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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딩메이커-39화 (39/473)

< 제9장 - 흐레스벨그 백작가 >

제9장 - 흐레스벨그 백작가

세일룬 왕국에는 세 개의 방패가 존재했다.

대대로 아르곤 제국과의 최대 격전지가 되어온 실라테스 평원을 지키는 황금사자 기사단.

남방의 해역을 지배하는 남방7가문의 무적함대.

그리고 마지막 하나.

지난 삼백년 세월동안 북방의 야만족을 막아온 갈까마귀 여단.

“북부 변경백은 갈까마귀들의 우두머리고, 썬더둠 요새는 갈까마귀들의 둥지지.”

황금사자 기사단이 평지에서 펼쳐지는 회전의 제왕이라면 갈까마귀 여단은 수성전의 전문가들이었다.

항시 1만 명의 숫자를 유지하는 갈까마귀 여단은 썬더둠 요새와 함께 수많은 전설을 쌓아왔다.

백오십 년 전 북방 야만족의 전설적인 족장인 검은독수리의 대침공 때는 1만의 병력으로 열 배가 넘는 십오만 병력을 막아냈고, 갈까마귀들의 비극이라 불리는 바이엘 백작이 전사한 전투에서도 일곱 배가 넘는 병력을 저지했을 뿐만 아니라 적장인 거친사자를 참하는 전과를 올렸다.

“북부에 살고 있다면 항상 갈까마귀들에게 감사해라. 그들이 너희의 생명과 가족과 사랑하는 이들을 지키고 있으니.”

틀리지 않은 말이었고, 많은 북부인들이 갈까마귀 여단에 대한 호의와 감사의 마음을 품고 있었다.

그리고 그러한 마음이, 자부심과 긍지가 최고조에 달하는 장소가 바로 흐레스벨그 백작령이었다.

갈까마귀들의 둥지인 썬더둠 요새가 있을 뿐만 아니라, ‘첫 번째 갈까마귀’인 흐레스벨그 백작이 거하는 장소였으니 말이다.

‘막상 와보니 미묘하긴 하네.’

유더 자신도 일단은 바이엘 백작가의 사람이었으니까.

50년 전만 하더라도 갈까마귀들의 우두머리는 바이엘 백작이었다.

당대 바이엘 백작이 태어나기도 전의 이야기였지만, 노기사 빅터 크롬웰처럼 바이엘이 갈까마귀였던 시절을 기억하는 이들도 적지 않았다.

더욱이 검에 그다지 재능이 없던 전대 바이엘 백작과 달리 당대 바이엘 백작은 세일룬 왕국 십검호 중에서도 상위권에 손꼽힐 정도로 강력한 검사였다.

똑같이 십검호 중에 하나인 당대 흐레스벨그 백작과 미묘한 라이벌 관계를 구축하는 것은 필연이라 할 수 있었다.

둘 사이의 실제 생각이 어떠하든 말이다.

‘필요해서 오긴 했지만··· 음, 루카스는 역시 참 맑단 말이지.’

사실 세간에서 보기에는 부른 루카스나 흔쾌히 응한 유더나 그게 그거로 보일 터였다.

물론, 사랑하는 약혼자 따라가겠다며 찰싹 달라붙은 코델리아는 말할 것도 없었고.

“뭐지.”

“왜?”

“아니, 갑자기 막 손해 본 기분이 들어서.”

고개를 갸웃거린 코델리아가 코를 킁킁 거리며 말하자 유더는 속으로 감탄했다.

‘과연 코델리아.’

진짜 감 하나는 야생동물 뺨 때릴 수준이었다.

‘어찌되었든.’

유더는 다시 정면을 보았다.

사실 일행은 아직 썬더둠 요새에 도착하지 않았다.

하지만 애당초 루카스와 유더의 목적지는 바로 이곳, 흐레스벨그 백작령 초입에 위치한 교역도시 베르드폴니르였다.

‘썬더둠 요새는 말 그대로 요새니까.’

아무리 그래도 백작가의 저택이 요새에 있을 수는 없었다.

때문에 흐레스벨그 백작은 거의 썬더둠 요새에 살긴 했지만, 백작의 가족들은 흐레스벨그 백작령에서는 가장 발전한 도시인 베르드폴니르에 거처를 두었다.

“제자야, 여기서 일단 이별이구나.”

란디우스가 성큼성큼 다가와 말했다.

애당초 그는 흐레스벨그 백작을 만나기 위해 이동 중이었으니, 여기서 헤어져 썬더둠 요새로 향할 예정이었다.

“하지만 제자야, 눈물은 보이지 말거라. 눈물은 괜한···”

“근손실을 초래하니까요?”

“그렇지, 가르친 시간은 짧지만 정말 제대로 배웠구나. 과연 천무지체.”

만족스러운 얼굴이 된 란디우스는 호탕하게 웃더니 다시 유더의 어깨를 두드렸다.

“하나 그것만은 아니다. 흐레스벨그 백작을 만나고, 급한 일을 처리한 뒤에 다시 너를 찾아가겠다. 몇 달 뒤이긴 하겠지만 우린 다시 재회할 것이다.”

“예, 스승님. 재회의 그 날을 기대하겠습니다.”

“그래, 빼먹지 말고 운동하고. 건장해져서 다시 만나자.”

탕탕탕 유더의 어깨를 두드린 란디우스는 코델리아를 돌아보았다.

“소녀여.”

“네, 란디우스님.”

“제자를 잘 부탁한다. 당부한 일도 꼭 수행해주고.”

“네.”

코델리아가 다소곳이 답하자 란디우스는 다시 호탕하게 웃었고, 유더는 궁금한 얼굴이 되어 코델리아를 돌아보았다.

‘당부한 일이라니?’

‘매일 단백질 보충 잘 해주래.’

언제나처럼 눈빛으로 대화를 나누자 란디우스는 흐뭇한 얼굴이 되었다.

“정말 금슬이 좋구나. 천생연분이 분명하도다.”

“저도 그렇게 생각합니다.”

어떻게든 대화에 끼고 싶어서 끙끙 거리던 루카스가 기회는 이때라는 듯 끼어들었다.

하지만 아쉽게도 이미 막바지에 이른 대화였다.

“제자야, 다시 볼 날을 기대하겠다. 항상 근육이 함께하기를.”

“스, 스승님도요.”

차마 똑같이 근육이 함께하라는 말은 못 한 유더가 어색하게 웃자 란디우스는 대신이라도 되듯 호탕하게 웃으며 자세를 낮추었다.

“그럼 제자여, 소녀여, 루카스여, 그 외 기타등등 들이여! 다시 만나는 그 날까지 건강하기를!”

쾅!

란디우스가 지면을 박차 위로 솟구쳐 올랐다.

십여 미터- 아니, 거의 수십 미터를 치솟은 그는 재차 허공을 박차더니 첫 날 보았던 붉은 섬광이 되었다.

쾅! 쾅! 쾅!

잘못 들은 것이 아니었다. 란디우스가 대기를 찢어발기며 나아가는 소리였다.

“하! 하! 하! 하! 하!”

아련히 들려오는 란디우스의 웃음소리를 들으며 멍하니 하늘을 바라보기를 몇 초.

가장 먼저 입을 연 것은 코델리아였다.

“혼자만··· 장르가 달라······.”

“···그러게.”

격하게 동의한 유더는 먼 북쪽을 바라보았다.

&

“여독이 쌓였을 터이니 오늘 하루는 푹 쉬시죠. 부족하거나 필요한 일이 있으시면 바로 말씀하시고요. 부담갖지 않으셔도 됩니다.”

“고맙습니다, 루카스 공자.”

“정말 고마워요.”

손님방까지 직접 안내해준 루카스를 웃으며 떠나보낸 유더와 코델리아는 식사와 목욕, 잠깐의 휴식을 가진 뒤 언제나처럼 둘만의 시간을 가졌다.

“다들 협조적이네.”

“뭐··· 하도 둘만의 시간을 많이 가졌으니까. 이제는 기사들에게도 일상이겠지.”

말하지 않아도 어련히 자리를 피해주는 수준이었으니까.

더욱이 달리아가 부상 때문에 체이스 백작가로 돌아간 뒤에는 그런 현상이 더욱 가속화되었다. 애당초 둘에게 찰싹 달라붙어 있을 기사가 없어졌으니 말이다.

“다 좋은데, 그거 지금 꼭 해야 해?”

“금방 끝나. 한 세트만 더 할게.”

지난 엿새 동안 빠짐없이 운동을 했더니 이제는 운동하지 않는 게 더 어색해진 유더였다.

‘제자야, 기억하거라. 남자의 모든 힘은 안정적이고 강인한 하체에서 나오는 법이니. 허벅지의 둘레가 수명과 정비례한다는 것은 이미 상식이란다.’

대체 누구의 상식이냐고 묻고 싶은 말이었지만 하체 단련이 중요하다는 사실만은 유더 역시도 동의했다.

‘사람은 결국 두 발로 대지 위에 서는 동물이니까.’

하체가 안정되어야 전신이 안정되고, 전신이 안정되어야 제대로 몸을 쓸 수 있는 법이었다.

“으, 열기. 땀내 나.”

코델리아가 코를 찡그렸지만 말은 그렇게 하면서도 윈드커터 마법을 적절히 구사해 특제쥬스를 만들고 있었다.

란디우스가 떠나기 전에 부탁한 물건이었다.

“그래도 구음절맥 많이 좋아졌나보네? 운동도 그렇게 오래 할 수 있고.”

“체력적인 부분은 꽤 해결이 된 것 같아. 일문을 연 덕분이기도 하고.”

스쿼트를 마친 유더는 숨을 크게 고른 뒤 코델리아가 내민 쥬스를 받아들었다.

“기대해, 구음절맥만 나으면 안아도 주고, 덮쳐도 주고, 담벼락도 넘어주고, 간병도 해주고, 아주 그냥 세트로 다 해줄 테니까.”

“미친놈이 뭐라는 거야.”

언제나와 같은 교환을 마친 두 사람은 마주보고 앉은 뒤 본격적인 이야기를 시작했다.

“아무튼 여기까지 왔으니 앞으로의 일정을 좀 정리해두자.”

“일단 제일 급선무는 태양화초지?”

“맞아, 태양화초가 피는 건 앞으로 보름 뒤니까.”

태양화초는 전설대로 이십 년에 딱 한 번 피어 삼일 만에 저버리는 꽃이었다.

“타이밍을 잘 맞춰야 해.”

“아무리 늦어도 일주일 뒤에는 출발해야겠네.”

프로스트 앤빌까지 가는 시간과, 그 안에서 태양화초가 있는 곳까지 온갖 방해를 뚫고 이동하는 시간까지 고려해야 했으니 말이다.

“태양화초를 먹으면 구음절맥이 거의 완치될 거야. 더불어 특수 체질도 손에 넣을 수 있고.”

“유더로 먹으면 뭐가 생기는데?”

“몰라, 유더로는 먹어본 적이 없어서. 물리적으로 불가능하잖아.”

유더의 메인 시나리오는 코델리아와 루카스보다 반년이나 시작점이 늦었으니까.

유더 시나리오가 시작되었을 때는 이미 태양화초가 저버린 후였다.

“음··· 코델리아는 먹으면 오히려 몸이 망가지니 별 수 없나.”

극양의 기운은 극한의 기운과 마찬가지로 평범한 사람에게는 독이나 다름없었으니까.

“넌 마녀화 했잖아. 그러니 이번엔 내 차례지.”

“구천구문은?”

“그건 그거고.”

“미워 죽겠어.”

코델리아의 말에 능글맞게 웃은 유더는 진정하라는 듯 손바닥을 내보이며 말했다.

“그렇다고 아예 손 놓고 있을 생각은 없어. 이번에 내가 구천구문을 얻었듯이··· 꼭 원작대로 가라는 법은 없으니까.”

유더의 말에 코델리아는 고개를 갸웃했지만 이내 이해했다. 얼굴 가득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선조회귀술.”

유더가 천무지체를 타고났다면 코델리아는 무척이나 진한, 그것도 고위 천사의 피를 타고났다.

때문에 란디우스가 선조회귀술로 거인의 힘을 손에 넣은 것처럼 코델리아 역시 천사의 힘을 얻을 수 있었다.

“원작에서야 중반부 지나서 진행하는 이벤트지만······.”

“굳이 그때까지 기다릴 필요가 없다?”

“바로 그거지. 내가 있으니까.”

선조회귀술에는 무척이나 특별한 마법진과 각종 재료가 필요했는데, 일단 마법진 문제는 지금 당장도 해결할 수 있었다.

유더의 기억 속에 당당히 자리하고 있었으니 말이다.

“유더위키 최고야. 진짜 편리해.”

“언제든지 이용해주시죠, 마님.”

연극조로 고풍스러운 인사를 한 유더는 헤실헤실 웃는 코델리아에게 말을 이었다.

“하지만 너도 알다시피 일단 재료를 모으긴 해야 해. 선조회귀술에 필요한 재료는 너도 알지?”

“유더위키가 있는데 내가 알아야 해?”

“그···렇긴 한데, 그래도 알지?”

“알지. 너도 지금 그거 말하려는 거지? 선조회귀 대상마다 달라지는, 대체 불가능한 가장 중요한 재료.”

“맞아.”

선조회귀는 영혼의 통화인 피 속에 잠재되어 있는 선조의 힘을 일깨우는 의식이었다.

그리고 이 의식을 성공시키기 위해서는 대상이 되는 선조의 피가 필요했다.

“란디우스는 거인의 피로 의식을 진행했을 거야. 거인들이야 뭐, 지금도 오지까지 찾아가야 하지만 만날 순 있으니 어렵지 않았겠지.”

하지만 코델리아는 달랐다.

무려 천사의 피가 필요했으니 말이다.

“으으으··· 초반에 천사의 피를 구할 방법이 있나?”

“본래는 없는데, 이제는 있을 거야.”

“그게 무··· 아! 레나!”

영웅전기1편의 다섯 주인공들 가운데 하나이자 홍일점인 그녀.

원작에서는 유더와 코델리아가 그녀의 죽음을 막기는커녕 아예 만날 일조차 없었다.

하지만 이번에는 달랐다.

아예 직접 만나 그녀의 목숨을 구할 생각인 두 사람이었다.

그리고 레나에게는 천사의 피가 있었다.

영웅전기1편 막바지에 선조회귀술을 통해 천사로 각성한 그녀였으니 말이다.

“역시 레나야. 꼭 구해야 해. 꼭.”

“그래, 다만 지금은 어디있는지도 모르니까 우리가 아는 그날 그때에 딱 맞춰 구할 수 있어야겠지.”

이미 나비효과로 인해 많은 변화가 생겼지만, 레나의 죽음 이벤트는 국경 너머 야만의 땅에서, 그것도 태양화초처럼 기간이 정해진 특수 이벤트와 연계해서 발생하는 이벤트였으니 예정대로 진행될 가능성이 높았다.

“그럼 순서대로 정리해보자.”

“응. 일단 시작은 태양화초 이벤트고.”

“태양화초를 얻은 뒤에는 ‘북방 야만족의 침공’ 메인 시나리오를 근원부터 뒤틀 일을 진행할 거야.”

“무슨 생각하는지 알 것 같아.”

“올, 진짜로?”

“진짜로.”

이러나저러나 서버랭킹 2위였던 코델리아니까.

유더는 기분 좋게 웃으며 말을 이었다.

“그래, 바로 그 일을 진행하는 와중에 레나를 구해서 천사의 피를 구하는 거야.”

그리고 유더 자신이 선조회귀술을 펼쳐 코델리아를 천사로 각성시킨다.

“빨리 하고 싶다.”

천사로 각성하면 빛의 날개가 생겨 날아다니는 것도 가능했으니까.

“각성하면 나도 태워줘.”

“미친놈이 뭐라는 거야. 내가 무슨 말이야?”

“아무튼.”

“아무튼?”

“어, 아무튼. 어찌되었든 그러려면 일단 태양화초 이벤트부터 잘 끝내야 해. 선조회귀술에 필요한 재료 중에 하나를 프로스트 앤빌에서 구할 수 있거든.”

“겸사겸사네.”

“그렇지, 겸사겸사.”

오랜만에- 아니, 언제나처럼 죽이 척척 맞은 두 사람은 앞으로의 일정에 대해 세밀한 계획을 세우기 시작했다.

하지만 다음날 오후.

썬더둠 요새에서 전해진 급보가 두 사람의 모든 계획을 시궁창에 처박아 버렸다.

“습격이··· 두 번이나 있었으니까요.”

북방12가문의 자제들을 노린 악마추종자들의 습격이 두 번이나 있었다.

더욱이 문제가 된 것은 유더와 코델리아, 루카스만이 두 번째 습격을 받았다는 사실이었다.

“다행히 실비아 양과 비올라 양, 펠릭스 공자, 다후트 백작가의 쌍둥이 형제는 공격을 받지 않았다고 합니다.”

물론 개중에는 다후트 백작가 형제처럼 아예 자택에 귀가한 경우도 있었지만, 실비아나 펠릭스처럼 집에 가던 중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습격받지 않은 이들이 있었다.

그리고 이러한 사실이 시사하는 바는 하나뿐이었다.

‘악마의 손의 목표는 유더와 코델리아, 루카스 세 사람이거나 그들 중 일부이다.’

때문에 흐레스벨그 백작은 귀가한 루카스에게 엄명을 내렸다.

‘얌전히 집에 있거라. 손님들과 함께.’

루카스의 설명을 모두 들은 코델리아는 급히 유더를 돌아보았고, 유더는 조심스럽게 물었다.

“루카스 공자, 그러면··· 태양화초는 어찌되는지요.”

“태양화초는 아버님께서 따로 수하들을 시켜 찾아보겠다 하셨습니다. 하지만 그 전에··· 일단 악마의 손에 대한 대대적인 수색이 필요하다 하셨고요.”

루카스의 말에 유더와 코델리아는 다시 서로를 돌아보았다.

‘이거 나가리 맞지?’

‘어, 맞는 것 같아.’

이야기대로면 일단 악마의 손에 대한 수색 작업이 끝나야 태양화초 쪽으로 일이 넘어간다는 것이었으니까.

하지만 이렇게 되면 태양화초가 피는 시기를 놓칠 가능성이 높았다.

더욱이 유더와 코델리아가 직접 프로스트 앤빌에 가지 않으면 선조회귀술에 필요한 재료 역시 구할 수 없었고 말이다.

“베르드폴니르 안에서라면 자유로이 외출하라 아버님께서도 허락하셨으니··· 함께 주변을 관광하시는 것은 어떠신지요.”

루카스가 미안함이 가득한 얼굴로 말했고, 루카스답게 귀여웠다.

‘어쩌지?’

‘일단 얘부터 내보내자.’

마음을 정한 두 사람은 이야기를 더 나눌 것도 없이 바로 작전을 진행했다.

“이야기는 잘 알겠습니다. 마음 써주셔서 감사합니다, 루카스 공자.”

“베르드폴니르는 초행이라 무척이나 기대 되요. 내일 잘 부탁드릴게요.”

유더와 코델리아가 실망 대신 미소로 화답하자 루카스는 눈에 띄게 안도한 얼굴이 되어 말을 받았다.

“알겠습니다. 제가 책임지고 베르드폴니르의 명소들을 안내해 드리겠습니다. 재미있을 거예요. 꼭.”

“기대하겠습니다.”

“벌써 가슴이 두근거려요.”

가슴을 살짝 누르며 코델리아가 미소짓자 저도 모르게 얼굴을 붉힌 루카스가 서둘러 말했다.

“음, 그럼 전 지금부터 내일 관광 계획을 준비하러 가겠습니다. 푹 쉬시지요.”

“내일 뵙겠습니다.”

“내일 봬요, 루카스 공자.”

부부사기단- 아니, 유더와 코델리아의 환대를 받은 루카스가 밝아진 얼굴로 방을 나선 직후.

“야, 어쩌지? 이대로 가면 꼼짝 없이 갇혀 있어야 하잖아.”

코델리아의 말대로였다.

흐레스벨그 백작의 명을 따라 세월아네월아 관광이나 했다가는 태양화초는 물론이고 레나의 목숨 역시 구할 수 없을 터였다.

“별 수 없군. 그걸 하는 수밖에.”

“그거라니? 뭔가 방법이 있어?”

“있지, 언제나와 같은 해결책이.”

진지하게 말한 유더는 코델리아의 어깨 위에 두 손을 올리더니 새삼 그윽한 눈빛을 보냈다.

“뭐야, 뭔데 그래. 왜 그런 눈을 하는 건데.”

“코델리아, 나 믿지?”

“미친놈이 뭐라는······.”

거기까지였다.

그 순간 코델리아 역시 이해할 수 있었다.

유더가 말한 언제나와 같은 해결책.

더욱이 지금은 달리아도 없었으니까.

“씨발.”

코델리아는 말했고, 유더는 편지지를 꺼내들었다.

&

‘사랑하는 유더 공자와 둘만의 밀월여행을 떠납니다. 며칠 내로 돌아올 터이니 굳이 찾지 마세요. 아셨죠?’

다음날 아침 코델리아의 방 침대 위에서 발견된 편지.

당연한 이야기였지만 유더와 코델리아 두 사람의 모습은 이미 사라진 후였다.

< 제9장 - 흐레스벨그 백작가 >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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