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40장 - 눈의 여왕 #2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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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룡 얄라바스카.
영웅전기2 중후반부에 걸쳐 등장하는 ‘7대 재앙’ 가운데 하나인 강대한 존재.
‘다른 별명은 PC 킬러.’
7대 재앙은 괜히 재앙이라 불리는 것이 아니었다.
하나하나가 영웅전기의 무대인 플레이아데스에 막대한 피해를 야기했는데, 얄라바스카는 그 중에서도 PC- 즉, 플레이어블 캐릭터를 많이 죽이는 재앙으로 유명했다.
‘붉은바람으로 진행하면 최소 키라라, 키라라로 진행하면 최소 붉은바람.’
그리고 아예 야생의 땅 출신이 아닌 플레이어블 캐릭터로 진행할 경우에는 높은 확률로 붉은바람과 키라라를 한 번에.
진행 상황에 따라 그보다 더 많은 플레이어블 캐릭터가 죽을 수도 있기에 7대 재앙 가운데서도 악명이 높은 존재였다.
‘물론 더한 놈들도 있지만.’
원작에서 얄라바스카의 기원에 대해서는 제대로 밝혀진 것이 없었다.
그저 어느 날 북부에서 내려온 빙계 속성의 용이라는 것 외에는 말이다.
“그런데 여기서 만들어졌다 이거지?”
마도왕국 마젤란의 유산.
거짓된 정령왕 눈의 여왕과 그 가디언이 하나 되며 탄생한 존재.
“크기 전에 잡아야 해.”
정령왕과 가디언이 하나 되어 광룡이 되기 전에.
7대 재앙 가운데 하나로 거듭나기 전에.
“붉은바람을 구할 거야.”
악마의 손의 하급 마인 미노스를 격파해 루카스를 구한 것처럼 지금 이 자리에서 7대 재앙 가운데 하나를 저지해 붉은바람을 구한다.
붉은바람을 특히 아끼는 코델리아가 송곳니를 드러내며 말했고, 유더는 고개를 끄덕였다.
‘여기서 막을 수 있다면 의미가 커.’
단순히 플레이어블 캐릭터들만의 문제가 아니었다.
7대 재앙 가운데 하나인 얄라바스카의 존재로 인해 세계의 정세 자체가 뒤틀릴 수 있었으니 말이다.
‘아르곤 제국에 여유가 생길 거야.’
세일룬 왕국과 적대 관계인 아르곤 제국이었지만, 그래도 같은 인간의 나라였다.
광룡 얄라바스카의 존재가 사라져 제국 서부가 건재하게 된다면 앞으로 일어날 대재앙들과 그 여파 또한 달라질 터였다.
“완벽한 해피엔딩을 위해.”
주문처럼 작게 읊조린 유더는 코델리아를 돌아보았다.
멜리사가 입고 있는 것과 비슷한 디자인의 하얀 전투용 슈트를 입은 그녀는 후후 숨을 토하며 연신 주먹을 쥐었다 펴고 있었다.
상기된 얼굴을 보니 꽤 긴장하고 있는 것 같았다.
“떨려?”
“떨리지. 얄라바스카잖아.”
괜히 7대 재앙 가운데 하나가 아니었다.
원작에서는 얄라바스카를 잡기 위해 아예 군대가 동원되었을 정도니 말이다.
“스펙만 보면 아직은 할 만해.”
아직 얄라바스카가 아니었다.
가디언의 스펙만 놓고 보자면 도저히 상대하지 못 할 수준은 아니었다.
“그런데 유더야.”
“응?”
“키가 더 큰 거 같다?”
코델리아가 자신과 마찬가지로 하얀색 전투용 슈트를 입은 유더를 올려다보며 말했다.
분명 얼마 전까지만 해도 170중반이었는데 지금은 후반 정도 되지 않을까?
아주 약간이지만 분명 코델리아 자신이 더 컸는데, 이제는 역전되어 10cm 이상 차이가 났다.
“어, 사실 말을 안 해서 그렇지 무릎이고 종아리고 다 엄청 아팠거든.”
두어달 사이에 키가 10cm가 넘게 자랐으니 말이다.
“지금도 아프고?”
“어.”
아마 이대로 쭉쭉 커서 못 해도 180 중반은 되지 않을까?
유더의 대답에 코델리아는 눈을 가늘게 뜨더니 마치 품평하듯 유더를 위 아래로 훑어보았다.
“흠, 보기는 좋은데.”
단순히 키만 훌쩍 큰 게 아니라 몸까지 좋아졌으니까.
몸매가 훤히 드러나는 전투용 슈트인 터라 지금의 유더는 그리스 조각상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흠흠.”
어쩐지 모를 이 뿌듯함.
그리고 그런 코델리아를 보며 유더도 비슷한 생각을 할 때였다.
“그런데 유더야.”
“어.”
“그··· 더 크진 않겠지?”
아예 란디우스처럼.
“서, 설마.”
그 정도는 안 될 거라고 란디우스가 이야기도 했고.
“으음··· 그치만 2미터 30이 안 될 뿐 2미터 10cm까지는 자란다거나······.”
말끝을 흐리며 코델리아는 시선을 조금 높인 뒤 2미터가 된 유더를 상상해보았다.
“그건 좀 징그러울지도······.”
혼잣말하듯 작게 말했지만, 바로 옆이니 들리지 않을 리가 없었다.
움찔한 유더는 태어나서 처음으로 키가 자라지 않기를 소망하게 되었다.
‘이딴 소원을 빌게 될 줄이야.’
거의 머리 빠지게 해달라는 소원이랑 동급이 아닐까.
어찌되었든 유더는 사소하면서 중대한 고민을 했고, 덕분에 두 사람 모두 긴장을 풀 수 있었다.
“아무튼 가볼까?”
“전열에 설 테니 후열을 맡깁니다, 마님.”
“오올, 이제 전열에 서시는 건가요?”
“어찌 마님을 전열에 세울 수 있겠습니까.”
연극풍으로 말한 유더는 버튼을 눌러 승강기 문을 열었다.
넓고 고요한 장소.
중앙에 위치한 눈의 여왕의 코어와 그 앞을 지키고 있는 가디언.
“용속성, 성속성.”
“필드에서 끊임없이 힘을 공급받음. 사실상 MP무한.”
“브레스 웨폰. 사용하기 직전에 이마의 보석이 빛남.”
“드래곤 피어 사용.”
“보조 무구로 리빙 소드와 실드가 각기 둘씩.”
멜리사가 알려준 가디언의 정보였다.
“헤이스트, 스트랭스.”
더블 캐스팅.
코델리아가 스스로와 유더에게 보조 마법을 걸었다. 동시에 유더가 스크롤을 찢었다.
“아이 오브 타이거, 워리어 스프릿, 하트 오브 드래곤.”
동체시력 강화, 영력 강화, 정신 방어력 강화.
보조마법들이 두 사람의 몸을 뒤덮었고, 동시에 각기 차고 있던 마법구들에서 빛이 일었다.
와일드 페어리 퀸에게 받은 것들과 새로이 멜리사에게 받은 것들.
“마녀화.”
코델리아의 머리칼이 검게 물들었다.
전신에 차고 있던 마도구들이 붉은 빛을 발했고, 코델리아의 마력이 보다 강화되었다.
“딜링은 내가.”
용속성과 성속성을 동시에 지닌 가디언에게 속성상 우위를 점하기는 어려웠다. 때문에 순수한 화력으로 밀어붙여야만했다.
코델리아가 문라이트에 마력을 집중시키며 정면을 주시했다. 유더는 앞으로 발걸음을 내디디며 말했다.
“탱킹은 내가.”
유더 자신이 모루가 되고 코델리아가 망치가 된다.
두 사람이 승강기를 나섰다. 그러자 저만치에 웅크리고 있던 가디언이 고개를 들었다. 용을 닮은 놈의 얼굴에 푸른 안광이 일었고, 놈의 하얀 전신 위로 푸른 기운이 번지듯 일었다.
그리고 하나.
빛나기 시작한 바닥.
밑에서부터 솟구치기 시작한 용맥의 힘.
유더는 숨을 깊이 삼켰다. 삼문의 힘을 개방해 금빛 선풍을 일으켰다.
“내가 지켜줄게.”
유더가 말했고, 코델리아가 작게 웃었다. 무어라 핀잔하는 대신 지면을 박차올랐다.
“가자.”
쾅!
유더가 쏜살처럼 돌진했다. 가디언이 급히 몸을 일으켜세웠고, 그런 놈을 향해 유더의 주먹이- 검은 십자가가 작렬했다!
쾅!
선수필승.
가디언과 충돌해 검은 십자가가 부서진 그때 코델리아가 눈을 빛냈다. 일단은 가디언의 높은 마법 방어력을 깎아내기 위해 연달아 마녀의 저주를 읊조렸다.
커스, 커스, 커스, 커스!
주문의 메아리와 더블 캐스팅.
보랏빛 저주가 가디언을 향해 연속해서 날아갔다. 그리고 그 순간 가디언이 포효를 터트렸다. 바닥과 천장에서 길이가 3미터는 족히 될 거대한 리빙 소드와 리빙 실드들이 튀어나와 각자의 역할을 수행했다.
“커헝!”
가디언의 포효는 사자후와 같았다. 유더를 향해 몰아쳤고, 유더는 땅을 크게 차 마주 파동을 일으켰다. 사자후를 상쇄함과 동시에 자신을 향해 몰아치는 리빙 소드들을 보았다. 궤적을 계산했고, 주저없이 몸을 던졌다.
촤카카카칵!
완전히 피하는 것은 무리였다. 때문에 유더는 팔에 찬 건틀릿을 활용해 리빙 소드의 칼날을 흘렸다. 정면을 막아서는 벽과 같은 리빙 실드에 공격을 퍼붓는 대신 흑풍과 함께 솟구쳐 올랐다.
촤학!
벽을, 리빙 실드를 뛰어넘었다. 가디언과 시선이 마주쳤고, 그 순간 놈이 입을 벌렸다.
콰가가-!
브레스 웨폰.
예측하고 있었다. 그렇기에 리빙 실드의 끝을 차 추진력을 얻었다. 몸을 던져 가디언의 입에서 시작된 빛기둥을 피했고, 바닥에 착지하자마자 몸을 굴려 일어섰다. 정면에 위치한 리빙실드를 발로 차 밀어버렸다.
“코델!”
외침에 호응했다. 코델리아가 내쏘은 수십 발에 달하는 매직 미사일이 유더가 확보한 공간 속으로 빨려들 듯 몰아쳤다. 가디언에게 폭풍같은 연격을 선사했다.
“크아아!”
놈이 밀려났다. 유더는 그런 가디언을 추적하는 대신 코델리아에게 향하려는 리빙 소드를 발로 차 떨쳤다. 권풍을 내쏘아 남은 하나도 밀어내버렸다.
“아아아!”
코델리아가 마녀의 절규를 토했다.
귀를 찢는 괴성이 공간 전체를 진감시켰고, 리빙 소드와 실드의 움직임을 잠깐이지만 봉쇄했다.
“하아!”
그리고 유더가 흑룡십자격을 연속해서 펼쳤다. 반전해 돌아서며 연격을 퍼부으니, 다섯 개나 되는 검은 십자가들이 연속해서 가디언을 강타했다.
쾅! 쾅! 쾅! 쾅! 쾅!
굉음과 함께 빛이 터졌다. 그리고 유더는 깨달았다. 코델리아는 직감했다.
막혔다.
그리고 그대로였다. 가디언의 정면에 펼쳐진 빛의 방벽이 유더의 흑룡십자격을 모두 막아냈다.
통상적으로는 있을 수 없는 일.
하지만 실제로 일어났고, 유더는 이유를 파악했다. 코델리아도 언제나처럼 과정 없이 이해했다.
‘용맥의 힘!’
생각보다 더 강했다.
가디언은 지면을 통해 끊임없이 공급되는 용맥의 힘으로 본래라면 깨졌어야 할 빛의 방벽을 유지했다.
더욱이 그뿐만이 아니었다. 코델리아의 연격에 의해 상당한 피해를 입은 가디언이었거늘, 지금은 멀쩡했다. 용맥의 힘으로 아예 재생까지 해버린 덕이었다.
파아!
빛의 방벽이 깨졌다. 리빙 소드들과 실드들이 가디언의 곁으로 모여들었고, 가디언이 으르렁 거리며 유더와 코델리아를 주시했다. 그런 놈의 발밑에서 푸른빛이 번갯불처럼 일었다.
‘이대로는 못 잡아.’
코델리아는 확신했다. 용맥을 통한 회복량이 예상을 초월했다. 다른 공략법을 찾아야만 했다.
‘공중에 띄워서 잡아야 하나?’
지면과의 연결을 끊는다.
공중에 띄운 상태로 놈에게 타격을 입힌다.
그렇다면 생각해야 할 것은 염동력.
코델리아 자신이 놈을 띄우고 유더가 가디언의 숨통을 끊는다.
과연 가능할 것인가.
유더가 그 정도 공격을 퍼부을 동안 코델리아 자신이 버틸 수 있을 것인가.
과연 놈을 들어 올리는 것이 가능할 것인가.
코델리아는 생각하지 않고 느꼈다. 그렇기에 어느 순간 몰입에서 빠져나올 수 있었다.
저도 모르게 옆을 돌아보았다.
그리고 기묘한 광경을 목격했다.
“유더?”
전투가 시작된 직후 지금까지 상당한 양의 기를 소모한 유더였다.
그런데 멀쩡했다.
아니, 오히려 싸우기 전보다 상태가 더 좋아보였다.
그리고 결정적인 하나.
유더의 발바닥 부근에서 일어나는 푸른 번갯불.
예상하지 못 한 또 하나의 상황.
“와우.”
유더가 말했다.
코델리아는 그 순간 직감했다.
유더 역시 지면의 힘을 흡수할 수 있었다.
하지만 어떻게?
““용투기.””
유더와 코델리아가 동시에 말했다.
지면에서 솟구치고 있는 것은 용맥의 힘을 한 번 가공한 것이었다.
용의 힘을 더해 용속성을 가진 가디언과 눈의 여왕만이 흡수할 수 있게 한 힘이었다.
생명의 힘.
용의 기운.
코델리아는 흡수할 수 없었다. 하지만 유더는 아니었다.
유더에게는 용의 문장이 있었으니까.
유더 역시 용투기를 다룰 수 있었으니까.
그리고 그것이 의미하는 것.
콰강!
유더가 대뜸 흑룡십자격을 연속해서 퍼부었다. 가디언을 잠시 정신없게 만든 직후 코델리아와 함께 물러서며 소리쳤다.
“승산이 있어!”
가디언만이 아니었다. 유더 역시 지면의 힘을 공급받을 수 있었다.
그렇다면 이 상황을 어떻게 이용할 것인가.
어느 한쪽이 뻗어버릴 때까지 공격을 주고받는다?
분명 방법 가운데 하나였다.
하지만 너무 무식했고, 더 좋은 방법이 있었다.
그 방법.
“지켜줘.”
유더가 말했다.
너무 짧은 말이었지만 눈빛 대화에 능한 두 사람이었다. 코델리아는 유더의 요구가 무엇인지 정확히 파악했다.
“씨발, 미친놈.”
오랜만에 욕지거리가 나왔다. 그리고 새삼 눈앞에 있는 것이 아웃복서라는 사실을 깨달았다.
정말로 미친놈.
그렇기에 1등을 지킬 수 있었던 남자.
“커허헝!”
가디언이 포효했다. 브레스 웨폰이 쏟아져 들어왔고, 시간차 공격을 하듯 리빙소드들 역시날아왔다.
츄화!
유더와 코델리아가 양 옆으로 몸을 날렸다. 두 사람 사이를 관통한 브레스 웨폰이 벽에 맞는가 싶더니 그대로 흡수되었고, 사정없이 몰아치는 리빙소드들을 향해 코델리아가 염동력을 행사했다.
“아아아!”
쾅! 쾅!
리빙소드들이 지면에 내리꽂혔다. 유더는 추가 공격을 가하는 대신 승강기 쪽으로 달렸고, 코델리아는 그런 유더를 가리듯 가디언의 정면에 자리했다.
지켜줘.
“씨발!”
역시 전열을 졸업하려면 아직 먼 모양이었다.
코델리아는 유더를 지키기 위한 벽이 되었고, 저 멀리 도망친 유더는 바로 자세를 가다듬었다. 전투 중임에도 불구하고 무방비 상태가 되어 지면의 힘에 온 의식을 집중하였다.
유더가 하고자 하는 것.
코델리아가 미친놈이라 욕지거리를 토한 이유!
“으아아아!”
코델리아가 욕지거리를 토하며 마법을 난사했다.
공격으로 방어를 대신했고, 시간을 만들었다.
시선을 완전히 돌리고자 가디언을 향해 용맹히 돌진했다.
촥! 촥! 촥!
리빙소드들이 허공을 베었다. 코델리아는 춤추듯 리빙소드들의 검날을 피했고, 가디언의 바로 눈앞에서 급히 지면을 박차 이탈했다.
목적은 어디까지나 시선을 돌려 시간을 버는 것이었다.
“커헝!”
가디언의 포효가 코델리아를 향해 몰아쳤다. 대기를 뒤흔드는 파장이 밀려들었고, 코델리아는 칼라마이트의 검을 휘둘러 공간을 베었다. 파동 자체를 갈라 틈을 만든 뒤 시선을 던졌다. 유더를 향해 날아가는 리빙소드에 마비의 마안으로 속박을 걸었다.
“으그윽!”
힘들었다. 눈에서 피눈물이 나왔고, 머리가 띵했다. 주륵 하고 코피가 흘렀다.
하지만 아직이었다.
황금빛 선풍이 유더의 전신을 뒤덮었고, 코델리아는 돌아섰다.
진짜 미친놈.
싸우다 말고 이게 뭐하는 짓일까.
하지만 코델리아는 알고 있었다.
이게 최선이라는 것을.
그리고 가디언 역시 눈치 챘다.
코델리아의 행동이 자신을 공격하기 보다는 유더를 지키는 것에 집중되어 있다는 것을.
“커헝!”
놈이 포효하자 리빙소드들과 실드들이 유더를 향해 돌진했다. 놈은 거기에 그치지 않고 스스로 지면을 박차 올랐다.
넓다고는 하나 겨우 직경 수십 미터의 공간.
코델리아는 이를 악물었다. 동시에 다섯 개체를 막기 위해 무리에 무리를 거듭했다.
“멈춰어어!”
마비의 마안.
지금까지 특정 대상을 포착하지 않았다. 시야 전체를 대상으로 했다.
쾅! 쾅! 쾅!
리빙소드들과 실드들이 멈추는데 그치지 않고 바닥에 떨어졌다. 가디언 역시 뛰어오른 자세 그대로 지면에 나자빠졌다.
1초.
2초.
3초.
눈이 타들어가는 것 같았다.
시야가 하얗게 물들기 시작했고, 코델리아는 직감했다. 보이지 않는다. 이제 1초 남짓한 시간이 지나면 코델리아 자신은 시력을 상실한다.
영구적은 아니었다. 하지만 적어도 이번 전투 내에서는 회복하기 힘들 터였다.
그렇기에 코델리아는 가장 보아야만 하는 것을 보았다.
고통을 씹어 삼켰고, 비명을 질렀다. 그 와중에도 지면을 박차 올랐다.
“으아아!”
유더의 바로 앞.
코델리아는 마지막 순간 보았던 궤적을 기억했다. 온몸으로 느끼며 두 팔을 앞으로 뻗어 염동력을 발했다.
유더를 짓뭉개려는 리빙실드들을 막아냈다.
“아아아!”
크게 양팔을 휘둘러 놈들을 내동댕이쳤다. 앞이 보이지 않았지만 감지했다. 남은 마력을 모두 쥐어짜 수십 발에 달하는 매직 미사일들을 만들었고, 폭풍을 일으켰다.
촤하아아아아아아-!
매직 미사일들이 유더와 코델리아를 중심으로 소용돌이를 일으켰다. 가디언은 감히 뛰어들지 못 했고, 대신해 날아든 리빙소드들이 매직 미사일을 맞고 튕겨져 나갔다.
그대로 1초, 다시 2초.
전신에서 땀이 비처럼 쏟아졌다.
시간의 흐름을 제대로 느낄 수 없었다.
하지만 코델리아는 결코 쓰러지지 않았다. 유더 앞에 버터선 채 매직 미사일의 소용돌이를 유지했다.
그렇게 다시 십여 초.
마침내 마지막 매직 미사일이 부서졌다.
더 이상의 소용돌이는 존재하지 않았다.
리빙소드들과 실드들 역시 여기저기 찌그러지고 망가져 제대로 떠오르지 못 했지만 어차피 주가 아니었다.
기다리고 있던 것.
리빙 소드들과 실드들로 끊임없이 소용돌이를 두드리며 힘을 모으고 있던 존재.
가디언이 입을 크게 벌렸다.
소용돌이가 사라진 그 순간 브레스 웨폰을 내쏘았다.
코델리아가 고개를 들었다.
밀려오는 브레스 웨폰을 향해 부들부들 떨리는 손을 힘 없이 들어 올렸다.
그리고 충돌.
부서지는 빛.
공간을 뒤흔드는 굉음.
코델리아는 웃었다.
보이지 않았지만 알 수 있었다.
느낄 수 있었다.
자신의 허리를 안은 단단한 팔.
바로 코앞까지 다가온 가디언의 브레스 웨폰을 저지하고 있는 막강한 힘.
유더가 손을 뻗고 있었다.
한 손으로 코델리아의 허리를 안은 채, 강대한 흑룡의 기운으로 브레스 웨폰을 막아내고 있었다.
유더가 선택한 방법.
코델리아가 벌어준 시간동안 유더가 해낸 것.
‘열었어? 못 열었으면 화낸다?’
텅 빈 것 같은 눈으로 코델리아가 유더에게 물었고, 유더는 고개를 끄덕였다.
코델리아의 허리를 더욱 세게 끌어안으며 주먹을 움켜쥐었다.
고대의 약술.
거기에 더해진 것은 용맥의 기운.
순수한 용투기.
그 모든 것들을 모아 마침내 열어젖힌 새로운 문.
유더는 굳이 말로 하지 않았다. 보여주었다. 코델리아가 느낄 수 있게 해주었다.
구천구문九天九門 제사문第四門.
흑룡포효黑龍咆哮.
유더가 내지른 주먹으로부터 네 마리 흑룡이 솟구쳤다.
거센 포효와 함께 빛의 기둥을 파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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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40장 - 눈의 여왕 #2 >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