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엔딩메이커-65화 (65/473)

< 제20장 - 거친눈사태 #2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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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더와 코델리아는 동시에 눈을 떴지만, 바로 몸을 일으켜 세우지는 않았다. 지나치게 눈에 띄는 행동이었기 때문이다.

물론 유더는 노출의 위험성을 고려한 계산적인 판단이었고, 코델리아는 본능적인 행동이었다.

“크아아아아아아-!”

다시 한 번 울음소리가 머릿속을 헤집어 놓았다. 코델리아는 귀를 막으며 고통스러워했고, 유더 역시 크게 다르지 않았다.

‘가까워! 하지만 차폐막 너머야!’

바로 들려오는 것이 아닌, 벽 같은 것 너머에서 들려오는 울부짖음.

한 번 시작된 울부짖음은 쉬이 멈추지 않았다.

유더와 코델리아는 결국 멈추기 기다리는 것을 포기하고 인상을 찡그린 채 움직이기 시작했다.

‘저쪽.’

눈짓과 수신호를 한 번에 보낸 유더는 자세를 바짝 낮춘 채 조심스럽게 움직였고, 코델리아는 고개를 끄덕인 뒤 유더를 따라 움직였다.

거의 기다시피 바닥을 나아간 두 사람은 바위 벽에 바짝 붙은 뒤 머리를 빼꼼 내밀어 아래쪽의 상황을 살폈다.

“크아아!”

울부짖음은 하나가 아니었다.

정확히는 고통스러워하는 비명 소리에 사악한 힘이 어리고 있는 광경이었다.

분지.

비교적 평평한 정상의 중앙을 관통하는 커다란 균열이 있었다.

틈 자체가 넓은데다가 길기까지 해서 마치 정상 위에 물길이 있는 것만 같았다.

더욱이 평범한 균열이 아니었다.

균열 안쪽에서는 푸른빛이 일렁이고 있었는데, 척 보기에도 강력한 힘이 느껴졌다.

그리고 그런 균열의 바로 옆에서 비명을 지르고 있는 존재.

거대한 곰이었다.

키가 5미터는 되어 보이는 새하얀 곰이 쇠사슬에 묶인 채 울부짖고 있었고, 그런 하얀 곰의 주변을 보랏빛 사기가 뒤덮고 있었다.

‘거친눈사태.’

위대한폭풍이 언급한 야생신.

유더와 코델리아의 시선이 순간 맞부딪혔고, 두 사람은 서로에게 고개를 끄덕였다.

울부짖고 있는 것은 거친눈사태가 분명했다.

그리고 그를 울부짖게 하는 자들.

균열의 중심 부근에는 머리에 커다란 뿔이 한 쌍 돋아나 있는 회색 머리칼의 사내가 서 있었다.

해골들로 장식된 지팡이를 들고 새카만 로브를 걸친 그는 커다란 마법진 위에서 무어라 주문을 외웠고, 그에 호응하듯 야만족 전사들이 큰 통에 든 피를 균열 사이에 뿌렸다.

“크아아!”

피를 한 바가지 뿌릴 때마다 균열의 푸른빛이 요동쳤고, 거친눈사태 역시 끔찍한 비명을 질러댔다.

그리고 점점 더 보랏빛 사기가 거친눈사태를 집어삼키기 시작했다. 고통에 찬 울부짖음에 사악함이 섞였다.

“아아! 아아아!”

처절한 울부짖음에 숨을 삼킨 코델리아는 얼른 바위 벽 아래로 몸을 숨겼고, 유더 역시 몸을 낮춘 뒤 코델리아와 시선을 마주했다. 거친눈사태의 비명 속에서 온갖 수단을 동원해 대화를 나누었다.

“자라쿨.”

“악마의 눈의 간부.”

“거친눈사태를 타락시키고 있어.”

“균열에 펼치고 있는 의식. 저거 본 적 있어.”

“액트2, 북부 야만족과의 싸움 막판에 등장하는 이벤트.”

“지맥? 용맥?”

“저대로 두면 거친눈사태가 타락할 거야.”

“자라쿨은 못 이겨. 중급 마인이야. 무덤의 수호자처럼 약화시킬 방법도 없어.”

“하지만 막아야 해.”

거기서 잠시 대화가 멈췄다. 하지만 정말로 잠깐 뿐이었다.

“이벤트 막판 기억하지?”

“설마?”

“그거.”

“역으로 하자고?”

“역으로 하자.”

“미친놈.”

일단 욕지거리를 뱉은 코델리아였지만 눈을 보면 알 수 있었다.

코델리아도 알고 있었다.

방법은 그것뿐이라는 사실을.

“수단은?”

“솔라리의 성창.”

“진짜 미쳤어.”

“그래서 싫어?”

“아니, 좋아.”

어차피 저질러야 한다면 화끈하게 저지르는 편이 나았으니까.

“하지만 정말 괜찮을까?”

“어쩔 수 없어. 놈들을 막기 위해서는.”

거기까지 말한 순간이었다.

“뭔가 방법이 있는 것이냐? 도와다오! 놈들을 막아야 한다!”

제3의 목소리가 갑자기 들려왔고, 유더와 코델리아는 목소리가 들려온 방향을 향해 각기 단검과 문라이트를 들이밀었다.

“새끼 곰?”

정말 새끼곰이었다.

하얗고 작고 귀여운 새끼곰.

“귀, 귀여워.”

코델리아가 저도 모르게 말한 그때 새끼곰이 다급한 얼굴로 말했다.

“나는 거친눈사태다. 저기 있는 건 본체고, 여기 있는 건 급히 빼낸 분신이다.”

대충 알 것 같았다. 때문에 유더와 코델리아는 쓸데 없는 곳에 시간을 낭비하는 대신 단도직입적으로 물었다.

“놈들이 뭘 하고 있는 거죠?”

“용맥을 오염시키고 있다! 야생의 땅 전역과 이어진 용맥을 모두 오염시켜 야생신들의 힘을 빼앗고 야생의 땅 자체를 타락시킬 속셈이다!”

“용맥?”

“야생신들이 만들어낸 거대한 힘의 순환로이다. 놈들은 그 순환로를 오염시키려 하고 있다. 야생신들의 힘은 그 땅에서 나오는 법이니, 용맥이 오염되면 야생신 또한 오염된다. 당장 나의 본체가 타락하려하는 것이 그 증거이다.”

폭풍처럼 말을 쏟아낸 거친눈사태는 헉헉거렸고, 유더와 코델리아는 다시 서로를 보았다.

“용맥.”

“비슷한 말이 나오긴 했어.”

영웅전기2에 나오는 야생의 땅은 이미 타락이 끝난 상태였기에 플레이어들이 볼 수 있는 것은 이미 오염이 끝난, 용맥이라 부를 수 없는 사악한 힘의 흐름뿐이었지만 대강 무슨 이야기를 하는지는 이해할 수 있었다.

“막아야 한다! 반드시 막아야 한다! 용맥이 광활하다고는 하나 놈들은 내 산에서만 활동하지 않을 것이다. 여러 곳의 성역을 오염시키면 용맥 역시 오염될 수밖에 없다.”

“강에 폐수 뿌리고 있는 거네?”

코델리아가 간단히 요약했고, 유더는 고개를 끄덕였다.

“거친눈사태님, 저희는 위대한폭풍님의 의뢰를 받아 이곳에 온 자들입니다.”

“오! 위대한폭풍! 그 꼬맹이!”

“뒷말은 못 들은 것으로 하겠습니다. 어찌되었든 놈들을 막아야 하지만, 저희들만으로는 힘이 부족합니다.”

“크으··· 이해한다. 뿔난 사내는 정말로 강하다. 이상한 술법을 잔뜩 사용해 내 힘도 봉인해버렸다.”

자라쿨은 중급 마인이었으니 보살피는 부족이 없어 숭배 또한 받지 못 하는 야생신으로서는 벅찬 상대일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그래도 놈을 막아야만 합니다.”

“그래, 네 말이 맞다. 이대로 가면 나 역시 타락하여 놈들의 주구가 될 것이다.”

거기까지 말한 거친눈사태는 본체가 지르는 비명에 다시 잇소리를 내더니 유더와 코델리아에게 애원하듯 말했다.

“무슨 짓을 해도 좋다. 놈들을 막을 수 있다면 목숨이라도 내던질 수 있다. 그러니 제발 놈들을 막아다오! 제발!”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한 말이었다.

하지만 ‘무슨 짓이라도’라는 대목에 유더와 코델리아가 돌연 눈을 빛내기 시작했다.

“무슨 짓이라도 허락한다 하셨습니까?”

“무슨 짓이든 해도 되는 거죠?”

동시에 들려온 물음에 거친눈사태는 뭔가 싸한 기분이 들었지만 바로 고개를 끄덕였다.

“야생신인 내가 허락한다! 무슨 짓을 해서라도 놈들을 막아다오!”

“오케이, 집주인 허락 떨어졌고.”

“이제 덜 찝찝해.”

의미를 알 수 없는 대화를 주고받은 유더와 코델리아는 이내 오직 둘만이 알아먹을 수 있는 눈빛과 손짓, 짧은 말들로 순식간에 작전회의를 끝마쳤다.

“다시 한 번 말하지만 미친 짓이야.”

“다시 한 번 말하지만 그래서 싫어?”

“아니, 좋아.”

씩 웃어보인 코델리아는 유더의 가슴을 주먹으로 한 대 치며 말했다.

“잘 해. 다치지 말고.”

“너야말로.”

마찬가지로 씩 웃은 유더는 숨을 크게 골랐다. 마음의 준비를 한 뒤 지면을 박차올랐다.

“야하-!”

일단 크게 소리쳐 주목을 끌었다.

거친눈사태의 울부짖음 속에서도 내공을 실은 유더의 외침은 충분한 존재감을 발휘했다.

“웬놈이냐!”

자라쿨이 틀에박힌 대사를 외치며 유더 쪽을 돌아보았고, 야만족 전사들 역시 빠르게 반응했다. 바가지를 던지고 저마다의 무기를 꺼내들었다.

유더는 만족했다. 지면에 착지함과 동시에 성투기를 두르며 질풍이십사보를 밟았다.

“선풍!”

일부러 외쳤다. 동시에 선풍 또한 평소보다 더 많이 만들어내 놈들의 시선을 유혹했다.

“무서운뿔 이 머저리 같은! 의식을 방해하지 못 하게 하라 했거늘!”

애꿎은 무서운뿔을 욕한 자라쿨은 거칠게 손짓했고, 야만족 전사들이 유더를 향해 돌진했다.

숫자는 여덟.

단순히 덩치만 큰 것이 아니라 하나하나가 잘 단련된 전사들이었다.

하나하나가 랑게스트까지 함께했던 기사 준에 필적하는 강자들이었으니 말이다.

하지만 유더는 야만족 전사들보다는 자라쿨에 집중했다.

유더 자신이 해야 할 일은 야만족 전사들뿐만 아니라 자라쿨의 시선 역시 끄는 것이었다.

‘믿는다, 믿는다! 질풍이십사보!’

쾅!

유더가 지면을 거칠게 박찼다. 선풍 사이로 질풍이 되어 돌진하는 야만족 전사들에게 마주 달렸다.

하지만 목적은 공격도 수비도 아니었다.

야만족 전사들의 틈바구니.

그 사이를 파고든다. 정말로 바람처럼 놈들을 지나친다!

츠화아아아아아-!

선풍!

질풍!

대기가 요동쳤다.

쏜살같으면서도 부드러운 유더의 돌진이 단숨에 야만족 전사들 사이를 지나쳤다.

“노옴!”

자라쿨이 반응했다. 그는 들고 있던 지팡이를 휘둘러 자신에게 돌진해오는 유더를 상대하고자 했다.

그리고 유더는 다시 한 번 자라쿨의 생각을 깨트렸다.

쾅!

공격이 아닌 지면을 박차며 난 소리였다.

자라쿨에게 돌진하는 대신 급히 방향을 튼 유더는 거친눈사태의 본체를 향해 달렸고, 자라쿨은 눈을 부릅떴다.

유더의 목적이 거친눈사태임을 깨달았기 때문이다.

“어림도 없다!”

자라쿨이 지면을 박차 유더를 향해 돌진했다. 중급마인답게 무시무시한 기세였다.

유더는 그 순간 품에 넣고 있던 주머니를 터트렸다. 유더가 일으켰던 선풍을 타고 끔찍한 냄새가 주변 전체로 퍼져나갔다.

“크헉?!”

아무리 강력한 마인과 단련된 전사들이라 해도 후각까지 어찌할 수는 없는 것이었다.

던전 북 속에서 퓨리 울프를 엿 먹였던 냄새폭탄에 자라쿨과 수하들의 움직임이 일순간 봉쇄되었다.

쾅!

유더는 다시 지면을 박찼다. 힘에 부친 듯 달려왔던 방향으로 돌아갔고, 냄새 속에서 허우적거리던 자라쿨은 노성과 함께 거센 바람을 불러 주변 일대를 휩쓸었다. 악취를 걷어내자마자 유더를 향해 다시 돌진했다.

“미꾸라지 같은 놈!”

야만족 전사들도 유더에게 향했다.

그리고 이 모든 광경을 바위 사이의 틈으로 지켜보던 거친눈사태는 발을 동동 굴렀다.

“어찌한단 말인가! 어찌한단!”

자신의 본체를 깨우려던 유더의 작전은 실패했다.

유더의 움직임은 놀라웠지만, 저 정도로는 자라쿨과 그 수하들을 당해낼 수 없었다.

울상이 된 거친눈사태가 옆으로 시선을 돌리며 소리쳤다.

“아이야! 너도 뭐라고 말 좀······ 해라?”

끝에 가서 목소리가 약해졌다. 그도 그럴 것이 방금까지 같이 있던 코델리아가 사라졌기 때문이다.

“서, 설마?”

도망친 건가? 자기 애인도 버리고?

아니었다. 거친눈사태가 놀란 그때, 모두의 시선이 유더에게 집중된 그때 코델리아 역시 달리고 있었다.

“양동이다!”

코델리아가 의식을 위해 만든 마법진 근처에 도달한 그 때 자라쿨이 벼락처럼 외쳤다. 놈은 급히 코델리아 쪽으로 돌아섰다.

“의식을 망치려 한다!”

자신들의 시선을 끌고 마법진을 망가트리려 한다.

제법 타당한 추론이었지만 정답이 아니었다. 유더와 코델리아 두 썩은물들이 생각한 것은 그 이상의 것이었다.

“하아!”

마녀화 상태의 코델리아가 의식이 펼쳐지고 있는 마법진 사이로 몸을 던졌다. 손에 든 솔라리의 성창에 마녀의 마력을 쏟아부으며 오직 한 점만을 노려보았다.

마법진이 아닌 마법진이 펼쳐져 있는 땅.

오염되고 있는 용맥.

균열의 틈바구니!

“설마?!”

“막아!”

자라쿨뿐만 아니라 거친눈사태까지 외쳤다.

유더와 코델리아가 하려는 것.

액트2 막판 이벤트에서 자포자기 상태가 된 자라쿨이 다 같이 죽자며 해버린 짓.

강력한 힘으로 용맥을 폭주시킨다.

그로 말미암아 거대한 지진을 일으켜 주변 일대를 무너트려버린다.

용맥이 있었다.

그리고 여기는 산이었다.

이 와중에 용맥을 폭주시키면 어떻게 될까?

“안 돼!”

“막아!”

하지만 이미 늦었다.

마녀의 마력을 받아 작렬하기 시작한 솔라리의 성창을 높이 든 코델리아가 황홀한 미소와 함께 소리쳤다.

“폭발은 예술이다! 씨발 쾅!”

용맥에 성창을 던졌다.

주문을 외워 성창의 힘을, 솔라리의 힘을 발동시켰다!

콰앙-!

터졌다.

폭발했다.

지축이 뒤흔들렸고, 자라쿨의 얼굴이 사색이 되었다. 거친눈사태 역시 바닥에 주저앉았다.

그리고 용맥이 폭주했다. 푸른빛이 크게 요동치는 것에 그치지 않고 아예 솟구쳐 오르기 시작했다. 균열로부터 수십, 수백 개에 달하는 작은 균열들이 번져나갔다. 바위산 전체가 미친 듯이 요동쳤다.

“미친년이!”

거기까지였다.

자라쿨은 더 이상 코델리아를 볼 수도 없었다. 바위산이 무너지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으아아!”

“살려줘!”

“내 산! 내 산!”

마지막 외침은 거친눈사태였다. 그리고 어느새 나타난, 모두가 코델리아에게 집중한 그때 미친 듯이 달린 유더가 거친눈사태의 목뒤를 붙잡았다. 마치 새끼고양이를 들어 올리듯 거친눈사태의 분신을 들어 올린 뒤 나무판 위에 올라탔다.

“안돼에에에에에에에에-!”

거친눈사태가 절규하는 그때 바위산이 와르르 무너져내렸다.

중턱에 자리하고 있던 무서운뿔 일행은 돌연 일어난 재앙에서 벗어나지 못 했다. 정상이든 중턱이든 바위산이 통으로 무너지니 어찌할 재간이 없었기 때문이다.

“으아아!”

야만족 전사들의 비명은 굉음에 묻혔다.

용맥이 폭주하며 일어나 폭발에 기껏 쏟아부었던 오염물질 역시 다시 튕겨나가거나 소멸해버렸다.

와르르, 와르르, 와르르.

높이가 수백미터는 족히 될 바위산이 무너지는 상황이었다.

끝없이 이어지는 굉음 속에서 많은 것들이 사라졌다.

의식을 위한 마법진도, 오염된 피도, 자라쿨도, 야만족 전사들도, 거친눈사태의 본체도!

“아아, 아아아······.”

거친눈사태가 망연자실한 목소리를 흘리는 그때, 자욱이 일어난 흙먼지 사이에서 유더는 손을 쭉 뻗었다. 그리고 그 손을 맞잡는 이가 있었다.

“쿨럭, 컥. 미세먼지 쩔어.”

폭발의 순간 플라이 마법으로 솟구쳐 오른 코델리아였다.

흙먼지로 엉망이 된 코델리아가 콜록거리며 말했고, 유더는 나무판 위에 그녀를 앉힌 뒤 미소지었다.

“씨발 쾅.”

“폭발은 예술이니까.”

“잘했어, 코델리아.”

“더더더 칭찬하렴.”

언제나처럼 저들만 아는 소리를 주고받은 두 사람은 서로를 보며 상큼하게 웃었고, 거친눈사태는 산을 무너트리는 만행 뒤에 미소를 주고받는 두 사람의 모습에 여러 가지 의미로 전율했다.

그리고 유더와 코델리아 주위에 떠오르는 새하얀 빛의 고리들.

“두 개네?”

“두 개지.”

빛의 고리 두 개가 의미하는 것.

하나, 산 중턱에 매복하고 있던 녀석들이 의외로 많았다.

둘, 아직 남아 있다.

“으아아아아아아!”

무시무시한 노성이 발 아래에서 터졌다.

유더와 코델리아는 시선을 내렸고, 거친눈사태는 눈을 크게 떴다.

커다란 바위들을 밀어내며 자라쿨이 몸을 일으켜세웠다. 이미 악마화를 마친 놈은 키가 3미터에 달했고, 비정상적으로 발달한 근육들은 사람이라기보다는 괴물을 연상케 했다.

“이, 이··· 악마같은 놈들! 네놈들의 피는 무슨 색이냐!”

산을 통으로 무너트리다니!

맺힌 것이 많은 자라쿨의 외침에 거친눈사태가 저도 모르게 동의했고, 유더와 코델리아는 아랑곳하지 않았다.

아니, 오히려 더 악마적인 생각을 하고 있었다.

“정상이 아니네?

“많이 다쳤어.”

“뿔도 하나 부러졌고.”

“떨어지는 순간 살아남기 위해 급히 마인화를 하다가 마력이 꼬였어.”

“부상도 심해.”

“온 몸이 피투성이야.”

냉정한 분석.

전력이 반감- 아니, 그보다 더 깎인 지금의 자라쿨.

“조질 때 조져야지?”

“전력을 다하지 못 할 때, 약해져 있을 때, 무방비 상태일 때. 약점이나 인질을 잡았을 때.”

“와, 진짜 악마같다.”

“그래서 싫어?”

“너무 좋아. 내 스타일이야.”

유더와 코델리아는 다시 서로를 보고 웃었고, 나무판 위에 거친눈사태를 올려놓은 뒤 플라이 마법을 써서 자라쿨 앞에 사뿐히 착지했다.

“지금부터 보스전을 시작하겠다.”

“보스전은 3페이즈부터 시작한다.”

“뭐라?”

자라쿨과 거친눈사태가 함께 당황하는 그때.

유더와 코델리아는 더 이상 말을 끌지 않았다.

강제로 보스전을 시작했다.

&

< 제20장 - 거친눈사태 #2 >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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