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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딩메이커-116화 (116/473)

< 제42장 - 뒤틀림 #3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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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더의 전략은 단순했다.

동부군이 모루가 되고 유더 자신과 코델리아가 망치가 된다.

눈꽃바람 평원에서 시작될 회전에서 동부군이 대치 국면을 이끌어내면 유더 자신과 코델리아가 서부군의 후방을 유린해 놈들이 전선을 유지할 수 없게 만든다.

일단 망치는 성공했다.

하늘마루 산맥을 넘었고, 멜리사와의 만남을 통해 마젤란의 하이 엘프들이 남긴 지하 터널까지 이용할 수 있게 되었다.

무주공산인 서부의 후방을 마음껏 유리하는 것이 가능했다.

하지만 이것만으로는 부족했다.

망치의 성공만으로는 전략이 완성되지 않았다.

‘모루가 버티지 못 한다면.’

만약 모루가 적의 공세에 부서져 버린다면.

전략을 부수는 전술적 성과.

통상적으로는 불가능한 일.

하지만 하라겐에게는 그것을 가능케 할 비장의 수가 존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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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라라라 라이! 아라라라 라이!”

벨리알의 주구로 거듭난 일곱뿔이 붉은 안광을 빛내며 포효했다.

하늘과 땅을 울리는 외침에 수만에 달하는 전사들이 합세하니, 그 기세만으로도 눈앞의 적을 분쇄하기 충분했다.

그리고 붉은질풍은 그저 지켜만 보지 않았다.

기세 싸움의 중요함을 아는 그는 손을 들어 올렸고, 칼날노래 부족의 족장인 아홉칼날이 붉은질풍을 대신해 포효했다.

“쿠라라! 쿠라라!”

동부군 역시 함께 외쳤다. 곳곳에서 뿔나팔을 불었고, 동부군과 함께하는 야생신들이 성난 포효를 내질렀다. 성스러운 힘으로 눈꽃바람 평원을 뒤덮고자 했다.

“아아아!”

“아아아!”

하지만 녹록치 않았다. 성스러운 기운을 받아치는 것이 있었다.

타락의 결과 지옥의 마물이 되고만 서부의 야생신들이 울부짖었고, 거대한 사념이 성스러운 힘을 상쇄했다.

동부군의 숫자는 약 3만.

서부 통합 과정에서 병력을 소모한 서부군의 숫자는 약 2만 8천.

쿵! 쿵! 쿵!

북소리가 울렸다.

숫사슴의 뿔로 장식된 뿔 투구를 쓴 일곱뿔이 코뿔소를 닮은 지옥의 마물을 타고 앞으로 나섰고, 타락한 부족장들이 그의 옆에 도열했다.

언제나와 같은 쐐기 진형과 노도와 같은 돌진.

예상대로의 전개에 붉은질풍은 다시 손을 들어올렸다.

곳곳에서 깃발이 나부꼈고, 동부군은 공격을 받아내기 위한 진형을 갖추었다.

“쿠라하! 쿠라하!”

동부군이 창끝으로 땅을 두드렸다.

서부군이 각자의 무기를 들며 다시 한 번 포효했다.

하라겐은 그 광경을 뒤에서 지켜보았다.

하라겐의 심복인 날카로운 뿔이 벅찬 가슴을 달래며 숨을 크게 삼켰다.

곳곳에 자리한 중급마인들이 전투의 시작을 기다렸다.

그리고 어느 순간.

하라겐이 숨을 토한 그때, 저 먼 곳에서 유더가 진실을 깨달은 순간.

“돌-진-하-라!”

일곱뿔이 크게 외치며 선언했다. 성난뿔소 부족의 전사들이 앞다투어 달려나갔다.

쿵! 쿵! 쿵!

수만 명에 달하는 이들이 일시에 돌진하니 땅이 뒤흔들렸다.

눈앞을 가득 채우는 어마어마한 박력에 붉은바람은 마른침을 꿀꺽 삼켰고, 근처에 있던 태양노래는 숨을 깊이 삼켰다.

아홉칼날이 검을 당겼다. 붉은질풍을 돌아보았고, 정면을 주시한 채 침묵하던 붉은질풍은 수를 헤아렸다.

사냥과 같은 요령이었다.

너무 빨라도 안 되었고, 너무 늦어도 안 되었다.

붉은질풍의 이마를 따라 땀이 흘렀다. 노련하고 담대한 전사인 그도 이 정도 숫자의 대군을 상대로 싸워보는 것은 처음이었다.

한 호흡.

눈꽃바람 평원을 가로지르는 성난뿔소 부족.

하늘을 울리는 야생신들과 마물들의 포효소리.

“지금!”

붉은질풍이 소리쳤다. 아홉칼날이 칼을 휘둘렀고, 사방에서 수기가 펄럭였다.

웅크리고 앉아 기다리던 칼날노래가 벌떡 일어나 외쳤고, 위대한폭풍이 바람으로 그의 외침을 전장 전체에 퍼트렸다.

거친눈사태가 일어섰다. 고운눈바람이 노래했다.

“가라아아아!”

동부군이 돌진했다.

마찬가지로 땅을 뒤흔들었다.

양쪽의 최전열.

가장 앞에 자리한 이들.

극도의 흥분이 그들을 사로잡았다.

전장의 광기에 취한 그들이 마침내 서로의 숨결을 마주하였다.

콰가가가가가강!

파도와 파도가 마주쳤다.

서로 깨져나갔다.

최전열에 자리하고 있던 이들은 동부군과 서부군을 가리지 않고 부서지고 파괴되었다.

순식간에 수십, 수백에 달하는 이들이 목숨을 잃었다.

붉은질풍의 예상과는 조금 다른 상황이었다.

서부군의 예기가, 상상 이상의 난폭함이 지금과 같은 결과를 야기했다.

하지만 붉은질풍은 침착함을 잃지 않았다.

수만 가운데 수백일 뿐이었다.

어차피 첫날의 전투는 큰 피해가 야기될 수밖에 없었다.

동부에 전화가 미치지 않게 하기 위해서는 눈꽃바람 평원에서 놈들을 막아야 했으니 이쪽도 출혈을 각오해야만 했다.

‘수호신들께서 함께 하신다.’

야생의 땅에 거하는 이들이 야생신을 부르는 말.

붉은질풍의 믿음은 그릇되지 않았다.

고운눈바람의 노래가 전사들을 치유했다.

위대한폭풍이 전사들의 기운을 북돋았고, 거친눈사태의 응원은 그리 도움이 되지는 않았지만 그래도 없는 것보다는 나았다.

그리고 칼날노래.

그는 자신의 기질을 감추지 않았다. 본신인 거대한 검은 늑대로 화한 그는 직접 전장에 나서 야생신의 힘을 과시했다.

“찢겨 죽어라!”

짓밟고 물어뜯는 데 그치지 않았다. 신력을 발휘하니 보이지 않는 칼날 수십 개가 일어 칼날노래 주변의 서부군을 찢어발겼다.

“칼날노래! 칼날노래!”

칼날노래 부족뿐만이 아니었다. 동부군이 크게 환호했고, 기분이 좋아진 칼날노래는 전장을 종횡무진했다.

붉은바람도 열심히 싸웠다. 최전열에 나서는 대신 다소 뒤쳐진 곳에서 불사조를 부렸고, 틈틈이 앞장서 싸우는 태양노래의 등을 찾기 위해 시선을 뿌렸다.

위대한폭풍은 본신인 거대한 새의 모습으로 화해 하늘 높은 곳으로 향했다.

그곳에서 전장 전체를 내려다보며 자신이 본 것을 붉은질풍에게 전달하였다.

동부군과 서부군의 격돌

서로의 최전열이 박살이 날 정도의 거센 충돌이었지만, 지금은 소강 국면에 접어들었다.

사망자가 속출하는 대신 서로가 서로를 밀어내는 형태가 되었다.

나쁘지 않았다.

서부군 쪽에서는 딱히 전술적인 기동을 하지도 않았다. 배후로 도는 기동부대도 없었고, 예비대 쪽에서 뭔가 남다른 움직임이 있는 것도 아니었다.

그저 무식하기 짝이 없는 돌진.

‘이거 어쩌면.’

버티는 수준이 아니라 아예 서부군을 박살낼 수 있지 않을까?

동부군의 양끝이 슬금슬금 앞을 향해 나아갔다.

무식한 정면 돌파를 시도 중인 서부군을 포위하기 위함이었다.

이대로 포위진이 완성된다면.

위대한폭풍은 위대한 승리를 기대했다.

고운눈바람의 노랫소리가 승전가를 연상케 했다.

그리고 하라겐이 하늘을 보았다.

저 높은 곳에서 내려다보는 아름다운 하얀 새를, 위대한폭풍을 보며 손을 놀렸다.

“거행해라.”

의식을.

우리가 준비해온 것을.

날카로운 뿔이 깃발을 들어올렸다.

전장 곳곳에 퍼져 있던 마인들이 움직이기 시작했고, 전투가 시작된 이래 앞으로 나서기는커녕 자리만을 지키던 타락한 야생신들이 마침내 일어섰다.

하라겐이 다시 하늘을 보았다.

더 이상 마인의 겹눈을 감추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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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델리아는 유더를 잘 알았다.

눈빛만 봐도 무슨 생각을 하는지 알 수 있었다.

그렇기에 자세를 낮추었다. 제단 앞에 앉은 채 멍한 표정을 짓고 있는 유더와 시선을 맞추었다.

“유더.”

다시 불렀다. 퍼뜩 정신을 차린 유더가 코델리아를 보았고, 코델리아는 다시 말하는 대신 그저 유더를 바라보았다.

유더가 숨을 토했다.

몇 번이나 그런 끝에 진정했다.

코델리아가 잘 아는 유더의 모습으로 돌아왔다.

“어떤 의식이야?”

대악마 크레이믈러를 소환하는 의식이 아니었다.

코델리아도 그 정도는 알 수 있었다.

유더는 입을 열었다.

자신이 알아낸 것을 알려주었다.

그리고 직후, 코델리아는 직감했다.

그녀의 본능이 말해주었다.

동부군은 패배한다.

서부군을 당해낼 수 없다.

그리고 언제나 그러했듯이 그녀의 직감은 틀리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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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작에서 하라겐은 수월하게 야생의 땅을 손에 넣었다.

서부와 동부의 야생신들을 거의 다 타락시켜 수하로 삼았고, 붉은질풍을 비롯한 반항적인 족장들을 숙청해 야만족들을 하나의 군대로 키워냈다.

그렇기에 아르곤 제국에 자리한 악마의 눈의 본산에서도 하라겐의 행보를 방해하지 않았다. 오히려 지원을 아끼지 않았다.

때문에 하라겐은 대악마 크레이믈러를 야생의 땅에서 소환하지 않았다.

하나로 통합된 야만족과 타락한 야생신들을 부려 세일룬 왕국 북부 국경지대를 초토화시킨 뒤에야 크레이믈러를 불러냈다.

그 전에는 필요하지 않았으니까.

바이엘 백작과 흐레스벨그 백작이라는 두 검호가 야만족 족장들은 물론이고 타락한 야생신들마저 처단하기 시작하기 전까지는 가지고 있는 패들만으로 충분하였으니까.

하지만 모든 것이 달라졌다.

유더와 코델리아가 그렇게 만들었다.

하라겐은 궁지에 몰렸고, 원작에서는 하지 않았던 선택을 하였다.

“벨리알이시여.”

하라겐이 음산하게 웃었다.

서부를 사실상 초토화시켰다.

전장에 서는 전사들과 후방지원을 위한 최소한의 인원을 제외하고는 모조리 제물로 바쳤다.

대전사들이 거행한 의식으로 피의 강이 흘렀다.

‘아끼지 않는다.’

야생신들 따위.

모조리 장작불로 태워버린다.

하라겐의 눈앞.

서부군과 동부군의 접전 지역보다 조금 뒤에 자리한 곳.

동부군의 양끝이 서서히 다가오고 있는 지점.

그곳에 타락한 야생신들이 모였다.

마인들이 모여섰다.

하라겐이 명령했다.

벨리알의 의지가 마인들을 지배했고, 마인들은 끌고 온 제물들의 목을 쳤다. 바닥을 피로 적셨고, 연이어 자신들의 목을 찔렀다.

피.

영혼의 통화.

그것들이 바닥을 뒤덮었다.

원을 그렸다.

그리고 원의 테두리에 선 타락한 야생신들이 마법진에 스스로를 바쳤다.

스물에 가까운 야생신들.

수만에 달하는 인신공양.

그로 인해 만들어지는 것.

“아아··· 아아아······.”

하라겐이 환희를 흘렸다.

피의 마법진이 꿈틀거리는가 싶더니 스스로 완성되었다. 지면에 복잡한 문양들이 새겨졌고, 하늘에서 내려다보던 위대한폭풍이 눈을 부릅떴다.

막아야 한다.

어떻게든 막아야만 한다.

하지만 어떻게.

미쳐 날뛰던 칼날노래가 고개를 들었다.

피의 마법진에 집중되는 힘을 보았다. 그 위에서 소용돌이치기 시작한 사기를 보았다.

고운눈바람이 깨달았다.

거친눈사태가 주저앉으며 비명을 삼켰다.

“열려라.”

하라겐이 말했다. 폐부 끝에서부터 끌어올린 웃음을 터트렸다.

콰가가가가가가가-!

지면이 갈라졌다. 열렸다. 그리고 그 속에서부터 솟구쳐 올랐다. 거대한 문이.

이 세상과 다른 세상을 연결하는 거대한 균열이!

“지옥의 문.”

유더가 말했다.

코델리아가 남쪽을 돌아보았다.

하라겐이 웃었고, 지옥의 문이 열렸다.

수많은 마물들이 모습을 드러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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높이만 수십 미터에 달하는 지옥의 문이었다.

아니, 크기 따위 중요하지 않았다. 열린 그 순간 전장의 모두는 느낄 수 있었다.

그렇기에 돌아보았다.

일순간이지만 전장 전체가 정지했다.

동부군은 고개를 들었다.

서부군은 뒤를 돌아보았다.

거대한 문에서 작은 마물이 걸어나왔다.

사실 3미터에 달하는 거한이었지만 문이 너무나 거대했다.

그리고 이어졌다.

마물들이 계속해서 발걸음을 떼었다.

수십, 그리고 수백.

그리고 정지했던 시간이 다시 흐르기 시작했다.

새로운 싸움이 시작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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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망쳐라!”

아홉칼날이 필사적으로 외쳤다.

전열은 이미 무너진 지 오래였다.

지옥의 문에서 쏟아져 나온 마물들이 정면을 돌파했다.

동부군과 힘겨루기를 하던 서부군이 양옆으로 갈라지며 동부군을 찢어놓았다.

아비규환이었다.

마물들은 동부군과 서부군을 구분하지 않았다. 눈앞을 가로막는 인간은 모조리 찢고 부수고 살해했다.

지옥의 문이 뿜어내는 사기가 야생신들의 성스러운 힘을 압도했다.

“이길 수 없어.”

위대한폭풍이 말했다. 겁에 질려서가 아니었다.

냉철한 판단이었다.

“도망쳐야 해.”

잘 도망치는 것이 중요했다.

여기서 맞서 싸웠다가는 동부군 전체가 궤멸할 뿐이었다.

칼날노래는 그것을 알았다. 그렇기에 등을 보이지 않았다. 오히려 앞으로 나서며 소리쳤다.

“칼날노래의 전사들이여!”

야생신의 명령에 칼날노래 부족의 전사들이 돌아섰다.

아홉칼날이 그의 수호신을 바라보았고, 칼날노래가 쓰게 웃었다. 그의 전사들에게 선언했다.

“오늘이다.”

이 장소이다.

우리가 죽을 곳이.

마지막 노래를 부를 곳이.

아홉칼날은 이해했다.

그리고 미소지었다.

그는 칼날노래의 전사였으니까.

전장에 서서 죽음을 노래하는 자였으니까.

더욱이 지키기 위한 싸움이었다.

아름답고 가치있는 싸움이었다.

좋은 노래가 만들어질 터였다.

“칼날노래.”

위대한폭풍이 말했고, 칼날노래는 그저 미소지었다.

오랜 시간 싸워온 앙숙에게 약한 말을 하고 싶지 않았지만, 그래도 한마디를 남길 수밖에 없었다.

“남겨진 아이들을 부탁한다.”

전장에 서지 않은 아이들.

칼날노래의 노래를 이어나갈 아이들.

“오라버니!”

고운눈바람이 소리쳤고, 칼날노래를 돌아보지 않았다. 사납게 웃으며 돌진했다.

“가자! 나의 전사들이여!”

칼날노래의 전사들이 돌아섰다. 자신들의 수호신과 함께 돌진했다.

동부군이 후퇴할 시간을 벌고자 살아있는 벽이 되었다.

“아버지!”

태양노래가 소리쳤고, 아홉칼날이 그런 태양노래를 보았다. 웃으며 작별을 고하였다.

“가라.”

남겨진 아이들을 이끌어라.

칼날노래께서도 그것을 원하시니.

거기까지였다. 아홉칼날은 더 이상 뒤를 돌아보지 않았다. 칼날노래의 전사들과 함께 돌진했다.

피와 목숨으로 시간을 샀다.

“후퇴하라!”

붉은질풍이 크게 외쳤다.

고운눈바람이 피눈물을 흘리며 노래했다. 칼날노래의 전사들의 기운을 고양시켰고, 도주하는 동부군의 발에 힘을 더해주었다.

붉은바람이 울며 포효하는 태양노래의 팔을 잡아끌었다.

동부군이 후퇴했다.

칼날노래 부족이 벽이 되었다.

서부군이 벽을 허물었고, 지옥의 문에서 마물들이 쏟아져 나왔다.

“황금의 용왕이시여.”

온몸이 피로 물든 칼날노래는 지옥의 마물들을 마주한 채 야생신들의 왕을 생각했다.

그의 문장을 가진 건방진 꼬맹이들을 떠올렸다.

왜일까.

최후의 순간 그 둘의 얼굴이 떠오르는 것은.

“안녕이다.”

칼날노래는 마물들을 향해 몸을 날렸다.

마지막 노래를 불렀다.

&

동부군은 무너졌다.

눈꽃바람 평원은 피로 물들었고, 서부군 역시 지옥의 문과 그 안에서 쏟아진 마물들에 의해 사실상 붕괴하였다.

서부군의 일반병들 가운데 절반가량은 타락하여 이제 더 이상 인간이라 부를 수 없는 저급한 마물이 되었고, 나머지 절반은 지옥의 문을 유지하기 위한 제물로써 희생되었다.

하라겐은 본인이 선언한대로 한 번의 전투에서 승리했다.

그러기 위해 너무나 많은 것들을 희생해야 했지만 개의치 않았다.

이미 엎질러진 물이었다.

더욱이 그의 목적은 야생의 땅과 세일룬 왕국 북부에 혼란을 야기하는 것이었다.

방법은 달라졌지만, 중요한 것은 결과였다.

지옥의 문 안쪽.

강력한 힘을 가진 악마가 다가오고 있었다.

그가 지상에 강림할 수 있다면.

자신의 생이 끊어지기 전에, 지옥의 문을 더 이상 유지할 수 없게 되기 전에 그 일이 일어난다면.

“벨리알이시여.”

야생의 땅을 당신께 바치겠나이다.

하라겐이 신을 모시듯 기도한 그때.

도망치던 와중에 홀로 떨어지고 만 거친눈사태는 고개를 들었다.

자신 앞에 버티고 선 붉은 로브의 남자를 보았다.

처음 보는 자였지만, 전혀 닮지 않았지만, 어쩐지 코델리아를 연상시키는 남자.

그는 마물들에게 쫓기던 거친눈사태를 구해주었다. 그리고 시선을 멀리하여 저 먼 곳에 솟아오른 지옥의 문을 보았다.

파라곤 왕국의 비극을 깊이 연구한 그는 지옥의 문을 몰라보지 않았다.

“코델리아.”

낮게 말한 남자는, 체이스 백작은 거친눈사태를 돌아보았다.

그리고 같은 시각.

동부의 끝자락.

성지라 불리는 곳.

서쪽에서 느껴진 무시무시한 기운에 몸을 움츠리던 푸른수염은 퍼뜩 고개를 들어 뒤를 돌아보았다.

서둘러 신전 안으로 날아갔다. 그리고 마주할 수 있었다.

새하얀 천사의 날개가 펼쳐지는 것을.

지옥의 기운을 씻어낸 성천사가 눈을 뜨는 것을.

레나 아인스버그.

파라곤 왕국의 비극을 끝낸 다섯 영웅들 가운데 하나.

그녀가 깨어났다.

서쪽을 바라보았다.

&

< 제42장 - 뒤틀림 #3 >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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