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39장 - 조우 #3 >
&
같은 시각, 하늘지붕 산맥.
흠칫한 유더와 코델리아는 동시에 눈을 떴다.
바람 소리와 함께 들려온 목소리 때문이었다.
“너도 들었어?”
코델리아가 소리 죽여 말하자 유더는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확인이라도 하듯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
“거기 누구 있나요···였지?”
“어.”
유더의 말에 코델리아가 긴장한 얼굴로 답했다. 아니, 긴장이라기보다는 살짝 겁먹은 얼굴이었다.
그리고 바로 그 순간.
“거기 있죠? 거기 있는 거죠?”
다시 한 번 목소리가 들려왔다.
가냘픈 여인의 목소리가 거친 바람을 따라, 거친 바람에 휩쓸리듯 애절하게.
“뭐야, 뭐야. 이거 뭐야.”
코델리아가 유더를 꽉 끌어안으며 빠르게 말했다. 누가 봐도 겁에 질린 얼굴이었다.
“코델리아? 괜찮아?”
“귀, 귀신 아냐? 여기 아무도 없다며.”
사람은 물론이고 야생신조차 살 수 없는 땅.
그런 곳에서 여인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그것도 으스스하게 바람을 따라.
‘내용도 이상하잖아!’
거기 있어요?
거기 있는 거죠?
딱 무서운 이야기에 나오는 패턴 아닌가.
“으으으······.”
코델리아는 무서운 이야기를 별로 좋아하지 않았다.
수련회 같은 곳에서 무서운 이야기 한다고 하면 귀 막고 안 듣겠다며 몸부림치는 아이가 반에 한 명은 있기 마련이었는데, 코델리아가 바로 그런 케이스였다.
‘자꾸 생각난단 말이야!’
밤에 화장실 갈 때.
밤에 혼자 엘리베이터 탈 때.
혼자서 밤길 걸을 때.
“거기··· 있죠? 제 목소리··· 들리는 거죠?”
목소리가 더 가까워졌다.
그런데 가까워지면 가까워질수록 사람의 목소리가 아님을 알 수 있었다.
바람을 따라 찢어지는 목소리.
평범한 여인의 것과는 조금 다른 느릿하면서도 으스스한 어조.
“히익.”
더욱 겁을 먹은 코델리아는 아예 눈까지 꽉 감더니 유더를 세게 끌어안았다.
그리고 유더는 생각했다.
‘겁먹으니까 더 귀엽네.’
어쩜 이렇게 예쁘고 귀여울까.
하지만 느긋하게 감상하고 있을 때가 아니었다.
코델리아의 포옹은 언제나 환영이었지만, 이대로 계속 졸리면 허리든 등이든 어디 한 곳이 망가질 것 같았으니까.
유더보다는 약하지만, 그래도 레벨이 깡패라고 평범한 성인 남성 정도는 우습게 뛰어넘는 코델리아의 육체능력이었다.
“코델리아, 너 설마 귀신 무서워해?”
유더의 물음에 코델리아는 움찔하더니 금방이라도 울 것 같은 얼굴로 유더를 노려- 아니, 바라보았다.
‘뭐야, 그럼 넌 안 무서워?’
귀신인데?
언제나처럼 눈빛으로 뜻을 이해한 유더는 늑대의 얼굴로나마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아니, 이런 세상이니까. 귀신이 나와도 그냥 퇴치할 수 있지 않을까? 성투기나 마법으로.”
이런(?) 세상이니까.
유더는 귀신이랑 초자연적 현상을 그냥 몬스터A 등장이라는 일상(?)으로 끌어내렸고, 코델리아는 눈을 깜박였다. 작은 목소리로 답했다.
“그러네?”
“그런 거지.”
“맞아, 대부분의 문제는 폭발이면 해결할 수 있어.”
귀신도 터트리면 죽을 거야!
“음··· 뭔가 좀 아닌 것 같지만 일단 그렇게 생각하자.”
일단 코델리아가 다시 기운을 차렸다는 것이 중요하니까.
코델리아의 파란 눈동자가 살짝 위험한 빛이 된 것 같긴 했지만, 어쨌든 다시 생기가 돌아온 것에 만족한 유더는 시선을 천막 입구 쪽으로 돌렸다.
“대답해줘요··· 거기··· 있잖아요.”
다시 목소리가 들려왔다.
천막 근처인지, 무척이나 생생했다.
“일단 나가자. 안에서는 불리해.”
두 사람은 지금 억지로 넓힌 바위 틈바구니에 들어가 있는 상태였다.
이 상태로는 회피든 도주든 공격이든 제대로 할 수 있는 것이 없었다.
“알았어, 나가자.”
목소리에 다시 겁을 먹은 것 같지만, 아까보다는 훨씬 나은 얼굴로 답한 코델리아는 품에 꼭 안고 있던 유더를 놓아주었다.
“인간으로.”
유더가 낮게 말하자 변신이 풀렸다.
검은 늑대 가죽을 챙긴 유더는 코델리아를 다시 업은 뒤 포대기를 단단히 조였다.
“늑대 가죽은 네가 쓰고 있어.”
“으응.”
애당초 마력이 부족해 쉴 곳을 찾았던 터라 여전히 마력이 고갈된 상태인 코델리아였다.
쉴드 마법을 쓸 수 없으니 늑대 가죽으로라도 체온을 유지해야만 했다.
“유더 너는?”
“난 괜찮아. 구천구문이 있으니까.”
유더가 씩 웃으며 말하자 코델리아는 눈을 깜박이더니 빙긋 웃었다.
“왜?”
“아니, 변했구나 싶어서. 구음절맥 핑계 대면서 이리 빼고 저리 빼던 게 엊그제 같은데 말이야. 누나는 많이 감동했어요.”
“약속 이행 잘 하지?”
구음절맥만 나으면 업어주기로 했는데 요새는 거의 매일 업어주고 있으니까.
“응응, 잘 해. 우리 유더 약속 잘 지켜요. 누나가 많이 칭찬해.”
포대기 속에서 손을 빼낸 코델리아가 그대로 유더의 머리를 톡톡 두드렸고, 유더는 다시 웃었다.
그리고 그 순간.
“대답···해요. 대답··· 거기··· 있잖···아요······.”
기분 탓인지 직전보다 조금 짜증이 섞인 것 같은 목소리였다.
마치 염장질 그만 하고 빨리 쳐나오기나 하라는 외침이랄까.
“아무튼 가자.”
“응응.”
다시 포대기 속에 손을 쏙 집어넣은 코델리아는 마른침을 꿀꺽 삼켰고, 유더는 조심스럽게 천막 문을 열었다.
혹시라도 모를 공격에 대비하기 위해 기감을 날카로이 하며 지면을 박차올랐다.
츠확!
천막 속에서 유더가 거의 5미터 이상을 솟구쳐 올랐다.
유더는 그 상태로 주변을 감지했고, 코델리아가 말했다.
“저기!”
두 사람이 들어가 있던 바위 근처.
정말로 귀신이라도 되는지 반투명한 여인의 형상이 바람을 따라 흐느적거리고 있었다.
‘야생신은 아니야.’
누가 뭐래도 야생의 땅의 공식 수호자인 유더와 코델리아였다.
황금의 용왕의 권속인 야생신이라면 형태가 어떻든 야생신이라는 사실 자체는 알아볼 수 있었다.
그런데 여인은 아니었다.
그렇다면 무엇일까.
정말로 귀신?
아니면-
“정령.”
코델리아가 말한 그 순간 여인이 고개를 들어 유더를 보았다.
이목구비가 뚜렷한 얼굴은 분명 아름다웠지만 사람이 아님을 한 눈에 알 수 있었다.
살을 에는 추위 속임에도 불구하고 여인은 실오라기 하나 걸치지 않은 알몸이었고, 두 눈에는 흰자위가 없었다. 커다란 눈 전체가 하나의 색이었다.
‘눈의 정령?’
아니면 바람의 정령인 걸까?
유더는 공격을 펼치는 대신 여인에게 다가섰고, 하얗고 긴 머리칼을 가진 여인은 바람 속에서 다시 목소리를 내었다.
“역시··· 있었어요. 너무 오래··· 기다렸어요. 계속··· 기다렸어요. 누군가가··· 오기를······.”
여인의 말에 유더는 미간을 좁혔다.
눈앞의 여인이 일단 정령이라 친다해도 어떻게 유더 자신과 코델리아를 찾은 것일까.
그리고 기다렸다는 건 무슨 말인 걸까.
“아! 알겠다.”
바로 그때 등 뒤에서 코델리아의 목소리가 들렸다.
늑대 가죽을 뒤집어 쓴 터라 웅웅 거리는 작은 목소리로 그녀가 계속 말했다.
“피닉스의 깃털.”
“아.”
유더도 이해했다.
불사조를 잡는 과정에서 얻은 부산물.
코델리아의 머리에 꽂아준 뒤로는 잠시 잊고 있었는데, 그걸 나름 소중하게 간직하고 있던 코델리아였다.
‘강한 정령의 기운이니··· 알아볼만도 하네.’
더욱이 정황상 여인은 눈이나 바람 계열의 정령일 터였으니, 불의 정령인 불사조와는 상극의 존재였다.
여인에게는 피닉스의 깃털이 어둠 속의 한 조각 빛처럼 선명히 보였을 터였다.
‘그러니까 더 이상한데.’
상극의 존재인데 왜 찾아온 것일까.
기다렸다 말하는 것을 보면 무언가 부탁할 게 있어서일 텐데.
“이리 오세요, 이리 오세요. 동장군이··· 오기 전에.”
여인이 한 걸음 다가서며 두 팔을 뻗어왔고, 반사적으로 한 걸음 물러선 유더는 눈을 가늘게 떴다.
동장군.
함께 어딘가로 가자는 여인.
“따라가보자.”
“코델리아?”
“어차피 무시할 수도 없잖아. 그리고 퀘스트가 들어왔는데 일단 확인은 해봐야지.”
썩은물다운 대답에 유더는 미간을 좁혔지만 이내 납득했다.
그리고 구천구문 운운하긴 했지만 역시 하늘지붕의 추위는 살인적이었다.
이대로 계속 밖에 나와 있으면 유더 자신은 둘째 치고 코델리아의 몸이 상할 터였다.
“함께 가겠습니다. 안내해 주세요.”
한 평의 아늑함을 챙긴 유더가 정중히 말하자 정령 여인은 방긋 미소를 짓더니 빙글 돌아섰다.
“따라··· 와요.”
여인은 그대로 나아갔고, 유더는 여인을 따라 달리기 시작했다.
그리고 코델리아는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
“이상한 데 보지 말고. 알았지?”
“예이.”
음, 이것도 질투라고 봐야할까.
그러면 좋겠는데.
작게 웃은 유더는 다시 시선을 정면으로 하였고, 약간의 고민 끝에 흔날리는 여자의 뒤통수에 시선을 집중했다.
그리고 5분 남짓.
유더의 기동력을 믿은 것인지, 아니면 아무 생각이 없는 것인지 꽤 빠른 속도로 이동하던 여인이 커다란 자연 동굴 앞에 멈춰 섰다.
“여기··· 에요. 안으로··· 와요.”
거기까지 말한 여인은 그대로 바람과 함께 흩어졌다.
마치 불꽃이 사그라지는 것 같았다.
“유, 유더야?”
“다 온 것 같아. 조금만 참아.”
겨우 5분 남짓이었지만 체온을 많이 뺏겼는지 코델리아의 목소리가 무척이나 약해져 있었다.
유더는 다급히 동굴 안으로 몸을 던졌고, 그 순간 눈을 부릅떴다.
입구가 뻥 뚫린 동굴이거늘, 안에 들어서자마자 기온이 변했기 때문이다.
‘따뜻해?’
순간 당황한 유더였지만 이내 신경을 껐다. 중요한 것은 추위가 사라졌다는 사실이었다.
“코델리아, 괜찮아?”
“으응··· 괜찮아. 너는?”
“나야 튼튼하지.”
일부러 과장스럽게 답한 유더는 다시 주변을 둘러보았다.
동굴 안은 꽤 넓었는데, 어떻게 봐도 인공적인 구조물이었다.
‘자연 동굴을 확대시킨 건가?’
드워프들의 지하 도시처럼 말이다.
“이쪽··· 이에요.”
다시 여인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동굴의 가장 안쪽에 위치한 구조물 앞이었다.
“아무리 봐도 엘리베이터··· 같지?”
유더의 물음에 간신히 눈을 뜬 코델리아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런 거 같아.”
가운에 문이 달린 커다란 원통형 구조물.
여기서 다시 지하로 이동한다.
겨울의 가호를 가진 유더와 코델리아조차 동사를 걱정해야 할 이 땅에서 이 정도 규모의 구조물을 구축 할 수 있는 이들이라면······.
‘마젤란?’
고대 엘프들이 세운 마도왕국.
어쩌면 그들의 도시가 하늘지붕 산맥 아래 숨겨져 있던 것일지도 몰랐다.
“어서··· 빨리······.”
여인의 채근에 고개를 끄덕인 유더는 새삼 코델리아를 고쳐 업은 뒤 발걸음을 내디뎠다.
&
게일과 아델리아는 서로를 바라보았다.
분명 시작할 때는 게일이 아델리아를 안고 서 있는 상태였는데, 지금은 달랐다. 서로 안고 있다는 사실만은 똑같았지만, 마주 선 상태였다.
게일이 한손으로 아델리아의 등과 허리를 안아 지탱했고, 아델리아는 가슴 위에 두 손을 모아 쥔 채 달뜬 숨을 토했다.
가까운 거리.
게일이 남은 한 손으로 아델리아의 뺨을 쓰다듬었고, 아델리아는 다시 숨을 토했다. 조금은 몽롱한 눈으로 게일을 보다 말했다.
“하, 한 번 더.”
게일은 순간 당황했지만 이내 미소지었다. 그대로 다시 한 번 아델리아와 입술을 맞추었다.
서른을 내다보는 남자와 이십대 중반에 접어든 여인의 입맞춤이라고는 믿을 수 없을 만치 풋풋한, 그저 입술만을 맞댄 입맞춤이었지만 충분했다.
다시 입술이 벌어졌다.
서로간의 거리를 벌렸고, 아델리아는 생각했다.
이야기책에서 본 것과는 조금 다르다고.
듣기 싫은 척 하면서 열심히 들었던 사만다의 이야기와도 다르다고.
찌릿하고 전율이 인다더니 그런 것 따위 조금도 없었다.
입술을 맞대어도 무언가 확하고 오는 감각 같은 것 역시 없었고 말이다.
그런데, 참으로 묘한 기분이 들었다.
정말로 묘한, 묘하다고 밖에 표현 못 할 기분.
이상하게 웃음이 흘러나오는 그런 기분.
아델리아는 빨개진 얼굴로 입술을 움츠렸고, 게일은 그런 아델리아의 뺨을 어루만졌다. 다시 한 번 입술을 맞추었다.
‘세 번.’
다시 머리에 피가 돌기 시작한 아델리아는 움찔하면서도 피하지 않았고, 살짝이지만 입술을 벌렸다.
하지만 거기까지였다. 게일은 천천히 입술을 떼었다. 아델리아가 아쉬움에 눈을 떴지만 어쩔 수 없었다.
“아버님이.”
백작님이 아닌 아버님이.
미묘한 호칭 변화도 변화였지만, 그 내용에 아델리아는 정신이 번쩍 들었다.
아주 작은 목소리로 물었다.
“보고 계세요?”
“그런 건 아닙니다만··· 나올 타이밍을 재고 계신 것 같기는 하네요.”
달인의 경지에 오른 게일은 알 수 있었다.
아니, 그냥 상상력만으로도 알 수 있었다.
바위 뒤에 숨어 지금 나가야하나 말아야 하나를 고민하며 움찔움찔하는 체이스 백작의 모습이 말이다.
“우으.”
아델리아가 두 손으로 얼굴을 덮으며 앓는 소리를 흘렸다.
새삼 생각이 났기 때문이다.
자신이 먼저 뺨에 입술을 맞춘 것도, 한 번 더 해달라고 조른 것도.
거기에 더해진 민망함.
‘아빠!’
체이스 백작이 딱히 일부러 잘못한 것은 없었지만 일단 원망하고 보았다.
그리고 게일이 그런 아델리아의 귓가에 얼굴을 가까이 하였다.
체이스 백작과 마주하기 전에 반드시 해야 할 말을 남기기 위함이었다.
“아델리아.”
“네?”
“좋아해요.”
담백한 말에 아델리아의 심장이 멎었다. 아니, 미친 듯이 날뛰기 시작했다.
“저, 저도··· 저도······.”
좋아해요.
마지막 말은 너무 작게 말해 진짜로 했는지 안 했는지 아델리아 자신도 모를 지경이었지만 충분했다.
게일은 다시 한 번 아델리아를 꼭 안아준 뒤 숨을 골랐다.
사실 아델리아의 얼굴이 너무 달아올라 티가 덜 날뿐, 게일의 얼굴도 발갛게 달아오른 상태였다.
‘새삼 존경스럽군.’
유더와 코델리아가.
어떻게 공개적으로 그런 말들을 남기고 다닌 걸까.
코델리아가 들었다가는 민망함에 몸부림 칠 것 같은- 유더는 계획대로라며 사악하게 웃을 것 같은 말을 속으로 삼킨 게일은 아델리아를 바로 세운 뒤 목소리를 토했다.
“체이스 백작님! 저 게일입니다! 아델리아 양도 함께 있습니다!”
“흠흠!”
우렁찬 부름에 헛기침이 대답으로 돌아왔다.
잠시 기다리자 바위 뒤에서 나온 체이스 백작은 마치 목소리의 행방을 찾듯 주변을 둘러보더니 뒤늦게 게일을 발견한 듯 눈을 크게 뜨며 말했다.
“우연이군.”
평소처럼 근엄한 얼굴 그대로.
마치 방금 도착한 것처럼.
‘아, 제발. 아빠 제발. 아빠 하지마요.’
아델리아가 소리 없는 절규를 지르는 그때 게일은 그저 사람 좋게 웃으며 앞으로 나아갔다. 한 팔로 여전히 아델리아를 안은 채였다.
“흠.”
그리고 그런 게일을 가만히 바라보던 체이스 백작은 눈을 가늘게 떴다.
통상적인 상황이라면 꺼내야 할- 그러니까 어떻게 된 것인지, 누구와 싸운 것인지, 다친 곳은 없는지 등등을 묻는 대신 전혀 다른 말을 꺼냈다.
“못 본 사이에 많이 비리비리해졌군.”
“예?”
예상치 못 한 발언에 게일이 눈을 동그랗게 뜬 그때 아델리아는 두 손으로 얼굴을 덮었고, 체이스 백작은 흐뭇한 미소를 애써 감추었다.
가방이 잔뜩 든 공간확장 가방을 들어 올리며 말했다.
“오던 길에 우연히 얻은 거다. 받아라.”
그리고 가방을 열었다.
가방 안에서 가방을 꺼낸 뒤, 누가 봐도 정성스럽게 포장된 물건을 꺼내 게일에게 내밀었다.
“별 거 아니다.”
“어··· 예. 감사··· 합니다.”
‘아빠··· 제발······.’
게일이 어색하게, 아델리아가 마음 속으로 말한 직후.
체이스 백작은 절제하는 마음으로 가방을 봉한 뒤 다시 근엄한 표정을 지었다.
“어떻게 된 것이냐.”
해석 여하에 따라 달라질 수 있는 중의적인 물음.
게일과 아델리아는 서로를 돌아보았고, 아직은 미숙한 눈빛 대화를 나누었다.
‘제가 할게요.’
‘네, 그럼 제가.’
‘맡겨주세요.’
‘믿어주시죠.’
역시 아직은 무리일까.
완벽한 오해를 주고 받은 두 사람은 서로에게 미소 지은 뒤 체이스 백작을 돌아보았다.
약속이라도 한 것처럼 동시에 입을 열었다.
&
< 제39장 - 조우 #3 >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