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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딩메이커-112화 (112/473)

< 제40장 - 눈의 여왕 #3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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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델리아는 앞이 보이지 않았다.

하지만 분명히 느낄 수 있었다.

자신의 허리를 단단히 안고 있는, 믿고 의지할 수 있는 유더의 팔.

언제 이렇게 컸는지 코델리아 자신이 쏙 들어가게 된 유더의 품.

그리고 들을 수 있었다.

네 마리 용의 포효를.

강대한 힘이 일어나 밀려오던 파괴의 힘을 부수는 것을.

온몸의 털이 곤두서는 것 같았다.

등줄기를 따라 전율이 흘렀고, 가슴이 두근거렸다.

구천구문 제사문.

그로인해 달라진 것.

동시에 부리게 된 네 마리 흑룡.

‘강해.’

확실히 달라졌다.

3.8이 4가 되어 조금 강해진 수준이 아니었다. 네 번째 문을 열게 됨으로써 완전히 다른 영역에 발을 들이게 되었다.

‘무서워.’

조금이지만 그런 생각이 들었다. 유더의 전신에서 일어난 용의 기운이 너무나 흉흉했기 때문이다.

노여움.

격노.

금방이라도 터질 것 같은 격한 마음.

‘아파아······.’

유더가 코델리아 자신의 허리를 으스러지도록 세게 끌어안은 탓이었다.

허리가 부러질 것만 같았다.

‘이 바보가!’

하지만 목소리가 제대로 나오지 않았다. 온 몸에 힘이 없어 아무 것도 할 수 없었다.

그리고 손길을 느꼈다.

보이지 않기에 더욱 예민해진 감각이 정확히 포착했다. 흑룡을 쏟아낸 유더의 손이 코델리아의 뺨에 닿았다.

코델리아는 움찔했다.

무서운 마음이 조금 더 커졌다.

하지만 잠깐이었다.

금방 이해했으니까.

유더의 분노가 무엇 때문인지.

지금 닿은 유더의 손길이 얼마나 조심스럽고 부드러운지.

“힐링.”

유더가 코델리아의 감은 두 눈 위를 어루만지며 주문을 읊조렸다.

반지에서 비롯된 새하얀 빛이 코델리아의 두 눈에 빨려들 듯 녹아내렸고, 코델리아는 천천히 눈을 떴다.

“아, 보인다.”

아직 흐릿하긴 했지만 대충은 볼 수 있었다.

코델리아다운 감탄에 유더는 안도의 숨을 토했고, 다시 코델리아의 뺨을 어루만지며 말했다.

“미안, 많이 아팠지?”

평소와는 조금 다른 목소리였다.

더욱이 뺨까지 어루만지고 있었다.

때문에 코델리아는 당황했고, 낯선 이 상황을 극복하고자 태연을 가장했다.

“응. 엄청 힘들었어.”

“미안.”

다시 유더가 말했고, 코델리아는 참으로 묘한 기분에 휩싸였다.

제발 그냥 평소처럼 굴라고 소리치고 싶은 마음과 어쩐지 이대로 그냥 눈을 감고 싶다는 마음이 동시에 들었고, 심장이 터질 것처럼 요동치기 시작했다.

‘왜, 왜 이래.’

유더도 그렇고 코델리아 자신도 그렇고.

그리고 유더가 다시 행동했다. 코델리아의 눈을 똑바로 바라보며 말했다.

“다녀올게.”

코델리아는 저도 모르게 고개를 끄덕였다.

빨개진 얼굴로 얌전히 구는 그녀의 모습에 다시 미소 지은 유더는 무척이나 조심스럽게 행동했다.

다리에 힘이 풀려 풀썩 주저앉으려는 코델리아를 조심스럽게 앉힌 뒤 가디언을 돌아보았다.

코델리아가 느꼈던 억눌린 분노를 고스란히 드러냈다.

“크르르······.”

가디언이 낮게 으르렁거렸다.

하지만 지금까지와 달랐다.

놈의 두려움을 느낄 수 있었다.

유더가 발하는 강대한 용의 기운이 놈을 옭아매고 있었다.

“크르르······.”

놈은 유더와 코델리아를 기다려준 것이 아니었다.

기다릴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쫄았어.’

코델리아는 가디언의 두려움을 느꼈다. 사람보다는 짐승에 가까운 그녀의 감각이 명확히 알려주었다.

유더가 발하는 용의 기운.

검은 불꽃처럼 타올라 유더의 전신을 뒤덮은 흑룡의 힘.

코델리아의 눈은 완치된 것이 아니었다.

여전히 흐릿했고, 색도 잘 보이지 않았다.

하지만 그렇기에 더욱 명확히 볼 수 있었다.

자신 앞에 버티고 선 유더.

유더의 뒷모습.

하늘로 솟구치기 직전인 흑룡의 자태.

“와라.”

유더가 낮게 말했다.

작은 목소리였지만 분명히 들렸다.

잔잔한 파문이 되어 퍼져나갔다.

‘저, 저게 뭐야. 부끄러.’

어째서 부끄러움은 자신의 몫일까.

코델리아가 몸을 비비 꼰 그 때 가디언이 반응했다.

두려움을 떨치듯 크게 포효했다.

“커허헝!”

리빙소드들과 실드들이 동시에 움직였다.

유더와 코델리아를 짓뭉개고 부수기 위해 날아들었다.

사방.

그것도 동시에.

하지만 유더는 두려워하지 않았다.

보고, 느끼고, 계산한 뒤 행동에 나섰다.

쿵.

낮고 둔중한 소리.

하지만 그로부터 일어난 것은 너무나 빠르고 가벼웠다.

흑풍도래.

칠흑의 질풍과 황금의 선풍.

유더가 공간을 가로질렀다. 오른쪽을 보았고, 짓쳐드는 리빙실드를 향해 일장을 내뻗었다.

흑룡출수.

흑룡이 포효하며 맹진했다. 리빙실드를 쳐내는데 그치지 않고 밀어냈다. 리빙실드의 가운데가 움푹 파였고, 그대로 벽을 향해 날아가 충돌했다.

쿠쿠쿵!

굉음이 터졌다.

그리고 그것은 늦었다. 유더는 이미 왼쪽으로 몸을 날린 상태였다.

리빙소드.

날을 곧이 세운 채 날아드는 것.

허공에서 몸을 회전시켰다. 그대로 리빙소드의 검날을 향해 뒤꿈치를 내려쳤다. 이번에도 발산된 흑룡의 기운이 리빙소드를 물었다. 그대로 지면에 내리꽂았다.

콰캉-!

리빙소드가 날아오던 모습 그대로 지면에 박혔다.

그리고 이 모든 일이 일어나는데 걸린 시간은 불과 2초 남짓에 불과했다.

겨우 그 정도 시간.

그렇기에 리빙소드와 실드는 주저앉은 코델리아를 덮치지 못 했다. 그러기에는 1초가 부족했다.

그 1초.

유더가 공간을 가로질렀다.

리빙소드가 바닥에 박히며 굉음을 일으킨 그 순간, 소리보다 빠르게 지면을 박찼다. 코델리아를 향해 몸을 돌리며 두 팔을 당겼다. 흑룡의 기운에 검은 질풍을 더했다.

흑룡질풍격.

콰하-!

유더의 양 손에서 뻗어나간 두 마리 흑룡이 질풍과 함께 요동쳤다. 리빙소드와 실드를 검은 소용돌이 속에 가두었고, 그대로 나아가 벽과 천장에 박아버렸다.

콰가강!

거의 동시에 파공음이 울렸다. 코델리아는 눈을 깜박였고, 유더는 돌아섰다. 더 이상 움직이지 않는 리빙소드들과 실드들에 당황한 가디언을 향해 돌진했다.

“크허헝!”

가디언이 마주 포효하며 돌진해왔다.

하지만 그 기세가 약했다.

몸이 움츠러들었고, 그렇기에 무슨 짓을 할지, 어떤 생각을 할지가 모두 눈에 보이는 것 같았다.

콰가강!

흑룡뇌격퇴.

황금빛 벼락과 함께 칠흑의 기운이 폭발했다.

유더의 돌려차기가 가디언의 머리에 꽂혔다. 발산된 흑룡의 기운이 가디언의 머리를 물었고, 그대로 땅에 내리 꽂아버렸다.

쿵!

가디언의 거체가 무너졌다. 공중에서 몇 번이나 몸을 회전시킨 유더는 지면에 착지함과 동시에 다시 한 번 돌진했다.

뇌성박.

콰가강!

다시 뇌성이 터졌다. 벼락같은 칠연격이 가디언의 가슴을 강타했고, 가디언은 제대로 된 비명조차 지르지 못 했다.

콰가각!

하지만 가디언이었다. 지면으로부터 용투기를 흡수한 놈이 전신에서 벼락을 내뿜었다. 잠시나마 유더의 공격을 끊어내자마자 포효를 토했다.

“카아아-!”

드래곤 피어.

공포를 야기하는 힘.

쾅!

어림없었다.

유더가 지면을 거칠게 밟아 굉음을 일으켰다. 가디언의 기세를 끊음과 동시에 용의 기운을 발산했다.

더 강한 용의 포효로 가디언의 드래곤 피어를 무력화시켰다.

“크아아!”

가디언이 몸부림치며 비명을 질렀다. 그리고 유더가 다시 한 번 계산했다. 천장의 높이와 가디언의 크기, 놈을 날려버리기 위해 필요한 힘, 그로 말미암은 체공시간.

‘허공에서 끝내야 해.’

유더 자신이 일방적으로 두들겨 패고 있는 상황이었지만 이런 식으로는 끝을 내는데 시간이 너무 오래 걸렸다.

허공으로 끌어올려 지면에서 공급되는 용투기를 끊은 뒤 일격에 놈을 처리해야만 했다.

그러기 위해 필요한 것은 두 가지.

놈을 허공에 날려버릴 수단과 그렇게 날아간 놈을 일격에 처리할 강대한 기술.

“크아!”

가디언이 다시 몸부림을 쳤다. 때문에 유더는 생각은 끊고 행동했다. 다시 한 번 가디언의 가슴에 주먹을 꽂아 넣어 놈이 몸을 웅크리게 한 뒤 몸을 뒤로 뺐다. 일부러 놈이 일어설 시간은 준 뒤 재차 발을 놀렸다.

스하-!

가디언은 네 발 짐승이었고, 그렇기에 밑으로 파고들면 놈의 가슴과 배를 볼 수 있었다.

바닥에 눕듯이 파고든 유더는 물구나무를 서듯 몸을 일으킴과 동시에 가디언의 복부를 노렸다.

있는 힘을 다해 놈의 복부를 밀어찼다.

쾅!

검은 기운이 용솟음쳤다. 가디언의 허리를 문 그것이 그대로 돌진해 허공으로 솟구쳤다.

쿵!

천장과 충돌했다. 그리고 추락을 시작했다.

땅에 닿기까지 남은 시간은 불과 몇 초 남짓.

자세를 바로 한 유더는 허리에 차고 있던 동방무사의 검을 쥐었다. 흑룡의 기운을 주입했다.

그리고 깨달았다.

천장이 너무 낮았다.

충분한 힘을 모으기에는 시간이 부족했다.

하지만 유더는 멈추지 않았다.

보였으니까.

녹색의 기운이 가디언을 집어삼키는 것을. 마녀의 염동력이 가디언을 허공에 고정하는 것을.

“하여간.”

내가 없으면 안 된다니까.

코델리아의 목소리가 등 뒤에서 들렸다. 생략된 이야기도 머릿속에서 진짜처럼 만들어졌다.

코델리아.

전투의 천재.

그녀는 그저 구경만 하지 않았다.

지면에서 솟구치는 용투기에 마나 드레인을 걸어 마력을 회복했다.

물론 효율은 별로 좋지 않았다.

하지만 설사 그렇다 할지라도 마력 자체는 회복할 수 있었다.

그리고 그 결과.

“역시 최고야.”

유더가 말했다. 웃으며 검을 당겼고, 그대로 허공에 못 박혀 움직이지 못하는 가디언을 향해 동방무사의 검을 휘둘렀다.

흑룡지옥참.

칠흑의 검기가 거칠게 뻗어나갔다. 대지를 찢어발기며 돌진한 난폭한 선이 가디언의 목을 가로질렀다.

콰가-!

마치 용의 이빨에 물어뜯긴 것처럼 가디언의 목이 끊어졌다. 코델리아는 염동력을 풀었고, 가디언의 거체가 지면에 추락했다.

쿠쿠쿵!

가디언의 머리와 목이 각기 지면에 충돌했고, 굉음과 함께 바닥이 갈라졌다.

그리고 유더와 코델리아의 가슴께에 새하얀 빛의 고리들이 연속해서 떠올랐다.

레벨 업.

유더 자신은 65. 코델리아는 이제 64.

“하아··· 하아··· 학.”

코델리아가 어깨를 늘어트린 채 숨을 헐떡였고, 유더는 그런 코델리아를 향해 몸을 돌렸다.

눈의 여왕도 눈의 여왕이었지만, 일단은 코델리아에게 가고 싶었기 때문이다.

코델리아가 고개를 들어 그런 유더를 보았다.

유더가 코델리아를 보았다.

그리고 직후.

콰지직.

소리가 들렸다.

두 사람은 동시에 고개를 들었고, 천장에 퍼지는 균열을 보았다.

콰지지직-

그리고 다시 소리.

이번엔 벽과 바닥이었고, 유더와 코델리아는 서로를 보았다.

“아.”

“아아.”

균열이 더욱 커졌다.

당연한 일이었다.

온갖 난동을 다 부렸으니까.

벽과 천장에 마구 박아 넣었으니까.

“빨리!”

코델리아가 소리쳤고, 유더가 재빨리 돌아섰다. 기둥을 향해 달려간 뒤 멜리사가 알려준 순서대로 눈의 여왕의 코어를 분리했다.

투둑, 투둑.

천장에서 잔해가 조금씩 떨어져 내렸다. 균열이 계속 커지고 있으니, 이제 곧 커다란 낙석이라도 떨어지리라.

하지만 제일 큰 문제는 벽과 바닥.

바닥의 균열로부터 황금빛 기운이 조금이지만 불쑥 튀어나왔다.

순수한 용맥의 힘이 분명했다.

“어서!”

코델리아가 다시 외쳤고, 유더는 재빨리 몸을 날렸다. 엉거주춤 일어서는 코델리아의 허리를 낚아챔과 동시에 승강기 쪽으로 방향을 돌렸다. 문을 열 새도 없어 드롭킥으로 승강기 문을 부숴버렸다.

쿠쿠쿵!

“위로!”

다행히 멜리사가 반응해주었다.

승강기가 상승하기 시작했고, 유더와 코델리아는 부서진 승강기 문틈으로 개발실의 벽과 바닥이 붕괴하는 것을, 황금빛 기운이 가디언의 시체를 집어삼키는 것을 보았다.

쿠화아아-

그대로 상승.

“하아, 하.”

유더는 주저앉다 못 해 쓰러졌고, 덕분에 따라 쓰러지게 된 코델리아는 윽하고 신음을 토했다.

“괜찮아?”

“안 괜찮아. 눈도 잘 안 보이구. 뼈마디도 쑤시고. 그냥 다 아파.”

저도 모르게 투정을 부리자 유더는 다시 미소를 흘렸다. 코델리아가 그러하듯이 저도 모르게 말했다.

“다행이야.”

“뭐가.”

“너랑 함께라서.”

유더가 코델리아를 돌아보았다. 조금이지만 속마음을 드러냈다.

하지만 불행인지 다행인지 눈이 완치되지 않은 코델리아였다.

이번만은 눈빛 대화가 실패하고 말았다.

“흥, 알면 잘해.”

코델리아가 흥흥 거리며 언제나처럼 말하자 유더는 눈썹을 살짝 꺾었지만 이내 언제나처럼 능청스러운 미소를 지었다.

“여부가 있을까요, 우리 공주님.”

“흥, 말로만.”

일부러 평소보다 더 툴툴거린 코델리아는 유더의 가슴에 머리를 기댔다.

인정하긴 싫지만, 이러고 있으면 안심이 되었으니까.

그대로 눈을 감았고, 피로에 몸을 맡겼다. 깊은 잠에 빠져들었다.

&

“정말 감사합니다. 정말 수고하셨어요.”

깊은 잠에 빠져든 코델리아를 소위 말하는 공주님 안기로 안고 서 있던 유더는 고개를 끄덕인 뒤 승강기를 나섰다.

“개발실은 어떻게 되었죠?”

“완전히 붕괴했어요. 하지만 괜찮아요. 눈의 여왕의 코어는 빼냈으니까 폭발은 일어나지 않을 거예요.”

멜리사가 웃으며 말하자 유더는 저도 모르게 코델리아를 돌아보았다.

‘음, 나도 중증이군.’

폭발하면 이제 활짝 웃는 코델리아의 얼굴부터 생각이 났으니까.

아니, 유더 자신이 아니라 코델리아가 이상한 것일까.

어찌되었든 하늘지붕 산맥의 대붕괴는 막았고, 광룡 얄라바스카의 탄생 역시 저지했다.

그야말로 엄청난 대성과였다.

‘알고 있는 건 나랑 코델리아··· 거기에 멜리사뿐이지만.’

사실 멜리사도 광룡 얄라바스카에 대해서는 아는 게 없으니, 유더 자신과 코델리아만 아는 대활약이었다.

‘뭐, 그럼 된 거지.’

유더 자신도 사람이었다.

자신이 세상을 구했다는 사실을 혼자만 알고 있었다면 이래저래 섭섭했을 터였지만, 혼자가 아니었다.

코델리아와 공유하는 사실이었다.

그것 하나로 마음이 훈훈해지는 기분이었다.

‘얻은 것도 많고.’

구천구문 사문을 열었다.

그리고 그로 말미암아 네 마리 흑룡을 부리게 된 것뿐만 아니라 구천구문 자체에 대해서도 알게 된 사실들이 있었다.

‘나중에 복기해보자.’

선녀와의 두 번째 만남.

그녀와의 만남으로부터 얻은 것들.

‘그리고.’

코델리아의 품에 올려놓은 눈의 여왕의 코어.

광룡 얄라바스카를 탄생시킨 실패한 정령왕.

사용처라면 이미 정해둔 바가 있었다.

‘코델리아도 파워 업을 해야지.’

유더 자신만 하면 불공평했으니까.

‘수고가 꽤 들겠지만.’

유더 자신의 발상을 실현하려면 고생 깨나 해야 할 터였다. 하지만 모두 끝나고 났을 때 코델리아가 지을 미소를 생각하니 당장이라도 시작하고 싶은 마음이었다.

“저··· 유더? 무슨 생각 하세요?”

“네?”

“아니, 그··· 자꾸 실실 웃으셔서······.”

“흠흠.”

급히 표정을 정돈한 유더는 코델리아를 고쳐안은 뒤 다시 멜리사에게 말했다.

“일단, 좀 쉴 수 있을까요? 가능하면 식사도 좀.”

“얼마든지요, 주인님들이 남기고 가신 비상식량이 있답니다.”

활짝 웃는 멜리사의 인도를 따라 유더는 발걸음을 내디뎠다.

그리고 같은 시각.

세일룬 왕국 북부 국경 지대 인근.

“과연, 그렇게 된 것인가.”

낮게 말한 체이스 백작은 새삼 북쪽을 돌아보았다.

드넓게 펼쳐진 야생의 땅 어딘가에 있을 유더와 코델리아를 생각한 뒤 고개를 끄덕였다.

“게일, 네 말대로 갈까마귀들은 준비를 해야만 한다.”

게일의 판단은 옳았다. 북부에 야만의 땅에서 일어나고 있는 일들을 전해야만 했다.

“나는 이대로 북상해 네가 말한 동부 연맹이란 곳에 합류하겠다. 게일 너는 아델리아와 함께 썬더둠 요새로 가거라.”

“알겠습니다.”

예상한 대로의 수순이었다.

하지만 다음에 일어날 일은 예상하지 못 한 게일이었다.

“그런데 게일.”

“예, 백작님.”

“다시 봐도 비리비리하구나. 매가리도 없고.”

“네?”

유더와 달리 체이스 백작에게 적응하지 못 한 게일이었다.

때문에 반문하였고, 체이스 백작은 끌끌끌 혀를 차더니 공간 확장 가방을 열었다.

여기서 헤어지면 다시 만날 때까지 시간이 꽤 걸릴 터였으니까.

조금(?) 어색해도 한 번에 처리하는 수밖에 없었다.

“밥은 먹고 다니나? 설마 아델리아를 굶기는 것은 아니겠지? 허허··· 검이 낡았구나. 손질해서 될 것 같지가 않군.”

“백···작님?”

게일이 영문을 몰라 눈을 껌벅이는 그때 아델리아는 두 손으로 얼굴을 덮고 소리 없는 절규를 질렀다.

‘아빠아아아아아.’

부끄러웠다. 너무너무 부끄러웠다.

하지만 말릴 생각은 들지 않았다. 게일에게 퍼준다는데 왜 말린단 말인가.

그렇게 체이스 백작의 기묘한 트집 잡기는 이어졌고, 게일은 자신의 앞에 하나 둘 늘어나는 가방에 눈을 껌벅였으며, 아델리아는 아예 주저앉아 어쩔 줄을 몰라했다.

그렇게 십여 분.

몇 배나 늘어난 짐을 짊어진 채 끙끙 거리며 썬더둠 요새로 향하는 게일과 아델리아를 배웅한 체이스 백작은 돌아섰다.

북쪽을 향해 나아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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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40장 - 눈의 여왕 #3 >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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