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엔딩메이커-85화 (85/473)

< 제28장 - 귀환자 #3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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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델리아가 와일드 페어리 퀸과 조우한 그때 안대를 벗은 유더는 카플란을 데리고 목욕탕을 나섰다.

“이대로 다시 지하로 이동해서 코델리아와 합류할 예정입니다.”

정확한 목적지는 페어리 퀸의 의뢰 장소였던 락토가 나온 다리.

이제 다리는 존재하지 않았지만 그 건너편은 여전히 엔디미온 외곽부와 이어져 있었다.

“이런 식으로 페어리들과 접선할 수 있다니··· 큰 공부가 되었습니다. 나중에 돌아가면 페어리들의 전승이 있는 장소에서 꼭 시험해 봐야겠습니다.”

“어··· 예. 행운을 빕니다.”

아마 힘들겠지만.

코델리아 정도로 아름답고 사랑스러운 소녀는 드넓은 제국에도 흔치 않을 테니 말이다.

‘콩깍지 때문이 아니라.’

스스로에게 변명한 유더는 다시 입을 열어 말했다.

“아무튼 아직은 비교적 안전한 지역이니 이 김에 저희가 알고 있는 정보들을 알려드렸으면 합니다.”

“지금 사태와 관계된 것이겠죠?”

“네, 그렇습니다. 사실··· 저희는 단순히 아카데미에만 소속된 것이 아닙니다.”

유더의 말에 카플란은 고개를 끄덕였다.

단순히 학부생이라 하기에는 지나칠 정도로 강력한 유더와 코델리아의 무력을 두 눈으로 직접 보았기 때문이다.

“저희는 사실 성십자수호단과 연이 있습니다.”

“아! 과연!”

대륙 전역에 걸쳐 활동하며 악마 추종자들과 격전을 펼치는 플레이아데스의 수호자들.

“이제 이해가 됩니다.”

어째서 두 사람이 엔디미온에 왔는지.

두 사람의 마음이 어째서 이렇게도 고운지.

‘성녀와 성자였구나.’

‘뭔가 오해를 단단히 하는 표정인데 나쁠 건 없어 보이니 놔두자.’

각자의 생각이 끝나자 두 사람은 다시 대화를 시작했다.

“아까 마주친 여성은 레나 아인스버그입니다. 혹여 들어보셨는지.”

“물론입니다. 파라곤 왕국의 다섯 영웅들 가운데 하나인 성천사 레나라면 모를 수가 없지요.”

파라곤 왕국의 비극은 비록 와전된 이야기가 많다고는 하지만 일단 사건 자체는 대륙 전역에 걸쳐 널리 퍼져 있는 상황이었다.

지옥에서 소환된 데몬프린스로 인해 왕국 전체가 몰락한 대사건이었으니 말이다.

“철인 란디우스나 검귀 카마엘만큼이나 유명한 인물이죠.”

성천사 레나.

지상에서 태어나 자란 최후의 천사.

갖가지 이명을 가진 그녀는 파라곤 왕국의 다섯 영웅들 가운데 유일한 여성인 동시에 ‘천사’라는 상징성을 갖추고 있었다.

덕분에 파라곤 왕국의 비극을 노래하는 음유시인들의 노래 속에서 그녀는 늘 아름다운 여주인공 역할을 수행했다.

“본래 이곳에서 레나 님을 만날 예정은 없었습니다. 조사차 나온 것이었는데··· 아무래도 저희가 예상한 것 이상으로 큰 일이 이곳 엔디미온에서 벌어지고 있는 것 같습니다.”

유더의 설명에 카플란은 심각한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

그도 그럴 것이 지옥의 마물들을 벌써 몇이나 보지 않았던가.

“당장 설명드릴 수 있는 것은 이 정도입니다.”

“충분합니다. 미력하나마 최선을 다해 돕도록 하겠습니다.”

가슴을 탕탕 두드린 카플란은 의욕적으로 발걸음을 떼었고, 유더는 게임과는 제법 다른 그의 모습에 묘한 만족감을 느꼈다.

그리고 그렇게 시간이 얼마나 지났을까.

지도를 따라 이동한 유더와 카플란은 마침내 다리 건너편에 도착할 수 있었다.

“아! 유더 왔다!”

쪼그려 앉아 페어리들과 담소를 나누고 있던 코델리아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며 말했다.

환히 웃으며 손을 흔드는 모습을 보니 절로 마음이 푸근해지는 유더였다.

“코델리아.”

“이야기가 잘 되었어. 그쵸, 여왕님?”

코델리아가 재촉하듯 묻자 그녀의 어깨 위에 앉아 있던 와일드 페어리 퀸이 고개를 끄덕였다.

“코델리아에게 모두 들었단다. 우리 페어리들을 위해 정말 노력해주고 있구나. 와일드 페어리들의 여왕으로서 너희 둘에게 감사를 표하는 바란다.”

와일드 페어리 퀸의 말에 카플란은 무슨 소리인가 싶어 눈을 껌벅였지만 유더는 아니었다.

코델리아가 씩 웃으며 열심히 눈빛을 보냈기 때문이다.

‘나 잘했지?’

‘참 잘했어요. 이따가 도장 찍어줄게요.’

‘지랄.’

하지만 만족했는지 미소가 좀 더 짙어지는 코델리아였다.

사실 코델리아가 한 일은 단순했다.

‘완전히 사기인 것도 아니고.’

엔디미온 지하에서 뭔가 심상치 않은 일들이 일어나고 있다.

락토가 나타난 것도 우연이 아니다.

이대로 방치하면 더 많은 악마들이 페어리들의 영역 안에 나타날 것이다.

‘페어리들이 위험해지는 것을 두고 볼 수 없어요. 페어리들의 영역을 지키기 위해 저와 유더가 엔디미온을 조사해볼게요. 무척 위험한 일이겠지만 그래도 해내겠어요. 페어리들과 여왕님의 안전을 위해!’

앞뒤가 살짝 바뀌고 이래저래 수식어가 좀 붙기는 했지만 거짓은 아니었으니까.

레나를 구하고 엔디미온의 사건을 해결하면 페어리들도 안전해지지 않겠는가.

‘누이 좋고 매부 좋은 거지.’

도랑치고 가재 잡고.

마당 쓸고 동전 줍고.

“정말이지 무어라 말해야 할지 모르겠구나. 이렇게나 우리들을 생각해주는 너희를 잠시나마 원망했으니······.”

“네? 원망하셨다고요?”

“아니, 아니다. 원망한 적 없다. 없고말고.”

유더가 콕 찌르듯 묻자 우아한 자태로 어버버 허둥거리는 페어리 퀸이었다.

하지만 유더도 장난이었다.

애당초 그렇게 털어갔는데 원망하는 마음이 조금도 들지 않으면 그게 더 말이 안 되는 일이었다.

‘어찌되었든 구도 잡혔고.’

유더와 코델리아가 페어리 퀸에게 벨라지오를 빌려 달라 애원하는 구도에서 페어리 퀸이 유더와 코델리아의 희생과 봉사에 감사하는 구도로.

이 둘 사이에는 무척이나 큰 차이가 존재했다.

‘특히 보상의 유무가.’

잠시나마 반짝하고 눈을 빛낸 유더는 일단 사욕은 집어넣고 공적인 이야기를 시작했다.

“페어리 퀸이시여, 이미 코델리아에게 들으셨겠지만 엔디미온 어딘가에 파라곤의 다섯 영웅들 가운데 하나인 레나 아인스버그가 있는 듯 합니다. 그녀를 찾아야 합니다.”

“그래, 코델리아에게 들었단다. 우릴 위해 이토록 애써 주는 너희들이니 우리도 너희를 돕는 것이 도리에 맞지 않겠니. 우리 아이들이 이미 벨라지오를 데리러 갔으니 곧 올 것이란다.”

“감사합니다.”

“나야말로 감사하단다.”

유더와 페어리 퀸이 훈훈하게 이야기를 주고받은 직후였다.

“여왕님! 여왕님!”

“벨라지오 데려왔어요!”

“착하지, 착하지.”

마지막 말은 벨라지오의 머리 위에 올라타 있는 페어리의 말이었다.

“오오! 진짜 벨라지오! 전승에 나온 것과 똑같이 생겼군요!”

‘그러게, 진짜 골든 리트리버처럼 생겼네.’

색이 하얗고 날개가 달린 골든 리트리버.

머리와 등에 페어리들을 태우고 날아온 벨라지오는 성격도 골든 리트리버를 닮았는지 순하디 순한 얼굴로 헥헥 거렸다.

“귀, 귀여워. 여왕님, 제가 안아 봐도 될까요?”

“그러려무나.”

페어리 퀸이 허락하자 코델리아는 활짝 웃으며 벨라지오를 끌어안았다.

“와, 부드러워. 유더야, 유더야, 귀엽지? 응? 꺄.”

마지막 작은 비명은 벨라지오 때문에 나온 것이었다.

벨라지오가 혀로 코델리아의 뺨을 핥아댔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렇기에 유더는 코델리아의 물음에 답하는 대신 속으로 숫자를 헤아렸다.

‘하나, 둘, 셋, 넷, 다섯.’

됐다. 이 정도면 충분했다.

사람은 셋, 짐승은 다섯.

코델리아의 품에 파고드는 벨라지오의 뒷목을 잡아당겨 포옹을 중단시킨 유더는 누가 무어라 말을 꺼내기 전에 바로 화제를 전환시켰다.

“여왕님, 시간이 그리 많지 않아 서둘러야 함을 용서해주십시오.”

“그래, 사안의 위급함은 나도 알고 있단다. 벨라지오에게 마력의 흔적을 기억시켜야 하니 깃털을 내어주겠니?”

“여기 있습니다.”

유더가 레나의 깃털을 내밀자 페어리 퀸은 거의 자기 키 만한 그것에 마법을 주입하였다.

“루크, 기억할 수 있겠니?”

여왕의 물음에 벨라지오- 루크는 바로 헥헥 거리며 고개를 끄덕이더니 꼬리까지 파닥거렸다.

“그래, 착하구나.”

빙긋 웃은 여왕은 다시 유더를 보며 말했다.

“벨라지오가 너희를 인도할 거란다.”

“감사합니다. 그리고 여왕님, 소개가 늦었지만 이쪽은 인디아나 카플란 경입니다. 아라곤 제국 제도 아카데미의 종신직 교수이시자 저희의 소중한 동료입니다.”

유더의 소개에 페어리 퀸은 카플란에게 우아한 미소를 건넸고, 카플란은 눈시울을 붉혔다.

‘소중한 동료’라는 유더의 표현 때문이었다.

“인디아나 카플란이 페어리 퀸을 뵙습니다.”

카플란이 떨리는 목소리로 예를 표하자 페어리 퀸 역시 단아한 목소리로 답했다.

“인디아나 카플란, 우리를 도와주어 정말 고맙구나. 그리고··· 유더와 코델리아의 동료이니 너에게도 가호를 내려주는 것이 도리에 맞겠지.”

그리 말한 페어리 퀸이 카플란에게 다가서려 할 때였다.

“안 돼요, 안 돼. 대머리잖아요.”

“배불뚝이야.”

“짜리몽땅.”

벨라지오를 데려온 페어리들이 투덜투덜 불만을 토하며 반대를 표명했다.

과연 외모지상주의에 찌든 페어리들답다고 해야 할까.

하지만 페어리 퀸은 조금 달랐다.

꼬맹이 그 자체인 다른 페어리들과 달리 사려 깊고 배려심 많은 그녀는 움츠러든 카플란에게 다가가며 말했다.

“그렇지 않단다. 너희도 보렴. 촉촉하게 젖은 이 아름다운 눈망울을. 마치 보석을 보는 것만 같구나.”

그리 말한 페어리 퀸은 그대로 카플란의 넓은 이마에 입술을 맞추었다.

“대지의 가호가 함께하기를.”

너무나 자애로운, 보는 이 모두가 성녀라고 생각할 수밖에 없는 페어리 퀸의 미소였다.

“감사···합니다.”

황홀경에 빠진 카플란이 겨우겨우 감사를 표하자 조금은 페어리답게 까르르 웃은 페어리 퀸은 다시 날아오르며 유더와 코델리아에게 말했다.

“너희에게도 항상 대지의 가호가 함께하기를.”

“감사합니다, 페어리 퀸.”

“정말 감사해요.”

재차 예를 표하는 유더와 코델리아에게 손을 흔들어준 페어리 퀸은 다른 페어리들을 데리고 물러섰다.

유더의 말마따나 한시가 급한 상황이었으니 괜한 시간을 더 지체할 수는 없었다.

“일이 끝나면 꼭 다시 나를 찾아오려무나.”

“네, 여왕님.”

“꼭 그럴게요!”

벨라지오도 돌려주고 더 받을 게 있을지 의문이지만 보상도 챙겨야 하니.

페어리 퀸에게 마주 손을 흔들어준 유더는 벨라지오를 필두로 다시 이동을 시작했다.

그리고 얼마나 지났을까.

“왈왈! 왈왈왈!”

제자리에 멈춰 선 벨라지오가 낮게 짖어댔다.

“뭐라는 거지?”

영웅전기 시리즈의 각종 언어에 해박한 유더였지만 아무리 그래도 개소리를 알아들을 수는 없었으니까.

하지만 바로 그 순간이었다.

코델리아가 눈을 살짝 가늘게 뜨며 말했다.

“어··· 마력의 기운이 여러 개 느껴진다는 거 같은데?”

“어?”

유더가 깜짝 놀라 되물었지만 코델리아는 무어라 답하는 대신 벨라지오를 보며 말했다.

“루크, 깃털이 여러 곳에 있다는 말이지?”

“왈왈! 왈왈왈!”

“역시. 깃털이 여러 곳에 있다나봐. 어떤 걸 찾아가야 하는지 묻는 것 같아.”

코델리아의 해석에 벨라지오가 꼬리를 파닥이며 고개를 끄덕였다.

아무래도 정확히 맞춘 모양이었다.

“역시 짐승. 서로 통하는 게 있구나.”

“뒤질래?”

코델리아의 귀여운 협박에 고개를 끄덕인 유더는 잠시 고민하다 말했다.

“가장 큰 마력의 흔적을 쫓아달라고 말해줘.”

“알았어. 루크 가장 큰 마력의 흔적을 쫓아··· 뭐야, 그냥 네가 해도 되잖아.”

“아니, 뭔가 짐승 언어로 번역할 줄 알았··· 아야! 아파! 아파!”

“아프라고 때리지 그럼 안 아프라고 때리니? 왈왈! 왈왈왈!”

으르렁 거리며 유더의 등짝을 마구 때린 코델리아는 차오른 숨을 달랜 뒤 루크에게 다시 말했다.

“루크, 부탁할게.”

“왈왈.”

고개를 끄덕인 루크가 다시 앞으로 나아가기 시작했다.

그리고 시간이 얼마나 지났을까.

일행은 차근차근, 하지만 확실하게 엔디미온의 중심부를 향해 다가갔다.

이동하던 와중에 몇 차례인가 지옥의 마물들을 마주했지만 다행히 많아봐야 두어 마리씩 나타난 터라 큰 어려움 없이 돌파할 수 있었다.

하지만 그렇게 한 시간 여가 지났을 때.

유더는 강한 위화감을 느꼈다.

‘이상해.’

여기까지 오며 몇이나 되는 마물들과 마주했다.

종류도 다양해 다섯 종이나 되었다.

하지만 그 중에 마인은 포함되어 있지 않았다.

악마 추종자는 단 한 명도 마주하지 못 했다.

어떻게 된 것일까.

여긴 이미 외곽부가 아니었다. 중심부로 나아가는 와중이었다.

‘더욱이 마물들도 이상해.’

지금까지 마주한 마물들은 모두 쓰러트렸다.

그런데 아직까지 경보가 울리지 않았다. 자신들이 활보하고 있다는 사실을 인지한 마물도 없는 것 같았다.

어떻게 이럴 수 있을까.

누군가가 목적을 가지고 마물들을 소환했다면 마물들 사이에도 어느 정도 조직 체계가 잡혀 있을 터인데.

어떻게 된 것일까.

이 기묘함의 원인은 무엇일까.

“컹컹.”

바로 그때였다.

벨라지오가 낮게 짖었고, 코델리아는 긴장한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

“유더, 레나의 기운이 강하게 느껴진대. 그리고··· 여기서부터 지금까지와는 다른 구획이 펼쳐지는 것 같아.”

코델리아의 말에 유더는 급히 지도를 펼쳐 보았다.

과연 그녀의 말마따나 지금 구역을 나가면 마도 엔디미온의 중심지인 ‘지하도시’가 시작되었다.

“지도상으로 보면 엄청나게 거대한 공동 안에 도시가 세워져 있는 것 같던데··· 고대 드워프들의 도시 같은 것일까요?”

카플란이 낮게 묻자 유더는 고개를 끄덕였다.

지금까지는 일반적인 지하 시설이었지만 여기서부터는 달랐다.

높이만 수십 미터에 달할 거대한 공동 안에 건물들이 세워져 있는 진정한 지하도시의 시작이었다.

“좀 더 조심해서 가자.”

“응.”

사뭇 긴장한 얼굴로 답한 코델리아는 벨라지오의 등을 쓰다듬으며 작게 말했고, 꼬리를 파닥인 벨라지오가 다시 앞장서기 시작했다.

그리고 다시 몇 분.

커다란 석문 앞에 도달한 일행은 저도 모르게 미간을 찌푸렸다.

“느껴져?”

“느껴져.”

기감에 민감한 유더와 마녀의 힘 덕분에 악마들의 마력을 느끼는데 능숙한 코델리아였다.

아니, 이런 쪽으로 둔감한 카플란조차도 석문 너머에서 전해지는 무지막지한 사기를 느낄 수 있었다.

무엇일까. 대체 석문 너머에 무엇이 있기에 이 정도의 사기가 느껴지는 것일까.

“바로 문 건너는 아냐. 멀리 있어.”

눈을 감고 감각을 극대화시킨 코델리아가 말했다. 유더 역시 석문 바로 밖에서는 이렇다 할 인기척을 느낄 수 없었다.

“저 사이한 기운 사이에 레나의 기운이 있어.”

엔디미온에서 벌어지고 있는 모종의 사태와 레나의 죽음 사이의 연결고리.

마음을 다잡은 유더는 숨을 크게 고른 뒤 모두를 돌아보았다.

“가자.”

“준비되었습니다.”

“왈왈.”

모두의 대답을 들은 유더는 석문을 열었다.

그리고 직후, 눈앞에 펼쳐진 광경을 마주한 순간 유더는 알 수 있었다.

지금까지의 위화감을 모조리 설명할 수 있는 단 하나의 해답을 깨달았다.

“헬··· 게이트.”

소환 따위가 아니었다.

악마의 눈이 개입한 사건 역시 아니었다.

갑자기 나타난 지옥의 마물들.

이렇다 할 통제 없이 돌아다니던 놈들.

당연했다.

놈들은 애당초 특별한 목적을 가지고 소환된 것이 아니었으니까.

그저 지옥의 문을 통해 엔디미온에 발을 디딘 것뿐이었으니까.

태양 대신 자리한 거대한 마법구 아래, 엔디미온의 중심. 멀리 보이는 그곳.

갈라진 거대한 공간의 틈새 사이에서 보랏빛 지옥의 사기가 넘실거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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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28장 - 귀환자 #3 >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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