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20장 - 거친눈사태 #4 >
&
전투가 끝났다.
용맥을 오염시키려 했던 사악한 중급 마인 자라쿨은 물론이고 놈이 이끌고 온 타락한 성난뿔소 부족의 전사들 역시 모조리 물리쳤다.
어느 정도 요양을 마친 코델리아는 아름다운 미소를 머금으며 말했다.
“이제 안심하세요. 놈들은 성역을 망가트린 벌을 받았으니까요.”
“니들이 무너트렸잖아! 니들이!”
“쳇.”
안 통하네.
쯧하고 혀를 찬 코델리아는 입술을 삐쭉였고, 유더는 영업용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거친눈사태님, 상황이 너무나 급박해 어쩔 수 없었습니다. 비록 성역이 일부 상하기는 했지만 적을 격퇴하고 용맥도 지켜내지 않았습니까.”
“이게 일부냐? 이게 일부야?!”
“완전히 무너진 건 아니잖아요.”
코델리아가 슬쩍 말했고, 거친눈사태는 뒷목을 붙잡고 비틀거렸다.
앙증맞은 아기곰이라 그런지 그 모습조차 귀여웠지만 말이다.
“으··· 으··· 혈압······ 그나마 바위산이라 다행이지.”
평범한 산이었다면 산이 무너지는 와중에 수많은 동물들이 목숨을 잃었을 터였다.
유더는 그런 거친눈사태에게 친근하게 다가서며 말했다.
“아무튼 우리가 놈들을 물리쳤습니다.”
“맞아요, 우리가 놈들을 물리쳤어요, 거친눈사태님과 성역을 지켜낸 거죠.”
유더와 코델리아가 연이어 말했고, 거친눈사태는 미간을 좁혔다. 어쩐지 모르게 뼈가 있는 말들이었기 때문이다.
“중급 마인은 물론이고 타락한 야만족 전사들도 격퇴했죠.”
“유더 말이 맞아요. 우리가 아니었다면 용맥이 오염되었을 거예요. 거친눈사태님도 타락했을 거고요. 아··· 상상만 해도 끔찍하지 않아요?”
무언의 압박.
아니, 유언의 압박.
저도 모르게 뒷걸음질 친 거친눈사태는 어느새 자신에게 바짝 다가선 두 선남선녀- 아니, 웬수들이 지금 무엇을 요구하는지 눈치 챘다.
“상···이라도 달라는 거냐?”
“상···이라기 보다는 뭐랄까··· 정당한 보상이 아닐까요?”
“기브 앤 테이크!”
“위대한폭풍께서는 야생신다운 배포를 보이셨죠.”
“맞아요, 맞아. 이것저것 챙겨주셨는걸요.”
날개바람의 화살을 톡톡 두드린 코델리아는 이내 보란 듯이 왼팔의 문신을 강조했다.
그러자 거친눈사태가 저항하듯 중얼거렸다.
“산··· 무너졌잖아.”
“완전히 무너지진 않았죠.”
“반드시 필요한 희생이었어요. 모두가 숭고한 희생을 기억할 거예요.”
모두라고 해봤자 유더와 코델리아, 거기에 거친눈사태 자신뿐이지 않을까.
“하아··· 어쩔 수 없지.”
이러나저러나 유더와 코델리아가 없었다면 용맥이 오염되었을 뿐만 아니라 거친눈사태 자신도 타락했으리라.
그야말로 목숨 이상을 구해준 은인들이었으니 상을 내리는 것이 당연했다.
“하지만 아이들아, 나는 본신을 잃었고, 성역은 망가졌다. 용맥 역시 오염은 피했지만 큰 타격을 입었지.”
“네, 저도 알아요.”
코델리아가 어디 약을 치냐는 듯 말했고, 이번에는 거친눈사태가 쳇하고 혀를 찼다.
그리고 유더는 생각했다.
‘역시 성물은 무사하구나.’
위대한폭풍이 내린 날개바람의 화살처럼 거친눈사태 역시 성물을 가지고 있을 터였다.
유더의 예상대로 거친눈사태는 바닥에 털썩하고 앉더니 코델리아를 보며 이야기를 시작했다.
“나는 보살피는 부족이 없다보니 위대한폭풍 꼬맹이처럼 사람이 쓰기 좋은 성물은 가진 것이 없다. 그 뭐 무기나 방어구 같은 것들 말이다.”
“이해해요.”
위대한폭풍이 날개바람의 화살 같은 성물을 만든 이유는 위대한폭풍 부족에게 하사하기 위해서였지 본인이 쓰기 위함이 아니었다.
보살피는 부족이 없는 거친눈사태가 사람이 쓸 법한 무기나 방어구를 가지고 있으면 그게 더 이상한 일이었다.
“그러니 이걸 주도록 하마.”
거친눈사태가 앉은 상태로 땅을 조금 파자 거짓말처럼 크고 파란 보석이 모습을 드러냈다.
“이건······.”
“빙결석!”
“와우! 이게 여기서 나오네?”
빙결석.
차가운 음의 마력이 결집되어 만들어진 아름다운 보석.
하지만 단순히 아름답기만 한 것이 아니었다.
빙결석에는 ‘얼어붙은 시간’이 보관되어 있었다.
‘즉, 선조회귀의 주요 재료 중 하나라는 거지.’
꽤 고생을 해야 구할 수 있는 재료였는데, 여기서 구할 수 있다니 그야말로 행운이었다.
“운이 좋군.”
유더가 음음 고개를 끄덕이는 동안 코델리아는 헤헤헤 웃으며 거친눈사태가 내민 빙결석을 꼭하니 가슴에 안았다.
“예쁘다. 고마워요, 거친눈사태님.”
“음··· 마음에 든다니 다행이구나.”
이러나저러나 참으로 예쁘고 또 예쁜 코델리아였다.
며칠간 이어진 노숙과 험난한 산행으로 인해 제대로 꾸미지 못 한 상태라고는 하나 코델리아의 발랄한 미소는 여전히 여신의 그것을 방불케 했다.
물론 곰인만큼 미의식이 인간과 다소 다른 거친눈사태였지만, 밤을 부르는 노을에 경탄하고, 아침에 영광과도 같은 여명에 마음을 빼앗기는 것은 사람과 같았다.
거친눈사태가 푸근하게 웃자 괜히 어깨가 으쓱해진 유더는 빙긋 미소 짓더니 한 발 앞으로 나서며 말했다.
“이제 다음 일을 논해야 할 것 같습니다. 놈들이 용맥을 타락시키려 한다 했는데, 조금 더 자세히 말씀해 주실 수 있겠습니까?”
“물론이다. 정말 큰 위기다. 야생의 땅에 거하는 모든 야생신들··· 아니, 모든 생명들이 함께 대처해야만 하는 문제이다!”
흥분한 거친눈사태는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소리쳤고, 유더는 고개를 끄덕였다. 진지한 얼굴로 거친눈사태를 마주하며 말했다.
“성난뿔소 부족이 타락한 것으로 여겨집니다. 마인은 악마의 눈이라 불리는 악마추종자 집단에 속한 것 같고요.”
“아니, 그걸 어떻게?”
막연히 악마추종자라는 사실만 알뿐, 부족이나 소속된 집단 같은 것은 모르던 거친눈사태가 눈을 동그랗게 뜨며 묻자 유더는 간략하게 자신들의 내력에 대해 소개했다.
“저희는 성십자수호단의 부탁을 받아 야생의 땅에 왔습니다. 악마의 눈이 불온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는 정보를 접했기 때문이죠. 더욱이 마녀의 영혼과 페어리 퀸들이 북부의 위협에 대해 경고해주었습니다.”
“오오······.”
사실 성십자수호단에 대해 잘 모르는 거친눈사태였다. 페어리퀸과 마녀의 영혼에 대해서도 아는 것이 거의 없었고 말이다.
하지만 그렇기에 오히려 든든한 기분이 들었다. 미지의 위협이 다가온 것처럼 미지의 조력 역시 다가온 셈이었으니 말이다.
그리고 코델리아는 생각했다.
‘와··· 역시 사기꾼.’
국경 안에서는 열심히 야생신을 팔아먹더니 국경 넘자마자 이번에는 남부의 조직들과 마녀의 영혼을 팔아먹는다.
‘사막에서 우산도 팔 것 같아.’
유더라면 정말 그럴 것 같았고, 그렇기에 코델리아는 저도 모르게 웃음을 흘렸다.
‘우리집 유더니까.’
든든 그 자체.
그리고 같은 시각.
유더가 거친눈사태와 진지한 대화를 나누는 것을 보며 코델리아가 싱글거리고 있을 때.
국경 근처에서도 비슷한 상황이 펼쳐지고 있었다.
&
“대장벽은 이름 그대로 대장벽. 너무 거대하기 때문에 완벽하게 관리될 수가 없습니다.”
더욱이 지도 위에 선을 긋는 것처럼 평평한 땅 위에 일직선으로 대장벽을 세운 것도 아니었다.
현실의 지형은 엉망진창이었다.
곳곳에 산과 계곡이 있었고, 강과 숲이 없는 곳조차도 땅의 굴곡이라는 것이 존재했다.
때문에 대장벽은 자연지형과 타협을 하는 형식으로 지어졌고, 자연 사각이라는 것이 생겨나고 말았다.
“더욱이 지키는 것은 결국 사람. 대규모 침공이라면야 대장벽에 접근하기 전부터 눈치챌 수 있지만 사람 몇 명이 넘는 것은 애당초 감시 자체가 불가능에 가깝습니다.”
다른 누구도 아닌, 오랜 세월 변경백 자리를 지켜왔던 바이엘 백작가의 계승자가 하는 말이었다.
‘신뢰성이··· 있어!’
아니, 단순히 태생 때문만이 아니었다.
유더와 코델리아가 국경을 넘었다는 사실을 안 순간 이번 일에 임하는 게일의 자세 자체가 바뀌었다.
지금까지는 진지하지 않았다는 이야기가 아니었다.
이미 진지했지만, 지금까지는 딱히 상황을 주도하기보다는 아델리아에게 맞춰주던 게일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달랐다. 주도적으로 나서며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었다.
‘전문가 같아.’
대장벽과 갈까마귀들에 대해 설명하는 게일의 모습은 전문가 그 자체였다.
그래서 그런지, 이전보다 묘하게 잘생겨 보이는 게일이었다.
‘애당초 잘생기긴 했지만.’
이것저것 하나도 마음에 드는 구석이 없는 유더였지만, 그래도 그 미모만큼은 인정하는 아델리아였다.
‘너무 연약해 보이긴 하지만.’
어찌되었든 ‘아름답다’라는 표현조차 어울리는 유더였으니까.
게일은 그런 유더의 형이었고, 형제는 닮는 법이었다.
그런데 게일은 건강 그 자체. 더욱이 십검호 중 하나인 바이엘 백작의 뒤를 이어 십검호의 칭호 역시 계승할 거라 여겨지는 검의 달인이었다.
유더와 닮은 외모에서 연약함이 사라지고 건장함이 더해지니 잘생김 그 자체일 수밖에 없었다.
‘아니지, 이게 아니지.’
게일의 외모 평가 따위를 할 때가 아니었다.
실제로 게일은 지금 무척이나 진지한 얼굴로 국경을 넘는 방법에 대해 설명하고 있었다.
“아쉽지만 말은 버려야만 합니다.”
“어쩔 수 없죠.”
다른 사람이 말했다면 꼭 버려야만 하느냐, 뭔가 다른 방법은 없겠느냐며 딴지를 걸었을 아델리아였지만, 저도 모르게 순순히 고개를 끄덕였다.
게일의 말에는 신뢰성이 있었으니까!
‘이 사람이 그렇다면 그런 거겠지.’
아델리아의 대답에 게일은 어쩐지 조금 놀란 얼굴이 되더니 이내 작게 웃은 뒤 말을 이었다.
“꽤 험난한 여정이 될 겁니다.”
“지금까지도 험난했어요. 우리가 며칠 째 말을 달렸는지 알죠?”
“알다마다요.”
집을 나선 이래 이곳에 도달할 때까지 하루가 멀다하고 말을 달렸으니까.
말을 타고 달리는 것은 생각 이상으로 힘든 일이었다.
체력 소모도 심했고, 엉덩이나 허벅지의 아픔도 대단했다.
그런데 열흘이 넘는 시간을 매일 같이 달렸다.
이 정도면 여간한 기사들도 힘들다고 우는 소리를 할 강행군이었다.
‘하지만······.’
게일은 저도 모르게 아델리아를 보았다.
그녀는 여기까지 오며 단 한 번도 힘들다는 이야기를 하지 않았다.
정말로 힘들지 않아서가 아니었다.
힘들었다.
게일 자신도 힘들 정도인데 여자에 마법사인 아델리아는 오죽하겠는가.
하지만 그녀는 굳이 힘들다고 말하지 않았다.
강한 의지.
임무 수행을 위해 고단함을 견디는 그녀.
‘처음이야.’
이런 영애는.
물론 여기사들 가운데서 비슷한 성향을 가진 이들을 몇 번 보기는 했지만, 눈앞의 아델리아는 마법사였다.
어린 시절부터 기사가 되기 위해 수련을 쌓은 여기사들과는 상황이 달랐다.
‘아름답구나.’
처음에는 사납다고 생각한 눈매였는데, 지금은 어쩐지 다르게 보였다.
강한 의지가 담긴, 마치 반짝이는 보석 같다고 해야 할까?
그리고 항상 인상을 쓰고 있어서 그렇지, 아델리아도 따지고 보면 굉장한 미녀였다.
게일이 유더의 형이듯, 아델리아는 코델리아의 언니였으니 말이다.
“게일?”
바로 그때 아델리아가 게일을 올려다보며 물었다. 둘의 키 차이는 20cm에 육박하니 자연스러운 일이었다.
하지만 그 순간 게일은 저도 모르게 시선을 돌렸다. 약간이지만 가슴이 두근거렸기 때문이다.
‘얼마 만이지?’
게일 자신이 이십대 후반이 되도록 결혼하지 않은 이유.
남들에게는 마음에 품은 레이디가 있어서라 거짓말을 했지만, 사실 진짜 이유는 따로 있었다.
바이엘 백작 역시 그 이유를 알았기에 게일의 결혼을 재촉하지 않은 것이었고 말이다.
“게일? 어디 아파요?”
“아뇨, 아닙니다. 열이 좀 올라서.”
적당히 답한 게일은 고개를 휘휘 내저어 잡념을 떨쳐냈다.
지금 중요한 것은 유더와 코델리아를 따라잡는 것이었다. 오직 그것만을 생각해야 했다.
“야만의 땅에 대해서는 저도 아는 것이 별로 없습니다. 넘어간 이후에는 아델리아 양을 믿겠습니다.”
체이스 백작의 반지에 걸린 추적마법.
아델리아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걱정 말아요. 반드시 해낼테니. 그리고······.”
“그리고?”
“게일 공자의 검이라면 야만의 땅 너머에서도 믿을만 하겠죠.”
아델리아는 빠르게 말했고, 그 순간 두 사람은 동시에 작게나마 당황했다.
말한 아델리아나 들은 게일이나 놀랐기 때문이다.
그도 그럴 것이 만난이래 항상 틱틱거리던 아델리아였으니 말이다.
“믿어주시니 영광입니다. 전력을 다해 아델리아 양을 지키겠습니다.”
“빨리 가요.”
시원하게 웃으며 말하는 게일의 얼굴을 마주하기가 어쩐지 어려워진 아델리아는 급히 시선을 돌렸고, 게일은 지금까지 늘 그러했던 것처럼 신뢰감 넘치는 발걸음을 내디뎠다.
그리고 같은 시각, 남쪽으로 한참이나 내려간 장소.
“어··· 뭐랄까, 일단 잘 된 거 아닙니까?”
체이스 백작가의 서재.
오랜만에 마주한 아버지 앞에서 백금발을 길게 기른 잘생긴 청년- 체이스 백작가의 장남이자 후계자인 에드워드 체이스가 말했고, 체이스 백작은 미간을 찌푸렸다.
“잘 되었다고?”
“아니··· 아델리아도 일단 누굴 만나긴 해야 할 테니까요.”
마법에 대한 재능만이라면 삼남매 중에서 최고인 아델리아였다.
하지만 그 때문인지, 아니면 셋 중 아버지를 가장 닮은 탓인지 어린 시절부터 이성과는 연이 없던 그녀였다.
그런 그녀가 사랑의 도피- 뭔가 아델리아와는 너무나 안 어울리는 말이지만 아무튼 그걸 했다면 쌍수 들고 환영해야 하는 것이 아닐까?
‘거기다 상대가 게일이면 나쁠 것도 없고.’
잘생겼고 능력 있고 집안도 좋은데 성격까지 좋다.
그야말로 퍼펙트. 솔직히 아델리아와 비교하면 개인적인 감상으로는 게일이 아까웠다.
‘물론 진짜 사랑의 도피였을 때 이야기지만.’
체이스 백작이나 바이엘 백작의 우려와 달리 에드워드는 게일과 아델리아의 연락 두절은 막내들의 연락 두절과는 성격 자체가 다르다고 보았다.
‘뭔가 이유가 있겠지.’
과감- 아니, 과격하긴 해도 아델리아는 아무 생각 없이 일을 벌이는 아이가 아니었다.
더욱이 신중한 게일까지 함께 있으니 연락을 끊었다면 사랑의 도피나 그런 것이 아니라, 무언가 그래야만 할 이유가 있어서일 터였다.
“어찌되었든 이대로 두고 볼 수 없다.”
유더와 코델리아에 이어 게일과 아델리아까지 행방불명.
사교계가 불타오르는 것은 둘째 문제였다.
가장 중요한 건 두 커플(?)의 안전 확보였다.
“아델리아와 게일이라면 무사할 겁니다. 문제는 코델리아와 유더겠군요.”
일각에서는 이미 십검호 수준에 근접했다고도 평하는 게일의 검기였다.
여기에 근위마법병단의 단장씩이나 되는 아델리아가 더해졌으니, 위험에 처하기가 더 어려워 보이는 두 사람이었다.
하지만 유더와 코델리아는 이야기가 달랐다.
한시라도 빨리 두 사람의 안전을 확보해야만 했다.
“제가 나설까요? 바이엘 백작가에는 딸이 없으니 저까지 연락이 끊기는 일은 없을 겁니다.”
농담 섞인 에드워드의 말에 체이스 백작은 고개를 가로저었다.
“추격대는 이미 준비해두었다. 너는 수련에 집중해라. 워낙 중한 일이라 이야기하긴 했지만, 네가 다음 서클에 도달하는 것 역시 중요한 일이다.”
“알겠습니다.”
순순히 납득한 에드워드는 예를 표한 뒤 물러가려 했다.
하지만 바로 그 순간이었다.
“그런데 에드워드.”
“예, 아버지.”
“게일 녀석과 어릴 때 친하게 지내지 않았나?”
“요즘도 비교적 친한 편입니다.”
친구라고 부를 수 있는 사람이 몇 없는 에드워드였는데, 게일은 그 중에서 첫 손에 꼽을 수 있는 인물이었으니까.
“그렇군. 그렇다면 게일이 뭘 좋아하는지 아나?”
“네?”
“혹시 몰라서 하는 말이다. 만약의 사태에도 대비해야하는 법이니.”
근엄한 얼굴로 말하는 아버지의 얼굴을 가만히 바라보던 에드워드는 미간을 좁혔지만 이내 늘 그러했던 것처럼 깊이 생각하지 않았다.
체이스 백작의 요구대로 게일이 선호하는 물건들에 대해 이야기를 시작했다.
&
< 제20장 - 거친눈사태 #4 >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