이 습격한 것은 개중 하나에 불과했다.

‘남은 것들 중에 위치를 아는 것은 여섯.’

게임에서도 열두 군데 모두의 위치를 알려주진 않았기 때문이다.

‘문제는 우리가 알고 있는 여섯 군데를 마저 전달하는 건데.’

물론 그냥 바이엘 백작의 문서에서 찾았다며 여섯 군데 모두를 표기한 서류를 내미는 방법도 있었지만, 이래저래 문제가 있었다.

한 군데도 아니고 일곱 군데나 표기된 서류를 바이엘 백작이 바로 전달하지 않은 것도 이상했고, 우연히 얻은 문서에 집결지 위치는 물론이고 이번 습격 사건에 참여하는 주요 구성원들의 정보까지 다 실려 있는 건 위화감이 너무 컸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준비한 한 수.

“얼추 정리가 된 것 같습니다.”

건물 안 쪽에서 싸우는 소리가 멎자 준이 말했다.

이제 슬슬 본격적으로 집결지를 뒤지기 시작할 터이니 이쪽도 움직임을 보여야 했다.

“우리도 들어가죠.”

선언하듯 말한 유더가 성큼성큼 발걸음을 내딛자 코델리아가 바로 따라붙었고, 기사들은 만류할지 말지를 잠시 고민하다 유더의 뒤를 따랐다.

‘좋아, 시작하자.’

건물 안 쪽은 멀쩡해 보이던 밖과 달리 기괴하기 짝이 없었다. 곳곳에 악마 숭배의 상징이나 장식물들이 자리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혹여 쓸 만한 정보가 더 없나 건물 안 곳곳을 뒤지는 청사자 기사단에 슬쩍 끼어든 유더는 적당해 보이는 상자를 찾자마자 코델리아에게 눈짓을 보냈다.

‘지금?’

‘지금.’

유더가 싸인을 보내자 코델리아는 돌연 이마에 손을 얹고는 비틀거리는 시늉을 했다.

“아앗, 현기증이······.”

“아가씨?!”

“미, 미안. 잠깐 현기증이 나서······.”

언제나처럼 국어책 읽기에 가까운 연기였지만, 어쨌든 효과는 충분했다.

일행은 물론이고 주변에 있던 기사들 역시 악마의 흉상을 보고 마음이 어지러워진 아름답고 가련한 코델리아에게 시선이 쏠렸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 사이에 유더는 재빨리 손을 놀렸다. 상자 뚜껑을 여는 것과 동시에 품에 챙겨왔던 서류를 들어올렸다.

“바루아 단장님! 뭔가를 찾은 것 같습니다!”

유더가 소리치자 저만치에서 주변을 둘러보던 바루아 경과 측근들이 급히 달려왔다. 유더 일행 역시 마찬가지였다.

“이 상자에서 찾았습니다. 아무래도 중요한 문서인 것 같습니다.”

유더가 내민 서류를 받아든 바루아 경은 순간 표정을 굳히더니 고개를 끄덕였다.

랑게스트 내에 소재한 악마의 손의 다른 집결지 위치는 물론이고 중요 구성원에 대한 정보까지 실린 문서였기 때문이다.

“도움이 될까요?”

“물론이네. 정말 큰 도움이 되었네. 아버님께서도 기뻐하실 걸세.”

“다행입니다.”

바루아 경이 크게 칭찬하자 유더는 해맑은 얼굴로 안도의 숨을 쉬었고, 코델리아는 입술을 움츠렸다.

‘와, 저 사기꾼. 입에 침도 안 바르고 거짓말 하는 거 봐.’

너무나 당연한 이야기였지만, 애당초 서류를 만든 것은 유더였으니까.

‘전력을 꺾는다.’

열두 군데 집결지 가운데 일곱 군데를 턴다.

도중에 정보가 유출되어 몇 군데는 실패한다 해도, 랑게스트에 모인 악마의 손 무리들에게 타격을 주기에는 충분했다.

청사자 기사단은 바루아 경을 선두로 하여 급히 기사단 본부로 돌아갔고, 유더 일행은 다시 숙소로 향했다.

아마 오늘 내일 중에 낭보가 전해질 터였다.

하지만 아직 작전이 다 끝난 것은 아니었다.

“이 정도로 포기할 리가 없겠지?”

“없겠지. 광신도 놈들이니까.”

악마의 손은 광신도의 정의에 정확히 부합하는 놈들이었다. 애당초 악마 소환을 위해 인신공양도 개의치 않는 놈들이었으니, 처음보다 전력이 꺾였다 한들 쉬이 포기할 리가 없었다.

때문에 유더는 코델리아를 돌아보며 상큼하게 말했다.

“그러니 이제 너희 아버지를 팔자.”

“미친놈이 뭐라는 거야.”

사실 진짜로 파는 것과는 거리가 멀었다.

체이스 백작의 이름으로 사기를 치는 것이 아니라, 도움을 받는 것이었으니까.

두 번째 작전의 개요 역시 단순했다.

‘붉은 여명 탑 출신 마법사들을 소집한다.’

악마의 손이 실제로 습격을 강행한다면 결국 끝에 가서는 무력에 의존해야하는 상황이 발생하고 말 터였다.

그러니 적의 전력을 깎고 아군의 전력을 강화한다.

특히 이번 습격 사건의 보스라 할 수 있을 ‘마인 미노스’를 격퇴하기 위해서는 화염법사 ‘로닌’의 도움이 절실했다.

체이스 백작의 친딸인 코델리아가 붉은 여명 탑 출신의 마법사를 찾아가 도움을 청한다.

‘랑게스트에 악마 추종자들이 나타났어요! 놈들이 습격해올지 모르니 친목회 기간 동안 도와주실 수 있나요?’

절세미소녀가, 그것도 탑주의 딸이 하는 부탁이었다.

실제로 청사자단이 랑게스트 곳곳을 들쑤시는 와중이니 여간한 마법사면 코델리아의 부탁을 들어줄 터였다.

바루아 경이 말했듯이 악마 추종자들은 실루엔 왕국의 공적이었으니 말이다.

‘들어주지 않을 경우도 일단 대비하기는 했고.’

코델리아는 새삼 품에 잘 챙겨두었던 서신을 꺼내 펼쳤다.

체이스 백작의 서명이 들어간 소집명령서였는데, 사실 진짜가 아닌 가짜였다.

탑주의 서명이 들어간 공문서 위조는 중죄에 속했기 때문에 정말 최악의 상황에 사용하고자 만든 물건이었다.

‘와··· 근데 얘는 진짜 뭐하던 애지?'

이미 몇 번이나 감탄했지만, 보면 볼수록 놀라운 위조솜씨였다.

체이스 백작의 서명을 거의 완벽하게 카피했을 뿐만 아니라, 서신 내용도 딱 체이스 백작다웠다.

아무리 친딸인 코델리아 자신이 이런저런 자료와 정보를 제공했다고는 해도 이런 게 가능하다니.

절대 평범한 시민A의 솜씨가 아니었다.

‘설마 진짜 사기꾼이었나?’

완벽에 가까운 위조 솜씨와 입에 침 하나 바르지 않고 펼치는 능청스러운 연기, 애당초 서류를 위조하면 된다는 발상.

‘가능성이··· 있어!’

흥분한 코델리아가 콧김을 뿜으며 주먹을 움켜쥘 때였다.

유더가 코델리아의 옆구리를 찌르며 말했다.

“야, 무슨 망상하는지 다 보이거든? 나 세금 잘 내고 법도 잘 지키는 선량한 시민이었거든?”

“세금? 세금도 냈어?”

“그럼 탈세하리? 허튼 소리 그만하고 슬슬 출발하자.”

소식을 접한 랑게스트 인근의 마법사들이 여기까지 오는데도 시간이 필요했으니까. 서둘러야 친목회 일정에 맞출 수 있을 터였다.

그런데 바로 그때였다.

“코델리아?”

“응? 어, 응.”

뭔가 골똘히 생각에 빠져 있던 코델리아가 퍼뜩 고개를 들며 답하자 유더는 미심쩍다는 듯 미간을 좁혔지만 잠깐뿐이었다.

“서두르자.”

“응.”

아무리 그래도 몰래 나가는 것은 무리였기에 유더는 달리아와 준 정도만 데리고 이동을 할 생각이었다.

그리고 그렇게 앞서 나가는 유더의 뒷모습을 보며 코델리아는 잠시 끊겼던 망상을 이어보았다.

세금.

세금을 낸다.

사회인.

진짜 어른.

‘오, 오빤가?’

아웃복서의 나이는 생각해본 적이 없었으니까.

“야! 안 와?”

“네?! 아, 아니. 응! 갈게!”

재차 재촉하는 유더에게 다급히 답한 코델리아는 호다닥 발걸음을 서둘렀다.

&

< 제5장 - 악마의 손 >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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