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5장 - 악마의 손 #3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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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목회.
이름만 들으면 어디 술집에서 가지는 작은 모임 정도가 떠올랐지만 주체가 북방 12가문의 자제들 정도가 되면 규모가 달라지는 법이었다.
북방 12가문의 친목회는 자제들만의 모임이 아닌, 여러 인사들이 참여하는 일종의 연회였다.
북방 12가문과 연을 맺고 싶어하는 자들, 랑게스트의 유력자들, 자제들이 평소 관심을 가지고 있던 유명 인사 등등 다양한 인원들이 매년 친목회에 참석했다.
이 정도가 되니 랑게스트 인근 사교계에 있어 친목회는 매년 기대되는 빅 이벤트 중 하나였고, 친목회에 초대받았느냐 받지 못 했느냐에 따라 사교계에서의 평가 역시 달라졌다.
아무튼 그러한 고로.
““와.””
각자의 방에서 나와 응접실에서 마주한 유더와 코델리아는 순수하게 감탄했다.
절세미소년과 절세미소녀가 연회에 참석하기 위해 전력을 다해 꾸미니 그야말로 눈이 확 떠지는 아름다움이 펼쳐졌기 때문이다.
‘예쁘다.’
계곡가에서 보았던 코델리아가 요정처럼 신비로웠다면, 지금의 코델리아는 여신처럼 아름다웠다.
분홍빛이 감도는, 약간은 곱슬진 붉은 머리칼은 부드럽게 찰랑거릴 뿐만 아니라 반짝이기까지 했고, 하얀 피부에는 생기가 넘쳤다.
입고 있는 것은 붉은 드레스.
평소 해맑은 표정 때문에 나이보다 다소 어려 보이는 코델리아였는데, 어깨선이 고스란히 드러나는 어른스러운 느낌의 붉은 드레스를 입으니 숨어있던 고혹적인 아름다움이 확하고 살아났다.
치마폭은 언제나와 달리 제법 좁았는데, 코델리아의 가늘고 긴 다리의 각선미가 얼핏얼핏 드러나 사람을 매혹했다.
물론 유더도 대단했다.
고작 한 달이었지만 체이스 백작이 준 각종 영약을 챙겨 먹은데다가 천무지체까지 힘을 발한 덕에 비쩍 말라 있던 몸이 급격히 좋아진 덕이었다.
타고난 좋은 체형에 몸까지 좋아지니 소위 말하는 슈트빨이 제대로 서기 시작했는데, 여기에 유더는 모든 패션의 완성은 얼굴이라는 사실을 증명했다.
부드러운 얼굴선 사이에 자리한 강인하면서 신비한 초록빛 눈동자.
두 사람이 잠시 넋을 잃고 서로를 바라보자 함께 넋이 나갔던 달리아와 마이아가 이내 흐뭇한 미소를 그리며 눈빛을 교환했다.
‘좀 하시는군요.’
‘그쪽이야말로.’
‘사실 옷걸이가 워낙 좋아서.’
‘이쪽 역시.’
이러나저러나 둘 다 크게 만족한 상태였다.
더욱이 저 둘이 이제 함께 연회장에 입장할 것이라 생각하니 입가에 절로 미소가 그려졌다.
어서 빨리 다른 사람들의 반응을 보고 싶다고 해야 할까?
“자자, 이제 출발하시죠.”
“도련님, 에스코트 하셔야죠.”
“아, 어.”
마이아의 재촉을 받은 유더가 코델리아에게 손을 내밀자 멍해 있던 그녀 역시 퍼뜩 정신을 차리고 유더의 손을 잡았다.
‘와, 진짜. 아웃복서만 아니면 두근거릴 뻔 했어.’
‘너도냐? 나도다.’
눈빛을 교환한 두 사람은 서로 같잖다는 듯 웃은 뒤 감탄을 감추지 못 하는 기사들을 지나 마차 위에 올랐다.
“후.”
“하.”
여행 중에 탄 커다란 사륜마차가 아닌, 랑게스트 내에서 운행되는 작은 마차인 터라 마이아와 달리아는 다른 마차를 탈 예정이었다.
덕분에 단 둘만 있게 되자 유더와 코델리아는 바로 자세를 무너트렸다.
“엄청 꾸몄구만.”
“너도 마찬가지거든?”
흥하고 코웃음을 친 코델리아는 새삼 스스로를 돌아보더니 히죽히죽 웃었다.
“왜?”
“예뻐서. 역시 코델리아가 제일 예뻐.”
“어우, 나르시시즘. 남들 앞에서는 그러지 마라.”
“흥, 그래도 코델리아가 예쁜 건 사실이니까. 네가 봐도 예쁘지?”
“뭐, 예쁘긴 한데··· 다행이다.”
“뭐가?”
“3인칭 화법 쓰는 거 보고 확 깨서.”
노란폭풍을 보며 가슴이 두근거리다니, 있어서는 안 될 일이었으니까.
흥하고 코웃음을 치는 코델리아를 보며 새삼 안도의 숨을 토한 유더는 자세를 바로 하며 말했다.
“아무튼 너무 넋 놓지 말자. 중요한 날이니까.”
“좀 쉬긴 했고? 어제 고생 많이 했잖아.”
어제 한 고생.
굳이 따지자면 4단계는 아니고 3.5단계랄까.
코델리아의 물음에 유더는 어제의 일이 생각나 잠시 슬픈 표정을 지었지만 이내 씩하고 웃었다.
“뭐, 고생한 보람이 있겠지. 사실 아예 쓰지 않는 쪽이 최고지만.”
일이 잘 풀린다면 쓰게 될 일도 없었으니까.
유더의 말에 동의한다는 듯 고개를 끄덕인 코델리아는 새삼 유더에게 손을 뻗었다.
“잠깐 가만 있어봐.”
“어?”
“있어봐, 좀.”
진지한 얼굴로 바짝 다가서는 터라 저도 모르게 긴장한 유더였지만 이내 목적을 알게 되었다.
“타이가 비뚤어졌어.”
유더가 멘 나비넥타이를 붙잡은 코델리아는 몇 번이나 손을 댄 뒤에야 만족스런 미소를 지었다.
“좋아, 됐다. 딱 좋아.”
탁 소리가 나게 유더의 가슴팍을 두드린 코델리아는 다시 자리에 앉았고, 유더는 헛기침을 토했다.
“흠흠.”
“왜, 부끄러워?”
“퍽이나.”
“이렇게 보니 귀여운 구석도 있네?”
우후훗 웃는 모습이 어째 페어리 퀸을 닮았다고 해야 할까.
“집중하자, 집중. 오늘 진짜 중요한 날이니까. 알지?”
“알아.”
라이제강을 찾아갈 때와 같았다.
긴장 때문에 오히려 흰소리가 더 나오는 상황이었다.
새삼 숨을 고른 유더는 마차 창밖을 돌아보았다.
붉은 노을이 번지며 천천히 해가 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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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목회 장소는 랑게스트에서도 손에 꼽히는 유명 레스토랑이었는데, 흐레스벨그 백작가의 자본이 들어간 곳이었다.
아직 친목회가 시작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연회장 안은 북적북적했는데, 척 봐도 사람들이 특히 몰려 있는 곳이 몇 군데 있었다.
‘북방 12가문의 자제들.’
이번 친목회의 주최자이자, 12가문의 필두인 흐레스벨그의 후계자 루카스 흐레스벨그.
막대한 재력을 자랑하는 크로스벨 백작가의 영애 실비아 크로스벨.
오늘 이 자리에 모인 12가문의 자제들 가운데서도 특히 눈에 띄는 두 사람이었고, 이를 증명이라도 하듯 두 사람 주변에는 말이라도 한 번 붙여보기 위해 모인 사람들로 인산인해를 이루었다.
‘음, 소외되는 애들도 좀 있군.’
12가문이라고는 해도 모두의 힘이 동등한 것은 아니었으니까.
왼쪽 벽에는 음침한 느낌의 소녀가 호위기사들 사이에 기죽은 얼굴로 서 있었는데, 랑그 자작가의 비올라가 분명했다.
일년 중 대부분을 저택, 그것도 자기 방에서만 보내는 아이였는데, 대인공포증이 있는 터라 이렇게 사람이 모이는 장소에서는 무어라 말도 제대로 하지 못 했다.
‘살아남으면 코델리아의 좋은 친구가 되는데.’
정확히는 언니동생하는 사이였지만.
유더는 다시 시선을 다른 곳으로 돌렸다.
다후트 백작가의 쌍둥이 형제가 불만스러운 눈으로 루카스를 흘겨보고 있었고, 이번 친목회의 최연장자인 듀란 후작가의 펠릭스 듀란이 실비아에게 뜨거운 시선을 보내고 있었다.
여기에 유더와 코델리아까지 총 8인이 이번 친목회에 참석한 12가문의 자제들이었다.
“오, 코델리아 양. 혹시 옆에 계신 분은 약혼자이신 유더 바이엘 공자가 아닌지요.”
옆에서 들려온 목소리에 유더가 반사적으로 돌아서니 코델리아에게 말을 거는 랑게스트의 귀족 청년이 보였다.
코델리아는 기억이 가물가물하다는 눈으로 청년을 보았지만, 이내 활짝 웃으며 언제나와 같은 국어책 읽기를 시작했다.
“제 약혼자이신 유더 바이엘 공자입니다.”
“오! 역시! 바이엘 백작가의!”
뉴페이스, 그것도 지금까지 공식 석상에 모습을 보인 적이 없는 유더의 등장에 연회장이 일순 술렁거렸다.
“저자가?”
“소문 이상의 미모군.”
“백작가의 고뇌라 불린 것치고는 멀쩡해 보이는데?”
“병이 나은 건가?”
여기저기서 작은 목소리로 수군거릴 때였다.
각기 흩어져 있던 12가문의 자제들이 유더와 코델리아 쪽으로 발걸음을 옮기니, 마치 홍해가 갈라지듯 단번에 길이 열렸다.
코델리아는 멀리서 우물쭈물 다가오는 비올라에 시선을 두었고, 유더는 껄렁거리며 다가오는 쌍둥이 형제와 내년부터는 친목회에 나올 일이 없는 펠릭스의 시선은 적당히 넘긴 뒤 루카스와 실비아 쪽을 보았다.
‘둘 다 눈에 확 띄긴 하네.’
코델리아가 아직 소녀다움을 간직하고 있는 반면 겨우 한 살 차이임에도 불구하고 실비아는 눈빛뿐만 아니라 작은 몸짓에까지 어른스러움이 묻어났다. 물론 굴곡이 뚜렷한 몸매 역시 그러했고 말이다.
하늘색 머리칼을 길게 기른 그녀는 눈처럼 하얀 드레스를 입고 있었는데, 유더와 코델리아를 바라보는 푸른 눈동자에 호기심이 가득했다.
그리고 루카스 흐레스벨그.
오늘의 최중요 인물인 금발의 호남아는 보무도 당당히 이쪽을 향해 다가왔는데, 유더보다 한 살 어린 열여섯 살이었지만, 키는 훨씬 더 커서 거의 머리 하나 정도 차이가 날 것 같았다.
몸 역시 어린 시절부터 단련을 해온 터라 단단하기 그지없었고 말이다.
“오랜만이에요, 코델리아.”
“오랜만이에요, 실비아 언니.”
실비아가 생긋 웃으며 말을 건네자 코델리아는 뺨을 살짝 붉히며 말을 받았다.
실비아의 미모는 같은 여자가 봐도 반할 정도로 고혹적이었으니 말이다.
‘그런데 의외로 견딜만 하다?’
유더 자신도 넋이 나갈까봐 마음의 준비를 단단히 하고 왔는데 의외로 뭐랄까, 그냥 영화로 헐리우드 여배우를 보는 느낌이라고 해야 할까?
‘절세미녀에 익숙해진 걸지도.’
정확히는 절세미소녀였지만.
어찌되었든 덕분에 경국지색인 실비아 앞에서도 평정을 유지한 유더는 의연하게 자신을 소개할 수 있었다.
“바이엘 백작가의 유더 바이엘입니다. 이렇게 만나 뵙게 되어 정말 반갑습니다.”
“저도요, 유더 공자. 코델리아의 약혼자 분이 어떤 분이실지 무척 궁금했답니다.”
우아한 미소를 지은 실비아는 약간이지만 관찰하는 시선으로 유더를 보았지만, 아쉽게도 지금은 실비아와 이야기를 나눌 때가 아니었다.
유더는 실비아의 상대를 코델리아에게 맡긴 뒤 어느새 인사를 나눌 거리까지 다가온 루카스를 보았다.
예상대로 루카스가 먼저 입을 열었다.
“흐레스벨그 백작가의 루카스 흐레스벨그입니다.”
악수를 청하듯 손을 내미는데, 푸른 눈동자에는 이렇다 할 감정이 실려 있지 않았다.
무심하다는 것이 아니라, 그냥 새로 손님을 맞이한다는 느낌?
‘뭐, 유더는 지병 때문에 무공을 익히지 못 하는 몸으로 소문이 났으니까.’
엄청난 검의 재능을 타고난 인물답게 루카스는 강해지는 것 그 자체를 즐기는 성격이었는데, 그러다보니 누군가를 만나면 일단 강한지 아닌지에 따라 흥미의 정도가 달라지는 조금 안 좋은 버릇이 있었다.
‘역시··· 아닌가?’
유더가 이번 친목회 습격 사건을 떠나 루카스에게 주목한 한 가지 이유.
‘플레이어블 캐릭터.’
플레이어블 캐릭터인 유더와 코델리아는 각각 아웃복서009와 노란폭풍의 환생이었다.
그렇다면 다른 플레이어블 캐릭터들은 어떨까?
루카스도 누군가의- 예를 들어 서버 랭킹 3위의 환생인 것은 아닐까?
‘당장 눈빛만 보면 아닌데.’
상대도 영웅전기2의 랭커였다면 자신과 비슷한 생각을 했을 테니까.
더욱이 코델리아를 처음 딱 마주쳤을 때 느꼈던 그 신비한 감각이 루카스에게서는 조금도 느껴지지 않았다.
‘씁, 어쩔 수 없지.’
코델리아를 처음 만났을 때처럼 실험을 해보는 수밖에.
“바이엘 백작가의 유더 바이엘입니다.”
유더는 빙긋 웃으며 루카스의 손을 잡았고, 상체를 살짝 앞으로 숙이며 말했다.
“야, 너두?”
“유더 공자?”
악수를 나누던 루카스가 미간을 좁히더니 이상하다는 듯 유더를 보았다.
그도 그럴 것이 악수하다말고 갑자기 무슨 소리란 말인가.
“아··· 음, 아닙니다. 잠깐 헛소리가 튀어나왔군요. 아직 구음절맥이 완치된 것이 아니라······.”
“아··· 지병 때문입니까?”
“부끄러운 모습을 보였군요. 차차 나아지고 있으니 이제 더는 이런 일이 없을 겁니다.”
“아닙니다, 병 때문인 걸요. 쾌차하시길 바랍니다.”
루카스는 호남아답게 시원하게 웃었고, 옆에서 지켜보던 코델리아는 눈빛으로 말했다.
‘아무리 무안단물이라지만 너무하지 않니?’
“흠흠.”
할 말이 없었기에 유더는 헛기침으로 애써 무안함을 감췄다.
‘그래도 성과는 있네.’
루카스는 영웅전기2의 랭커가 아니었다.
코델리아를 마주쳤을 때의 특별한 느낌도 없고, 방금 말에도 진심으로 당황했으니까.
‘불행인지 다행인지 모르겠네.’
랭커인 경우와 아닌 경우 모두 장단점이 있었다.
‘플레이어블 캐릭터가 한 둘이 아니니까.’
영웅전기2의 플레이어블 캐릭터는 열 명이 넘었다.
만약 열 명도 넘는 랭커들이 저마다 다른 생각을 가지고 움직이기 시작하면 어떻게 될까?
랭커들이 유더와 코델리아처럼 한 마음 한 뜻으로 뭉친다는 보장은 없었다.
더욱이 랭커인 상태로 영웅전기2에 들어온 것이 아니라, 영웅전기2의 인물로 살다 랭커의 기억을 각성한 경우였다.
플레이어블 캐릭터들 중에는 악당은 물론이고 악마 추종자까지 있으니, 오히려 유더와 코델리아 앞을 가로막는 강적이 될 가능성도 있었다.
“펠릭스 듀란이다.”
“유더 바이엘입니다.”
연이어 다른 12가문의 자제들과도 형식적으로나마 인사를 나누었다.
실비아에 푹 빠져 있는 펠릭스와 루카스에게 대항의식을 불태우는 다후트 백작가의 쌍둥이는 친목회 습격 이벤트에서 죽든 살든 대세에 큰 영향을 못 주는 인물들이었다.
‘물론 이왕이면 다 살릴 생각이지만.’
적당히 대화를 나누며 유더는 연회장 곳곳을 돌아보았다.
첫 날 설득한 마법사 넷에 새로 합류한 둘까지 합쳐 총 여섯 명의 마법사들이 저마다 흩어져 있었는데, 리더격인 로닌의 지휘하에 각자 커버할 구역을 정해놓은 느낌이었다.
그들 외에도 바루아 경이 보내준 청사자 기사단의 기사 여섯 명과 12가문이 각기 데려온 호위를 모두 합치니 서른 명도 넘는 기사들이 연회장 곳곳을 지키고 있는 셈이었다.
‘이 정도면 원작보다는 훨씬 나은데.’
이제 남은 것은 놈들이 언제 쳐들어오느냐.
이미 유더 자신이 판을 많이 흔들어놓은 터라 원작과 같은 시간에 공격해온다는 보장은 없었다.
‘애당초 게임에서는 ‘시간이 흘렀다’하고 퉁 쳤으니까.’
그리고 시간이 흘렀다.
연회를 시작하고 한 시간 남짓이나 지났을까.
돌연 연회장 안에 흐르던 음악이 바뀌었고, 유더와 코델리아는 올 것이 왔음을 깨달았다.
‘댄스 타임.’
영웅전기2에서도 묘사된 장면이었으니까.
루카스로 진행하면 실비아와 춤을 췄고, 코델리아로 진행하면 루카스와 춤을 췄다.
하지만 오늘은 달랐다.
‘느껴져?’
‘느껴져.’
이쪽을 열망에 찬 눈으로 바라보는 마이아와 달리아의 시선이.
특히 둘만의 시간을 만들어주느라 모진 꼴을 많이 당한 달리아의 시선이 따가웠다.
사실 그 둘만이 아니었다.
연회장의 모두가 처음으로 함께 모습을 드러낸 약혼자 커플- 그것도 12가문 간에 이루어진 커플에 지대한 관심을 보였기 때문이다.
“코델리아 양, 함께 할 영광을 주시겠습니까?”
“네, 공자님.”
코델리아가 어색한 미소로 답했고, 주변에서는 작은 환호와 박수 소리가 들려왔다.
자연스럽게 만들어진 무대의 중심으로 이동하며 코델리아가 작게 말했다.
“야, 너 춤 출줄은 알지?”
“이거 왜이래, 나 천무지체 타고난 남자야.”
생긋 웃으며 답한 유더는 코델리아의 허리 위에 손을 얹었고, 순간 움찔하는 그녀의 손을 부드럽게 잡았다.
“추시죠.”
“흥.”
체이스 백작의 딸답게 코웃음을 친 코델리아가 유더에게 몸을 맡겼고, 두 사람은 부드럽게 리듬을 타기 시작했다.
아니, 시작하려 했다.
콰과쾅!
요란한 굉음과 함께 건물 전체가 뒤흔들렸다. 순간 균형을 잃은 유더와 코델리아는 서로에게 기댄 채 급히 시선을 돌렸다.
굉음, 폭발, 연기.
“꺄아악!”
뒤늦은 비명과 함께 검은 복면을 뒤집어 쓴 괴한 수십 명이 발코니 창과 벽을 부수고 난입했다.
동시에 곳곳에 자리하고 있던 호위들 역시 검을 뽑아들었다.
“아가씨!”
“도련님!”
달리아와 마이아뿐이 아니었다. 호위들이 각자 모시는 이들의 이름을 부르짖었고, 곳곳에서 싸움이 시작되었다.
그야말로 찰나지간.
유더와 코델리아는 동시에 같은 생각을 했다. 춤을 추기 위해 연회장 중심으로 나서면서도 계속 위치를 쫓고 있던 자를 향해 시선을 돌렸다.
“루카스!”
루카스 흐레스벨그.
저만치 선 그는 검의 귀재답게 스스로 검을 뽑아 작금의 사태에 맞서려 했다.
그리고 한 사람.
똑같이 루카스를 쳐다보았기에 서로의 시선이 교차하였다.
부서진 벽 너머.
마인 미노스가 서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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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5장 - 악마의 손 #3 >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