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31장 - 성지 >
제31장 - 성지
와일드 페어리 퀸- 에오넬은 고개를 들었다.
색색의 유리로 된 천장에서 아름다운 빛이 쏟아졌다.
산산이 조각난 햇살은 정밀한 계산에 따라 분산되었고, 바라보는 이에게 환상과 신비를 선사했다.
“와아······.”
에오넬의 입에서 앳된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자기 목소리에 놀란 에오넬은 눈을 깜박이며 스스로를 돌아보았고, 평소보다 훨씬 짧아진 팔 다리를 보다가 깨달았다.
페어리 퀸이 아니었다.
여왕이 되기 전.
아직 어머니께서 건재하시던 시절의 이야기.
에오넬은 눈을 깜박이다 미소지었다.
여왕이 아닌 그녀는 페어리답게 생각했다.
꿈이든 무엇이든 지금 이 순간을 즐겨야겠다고 말이다.
“신난다.”
우아한 미소 대신 귀엽고 사랑스럽게 웃음을 흘린 에오넬은 다시 주변을 둘러보았다.
그리고 이내 지금 자리한 장소가 어디인지 기억해냈다.
엔디미온 깊은 곳에 자리한 하이 엘프들의 온실이었다.
마도왕국 마젤란의 하이 엘프들은 마법 외에도 다양한 분야에서 엄청난 성과를 이룩하였다.
그들은 지하에 지상의 것과 다름이 없는- 아니, 오히려 훨씬 더 아름다운 정원을 만들어내었고, 예쁘고 귀여운 것을 좋아하는 페어리들은 하이 엘프들의 허락 하에 그들의 정원을 곧잘 방문하고는 하였다.
“예쁘다.”
색색의 꽃들이 눈앞에 가득이었다. 너무나 종류가 다양해 인간의 정원이었다면 과유불급의 엉망진창 정원이 되었겠지만 이곳은 하이 엘프들의 정원이었다.
수많은 꽃과 나무들이 뒤섞여 있었지만 그것들 사이에는 조화가 있었다.
눈을 어지럽히기는커녕 서로가 서로를 보완해 극상의 아름다움을 이루었다.
“좋은 냄새.”
에오넬은 눈을 감고 향기를 즐겼다. 그리고 그런 그녀의 귓가에 너무나 그리운 목소리가 들려왔다.
“에오넬.”
“어머니!”
반사적으로 소리친 에오넬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뒤를 돌아보았다.
그곳에 아름다고 자상한 어머니가- 선대 페어리 퀸이 우아한 미소를 머금은 채 서 있었다.
“어머니!”
에오넬이 어린아이처럼 달려가 어머니의 허리에 매달렸다.
“아직도 어린 애구나.”
“네, 맞아요. 어린애에요. 헤헤헤.”
이렇게 애교를 부리는 것이 얼마만일까.
평범한 페어리처럼 말하고 행동하는 것은 또 얼마만이고.
선대 페어리 퀸은 딸아이의 얼굴을 보며 조금은 쓸쓸한 미소를 지었다.
시공을 초월한 그녀의 눈에는 장성한 에오넬의 모습이- 어엿한 페어리 퀸으로 성장한 딸의 모습이 보였기 때문이다.
자랑스러우면서도 안타까운, 애틋하다고 밖에 표현 못 할 감정 속에서 선대 페어리 퀸은 에오넬의 뺨을 어루만졌다.
“에오넬, 이곳이 좋니?”
“네, 좋아요. 많이 예뻐요.”
“그래, 마젤란의 하이엘프들이 엔디미온을 떠날 때··· 특히 잘 관리해달라고 부탁한 곳이란다.”
에오넬이 태어났을 때는 이미 엔디미온을 떠난 하이 엘프들이었다.
하지만 선대 페어리 퀸은 하이 엘프들이 거하던 시절의 엔디미온을 기억했다.
“어머니는 하이 엘프들의 친구셨죠?”
“응, 그랬단다. 하이 엘프들은 우리 와일드 페어리들의 친구였으니까. 온천도, 정원도 마음껏 사용하게 해주었지.”
“저도 온천 좋아해요.”
“과연 내 딸이구나.”
“헤헤헤.”
선대 페어리 퀸은 에오넬의 머리를 쓰다듬어주었고, 에오넬은 그 손길을 즐겼다.
한 순간의 꿈이었지만 페어리인 그녀는 굳이 꿈과 현실을 구분하지 않았다.
“에오넬.”
“네, 엄마.”
“이곳을··· 엔디미온을 잘 부탁한단다. 언젠가··· 언젠가 하이 엘프들이 돌아왔을 때 가슴을 펴고 자랑할 수 있도록··· 우리 페어리들이 하이 엘프들과의 우정을 결코 소홀히 하지 않았다고 말할 수 있도록.”
엔디미온 전체를 관리하는 것은 무리였다.
하이 엘프들도 거기까지는 바라지 않을 터였다.
그저 그들과 페어리들의 우정이 함께했던 장소들만이라도- 온천들과 정원들만이라도 잘 보존될 수 있도록.
“네, 엄마. 꼭 그럴게요.”
“후후후, 착하기도 하지.”
“약속드려요. 꼭이요. 손가락 걸어도 좋아요.”
“그래, 손가락 걸고 약속이란다.”
“네, 엄마.”
에오넬은 예쁘게 웃었고, 선대 페어리 퀸은 그런 에오넬을 꼭 끌어안았다. 천장에 자리한 색유리에서 부서져 흩어지는 햇살을 받으며 서로의 온기를 나누었다.
“어머니.”
에오넬은 눈을 떴다.
그리고 자신이 페어리 퀸이라는 사실을 자각했다.
하지만 그녀는 잠시나마 꿈에 젖었다. 현실을 마주하는 대신 잠시 동안의 도피를 선택했다.
사라락. 사라락.
어느새 공간을 뛰어넘어 자신의 방을 나선 그녀는 드레스 자락으로 바닥을 끌며 앞으로 나아갔다.
눈앞에 보이는 광경을 마주하였다.
“하하··· 하하하······.”
너무 어처구니없는 상황을 마주하면 웃음이 나온다고 했던가.
눈앞의 광경은 달라지지 않았다.
꿈속의 광경은 이제 정말 꿈속에만 남아 있었다.
완벽한 폐허.
폐허라고 밖에 표현할 수 없는 대붕괴의 현장.
페어리 퀸은 우아한 미소를 애써 잃지 않았다.
금방 다시 빈혈기가 돌았지만 꿋꿋하게 버티고 섰다. 하지만 입 밖으로 약한 목소리가 흘러나오는 것만은 막을 수 없었다.
“꿈이··· 아니었구나.”
꿈이었다면 좋았을 텐데.
꿈이었다면.
그냥 거짓말이었다면.
“어머니, 죄송해요.”
에오넬은 약속을 지키지 못 했어요.
못된 아이에요.
잘못했어요.
페어리 퀸의 뺨을 따라 또르르 눈물이 흘러내릴 때, 그 광경을 몰래 숨어 지켜보는 이들이 있었다.
“유, 유더야. 어떡하지? 쟤 우나봐.”
“···그럼 울지 안 울겠냐.”
엔디미온이 완전히 붕괴해버렸는데.
유더가 눈을 가늘게 뜨며 말하자 코델리아는 양쪽 검지를 소심하게 맞부딪히며 입술을 움츠렸다.
그 모습에 유더는 다시 한숨을 쉬며 말을 이었다.
“하아··· 거기다······ 너 진짜 악마니? 어떻게 그런 말을 할 수가 있냐.”
“뭐, 뭐가.”
“엔디미온이 없어졌으니 이제 엔디미온에 악마가 나타날 일이 없다니··· 이러니 오늘도 사탄이 일자리를 잃지.”
이 얼마나 악마적인 발상인가.
아니, 발상은 그렇다 치고 그걸 입 밖으로 내어 말하다니. 그것도 그렇게 사랑스러운 얼굴과 표정으로.
“우윽.”
유더의 지적에 코델리아는 한층 더 움츠러들었지만 다른 건 몰라도 지금의 발언에 대해서는 할 말이 있었다.
“니, 니가 가르쳐 준 거잖아.”
“뭐가.”
“아니, 그··· 다리 부쉈을 때······.”
락토를 잡기 위해 다리를 부쉈을 당시를 이야기하는 코델리아였다.
애당초 이 발언의 원조는 코델리아 자신이 아닌 유더였다.
하지만 코델리아의 소심한 반박에 유더는 끌끌끌 혀를 차더니 눈을 가늘게 뜨며 말했다.
“그거랑 이게 같니? 그리고 때와 장소라는 게 있지 않을까?”
맞는 말이었다.
코델리아는 더욱 움츠러들었고, 유더는 그런 코델리아의 뺨을 양 손으로 쭉 잡아당겼다.
“우그으.”
평소라면 길길이 날뛰며 반항했을 코델리아였지만 이번에는 그러지 않았다.
풀죽은 얼굴로 징벌을 받아들일 뿐이었다.
하지만 그 시간이 그렇게 길지는 않았다.
“지켜보고 있는 거 다 안단다. 앞으로 나오렴.”
페어리 퀸의 부름에 유더와 코델리아는 동시에 움찔하더니 이내 헛기침을 토하며 앞으로 나섰다.
“유더, 코델리아.”
“여왕님.”
유더가 작게 답했고, 코델리아는 페어리 퀸의 눈치를 살피며 고개를 조아렸다.
그 모습에 페어리 퀸이 우아한 미소를 머금었다.
“괜찮단다. 그렇게 기죽은 얼굴 하지 않아도. 엔디미온을 지키기··· 아니, 구하기··· 아니, 아무튼 세계를 위해서였잖니.”
중간에 약간 흐트러지긴 했지만 그래도 끝까지 우아한 미소를 유지한 페어리 퀸이었다.
“지옥의 문을 닫기 위해서였다지?”
“예, 지옥의 문이 그대로 성장했다면··· 끔찍한 참극이 벌어졌을 겁니다. 코델리아의 손속이 다소 과하긴 했지만 당시로서는 딱히 다른 방법이 없었습니다. 코델리아가 모두를 대신해 결단을 내린 덕분에 저 역시 목숨을 구할 수 있었고요. 만약 벌을 내리신다면 제가 대신 받도록 하겠습니다.”
유더가 변호하는데 그치지 않고 대신 벌을 받겠다고까지하자 코델리아는 깜짝 놀란 얼굴로 눈을 깜박였고, 페어리 퀸은 고개를 가로저었다.
“아니, 벌이라니 가당치 않단다. 네 말대로 코델리아가 모두를 구한 것이니. 그리고··· 애당초 정해진 구역 외에 다른 곳들의 관리를 소홀히 한 나의 잘못도 있다고 생각한단다. 지옥의 문이 열렸다는 사실 자체를 모르고 있었으니 말이다.”
지옥의 문의 위험성이라면 페어리 퀸 역시 잘 알고 있었다.
유더의 말마따나 그대로 지옥의 문이 성장했다면 일단 페어리들부터가 무사하지 못 했으리라.
“그러니 코델리아, 가슴을 펴거라. 비록 엔디미온은 사라졌지만··· 네가 세계를, 우리 페어리들을 구한 사실만은 분명하지 않니.”
“여왕님······.”
코델리아의 눈이 감동으로 촉촉이 젖기 시작했다.
페어리 퀸은 그런 코델리아의 반응에 작게 웃더니 계속해서 말했다.
“레나라는 이름은 나도 안단다. 파라곤 왕국의 비극을 끝낸 다섯 영웅들 가운데 하나인 성천사 레나. 하지만 지금은 악마병에 걸린 것 같구나.”
“네, 맞아요. 레나를 치료해야만 해요.”
코델리아가 마음이 앞서 빠르게 말하자 페어리 퀸 역시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네 말이 맞단다. 그녀 또한 우리의 은인이니 돕는 것이 마땅하겠지.”
“여왕님······.”
코델리아가 다시 감동한 얼굴로 눈시울을 붉혔다.
유더 역시 속으로나마 연신 감탄을 토했다.
‘진짜 여왕이네.’
눈앞의 자애로운 여인이 자신이 아는 페어리들과 동족이라는 사실이 믿기지 않는 유더였다.
어찌되었든 참으로 우아한 페어리 퀸은 그대로 돌아서며 말을 이었다.
“악마병은 지옥의 기운이 몸에 축적되어 걸리는 병이란다. 그러니 성스러운 기운으로 지옥의 기운을 씻어내면 악마병도 나을 수 있을 거란다.”
정론이었다.
실제로 게임에서도 악마병을 치료하는 가장 빠른 방법은 큰 신전에 가서 기부금을 왕창 때려 박은 뒤 성가대의 찬송가를 들으며 성수로 목욕재계하는 것이었으니 말이다.
“멀지 않은 곳에 성지가 있단다. 야생신들의 왕이신 황금의 용께서 오랜 옛날 태양신 솔라리 님과 교류한 장소란다.”
“오······.”
유더가 저도 모르게 감탄했다.
그도 그럴 것이 페어리 퀸의 이야기대로면 두 신이 함께 머문 땅이었으니 말이다.
그야말로 성지 가운데 성지라 할 수 있었다.
“위치를 알려줄 터이니 레나를 데려가 지옥병을 치료하려무나.”
“정말요?”
“그래, 정말이란다.”
“와! 여왕님 최고에요! 정말 감사해요!”
금방이라도 페어리 퀸을 끌어안을 기세인 코델리아였지만, 절대적인 신장 차가 그런 행동을 막아주었다.
페어리 퀸은 자신을 끌어안으려다가 주춤하는 코델리아의 모습에 작게 웃더니 이내 유더를 돌아보며 말했다.
“유더.”
“예, 여왕님.”
“노파심에 하는 말이지만······.”
말끝을 흐리던 페어리 퀸은 돌연 헛기침을 하더니 슬쩍 다른 곳을 돌아보며 말했다.
“거긴 부수면 안 된다.”
성지는.
성지만은.
“물론이죠. 제가 어떻게든 최악의 사태만은 막겠습니다.”
유더가 결연한 얼굴로 맹세하듯 말하자 코델리아의 얼굴이 순간 붉어졌다.
그 상태로 어버버 거리던 그녀는 다급한 어조로 페어리 퀸에게 말했다.
“야, 약속할게요! 얌전히 다녀오기만 할게요! 정말요!”
“그래, 믿는단다. 정말로. 진짜. 제발. 제발······.”
우아한 미소는 그대로였지만 마지막에는 목소리에 절박함이 실린 페어리 퀸이었다.
정말 성지만은 안 되었으니까.
성지만은 지켜내야 했으니까.
성지만은!
“야, 약속할게요. 정말루······.”
코델리아가 의기소침해져서 어깨를 움츠리며 약속하자 유더가 다시 앞으로 나섰다.
“여왕님, 제가 책임지고 코델리아로부터 성지를 지키겠습니다.”
“그래, 믿는단다.”
“나 악마 아닌데······.”
페어리 퀸의 애틋한 눈빛과 유더의 결연한 맹세와 코델리아의 소심한 중얼거림이 뒤섞인 직후.
페어리 퀸은 다시 코델리아를 돌아보며 말을 이었다.
“미안하구나. 내가 너무 기를 죽였구나. 아까 이야기한 것처럼 네가 우리를 구한 것만은 사실이니 어깨를 펴려무나. 당당해도 좋단다. 쉽게 내릴 수 없는 결단을 내린 용사잖니.”
“흑흑, 여왕님.”
병주고 약주고 너무해요.
속마음이 빤히 보이는 코델리아의 얼굴에 페어리 퀸은 조금은 장난스럽게 웃었고, 유더 또한 미소를 머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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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다행이다. 레나를 치료할 방법이 생겨서.”
“그러게.”
일반적인 지상과는 시공간 모두가 다른 페어리들의 거처는 제대로 된 휴식을 취하기에는 썩 좋은 장소가 아니었다.
때문에 레나와 카플란은 현재 엔디미온의 폐허 인근에 자리한, 요행히 무너지지 않은 외곽부의 온천에 머물고 있었다.
“우후훙, 신난다. 성지에 가면 레나가 악마병이 나을 거고, 그러면 레나가 천사의 힘을 되찾을 거고, 그러면 레나의 피도 얻을 수 있겠지?”
온천으로 향하는 길을 씩씩하게 걸으며 연신 웃음을 흘리던 코델리아는 아예 노래까지 부르기 시작했다.
“레~나의 피~ 뚜 루루 뚜루~ 성스러운~ 뚜 루루 뚜루~ 천사의~ 뚜 루루 뚜루~ 레나의 피~.”
충분히 귀엽고 사랑스러운 노래와 몸짓이었지만 유더는 슬쩍 거리를 벌렸고, 그런 유더를 포착한 코델리아가 눈을 흘겼다.
“왜?”
“아니, 그걸 몰라서 묻니. 스스로를 돌이켜보렴.”
피 타령을 하며 해맑게 웃는 미소녀라니.
“음······.”
“이상하지?”
“흥. 안 이상하거든?”
하지만 얼굴이 빨개진 걸 보니 부끄럽긴 한 모양이었다.
유더는 작게 웃으며 말을 이었다.
“아무튼 잘 됐네. 레나도 구했고, 이대로 가면 천사의 피도 손에 넣을 수 있을 테고.”
“응응, 선조회귀도 하고··· 그럼 이것도 활성화가 가능할 거야!”
소리 높여 말한 코델리아가 번쩍하고 꺼내든 것은 여행 내내 등에 찰싹 붙이고 다닌 ‘천상의 심판’이었다.
대천사 아우리엘이 직접 벼린 백 자루의 검들 가운데 하나이자, ‘심판의 날’을 사용할 수 있는 강대한 마법기.
현재는 봉인된 상태라 검이라기 보다는 몽둥이게 가까운 상태였지만, 천사의 힘을 손에 넣으면 코델리아 말처럼 봉인 해제가 가능해질 터였다.
“경사네, 경사야.”
“응응, 레나를 구한 게 특히 좋아.”
시네마틱 무비 속에서 무척이나 고통스러운 표정을 지은 채 쓸쓸히 죽어가던 그녀의 모습이 지금도 눈에 선했으니까.
레나를 구했다.
본래라면 죽음을 맞이했을 영웅전기1편의 영웅을 구해냈다.
‘의미가 커.’
영웅전기1편의 다섯 주인공들 가운데서 2편 이후에도 활동한 것은 검귀 카마엘이 유일했다.
만약 그렇지 않았다면.
다섯 주인공들 모두가 살아남아 아마겟돈을 막기 위한 싸움에 나섰더라면.
‘그 만약을 이루어야해.’
레나만이 아니었다.
아직 죽음의 명확한 원인조차 알 수 없지만 철인 란디우스 역시 어떻게든 구하고 말 터였다.
‘나머지 두 사람도.’
사령술사 벨키안과 드루이드 프란 역시.
그리고 나아가서는 영웅전기2편의 영웅들 역시.
“무슨 생각해?”
“좋은 생각.”
“또 이상한 소리한다.”
코델리아의 핀잔에 키득 웃은 유더는 다시 성지 쪽으로 이야기를 돌렸다.
“아무튼 이번에 가는 곳에는 용맥이 없길 바라야겠네.”
“그게 무슨 이야기야?”
“아니, 그냥 그렇다고.”
유들유들 답한 유더는 딴청을 부렸고, 코델리아는 입술을 삐쭉였지만 잠깐 뿐이었다.
“빨리 가자. 레나한테 좋은 소식 전해주고 싶어.”
“그래.”
나란히 발걸음을 내딛던 두 사람은 누가 먼저랄 것 없이 속도를 높이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런 두 사람의 발아래.
지하 깊은 곳.
연속된 용맥의 폭주가 이변을 초래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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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31장 - 성지 >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