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엔딩메이커-54화 (54/473)

< 제15장 - 교차점 #4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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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시 사육의 고수시군요. 시각과 청각이 봉인된 상태로 계속 방치된 탓에 기가 많이 죽었을 겁니다.”

급히 경매장 판매소로 돌아가자 직원이 웃으며 말했다.

노예 거래를 전문으로 하는 자로, 지하 1층에서 만났던 남자였다.

듣기만 해도 불쾌해지는 남자의 말에 코델리아는 표정을 구겼지만 다행히 가면 덕분에 들킬 일은 없었다.

하지만 코델리아의 작은 몸짓만 봐도 기분을 짐작할 수 있는 유더였다. 직원의 시선으로부터 코델리아를 가리듯 살짝 움직인 뒤 붉은바람 쪽을 살펴보았다.

커다란 가죽 안대로 눈을 가리고, 특수한 봉인구로 귀와 입을 막은 그녀는 여전히 헐벗은 차림인 채로 똑바로 서 있었다.

두 팔에는 짧은 수갑이 채워져 있었고, 다리 역시 겨우 걸을 수 있을 정도의 길이인 짧은 쇠사슬에 묶여 있었다.

‘저 상태로 한 시간 남짓인가.’

아무리 담대한 사람이라도 기가 죽을 수밖에 없었다.

실제로 그러한지 어깨가 많이 쳐져 있는 붉은바람이었다.

“그럼 데려가겠습니다.”

“예, 즐거운 사육되시길 바랍니다.”

빙긋 미소 짓는 남자에게 적당히 고개를 끄덕인 유더는 미리 가져온 커다란 로브를 붉은바람에게 덮어준 뒤 발걸음을 서둘렀다.

“풀어주는 건 숙소 돌아가서 하자. 알겠지?”

눈에 띄어 좋을 것이 없었으니까.

더욱이 아직 붉은바람과 이렇다 할 정서적 교류가 없는 두 사람이었다. 여기서 풀어주면 십중팔구 도망치려고 할 터였다.

“알겠어, 빨리 가자.”

낮은 목소리로 답한 코델리아는 붉은바람에게 바짝 붙어 걸었고, 붉은바람은 두려움이 묻어나는 발걸음을 조금씩 내디뎠다.

그리고 삼십여 분.

겨우 숙소에 도착한 유더와 코델리아는 일단 붉은바람을 침실에 눕힌 뒤 거실로 나와 한국어로 대화를 시작했다.

“일단 붉은바람과 친구가 되어야 해.”

코델리아의 주장에 유더는 고개를 끄덕였다.

앞으로의 여정은 국경 너머에서 이뤄질 터였으니 현지인인 붉은바람의 도움이 절대적으로 필요했다.

그리고 그러기 위해 필요한 것은 강압적인 주종관계가 아닌 신뢰를 기반으로 한 친우관계였다.

“하지만 시간이 부족해.”

코델리아와 붉은바람이 친구가 되는 상황 자체는 쉽게 연상이 되었다.

유더의 관점- 아니, 전생인 아웃복서의 관점으로 봐도 지금의 코델리아는 착하고 예쁜데 솔직하기까지 했으니까.

더욱이 코델리아는 붉은바람을 좋아했다.

붉은바람도 딱히 모난 성격은 아니니 금방 친구가 될 수 있을 터였다.

‘하지만 그 금방이 적어도 한 달 이상은 될 거란 말이지.’

평범하게 만난 것이 아니라 노예 시장에서 구매하는 형태로 만난 것이었으니까.

붉은바람의 경계심을 녹이는 데는 상당한 시간이 필요할 터였다.

“그래서 생각해둔 방법이··· 표정이 왜 그러냐.”

“사악한 음모일 거 같아서.”

“에헤이, 사악한 음모는 무슨. 그냥 선의의 거짓말이지.”

“결국 사기 치자는 거구나.”

유더가 코델리아를 잘 알 듯이 코델리아도 유더를 잘 알았다.

코델리아의 눈이 가늘어지자 민망해진 유더는 흠흠 헛기침을 토했지만 딱히 발언을 철회하지는 않았다.

정말로 시간이 없기는 했으니까.

그리고 그 사실은 코델리아 역시 잘 알았다.

“어떤 방법인데?”

“좋은 방법이야.”

“씨발?”

“음, 역시 오랜만에 들으니 감미롭군.”

물 흐르듯 이어진 대답에 코델리아가 흠칫하자 유더는 애당초 노렸다는 듯 쿡쿡 웃더니 자기 쪽으로 손짓을 했다.

“가까이 와 봐. 이야기해줄게.”

“맨날 가까이 오래.”

코델리아는 툴툴 거리며 유더에게 다가갔고, 유더는 귓속말로 계획을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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침대 위에 누운 붉은바람은 연신 마른침을 삼켰다.

태연을 가장하고 있었지만 솔직히 무서웠다.

이제 어떻게 되는 것일까.

자신을 산 사람들은 어떤 사람들일까.

아버지의 병을 고칠 방법을 찾아야 하는데.

자신이 돌아가지 못 하면 아버지는 어떻게 되시는 걸까.

아니, 당장 자신은 이제 어떻게 되는 것일까.

무섭고 두려웠다. 참으려 했지만 자꾸 눈물이 날 것 같았다.

‘강해져야 해.’

독해져야만 해. 북부 놈들의 노리개가 될 바에는 죽어버리겠어. 아니, 그냥은 못 죽어. 죽이고 죽일 거야.

이를 악문 채 독한 마음을 품는 붉은바람이었지만 잠깐뿐이었다.

새삼 무지막지한 피로가 밀려왔기 때문이다.

‘졸려··· 배고파······.’

생각해보니 이렇게 포근하고 푹신푹신한 잠자리에 누운 것이 얼마만일까.

거짓말처럼 졸음이 밀려왔다.

그리고 어느 순간이었다.

“깨어나거라, 폭풍의 아이야.”

강건하면서도 아름다운 여인의 목소리에 붉은바람은 눈을 번쩍 떴다.

안대가 없었다. 앞이 보였다. 하지만 붉은바람은 바로 다시 눈을 감았다. 눈부신 빛이 주변을 가득 채우고 있었기 때문이다.

“두려워 마라, 폭풍의 아이야. 나는 위대한폭풍이다.”

마치 천상의 목소리처럼 웅장하게 울리는 목소리에 붉은바람은 숨을 멈추었다. 그대로 제자리에 엎드리며 경배했다.

“아아! 위대한폭풍이시여!”

반사적인 행동이었다.

그리고 목소리는 붉은바람에게 의심할 틈을 주지 않았다.

“붉은질풍의 딸 붉은바람아. 아비의 병을 고치기 위해 여정에 나선 용감한 아이야.”

붉은바람은 다시 숨을 삼켰다.

진짜였다.

발음이 좀 나쁘긴 했지만 그건 사소한 문제에 불과했다.

아버지의 이름과 자신이 국경 넘어 남부인들의 땅에 넘어온 이유를 전부 아는 것이 그 증거였다.

남부에 내려온 이후 단 한 번도 아버지의 이름을 입에 담은적이 없는 자신이지 않던가.

위대한폭풍.

위대한폭풍 부족이 받들어 모시는 종족의 수호신.

영웅전기 시리즈에서는 야만신이라 불리는 존재들 가운데 하나.

“붉은바람아, 부족 전체에- 나아가 대평원 전체에 크나큰 위기가 닥쳐오고 있다.”

붉은바람이 흠칫했다. 어쩌면 아버지의 병도 크나큰 위기와 연관된 것이 아닐까?

“너의 생각이 맞다. 붉은바람아, 붉은질풍의 딸아, 나의 아이야. 남부의 인간 둘에게 계시를 내렸다. 그리하여 그들이 너를 구하였으니, 그들과 함께 해라. 그들을 도와라. 그들이 북부의 위기를 타파해줄 것이다.”

“남부의 인간···이요?”

붉은바람이 고개를 들며 물었다.

여전히 눈부신 빛 때문에 제대로 눈을 뜰 수 없었지만 그래도 사람의 실루엣을 어렴풋이나마 볼 수 있었다.

무척이나 아름다운 여인의 실루엣이었다.

“남자와 여자이다. 여자의 이름은 코델리아. 남자의 이름은 유더. 붉은 머리의 여자는 무척이나 아름답고 선하지만 때때로 사납다. 짐승 같은 아이이지. 남자는 잘생기고 멋지고, 선하고, 짐승 같은 여자를 언제나 이해해주는 참으로 좋은 사람이다. 참고로 여자가 남자에게 홀딱 반해 있···단다.”

이거 어쩐지 대사가 좀 이상한 기분인데?

이거 무슨 내용이야?

위대한폭풍을 연기 중인 코델리아가 눈빛으로 물었지만 유더는 모르쇠로 일관했고, 코델리아는 일단 뭐라고 써져있는지도 모를, 유더가 한글로 발음만 적어준 북부 야만족의 언어를 마저 읽어나갔다.

“아이야, 두 사람을 믿어라. 두 사람을 도와라. 두 사람은 너의 친구가 될 것이다.”

거기까지였다.

코델리아가 대사를 다 읽은 순간 유더는 다시 방안에 슬립 마법진과 윈드 마법진을 조합해 만든 수면가스 마법을 방 안에 밀어 넣었고, 쪼렙답게 항마력이 낮은 붉은바람은 다시 깊은 잠에 빠져들었다.

“좋아, 빨리 다시 묶자.”

빛을 투영시키기 위한 마법진 위에 올라가 있던 코델리아는 얼른 자리에서 내려온 뒤 방안으로 들어갔다.

방안에는 붉은바람의 감각을 속이기 위해 설치해둔 각종 마법진들이 발동 중이었다.

하나하나는 저급한 마법들이었지만, 숫자가 많으니 제법 환상적인 효과를 낼 수 있었다.

“잠들었을 때처럼 구속된 상태로 깨어나면 지금 이 순간을 꿈이라 생각할 거야.”

“그런 붉은바람한테 위대한폭풍의 계시를 받았다며 접근하자 이거지?”

“바로 그거야. 그럼 붉은바람은 우릴 믿을 거야.”

다른 누구도 아닌 부족을 가호하는 위대한폭풍의 인도였으니까.

“으으··· 말은 되는데 뭔가 찝찝해.”

“대의를 위해서야. 참아.”

“뭐랄까··· 딱 게임이나 영화에서 악당들이 할 법한 대사 아니야?”

대의명분 운운하면서 사욕을 챙기는.

“에헤이, 그럴 리가. 정말 대의를 위해서인걸. 아무튼 빨리 구속하고 마법진 치우자.”

“흠.”

마지못해 고개를 끄덕인 코델리아는 깊은 잠에 빠진 붉은바람을 구속하기 시작했고, 유더는 서둘러 마법진들을 제거했다.

그리고 다시 한 시간 남짓 후.

“저기, 들려?”

부드럽고 듣기 좋은 목소리에 붉은바람은 잠에서 깨어났다. 바로 눈을 뜨려 했지만 새카만 안대 때문에 보이는 것이 없었다.

“잠깐만, 금방 풀어줄게.”

대륙공용어.

벽을 지키는 인간들이 쓰는 말.

익숙하진 않지만 떠듬떠듬이나마 말하는 것이 가능한 붉은바람이었다. 듣는 것은 제법 잘하는 편이었고 말이다.

‘위대한 폭풍이시여······.’

꿈이었을까, 아니면 정말 계시였을까.

불안한 마음을 달래듯 붉은바람은 침을 꿀꺽 삼켰고, 그 순간 시야가 해방되었다.

“으······.”

신음을 흘리며 빛에 적응하자 두 사람의 얼굴이 눈에 들어왔다.

눈이 확 뜨일 정도로 아름다운 소녀와 마찬가지로 잘생긴 소년.

저도 모르게 위대한폭풍의 말을 떠올리기 시작한 붉은바람에게 코델리아가 결정타를 날렸다.

“안녕, 그··· 나는 코델리아라고 해. 이쪽은 내 약혼자인 유더고.”

코델리아와 유더.

위대한 폭풍께서 말씀하신 그 이름!

“나, 나는······.”

거기까지였다. 붉은바람은 섣불리 위대한폭풍의 이름을 내뱉는 대신 엉거주춤 몸을 일으켜 세웠다. 손발의 수갑도 어느새 사라져 있었다.

“경계하지 않아도 돼. 위대한폭풍께서 우리를 인도하셨어. 경매장에서 널 산 이유도 그것 때문이야.”

유더의 말에 코델리아가 고개를 끄덕이더니 덥썩하고 붉은바람의 손을 잡았다.

“많이 무서웠지? 이제 괜찮아. 우리가 도와줄게.”

위대한폭풍.

그분의 계시.

코델리아의 따뜻한 손과 촉촉한 눈빛.

경계심이 거짓말처럼 사라졌다. 국경을 넘은 이후 지금까지 내내 독한 마음을 유지하기 위해 노력했던 붉은바람이었지만 더 이상은 무리였다.

마음이 놓였다.

긴장이 풀렸다.

두 눈에서 눈물이 봇물 터지듯 쏟아져 나왔다.

“으앙!”

이제 겨우 열여섯 소녀에 불과했으니까.

“괜찮아, 괜찮아.”

왈칵 울음을 터트리는 붉은바람을 코델리아가 꼭 안아주자 울음이 잦아들기는커녕 더욱 커졌다.

하지만 괜찮았다. 코델리아는 붉은바람을 보듬어주었고, 붉은바람은 코델리아의 품에서 한참을 서럽게 울었다.

그리고 이 모든 광경을 지켜보던 유더는 생각했다.

‘빙고.’

훈훈한 와중에 좀 그런 생각이기는 했지만, 붉은바람의 경계심을 무너트리는데 성공했다.

괜한 시간 낭비나 트러블 없이 붉은바람과 친분을 맺을 수 있을 터였다.

‘결과가 좋으면 다 좋은 거지.’

음음.

스스로에게 변명하듯 말한 유더는 흐뭇한 얼굴로 코델리아와 붉은바람을 바라보았다.

&

“나, 안다. 국경 넘을 곳. 감시 소홀. 빈틈. 사각?”

다음날 아침.

울다 지쳐 잠든 붉은바람은 유더가 룸서비스로 시킨 샌드위치를 먹으며 떠듬떠듬 말했다.

“안내해줄 수 있어?”

“우리 부족만 아는 길. 비밀이다. 하지만 알려준다. 코델리아 내 친구. 유더 코델리아의 사람.”

마지막에 가서 배시시 웃는 모습이 어쩐지 모르게 잔망스러웠지만, 코델리아는 고개만 한 번 갸웃한 뒤 유더를 돌아보았다.

“바로 출발할 거지?”

“그래야겠지. 벌써 이틀이나 머물렀으니 흐레스벨그 백작가든 악마의 손이든 추격대가 따라붙을 거야.”

“도망자 신세네.”

둘만의 대화를 할 때는 한국어를 사용하는 두 사람이었다.

덕분에 붉은바람은 무슨 말인지 몰라 고개를 갸웃갸웃했고, 코델리아는 다시 그녀를 돌아보며 말했다.

“밥 먹고 출발할 거야. 안내 부탁할게. 말 탈 줄 알지?”

“나 말 잘 탄다. 안내하겠다.”

씩씩하게 답한 붉은바람은 남은 샌드위치 조각을 한입에 털어 넣은 뒤 우유까지 꿀꺽 마셔 식사를 마쳤다.

“좋아, 그럼 바로 출발하자.”

짐은 이미 말에 실어둔 상태였다.

동방무사의 검을 허리에 찬 유더가 앞장섰고, 천상의 심판을 등에 멘 코델리아가 성곤을 지팡이 삼아 나아가며 붉은바람을 챙겼다.

“미안, 국경 넘기 전까지만 차고 있어.”

“괜찮다. 어쩔 수 없다. 나도 안다.”

붉은바람이 목에 차고 있는 노예의 목걸이 때문이었다.

눈처럼 하얀 머리칼과 긴 귀를 가진 붉은바람은 유더와 코델리아만큼이나 눈에 띄는 존재였다.

북방 야만족이 노예의 목걸이도 없이 돌아다니면 다들 이상하게 볼 터였다.

“어··· 이번에는 누가 앞에 탈까?”

퇴실 수속을 마치고 나오자 마구간지기가 이미 유더와 코델리아의 말을 내온 상태였다.

사람이 셋이니 두 명은 함께 타야 했기에 유더가 물었고, 코델리아는 눈을 깜박이며 답했다.

“내가 앞에 탈까?”

“마님이 원하시는 대로.”

하지만 바로 그 순간이었다.

“코델리아 나랑 함께 탄다. 나 유더보다 가볍다. 그쪽이 말에게 좋다.”

맞는 말이었다. 이러나저러나 요즘 들어 키도 크고 근육도 제법 붙기 시작한 유더였으니까.

“어··· 그러네?”

“그러게.”

어쩐지 모르게 어색하게 말한 두 사람은 제각각 말위에 올라탔고, 붉은바람은 코델리아의 뒤에 자리했다.

그리고 출발하기 직전.

“아!”

“응?”

붉은바람이 돌연 무언가 깨달았다는 듯 목소리를 내자 코델리아가 뒤를 돌아보았고, 붉은바람은 미안한 표정이 되어 말했다.

“깜박했다. 앞으로는 눈치 본다. 챙긴다.”

“어······?”

눈치를 챙긴다고?

무슨 말을 하는 걸까.

하지만 붉은바람은 더 이상 말하지 않았고, 코델리아는 미심쩍긴 했지만 괜히 더 캐묻지는 않았다. 어째 묘한 감이 들어서였다.

그리고 한 사람.

“···아무튼 가자.”

쓰게 웃은 유더가 앞장섰고, 세 사람은 북쪽을 향해 달리기 시작했다.

그리고 같은 시각, 구 노던 자작령.

말이 지치면 리커버리 마법으로 회복시키는 등 온갖 수단을 동원해 달리고 또 달린 결과 기적적으로 시간을 단축한 게일과 아델리아는 서로 얼굴을 마주한 채 미간을 찌푸리고 있었다.

“북쪽으로 가고 있단 말씀입니까?”

“네, 계속 북쪽으로 이동 중이에요.”

아델리아도 이상하다는 듯 연신 고개를 갸웃했다.

유더와 코델리아가 마지막으로 발견된 장소는 프로스트 앤빌.

북서쪽 끝에 자리한 곳인 터라 북쪽으로 가자면 못 갈 것도 없기는 했다.

북쪽으로 가면 번화한 도시인 랑게부스트가 있었고, 다시 더 나아가면 갈까마귀들의 둥지인 썬더둠 요새가 나왔으니 말이다.

하지만 이상했다.

랑게부스트까지는 그렇다 하더라도 유더와 코델리아가 썬더둠 요새로 향할 리는 없었으니 말이다.

더욱이 추적마법이 가리키는 방향.

지도상으로 보면 두 사람은 썬더둠 요새가 아닌 다른 곳으로 향하고 있었다.

대체 어딜 가고 있는 것일까.

설마 국경이라도 넘으려는 것일까?

“납치.”

“네?”

“납치된 것은 아닐까요? 악마의 손에게 붙잡혀서 강제로 이동 중이라든가······.”

거기까지 말한 게일은 흠칫하며 말을 멈추었다. 아델리아의 표정이 무시무시했기 때문이다.

“가능성이 있어요.”

“저기, 아델리아양? 어디까지나 추측······.”

“빨리 가죠.”

게일의 대답을 기다릴 것도 없다는 듯 바로 말 위에 오른 아델리아는 달리기 시작했고, 게일 역시 서둘러 그런 아델리아의 뒤를 좇았다.

그리고 다시 다른 장소.

인적이 드문 숲속.

“북쪽으로 가고 있습니다. 북의 끝에서 놈들과 만날 것입니다.”

그늘 속에 몸을 숨긴 카노스의 말에 솔루지아는 고개를 끄덕였다.

발동하는 일 자체가 드물어서 그렇지 일단 발동하면 상당한 적중률을 자랑하는 카노스의 예지였다.

“북부 국경지대로 간다.”

이번에야말로 놈들을 붙잡는다.

솔루지아를 필두로 한 마인들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그리고 한 사람.

유더와 코델리아는 물론이고 다른 모두가 염두에 두지 않은 그가 북쪽을 향해 나아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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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15장 - 교차점 #4 >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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