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37장 - 결착 >
제37장 - 결착
폭발이 끝났다.
어둑시니의 자폭은 저지되었고, 더 이상 고통에 찬 야생신의 비명을 들려오지 않았다.
하지만 모두 끝난 것은 아니었다.
“야! 유더! 야!”
유더의 품에서 코델리아가 바둥거리며 소리쳤다. 어둑시니는 사라졌지만 아직 그와 함께 나타난 마물들은 건재했기 때문이다.
“유더야! 야! 일어나고 있다고!”
코델리아의 마지막 말은 포효와 기합소리에 묻혔다. 마물들과 전사들이 재차 싸움을 개시했기 때문이다.
“으으··· 기절했나?”
코델리아 자신도 자신이었지만, 유더도 기를 엄청나게 소모했으니까. 더욱이 마나 드레인까지 당했으니 여력이 없기는 했을 터였다.
물론 엎드린 것도 아니고, 바로 누운 자세에서 코델리아를 안은 채- 정확히는 코델리아가 빠져나가지 못 할 정도의 힘을 준 상태로 기절한다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긴 했지만, 코델리아는 깊이 생각하는 대신 바로 행동을 시작했다.
“마나 드레인.”
“끄아악?!”
“어, 깼다.”
“안 깨겠냐?!”
코델리아가 마나 드레인을 펼치자마자 고통스런 신음을 토한 유더가 눈을 번쩍하고 떴다.
“아니, 탈진해서 기절한 사람한테 마나 드레인을 써?”
체력이 이미 0인데 거기서 더 체력을 뺏어간다고?
“에이, 안 죽어, 안 죽어.”
“그런 문제냐.”
“아무튼 깼으니까 다행이네. 일단 마저 마력 좀 마저 빨게.”
“뭐? 야 잠··· 끄으윽.”
유더의 상체 위에서 몸을 일으켜 세운 코델리아는 앉은 상태 그대로 마나 드레인을 펼치더니 이내 반지 낀 손을 가슴으로 당겨 마법을 발동시켰다.
“쉴드.”
체이스 백작의 반지에 걸린 방어 마법.
유더와 코델리아가 꼭 붙어 있는 상황이었기에 강화된 쉴드가 펼쳐졌고, 코델리아는 그제야 안심했다는 듯 어깨를 늘어트렸다.
“후, 쉴드 펼칠 마력도 없었거든.”
어둑시니 밀어내는데 전부 다 때려 박느라.
“건전지가 옆에 있어서 다행이야.”
헤죽 웃은 코델리아는 유더의 가슴을 탁탁 두드렸고, 그런 코델리아를 올려다본 유더는 뚱한 표정을 지었다.
“진짜 사람이 너무해.”
“너만 할까.”
다시 히히 웃은 코델리아는 쉴드 안에서 밖을 보았다.
폭발의 중심지라 그런지 주변에는 마물들이 없었지만, 말 그대로 주변일 뿐이었다. 사방으로 10미터도 안 될 거리에서 마물들과 전사들이 격렬한 전투를 펼치고 있었다.
“도와줘야겠다. 포션 가진 것 좀 있어?”
“체력 포션 밖에 없어.”
야생의 땅에 온 이후 보급이 끊긴 포션이었다.
마나 포션은 아까 코델리아에게 먹인 하나가 마지막이었다.
“음, 그럼 체력 포션은 있다는 거네?”
방긋 웃은 코델리아가 유더의 허리춤을 뒤적이자 유더가 요동을 쳤다.
“야야, 설마 체력 포션 먹여서 회복시킨 다음에 마나 드레인 쓴다는 악마의 계획은 아니겠지?”
유더가 다급히 말하자 코델리아는 눈을 동그랗게 뜨더니 짝 소리가 나게 손뼉을 치며 말했다.
“어머나, 그런 방법이 있었구나? 천잰데?”
“으으··· 연기가 늘었어.”
저 의뭉스러운 표정을 보라지.
‘그런데 저것도 왜 예쁘게 보일까.’
유더가 새삼 스스로에게 쓰인 콩깍지에 회의감을 느낄 때였다.
유더의 상체 위에서 바닥으로 엉덩이를 옮긴 코델리아는 어느새 챙겨든 체력 포션을 유더에게 넘기며 말했다.
“그냥 여기 얌전히 있는 게 도와주는 거 같지?”
“아마 그렇겠지.”
여력이 없는 두 사람이었으니까.
그리고 야생의 땅의 전사들은 약하지 않았다.
각 부족의 정예들답게 마물들을 상대로 조금도 밀리지 않았다.
그리고 두 사람.
여러 전사들 사이에서도 특히 두각을 드러내는 이들이 있었다.
“잘 싸우네.”
“그치? 우리 언니 잘 싸우지?”
코델리아가 뻐기듯 말하며 아델리아가 있는 방향을 돌아보았다.
‘과연 전투법사.’
근위마법병단은 ‘병단’이란 명칭이 알려주듯 싸우는 마법사들의 집단이었다.
아델리아는 그런 근위마법병단의 일곱 단장 가운데 하나였으니, 그 전투력에 있어서는 의심의 여지가 없었다.
‘광역기를 쓸 수 있었으면 진즉에 정리했을 기세구만.’
적과 아군이 섞여 있는 난전이다 보니 아무래도 규모가 큰 마법은 쓸 수가 없었다.
하지만 아델리아는 과연 노련한 전투법사였다.
단순히 공격마법만 펼치는 것이 아니라 파이어 월과 어스 월 등을 복합적으로 사용해 전장의 구획을 나누고 마물들을 고립시키는 등 전장 전체에 영향을 끼쳤다.
‘과연 단장.’
단순한 일개 포대가 아닌, 군을 지휘하는 입장에 선 자.
“붉은바람도 괜찮을 것 같아.”
코델리아가 저만치 전장 끝자락을 가리켰다. 칼날노래 부족들이 모여 서 있었는데, 개중에는 붉은바람을 소중히 안은 태양노래도 있었다.
“게일도 강하네.”
“강하지.”
이렇게 이야기를 나누는 와중에도 전장의 상황은 빠르게 호전되고 있었다.
아델리아와 게일이 각각 남쪽과 북쪽에서 맹활약을 펼친 덕분이었다.
“기사도.”
기사들의 마법.
기사도로 스스로를 강화한 게일은 전장을 종횡무진하며 마물들을 썰어재꼈다.
‘바람’을 목표로 하는 바이엘 가의 무인답게 그 기세는 폭풍과 같았고, 검의 궤적은 자유로웠다.
“음, 정말 쉬어도 될 것 같네.”
“그치?”
씩 웃은 코델리아는 유더에게 손을 뻗었고, 유더는 그 손을 붙잡고 상체를 일으킨 뒤 코델리아의 옆에 앉았다.
그리고 바로 그 순간이었다.
[···수호자들이여.]
유더와 코델리아의 머릿속에 낮은 목소리가 흘러들어왔다.
사이함이 다소 섞여있었지만, 두 사람은 거부감을 보이지 않았다. 누구의 목소리인지 짐작이 갔기 때문이다.
[나는··· 어둑시니······.]
악마의 눈에 의해 강제로 영락하고 만 야생신.
육신을 잃은 그의 영혼은 자유를 되찾았지만, 더럽혀진 혼이 말끔히 씻어진 것은 아니었다.
[이제 곧··· 사라지겠지······그 전에··· 마지막··· 인사를······.]
조금씩 끊어지는 목소리에 코델리아가 우울한 표정을 지었다.
오늘 처음 만나 이렇다 할 교감조차 나누지 못한 상대였지만, 어둑시니에게 일어난 일 때문에 마음이 아픈 그녀였다.
[막아주어··· 고맙다. 너희 덕분에··· 해하지 않을 수··· 있었다.]
거친눈사태와 고운눈바람을.
야생의 땅의 아이들을.
[안녕이다··· 수호자들이여······ 이것은 나의··· 마지막··· 보답일지니······.]
유더와 코델리아의 머릿속에 한 조각 기억이 들어왔다.
어둑시니가 보고 듣고 느낀 것들의 일부로, 그가 유더와 코델리아 두 사람에게 남겨줄 수 있는 마지막 자산에 관한 정보가 들어 있었다.
[안녕히······.]
어둑시니의 목소리가 완전히 흐려졌다. 코델리아는 울상이 되어 고개를 돌렸고, 유더는 저만치에서 엉엉 울음을 터트리는 고운눈바람과 눈물을 훔치는 거친눈사태를 볼 수 있었다.
아마 두 야생신에게도 작별인사가 전해진 모양이었다.
“안녕히······.”
유더는 어둑시니를 위해 묵념했고, 코델리아 역시 두 손을 모아 기도했다.
어둑시니의 영혼을 위로했다.
&
전투가 끝났다.
사상자들의 수습이 우선이었기에 각 부족은 카라발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는 대신 전장 정리에 주력하였다.
그리고 다음날 아침.
고운눈바람의 주관 하에 사망자들과 어둑시니를 위한 위령제가 개최되었다.
거친눈사태가 큰 불을 피워 화장을 하였고, 고운눈바람이 바람을 일으켜 그들의 재와 영혼을 하늘 높은 곳으로 올려 보냈다.
“사악한 서부의 악마들.”
평소 온순한 고운눈바람이었지만 지금만은 노여움을 고스란히 드러냈다.
날카롭게 서쪽을 노려본 그녀는 다시 시선을 붉은질풍과 아홉칼날에게 돌렸다.
카라발에 관한 것을 논하기 위함이었다.
먼저 입을 연 것은 아홉칼날이었다.
“야생의 땅을 굽어살피시는 야생신들이시여, 허락하신다면 한말씀을 올리겠습니다.”
아홉칼날이 공손히 말하자 고운눈바람과 거친눈사태가 고개를 끄덕여 발언을 허락했다.
예를 표하기 위해 꿇어앉았던 아홉칼날은 자리에서 일어서더니 중앙으로 나가 모두를 돌아보았다. 큰 소리로 외쳤다.
“불의의 사고가 일어나 카라발이 정상적으로 진행되지 못 하였다! 하지만 그대들도 알 것이다! 카라발의 규율을!”
붉은질풍의 미간에 주름이 생겼고, 거친눈사태와 고운눈바람 역시 마뜩찮은 표정을 지었다.
그들 역시 카라발의 규율을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카라발은 어느 한 쪽이 패배를 선언하거나 전투 불능에 빠졌을 때 끝이 난다. 즉! 마지막까지 서 있는 자가 카라발의 승자이다!”
아홉칼날이 하려는 말.
그가 펼치려는 주장.
“그대들도 보았을 것이다! 어제 최후까지 서 있던 것은 태양노래라는 것을!”
붉은바람은 쓰러졌다. 일어서지 못 했다.
반면 태양노래는 부상을 입은 붉은바람을 보호하며 전투 마지막까지 서 있었다.
“저, 저, 저 썩- 읍읍!”
노성을 토하려는 코델리아의 입을 급히 틀어막은 유더는 눈을 가늘게 떴다. 버둥버둥거리는 코델리아를 억누르며 다음을 기다렸다.
‘코델리아처럼 감이 좋은 것은 아니지만.’
이대로 끝날 것 같지 않았다.
아홉칼날은 어떨지 몰라도 태양노래는 말이다.
“읍읍!”
유더는 꽉 끌어안는 것으로 코델리아의 발버둥을 막은 뒤 태양노래를 바라보았다.
굳은 얼굴을 한 채 서 있던 그가 발걸음을 내디뎠다. 땅을 차 굉음을 일으켰다.
쿵!
모두가 깜짝 놀라 소리의 진원지를 돌아보았고, 태양노래는 담담한 얼굴로 그 모든 시선들을 마주하였다.
아홉칼날도 그런 태양노래를 보았다. 무어라 말하는 대신 그저 길을 열어주듯 비켜섰고, 태양노래는 계속해서 나아갔다. 아홉칼날을 지나 붉은질풍 옆에 파리한 얼굴로 서 있는 붉은바람 앞에 섰다.
“으브브?”
갑자기 얌전해진 코델리아가 무어라 소리를 흘렸고, 유더는 찰떡같이 알아들었다.
“그래, 아마 그거겠지.”
좀 오그라들지만 마음에 드는 전개.
태양노래가 원작에서처럼 타락한 마인이 아닌, 전사의 혼을 가진 진정한 전사이기에 가능한 전개.
“카라발의 규율이 그러하다. 하지만 그보다 앞서는 규율이 있다.”
그렇기에 일부러 규율을 입에 담은 것이었다.
카라발의 절대적인 규칙.
승자와 패자를 나누는 것은 오롯이 카라발에 나선 두 전사의 몫이었으니.
“내가 졌다.”
태양노래는 담백하게 말했다.
다른 이는 몰라도 그는 알고 있었으니까.
붉은바람이 자신을 구했다. 그녀가 자신의 목숨을 이어주었다.
“그대의 승리다, 붉은바람.”
씩하고 웃은 태양노래가 가슴에 손을 올리며 선언했고, 붉은바람은 배시시 미소 지었다.
직접 검을 나누며 맞상대를 했기에 그녀 역시 알고 있었다.
태양노래가 진정한 전사라는 사실을 말이다.
“아버지께 혼나는 거 아니에요?”
붉은바람이 조금은 짓궂게 묻자 태양노래는 어깨를 으쓱였다.
“괜찮다. 은인을 저버리는 몰염치한 인간이 되는 것보다는 나으니. 그리고 어제 이미 많이 혼났다. 그러니 더 혼나지는 않을 거다.”
태양노래의 엉뚱한 대답에 붉은바람은 다시 웃었다.
붉은질풍은 아홉칼날을 보았고, 아홉칼날은 흥하고 코웃음을 치긴 했지만 입꼬리를 살짝 끌어올렸다. 그 역시 명예를 아는 전사였기 때문이다.
“카라발의 승자는 그대이다. 내가 패배를 선언하였으니, 승리를 선언해다오.”
가장 이상적인 카라발의 종결.
승자와 패자가 서로를 인정하고, 함께 카라발의 종료를 선언하는 것.
붉은바람은 고개를 끄덕였다. 가슴에 주먹을 올린 뒤 큰 목소리로 선언했다.
“진정한 전사 태양노래의 선언을 받아들이겠다. 이번 카라발의 승자는 나 붉은바람이다!”
당당한 선언에 환호성이 터졌다.
거친눈사태와 고운눈바람이 흐뭇하게 웃으며 카라발의 종결을 선언했고, 이번 카라발의 승자는 공식적으로 붉은바람이 되었다.
“으브브브.”
“그래, 잘 되었어.”
“으브븝.”
“그래.”
이제 그만 놓아달라는 코델리아의 눈빛을 대충 흘린 유더는 그저 흐뭇한 미소를 지었다.
‘이제부터인가.’
카라발이 끝났으니 동부 연맹이 결성될 터였다.
동부와 서부의 정면대결.
야생의 땅의- 나아가 세일룬 왕국과 플레이 아데스 전체에 영향을 끼칠 전쟁의 시작.
“으브브브.”
“그래, 잘 되었······.”
“으븝!”
다른 의미였다. 때문에 유더는 급히 붉은바람과 태양노래 쪽으로 시선을 돌렸고, 어째서 코델리아가 소리를 쳤는지 알 것 같았다.
“설마.”
“읍읍.”
그 설마.
유더는 코델리아의 입을 막고 있던 손을 떼었고, 볼 수 있었다.
태양노래가 다시 한 번 땅을 차는 것을.
굉음으로 모두의 시선을 모은 뒤 붉은바람 앞에서 예를 표하는 것을.
아까와는 다른 의미로 얼굴을 굳힌 그는 헛기침을 토했다. 마른침을 꿀꺽 삼킨 뒤 긴장한 목소리로 말했다.
“붉은바람, 진정한 전사인 그대에게 나의 진심을 전하겠다. 나와 결혼해다오.”
설마했던 그것.
그 선언이 나오고 말았다.
&
“아니이, 아무리 클리셰라도 그렇지 너무한 거 아니야?”
태양노래의 두 번째 선언은 많은 충격을 불러왔다.
그도 그럴 것이 칼날노래와 위대한폭풍이었으니까.
고대 오크와 고대 엘프의 피를 각이 이은 두 부족이었으니까.
더욱이 두 사람은 각각 족장의 장남과 장녀였다.
“독단 같았지?”
유더가 누구에게랄 것 없이 말하자 게일이 고개를 끄덕였다.
“아마도. 칼날노래 부족도 많이 놀란 표정들이었으니 말이다.”
사실 태양노래를 제외한 모두가 깜짝 놀랐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붉은바람은?”
유더가 묻자 클리셰 운운하며 툴툴거리던 코델리아가 말했다.
“많이 당황했어. 그런데 그 뭐랄까··· 좀 기뻐하더라고.”
“어··· 설마 붉은바람도 태양노래를······?”
“아니, 그것보다는 그냥 청혼 받았다는 사실 자체를 즐기는 기분? 어린애잖아, 아직.”
코델리아의 말에 유더를 비롯한 모두가 순간 눈을 가늘게 떴다.
그도 그럴 것이 붉은바람과 코델리아는 겨우 한 살 차이였으니 말이다.
“왜, 왜, 왜. 내가 뭐 틀린 말 했어?”
제법 뻔뻔하게 말하고 있었지만 민망함 때문에 얼굴이 빨개진 코델리아였다.
“제가 대신 사과할게요, 게일 공자. 애가 아직 어려서······.”
“괜찮습니다. 조금 무례한 말이지만··· 코델리아 양은 정말 귀엽군요.”
아델리아와 게일이 훈훈하게 이야기를 주고 받자 코델리아의 얼굴은 더욱 빨개졌고, 유더는 웃음을 참기 위해 이를 악 물어야 했다.
“어찌되었든.”
코델리아를 위해 다시 입을 연 유더는 어깨를 으쓱이며 말했다.
“태양노래와 붉은바람 각자의 마음을 떠나··· 현실적으로 힘든 조합이네요.”
태양노래와 붉은바람은 일개 전사의 몸이 아니었다.
언젠가 각자의 부족을 이끌 차기 족장들이었다.
“부족을 서로 합치는 게 아니면 어렵겠지.”
게일의 말대로였다.
두 사람의 결합은 정치적인 이유 때문에라도 불가능했다.
“태양노래도 그걸 알았을 텐데··· 말이라도 전하고 싶었던 걸까요?”
“아마 그렇겠지요.”
아델리아와 게일이 다시 훈훈한 대화를 주고받자 코델리아는 소리 죽여 중얼거렸다.
“아니, 가능해도 안 되는 거거든?”
태양노래와 붉은바람의 결합이라니. 붉은질풍이 허락해도 코델리아 자신이 허락할 수 없었다. 어딜 넘본단 말인가.
하지만 코델리아의 생각 따위 별로 관심이 없는 게일과 아델리아였다.
사실 붉은바람과 태양노래에게도 별반 관심이 없었다.
“에드워드가 있어서 다행이군요.”
게일이 문득 지나가듯 말했고, 아델리아는 눈을 깜박였다. 그리고 이내 달아오른 뺨을 감추듯 슬쩍 고개를 옆으로 돌렸다.
게일과 아델리아 역시 장남과 장녀였다.
하지만 체이스 백작가에는 에드워드 체이스라는 장자가, 체이스 백작의 후계자가 존재하고 있었다.
“흠흠. 그, 그러게요. 오라버니가 계셔서 다행이에요.”
아델리아는 아주 작게 말했고, 게일은 흐뭇한 미소를 지었다.
그리고 그런 둘을 바라보는 유더와 코델리아.
다시 그런 유더와 코델리아를 구석에 쪼그려 앉은 채 바라보는 거친눈사태.
“평소의 내 기분을 알겠지?”
니들도 제3자의 눈으로 보면 비슷하거든?
그리고 이번에도 난 또 왜 부른 거야, 대체.
툴툴거린 거친눈사태는 자리에서 일어나며 거기서 거기인 두 커플을 바라보았고, 끌끌끌 혀를 차며 자리를 나섰다.
그리고 다음날 아침.
위대한폭풍 부족을 수장으로 하는 동부 연맹이 결성되었다.
&
< 제37장 - 결착 >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