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33장 - 불사조 #2 >
&
야생신 칼날노래와 야만족 전사 태양노래.
사실 유더와 코델리아 두 사람 모두 이미 알고 있는 이름이었다.
‘야만족의 대침공 이벤트에서 선봉장 역할을 하는 녀석들이니까.’
잔혹하고 폭급한 야생신 칼날노래와 두 손이 항상 새로운 희생자들의 피로 젖어있다 하여 블러디 핸드라 불린 태양노래.
둘 모두 피에 미친 광전사라는 느낌이었는데, 고운눈바람의 이야기를 쭉 들어보니 애당초 타락하기 전에도 꽤 호전적인 성격들인 모양이었다.
‘그나마 다행인 건 전투 스타일을 안다는 건가.’
타락 전후로 얼마나 변하였는지는 알 수 없지만, 타락했다 하여 갑자기 싸우는 방식이 완전히 바뀌지는 않았을 터였다.
‘주술노래랑 칼을 썼지?’
코델리아의 눈빛에 유더는 고개를 끄덕였다.
칼날노래 부족의 전사들은 타락한 상태에서도 늘 노래를 부르며 싸웠는데, 주술적 힘을 가진 노래로 스스로를 강화하고 적들의 힘과 사기를 약화시키기 위함이었다.
‘전투 패턴 외우고 있어?’
‘어.’
‘역시 우리집 유더야.’
코델리아의 얼굴에 미소가 번졌고, 그 미소가 다시 유더를 기쁘게 하였다.
‘그런데 진짜 기묘할 정도네.’
‘뭐가?’
‘눈빛만으로 이렇게 통하는 게.’
‘그러게.’
어쩌면 양쪽 모두 다른 생각을 하고 있는데 ‘이러이러한 눈빛을 보내는 거야~’라고 오해하는 것은 아닐까.
‘뭐, 그 정도는 아니겠지.’
늬앙스 차이 정도는 있어도.
어찌되었든 유더는 다시 고운눈바람을 보며 물었다.
“고운눈바람 님, 카라발 의식의 거행일은 언제인지 알 수 있을까요?”
“돌아오는 태양의 날에 싸우기로 했으니 앞으로 여드레 뒤에요.”
8일 뒤.
예상은 했지만 역시나 촉박한 일정이었다.
유더가 다시 물었다.
“이번 일이 문제가 된 건··· 역시 현재 상황에서는 태양노래가 붉은바람보다 강하기 때문이겠죠?”
확인차 던진 물음에 고운눈바람은 우울한 표정을 짓더니 고개를 끄덕였다.
“태양노래는 강한 전사들이 많은 칼날노래 부족에서도 손에 꼽히는 전투의 천재에요. 주술 쪽으로도 타고났고요. 처음 태어났을 때 칼날노래가 어찌나 자랑을 하고 다녔는지······ 하아······ 거기다 나이차도 꽤 나니까요. 붉은바람은 이제 겨우 열여섯 살인데 태양노래는 벌써 스물두 살인 걸요.”
붉은바람이 이제 막 강해지려하는 새싹이라면 칼날노래는 이미 강해져서 전성기를 향해 나아가는 젊은 나무인 셈이었다.
붉은바람을 몹시나 아끼는 코델리아는 고운눈바람과 마찬가지로 우울한 얼굴이 되더니 다시 손을 빼꼼 들며 물었다.
“고운눈바람님, 객관적인 전력 차가 너무 나는데도 카라발이 의미를 갖나요?”
평소의 코델리아답지 않게 꽤 논리적인 주장이었지만 고운눈바람은 고개를 끄덕였다.
“네, 다소 억지이긴 하지만 야생의 땅은 기본적으로 약육강식 강자존의 세계니까요. 더욱이 이번 카라발은 연합의 대표를 뽑는 것이니··· 강한 전사가 대표가 되는 것이 당연하지 않느냐는 의견도 많아요.”
즉, 애당초 카라발에 강한 전사를 내보내지 못하는 부족이면 대표를 맡을 자격이 없다는 소리였다.
“역시··· 붉은바람이 태양노래를 이기는 게 유일한 방법이겠군요.”
“네, 그래서 고민인 거고요.”
객관적인 전력 차가 눈에 보일 지경이었으니까.
고운눈바람은 어깨를 축 늘어트리며 우울해 했고, 코델리아는 마찬가지로 어깨를 축 늘어트리더니 유더를 돌아보았다.
‘어떡하지?’에 가까운 코델리아의 눈빛이었지만, 유더에게는 마치 ‘어떻게든 해줘’로 보였고, 그렇기에 유더는 앞으로 나서며 말했다.
“알겠습니다. 저와 코델리아가 어떻게든 해보겠습니다.”
“두 사람이요?”
고운눈바람이 눈을 깜박이며 물었다.
그도 그럴 것이 애당초 별 기대없이 그저 고민을 나누고자 이야기를 꺼낸 고운눈바람이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러나저러나 이미 여러 야생신을 구하고 악마 추종자들을 쓰러트린 유더와 코델리아였다.
막연한 믿음과 기대에 고운눈바람이 기뻐하니, 코델리아 역시 가슴을 두드리며 말했다.
“맞아요, 저와 유더가 어떻게든 해볼게요. 너무 걱정하지 마세요.”
“아아··· 정말 고마워요. 두 사람이야말로 야생의 땅의 구원자가 분명해요.”
고운눈바람이 마치 기도하듯 두 손을 모아쥐며 말하자 코델리아가 순간 번쩍하고 고개를 들더니 유더를 돌아보았다.
“맞다! 우린 야생의 땅의 수호자잖아? 황금의 용왕이 인정한. 그러니까 칼날노래한테 우리가 요청하면 뭔가 되지 않을까?”
야생의 땅의 모든 야생신들이 유더와 코델리아를 지원해줄 것이라고 황금의 용왕이 말하지 않았던가.
하지만 유더는 고개를 가로저었다.
“아니, 설사 통한다 해도··· 제대로 된 연맹을 구축하려면 역시 붉은바람이 태양노래를 이겨야 할 거야.”
“우그으··· 역시 그런가.”
권위로 찍어눌러 힘을 합쳐봐야 제대로 된 연맹이 될 리 없었으니 말이다.
“어··· 그런데 두 사람, 야생의 땅의 수호자라니 무슨 이야기인가요?”
“아 그게······.”
고개를 갸웃하며 묻는 고운눈바람에게 코델리아는 칼날부리 협곡에 도착한 이후 벌어진 일들을 간략히 설명했다.
“맙소사, 그런 일들이 있었다니.”
혼란과 기대, 분노와 기쁨 등등 수많은 감정이 뒤섞인 눈으로 고운눈바람은 연신 손뼉을 쳤다.
용맥 전체를 오염시켜 야생의 땅을 통으로 타락시키려는 악마 추종자들에 대한 분노와 황금의 용왕이 돌아와 모든 사태를 해결해줄지도 모른다는 기대 때문이었다.
“본래도 두 사람의 요청에는 무엇이든 응할 생각이었지만, 황금의 용왕께서 수호자로 삼으셨다면 더더욱 그래야겠죠. 필요한 건 뭐든지 말씀하세요.”
고운눈바람이 주먹을 불끈 쥐며 말하자 코델리아는 각종 신기들을 떠올렸지만 유더는 일단 더 급한 것을 요구했다.
“고운눈바람님, 위대한폭풍 부족의 마을로 저희 짐들을 보내주셨으면 합니다.”
“네? 두 사람의 짐이요?”
“예, 아무래도 서둘러야 할 것 같으니까요.”
거기까지 말한 유더는 코델리아를 돌아보았고, 잠시 무슨 말인가 싶어 눈을 깜박이던 코델리아는 어느 순간 이해했다. 고개를 끄덕이더니 고운눈바람에게 말했다.
“일단 위대한폭풍 부족의 마을에 가서 붉은바람을 만나볼게요. 서둘러야 하니 짐까지 챙겨 갈수는 없을 것 같아요.”
“아, 네. 그런 것이라면 맡겨주세요.”
고운눈바람이 이해했다는 듯 손뼉을 치자 코델리아는 바로 다시 유더를 돌아보았고, 유더는 두말없이 돌아서서 코델리아에게 등을 보였다.
“가자.”
“응!”
바로 답한 코델리아는 폴짝 뛰어오르더니 익숙한 동작으로 유더의 등에 찰싹하고 업혔다.
“그럼 카라발 때 뵙겠습니다.”
“그때 뵈어요!”
“어··· 네.”
고운눈바람이 다소 놀란 얼굴로 손을 흔들자 더는 기다릴 것이 없었다.
유더는 고운눈바람의 처소를 나가자마자 황금빛 선풍을 일으켰고, 코델리아는 유더의 목을 꼭 끌어안으며 말했다.
“가자, 유델리아.”
유더와 코델리아가 합체했으니 유델리아.
뜬금없는 이야기에 순간 기가 흐트러질 뻔한 유더였지만 이내 코델리아를 고쳐 업은 뒤 지면을 박차며 말했다.
“그나마 코더가 아니라 다행이네.”
“그쪽이 더 좋아?”
거기까지였다.
유더는 대답 대신 바람이 되었고, 질풍같은 질주 속에서 코델리아는 눈을 감았다. 유더의 목을 조금 더 세게 끌어안았다.
&
“와! 언니! 오빠!”
위대한폭풍 부족의 마을.
중간에 몇 번 쉬기는 했지만, 달리고 또 달린 끝에 하루가 채 지나기도 전에 위대한폭풍 부족의 마을에 도착한 유더와 코델리아를 붉은바람이 반겨주었다.
“오랜만이야, 그간 잘 지냈어?”
“잘 지냈다. 이것 봐라. 새로운 친구다.”
활짝 웃으며 말한 붉은바람이 손바닥을 펼치니 작은 불꽃이 퐁하고 피어올랐다.
최하급 불의 정령인 사리아였다.
“언니 말 따랐다. 정령술 공부한다.”
구김 없이 활짝 웃는 모습이 너무나 밝고 명랑했기에 유더와 코델리아 모두 미소를 지었지만, 서로를 돌아보았을 때는 다른 눈빛을 보냈다.
‘역시··· 별로 강해지지 않은 것 같지?’
‘아직 한 달도 안 지났으니까.’
여기저기 들쑤시고 다닌 것 같지만, 실질적으로 야생의 땅에서 보낸 시간은 아직 한 달이 채 되지 않는 유더와 코델리아였다.
아무리 한창 성장할 때인 열여섯 어린 나이라 해도 한 달 사이에 강해져봐야 얼마나 강해지겠는가.
‘그럼 우리는?’
‘어··· 비정상?’
한 달 사이에 몇 배는 더 강해진 두 사람이었으니까.
어찌되었든 지금 중요한 것은 유더와 코델리아가 아닌 붉은바람이었다.
때문에 두 사람은 다시 붉은바람에게 집중했다.
“붉은바람아, 이번에 카라발에 나간다고?”
코델리아가 조심스럽게 묻자 붉은바람의 얼굴이 순간 경직되었지만 이내 다시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다. 최선을 다할 거다. 모두를 위해 싸울 거다.”
주먹을 불끈 쥐며 당차게 말했지만 코델리아는 본능적으로 직감했고, 유더는 붉은바람의 연기를 꿰뚫어 보았다.
‘무서워 하고 있어.’
단순히 자기보다 강한 상대와 싸워야한다는 사실이 무서운 게 아니었다.
패배했을 때 일어날 일들.
모두의 기대를 저버릴 것에 대한 두려움.
조금 전과는 달리 잔뜩 경직된 미소가 많은 것들을 알려주었다.
때문에 코델리아는 붉은바람의 떨리는 손을 꼭 잡아주며 말했다.
“괜찮아, 나랑 유더가 도와줄게. 태양노래를 이길 수 있을 거야.”
“정말이다?”
“정말이야.”
활짝 웃은 코델리아는 붉은바람을 꼭 안아주었고, 붉은바람은 코델리아의 품에서 울상을 지었다.
울지는 않았지만, 그간 얼마나 속으로 힘들어했는지를 알 수 있었다.
‘음.’
유더는 얌전히 기다렸고, 꽤나 길게 이어진 포옹을 끝낸 코델리아는 붉은바람의 뺨을 어루만지며 말했다.
“오늘은 늦었으니까 일단 쉬고, 내일 마저 이야기하자. 알았지?”
“알겠다. 언니 너무 좋다.”
“나도 좋아.”
응석 부리듯 재차 안기는 붉은바람을 꼭 안아준 코델리아는 유더를 보았고, 유더는 고개를 끄덕여 주었다.
&
“근데 진짜 어떡하지.”
붉은바람이 안내해준 숙소 안.
밤이 너무 늦은 터라 붉은질풍이나 거친눈사태와의 대화는 내일로 미룬 유더와 코델리아는 나란히 누워 천막의 지붕을 쳐다보았다.
남은 시간은 이제 겨우 일주일.
그 사이에 붉은바람이 태양노래를 이길 수 있을 정도로 강해지는 것이 가능할 것인가.
“카플란하고 붙어 다니게 해볼까?”
네임드 몬스터들을 잔뜩 잡으면 폭업이 가능하지 않을까?
“말은 되지만 시간이 부족해. 카플란이 있는 곳까지 가는 데만 며칠은 걸릴 테니까.”
남은 시간은 겨우 7일이었다.
이동에 낭비할 시간 따위 없었다.
“으으으··· 그럼 어떡하지. 템세팅 오지게 해줄까?”
“그건 기본이겠지만··· 그것만으로는 부족하겠지?”
아무리 템빨이 좋아도 한계가 있었으니까.
더욱이 자애로운 페어리 퀸 덕분에 속성별로 풀세트를 맞출 수 있게 된 유더와 코델리아였지만, 어디까지나 지금 레벨에 어울리는 풀세트를 맞출 수 있다는 거지 무슨 전설 세트나 신화 세트를 맞출 수 있는 것은 아니었다.
“그래도 기본적인 스펙은 어찌어찌 맞출 수 있을 거야.”
“속성력도 강화하구.”
불의 정령을 다루기 시작한 붉은바람이니 불 속성 세팅을 해주면 좋으리라.
“하아··· 역시 부족해. 뭔가 더 있어야 해.”
자리에 누운 채 버둥거리던 코델리아는 고개를 옆으로 돌렸고, 몇 걸음 떨어진 침대 위에 옆으로 누워있던 유더는 그런 코델리아와 시선을 맞추었다.
“유더야?”
“강경책을 쓰는 수밖에 없을 것 같아.”
“강경책이라니?”
코델리아가 자리에서 일어나 앉으며 묻자 유더 역시 자리에서 일어나며 답했다.
“불사조를 잡자.”
“뭐?”
“불사조.”
“피닉스를 지금 시점에 잡자고?”
“어, 그 수밖에 없어.”
불사조.
정확히는 레크리스 파이어.
원작에서는 정령전사 테크를 탄 붉은바람이 반드시 얻어야 하는 필수 정령 정도 되는 존재였다.
“불사조를 얻으면 정령전사로서의 포텐 자체가 미친 듯이 커지는 건 물론이고, 당장에 펼칠 수 있는 기술들도 엄청나게 강해질 거야.”
원작에 등장하는 불사조의 스토리는 다음과 같았다.
강력하지만 사악한 불의 정령이었던 레크리스 파이어는 야생의 땅에서 온갖 횡포를 부렸고, 이에 분노한 무명의 정령전사가 레크리스 파이어를 제압해 고대의 신전에 봉인해버렸다.
“그 후로 오랜 시간이 지나 모두가 잊어버렸는데 붉은바람이 우연히 유적을 발견했지.”
“봉인에서 깨어난 레크리스 파이어를 붉은바람이 물리쳤고-”
“불사조는 죽었다가 부활했어. 부활하면서 성격이 반전되어 착한 정령이 되었고.”
“거기에 자신을 쓰러트린 붉은바람을 인정해 주인으로 모시게 되었지.”
이야기 자체는 무난했다.
유적의 위치는 유더위키가 있으니 문제 없었다.
“아니, 믿어주는 건 고마운데.”
“몰라?”
“알아.”
때문에 진짜 문제가 되는 것은 이벤트가 발생하는 시점이었다.
“북부 야만족 이벤트가 전부 끝나고, 이미 꽤 강해진 붉은바람이 폐허가 된 위대한폭풍 부족의 마을에 찾아갈 때니까.”
한 마디로 지금보다 한참 뒤의, 붉은바람이 적어도 지금보다 열 배는 더 강해진 시점의 이야기란 소리였다.
“안 돼, 무리야. 붉은바람이 지금 불사조를 어떻게 잡아.”
코델리아가 어깨를 축 늘어트리며 말하자 유더는 고개를 가로저었다.
“아니, 할 수 있어. 우리가 도와주면 될 거야.”
“쩔해주자고? 아니, 당장 우리 둘이 지금 힘을 합쳐도 잡을 수 있을지 없을지 모를 불사조를?”
“해봐야지. 그리고··· 막타만 넘기면 어떻게든 될 거야.”
불사조의 인정을 받는 일 역시 필요했으니까.
“그걸로 될까?”
“되길 바라야지.”
당장은 방법이 이것뿐이었으니까.
“으으으··· 좋아, 까짓 거 해보자. 응, 해보는 거야.”
“그래, 해보자.”
“응응, 할 수 있어.”
짐짓 기운차게 말한 코델리아는 바로 다시 침대에 누운 뒤 이불을 뒤집어 쓰고 눈까지 꼭 감았다.
“그럼 내일을 위해 자자. 잘 자, 유더야.”
“그래, 내 꿈 꾸고.”
“생각해볼게.”
새침하게 답한 코델리아는 그대로 깊은 잠에 빠져들었고, 오늘 하루 무리를 한 유더 역시 깊은 잠에 빠져들었다.
그리고 다음날 아침.
“와··· 이거 전부 나 주는 건가?”
눈을 휘둥그레 뜬 붉은바람이 스스로를 돌아보며 물었다.
그야말로 반짝반짝.
머리부터 발끝까지 마도구로 도배를 하다시피 한 붉은바람이었다.
그리고 그런 그녀의 순박한 물음에 유더는 상큼한 미소를 지으며 답했다.
“아니, 빌려주는 거란다.”
확실히 할 것은 확실히 해야 했으니까.
“미안.”
코델리아도 어색한 얼굴로나마 웃으며 말하자 붉은바람은 다소 실망한 듯 어깨를 늘어트렸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이러나저러나 마도구들 덕분에 강해진 힘에 다시 활기찬 표정을 지었다.
“많이 강해졌다. 이제 태양노래와 싸울 수 있다.”
“응응, 하지만 아직 부족해. 그러니까 이제 연습 좀 하자.”
“연습 말인가?”
“어, 더 빠르고 강한 속도와 힘에 익숙해지는 연습.”
거기까지 말한 코델리아는 대뜸 붉은바람에게 헤이스트와 스트랭스를 중첩해서 걸어버렸다.
“이제 뛰어봐.”
“응? 뛰··· 꺅?!”
평소와 전혀 다른 힘과 속도에 적응하지 못 한 붉은바람이 화려하게 나자빠졌고, 유더와 코델리아는 예상대로의 상황에 느긋한 표정을 지으며 서로를 보았다.
“반나절이면 되겠지?”
“그 정도면 적응하겠지.”
일단은 강화된 상태에 익숙하게 만든다.
아예 자리까지 펴고 앉은 유더와 코델리아는 붉은바람이 자기 몸을 가누지 못 해 발버둥 치는 모습을 가만히 지켜보았다.
그리고 다시 몇 분.
코델리아는 문득 유더를 돌아보며 말했다.
“그런데 유더야.”
“응?”
“만약에 말인데, 진짜진짜 만약에 말인데.”
“어, 진짜 만약에.”
“불사조가 너나 나를 주인으로 생각하면 어떻게 하지?”
코델리아의 소박한 물음에 유더는 순간 멈칫하더니 이내 어색하게 웃으며 답했다.
“에이, 설마.”
“그렇지? 설마겠지?”
“그래, 설마.”
하지만 왜일까.
이 불길한 기분은.
잠깐의 침묵을 공유한 유더와 코델리아는 다시 앞을 보았고, 화려하게 엉덩방아를 찧는 붉은바람의 모습에 미간을 좁혔다.
&
< 제33장 - 불사조 #2 >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