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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딩메이커-74화 (74/473)

< 제23장 - 썩은물 #3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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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에 등장하는 보스 몬스터들에게는 패턴이라는 것이 존재했다.

공격의 방식.

공격의 타이밍.

공격의 순서.

그리고 사실 게임에서만의 이야기가 아니었다.

현실에서도 패턴은 존재했다.

공격자의 습관, 선호 등등에 따라 자주 펼치는 공격, 자주 펼치는 연격.

그 공격을 펼치기 전에 보이는 특유의 동작.

공격이 발동하는데 필요한 시간.

공격의 범위.

이 모든 것을 꿰고 있으면, 그리고 제대로 볼 수 있는 눈과 반응할 수 있는 반사 신경을 가지고 있다면 가능해지는 것이 있었다.

발가벗고 보스를 잡거나 춤추면서 보스를 잡는 등의 플레이.

소위 말하는 썩은물 플레이가 말이다.

“나 잡아 봐~라!”

발랄하게 외친 코델리아가 바이엘 가문의 비전인 질풍보를 밟았다.

헤이스트 이중첩으로 인해 무시무시하게 높아진 민첩성에 명가의 비기가 더해지니 그 움직임은 바람을 넘어 빛살과도 같았다.

쾅! 쾅! 쾅!

코델리아가 지난 자리에 마드가의 공격이 쇄도했다.

낫처럼 생긴 거대한 팔이 지면을 찍을 때마다 지축이 뒤흔들렸지만, 방금까지 서 있던 자리가 분쇄되는 와중에도 코델리아의 발걸음에는 주저함이 없었다.

“머리! 머리! 머리! 머리!”

코델리아는 말로만 외치지 않았다. 마드가의 눈앞에서 알짱거리며 마탄을 날려댔고, 마탄은 어김없이 마드가의 머리에 적중했다.

하지만 위력이 약했다.

마드가의 머리를 맞추기는 했지만 말 그대로 맞추기만 했을 뿐, 그리 큰 손상을 주지 못 했다. 마드가를 잠시 멈추게 하는 것조차 할 수 없었으니 말이다.

하지만 코델리아는 신경 쓰지 않았다. 마드가가 신경질적으로 휘두른 칼날을 잽싸게 피한 뒤 바람막이의 가호를 펼쳐 마드가의 팔에서 분비된 독액을 막아냈다. 잠시도 한 자리에 머물지 않고 계속해서 움직였다.

“같잖은 년이!”

마드가가 노성을 터트리며 악마의 힘을 방출했다. 여덟 개의 발로 땅을 크게 구르니 보랏빛 사기가 땅을 기듯이 전방위로 뻗어나갔다. 점이나 선이 아닌 면 전체를 뒤덮는 공격이었기에 회피 자체가 불가능했다.

“아니거든? 피할 수 있거든?”

코델리아는 마치 높이 뛰기 선수인 것처럼 높이 도약했다. 땅을 쓸 듯이 뻗어나가는 악마의 힘을 배면뛰기로 타고 넘었다.

“머리!”

공중제비를 돈 코델리아가 다시 마탄을 던졌고, 마치 강속구처럼 날아간 마탄은 이번에도 어김없이 마드가의 머리에 적중했다.

“으아아!”

마드가는 노성을 터트렸다.

공격 한 번이면 찢어발겨질 년이 눈앞에서 알짱거리는 것도 모자라 머리만 계속 때리고 있었다.

이성적으로 생각하면 이런 코델리아를 무시하고 고운눈바람에게 돌진하는 것이 맞았지만, 치미는 짜증 때문에라도 도저히 코델리아를 무시할 수 없었다.

더욱이 급격히 받아들인 악마의 힘이 마드가의 폭력성을 강화하고 자제심을 증발시켰다.

코델리아를 찢어발기기 전에는 고운눈바람을 친다는 생각조차 할 수 없게 된 마드가였다.

‘어그로 쩐다.’

작게 감탄한 유더는 선풍을 일으켰다.

틈틈이 덮쳐오는 마드가의 공격을 피하며 꾸준히 해야 할 일을 했다.

코델리아와 비슷하면서도 다른 일.

피하고 때리는 것 같았지만 아주 디테일한 부분에서 차이가 났다.

“다리! 다리! 다리! 다리!”

코델리아가 빛살이라면 유더는 바람이었다. 잡을 수 없는 바람처럼 마드가의 공격 사이사이를 빠져나온 유더는 집요할 정도로 마드가의 다리만을 노렸다.

머리와 달리 다리는 여덟 개나 되었기에 때릴 곳이 풍부했다.

“다리이!”

코델리아의 말마따나 대형 몬스터들은 오히려 상대하기 편한 구석이 있었다.

덩치가 큰 만큼 대충 때려도 모조리 명중이었고, 공격 역시 피하기가 쉬웠다.

차라리 마드가가 중급 마인인 상태로 나타났다면 훨씬 더 고전했을 유더와 코델리아였다.

‘물론 지금도 쉬운 건 아니지만.’

한 대만 맞아도 골로 간다.

실제로 지금 주변 일대는 마드가의 공격으로 인해 완전치 초토화 된 상태였다.

부서지고 갈라진 곳 투성이에, 곳곳이 독에 오염되어 녹아내리기까지 한 터라 성난뿔소 부족이든 고운눈바람 부족이든 가까이 다가설 엄두조차 내지 못 하고 있었다.

‘차라리 이게 나아.’

스치기만 해도 중상이었으니까.

유더 자신과 코델리아처럼 쏟아지는 모든 공격을 피할 수 없다면 끼어드는 쪽이 오히려 방해였다.

“머리이이!”

십여 개의 마탄이 마치 북을 치듯 마드가의 머리를 두드렸다.

아프지는 않았다.

날아온 마탄 중에 반 수 이상은 머리에 닿기도 전에 소멸시켜버렸다.

하지만 그래도 화가 났다. 분노가 치밀어 올랐다.

“아아아!”

짜증이 폭발한 마드가가 이번에는 입을 크게 벌려 음파를 내쏘았다. 그리고 그 순간 고운눈바람이 개입했다.

“바람의 칼날이여!”

날카로운 바람이 쇄도해 마드가의 음파를 뒤흔들었다.

자연 공격의 방향이 바뀌었고, 패턴대로 피하려던 코델리아는 다급히 바닥을 굴러 간신히 음파를 피할 수 있었다.

“아! 진짜! 끼지 말라고요!”

“억제만 해요! 억제만!”

코델리아와 유더가 동시에 외쳤고, 움찔한 고운눈바람은 의기소침한 얼굴이 되어 입술을 삐쭉이더니 다시 마드가의 힘을 억제하는 데만 의식을 집중했다.

애당초 지금 유더와 코델리아가 마드가를 상대로 선전할 수 있는 것은 고운눈바람이 성스러운 힘으로 마드가의 사악한 힘을 억눌러준 덕분이었다.

유더는 속으로 숫자를 헤아렸다.

역시 현실인 터라 게임과는 조금 달랐다.

처음 보는 형태의 공격도 있었다.

기존의 공격들도 게임과는 약간씩 차이가 있었다.

하지만 유더는 천무지체였고, 코델리아는 전투의 천재였다.

유더는 계산했다.

코델리아는 본능으로 체감했다.

두 썩은물들은 새로운 패턴을 단숨에 파악해 마드가의 공격을 무위로 돌렸다.

“머리이!”

코델리아가 바람막이의 가호를 펼쳤다. 정면을 막는 대신 발판으로 삼아 도약하더니 그대로 마드가의 몸을 타고 올랐다.

마드가가 급히 그런 코델리아를 붙잡으려 했지만 무리였다.

도도도 질주하던 코델리아는 어느 순간 재차 도약했고, 마드가의 머리에 마탄을 날렸다.

“크아! 이 날벌레 같은 년이!”

“벌레는 너잖아!”

원래 도발은 유치한 게 더 잘 먹히는 법이었다.

머리끝까지 피가 오른 마드가는 순간이지만 자신을 억제하던 고운눈바람의 성스러운 힘 그 자체를 날려버릴 정도로 막강한 힘을 발산했다.

콰가가가가-!

강렬한 기파가 주변을 뒤덮었고, 허공에 떠있던 코델리아는 폭풍에 휩쓸린 것처럼 단숨에 튕겨나갔다.

하지만 괜히 비스트 모드가 아니었다.

코델리아는 바람막이의 가호를 연속으로 펼쳐 방패 겸 발판으로 삼았다. 고양잇과 맹수처럼 연속해서 발판을 박찼다.

파! 파! 파!

보는 것만으로도 현기증이 날 정도로 현란한 공중기동이었다.

마드가조차 넋을 놓고 바라보았고, 마지막으로 멋지게 공중제비를 돈 코델리아는 지상에 안착했다.

“흐아.”

정말 짐승이라도 된 것처럼 바짝 낮춘 자세를 취한 코델리아가 안도의 숨을 토했고, 유더가 돌진했다. 마드가에게 잠시도 틈을 주지 않았다.

“다리이!”

“이 버러지 같은 연놈들이!”

마구잡이가 아니었다.

끊임없이 이어지는 둘의 공격으로 말미암아 마드가는 몇 번이나 호흡을 놓쳤다.

공격이 어그러졌고, 시간이 지날수록 평정심을 잃었다.

“어째서! 어째서!”

마드가 자신은 중급 마인이었다.

백 명도 넘는 전사들을 인신공양 해 일시적이나마 강력한 악마의 힘을 손에 넣었다.

그런데 왜!

그런데 어째서!

“머리이!”

“다리이!”

고운눈바람의 힘이 다시 한 번 마드가의 사악한 힘을 억눌렀다.

유더와 코델리아가 재차 아름다운 궤적을 그렸다.

그야말로 비익연리.

둘이서 하나와도 같은 두 사람의 연격!

유더는 계속해서 수를 헤아렸다.

코델리아는 본능적으로 직감했다.

그리고 고운눈바람도 깨달았다.

마드가의 힘이 약해지고 있었다.

야생신과도 대적할 수 있던 사악한 힘이 급속도로 줄어들고 있었다.

그리고 어느 순간.

“15분!”

“컵라면 다섯 개!”

아무 말이나 외친 코델리아는 그 순간 전투법을 바꾸었다.

회피 일변도였던 그녀가 마녀의 힘을 한 손에 집중시켰다.

“무너진다!”

유더가 외쳤다.

정말이었다.

마드가의 전신에 금이 가는가 싶더니 쩌적하는 소리와 함께 무너져 내렸다.

사이한 보랏빛 기운과 검은 재가 단숨에 시야를 뒤덮었다.

변신이 풀렸다.

중급 마인으로 돌아간다.

더욱이 패널티가 존재했다. 무리한 도핑으로 말미암아 마드가의 힘은 일시적이나마 급감할 터였다.

노리는 것은 바로 그때.

적이 가장 취약해지는 순간!

쾅!

유더가 지면을 박찼다. 쏘아져 나가는 대신 제자리에서 회전해 선풍을 조종했다.

질풍이십사보의 응용이었다.

선풍과 질풍을 모아 돌개바람을 만든 유더는 오직 바람만을 마드가를 향해 돌진시켰다. 시야를 가리는 검은 재들을 단번에 흩어버렸다.

“보인다!”

고운눈바람이 외친 그때 유더와 코델리아는 이미 움직이고 있었다.

두 사람은 다시 한 번 아름다운 궤적을 그리는 비익연리가 되었다.

“머리이이!”

“다리이이!”

이제 듣기만 해도 증오심이 타오르는 외침에 마드가가 반사적으로 반응했다. 힘겨운 와중에도 악마의 힘을 머리와 다리에 분산했다.

그리고 유더와 코델리아가 교차했다.

저마다 펼칠 수 있는 최강의 공격을 마드가에게 퍼부었다.

“칼라마이트의 창이여!”

“혈랑지옥참!”

칠흑의 창이 마드가의 가슴을 꿰뚫었다.

붉은 검기가 마드가의 등을 갈랐다.

무방비 상태였던 마드가의 가슴과 등은 두 사람의 공격을 견뎌낼 수 없었다.

마드가가 검은 피를 울컥 토했고, 그녀의 등에서도 검은 피가 분수처럼 솟았다.

“어···째서.”

머리라며.

다리라며.

죽음을 눈앞에 둔 순간 마드가의 입에서 나온 것은 원망에 찬 목소리였다.

마드가와 시선을 마주한 코델리아는 송곳니를 빛내며 말했다.

“패턴은 깨지라고 있는 거야.”

“진짜 아무 말 대잔치네.”

유더의 평이야 어찌되었든 마무리가 되었다.

코델리아는 칼라마이트의 창을 손에서 놓았고, 유더는 뒤로 크게 물러섰다.

“악마··· 같은······.”

그것으로 마지막.

마드가의 몸에 무수한 균열이 이는가 싶더니 이내 불타올랐다. 검은 재가 되어 흩어져버렸다.

그리고 두 사람.

연속해서 떠오르는 새하얀 빛의 고리에 감싸인 유더와 코델리아는 서로를 보자마자 혀를 차기 시작했다.

“와, 진짜 치사하다. 다리라면서 등을 베니?”

“넌 머리라며.”

“난 최소한 정면에서 치기라도 했지.”

“원래 백어택이 데미지 더 들어가. 점수도 더 주고.”

“점수 더 먹어서 좋아?”

“1등해서 좋아. 1등이라 행복해요. 1등의 진한 이 맛.”

“나쁜 놈, 못된 놈, 아무튼 망할 놈.”

아무 말이나 이어가던 두 사람은 이내 씩 웃더니 약속이라도 한 것처럼 시선을 내렸다.

보스 몬스터가 사라지면서 남긴 것이 눈에 들어왔기 때문이다.

“예쁘다.”

저도 모르게 빠져들 것만 같은 아름다운 빛깔.

별의 힘을 받아 만들어진 자연의 보석.

“푸른 달의 정수.”

성스러운 힘이기에 마드가로서는 흡수할 수 없던 신물.

유더와 코델리아의 얼굴에 환한 미소가 번졌다.

&

< 제23장 - 썩은물 #3 >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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