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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딩메이커-123화 (123/473)

< 제46장 - 교통정리 #3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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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이 찾아왔다.

낮부터 부지런히 움직인 갈까마귀들과 동부군은 서로 다른 곳에서 밤을 맞이하였다.

갈까마귀들은 눈꽃바람 평원에 진지를 구축했다.

뒤따라온 후발대와 합류해 울타리를 세우고 막사를 설치한 뒤 경비를 단단히 했다.

동부군은 자신들의 진지로 돌아갔다.

이미 서부군이 격파된 상황이었지만 긴장의 끈을 온전히 놓지는 않았다.

서로가 있었으니까.

서로를 경계했으니까.

갈까마귀들에게 있어 이곳은 적진이었다.

동부군에게 있어 갈까마귀들은 오랜 원수들이었다.

물과 기름.

서로 섞일 수 없는 두 집단.

겨우 한 번의 싸움으로 그 이전에 펼쳐진 수백, 수천의 싸움을 무마하는 것은 불가능했다.

“그래도 계속 싸울 수는 없잖아.”

코델리아의 말에 유더는 고개를 끄덕였다.

“맞아, 적어도 이번에는 싸우지 않고 헤어지는 쪽이 낫지. 양쪽 모두에게.”

두 사람은 지금 갈까마귀들이 아닌 동부군의 진지 안에서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톡 까놓고 말해 정치적인 이유 때문이었는데, 풀어서 이야기하면 다음과 같았다.

유더와 코델리아는 북부인이다.

북부인이 오자마자 북부인의 진지로 숙소를 옮긴다.

역시 그들은 어쩔 수 없는 북부인이다.

서부군과의 싸움으로 동부군은 많이 피폐해진 상태이다.

유더와 코델리아가 북부군의 편을 들면, 북부군이 밤을 틈타 공격해오면 어찌할 것인가.

막을 수 있을 것인가?

즉, 한 마디로 두려움과 긴장감 등을 부추긴다는 이야기였다.

반면 유더와 코델리아가 동부군의 진지 안에 머물 때는 다음과 같은 심리적 효과가 있었다.

유더와 코델리아는 역시 야생의 수호자들이다.

두 사람이 이쪽에 있으면 북부군도 쉽사리 공격해오지 못 할 것이다.

두 사람은 북부에서도 무척이나 지체 높은 가문의 자제들이었으니까.

어떻게 보면- 아니, 까놓고 말해 인질로 보는 것이긴 했지만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북부와 야생의 땅의 관계를 생각한다면 말이다.

물론 북부군의 진지에 돌아가는 일이 동부군을 자극하듯 유더와 코델리아가 동부군 사이에 머무는 것은 갈까마귀들을 자극하는 일이기는 했지만, 한 걸음 물러서서 보면 사정이 달랐다.

‘동부군은 갈까마귀들을 치지 못 해.’

그러기에는 너무 큰 피해를 보았다.

더욱이 지금 이 자리에 모인 이들은 동부의 최정예 같은 것이 아니었다.

숫자를 불리기 위해 싸울 수 있는 이들을 가능한 많이 모집한 결과였다.

이 상황에서 다시 한 번 모험을 감수할 것인가?

이미 많은 이들이 죽고, 수많은 삶의 터전들이 파괴된 마당에?

‘야생신들도 있고.’

이러나저러나 신이었다.

더욱이 야생신들의 대표 역을 맡고 있는 위대한폭풍은 현명한 이였다.

인간들의 대표인 붉은질풍 역시 그러했고, 위대한폭풍과 붉은질풍은 언제나 북부와의 싸움을 반대하는 입장이었다.

즉, 동부군이 갈까마귀들을 먼저 칠 가능성은 무척 희박하다는 이야기였다.

‘하지만 갈까마귀들은 사정이 달라.’

동부군 쪽이 숫자는 더 많았지만, 갈까마귀들 입장에서 이는 당연한 일이었다.

지금껏 있었던 수많은 싸움들에서 갈까마귀들의 숫자가 야생의 땅의 야만족보다 많았던 적은 사실상 없다시피 했으니 말이다.

그리고 갈까마귀들은 보았다.

동부군은 지금 약해져 있었다.

그러니 지금 여기서 짓밟는다면, 칼을 한 번 더 찌른다면.

야생의 땅을 몰락시키는 것이 가능할지도 모른다.

북부의 오랜 적을, 우환을 제거하는 것이 가능할지도 모른다.

너무나 큰 유혹이었다.

더욱이 지휘권이 분산된 동부군과 달리 갈까마귀들의 지휘권을 가진 것은 오직 한 사람이었다.

흐레스벨그 백작.

그가 결심한다면 설사 체이스 백작이 반대한다 할지라도 갈까마귀들은 동부군을 공격할 터였다.

‘그러니 여기 머물러야 해.’

싸움의 가능성을 조금이라도 줄이기 위해.

“하아, 복잡하다. 그냥 서로 손잡고 같이 싸웠으니 우린 모두 친구~ 하면 좋을 텐데.”

코델리아가 우울하다는 듯 어깨를 늘어트리며 말하자 유더는 위로하듯 따뜻한 차를 건넸다.

“괜찮아. 친구까지는 무리더라도··· 최소한 적은 되지 않을 테니까.”

“그럼 좋겠다.”

다시 한숨을 푹 내쉰 코델리아는 유더에게서 찻잔을 받아들었고, 유더는 다시 빙긋 웃었다.

사실 유더가 동부군의 진지에 숙소를 마련한 데에는 검은 목적(?)이 하나 더 있었다.

‘돌아가면 숙소 따로 써야하니까.’

아무리 약혼자라도 숙소를 같이 쓰게 하진 않을 터였다.

물론 같이 쓴다고 뭐 대단한 일을 하는 것은 아니었지만, 그래도 이왕이면 코델리아와 함께 있고 싶은 유더였다.

‘음··· 뭔가 필사적이군 나도.’

어쩌다 이렇게 되었을까.

유더가 홀로 고민할 때 코델리아는 눈을 크게 떴다.

“와, 맛있네?”

차가 맛이었으니까.

어떻게 보면 참 속이 편한 그녀였다.

“너도 마셔봐. 진짜 맛있어. 막 체력이 증가할 것 같은 맛이야.”

“음, 어떤 맛인지 잘 모르겠으면서도 알겠군.”

씩 웃으며 답한 유더는 천천히 차를 마시며 시선을 멀리하였다.

‘슬슬 마무리가 되었겠군.’

갈까마귀들과 동부군의 회담.

두 사람의 천막으로부터 멀리 떨어진, 갈까마귀들과 동부군의 진지 사이에 위치한 일종의 중립지대에서 양측의 대표끼리 회담을 하고 있었다.

갈까마귀들의 대표는 흐레스벨그 백작과 체이스 백작이었고, 동부군의 대표는 위대한폭풍과 붉은질풍이었다.

‘잘 끝나면 좋겠는데.’

나눌 이야기라면 대강 짐작이 갔다.

갈까마귀들의 철수와 동부군의 불침 약속.

양쪽 모두 싸움을 원치 않으니 여간하면 원만히 해결될 터였다.

“그런데 유더야.”

“응?”

달콤한 부름에 고개를 돌려보니 담요를 덮고 앉은 코델리아가 무릎 사이에 턱을 올리며 말을 이었다.

“야생의 땅 에피소드가 끝났으니까··· 우리 이제 왕도로 가야겠네?”

“그래야겠지.”

대륙 양대 강국 가운데 하나인 세일룬 왕국은 세 가지 사건을 통해 멸망을 맞이하게 되어 있었다.

그중 첫 번째가 북부 야만족의 침공이었고, 두 번째가 바로 ‘학살의 밤’이었다.

‘세일룬 왕국의 왕족들이 사실상 전멸하는 초유의 사태.’

그렇지 않아도 북부가 쑥대밭이 된 상황에 왕족들까지 사라지니 아무리 강대국인 세일룬 왕국이라도 멸망으로의 발걸음을 내디딜 수밖에 없었다.

“학살의 밤까지 막아낸다면··· 상황이 정말 좋아질 거야. 7대 재앙도 모두 극복할 수 있어.”

원작에서 7대 재앙이 시작될 때 즈음이면 세일룬 왕국은 이미 망하기 일보 직전 상태라 딱히 도움이 되지 않았다.

하지만 건재한다면, 제국과 대등한 국력을 그대로 보존한다면 7대 재앙을 막는데 큰 힘이 되어줄 터였다.

“헤, 신난다.”

“사람들을 구하는게?”

“응? 어. 그것도 있는데··· 재미있잖아, 왕도편.”

코델리아가 약간 부끄럽다는 듯 입술을 움츠리다 답했다.

그리고 유더 역시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게. 재미있지, 왕도편.”

북부가 어수선한 상황이긴 했지만, 그래도 왕도편이 진행될 때까지만 해도 북부가 완전히 무너진 것은 아니었다.

때문에 왕도편까지만 하더라도 세일룬 왕국에는 활기라는 것이 있었다.

수많은 이들이 모이는 왕도답게 크고 작은 이벤트들이 잔뜩 있었고, 개중에는 코델리아의 소녀심을 자극할만한 것들도 몇 가지나 있었다.

‘확실히 흐름이 다르긴 하겠네.’

단순히 싸움만 하는 것이 아니라 무도회 같이 화려한 이벤트에도 나가야 했으니 말이다.

‘그래, 무도회. 건국 300주년 무도회.’

참으로 성대하게 열릴 그 무도회가 무척이나 기대되는 유더였다.

세일룬 왕국뿐만 아니라 외국의 인사들도 잔뜩 모인 그곳에서 코델리아의 미모를 자랑할 수 있을 터였으니 말이다.

“흠흠, 좋단 말이지.”

유더가 팔불출 같은 웃음을 흘리자 코델리아가 미간을 찌푸렸다.

“뭐야, 무슨 생각하길래 그래. 웃는 게 징그러워.”

“아니, 뭐. 그냥. 차 더 줄까?”

“응, 더 줘.”

“여기 있습니다, 마님.”

유더는 코델리아의 잔에 차를 따라준 뒤 다시 말을 이었다.

“어찌되었든 왕도에 가면 만남도 많이 있을 거야. 플레이어블 캐릭터들도 새로 잔뜩 나올 테니까.”

“맞아, 맞아. 다프네 왕녀랑 디온 왕자도 있고.”

마치 상상하듯 먼 곳을 바라보는 코델리아의 뺨이 발갛게 달아올랐다.

“다프네랑 디온 좋아해?”

“응, 예쁘니까. 디온은 잘생겼고. 디온 진짜 잘생겼어. 멋있고. 성격도 좋아.”

코델리아가 헤실헤실 웃으며 말하자 그와 반대로 유더의 얼굴이 딱딱해졌다.

“유더야?”

“아니, 음. 그렇군. 예쁘지. 잘생겼고.”

디온. 기억해뒀다. 디온.

유더의 눈빛이 차갑게 가라앉았고, 코델리아는 어째 이럴 때만 감이 둔해지는지 눈을 깜박이며 고개를 갸웃거렸다.

그리고 바로 그 때였다.

“들어가도 되나?”

천막 밖에서 들려온 물음에 유더와 코델리아는 서로를 돌아보았고, 누가 먼저랄 것 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예, 들어오시죠.”

유더가 허락하자 천막 밖에서 소년 하나가 들어섰다.

위대한폭풍이었다.

“무슨 일이세요? 회담은 잘 되셨고요?”

코델리아의 물음에 위대한폭풍이 고개를 끄덕였다.

“음, 그래. 잘 되었다. 북부군은 내일부터 다시 철수할 것이고, 향후 5년 동안 서로 공격하지 않기로 불가침 조약을 맺었다.”

“와! 잘 됐네요! 그치? 유더야?”

“그러게. 최상이네, 이 정도면.”

유더까지 동의하자 코델리아는 새삼 안심한 뒤 위대한폭풍에게 말했다.

“일부러 알려주러 오신 거예요?”

“그래, 그것도 있다만··· 너희에게는 말해두어야 할 것 같아서 말이다.”

거기까지 말한 위대한폭풍은 유더를 보았고, 유더는 이미 세팅을 마친 찻잔을 내밀었다.

“낮에도 이야기했지만, 용맥들을 폭발시킨 건 악마 추종자들 탓으로 돌릴 거다. 그러니 너희도 그렇게 이야기해라. 오히려 너희가 대폭발의 여파를 줄인 거다. 알겠지?”

“예.”

“······네.”

유더는 살짝 무안한 얼굴로나마 담담하게, 코델리아는 어깨를 움츠리며 소심하게 답했다.

두 사람의 반응에 반응에 실소한 위대한폭풍은 차를 한 모금 마신 뒤 말을 이었다.

“그리고 이건··· 너희만 알았으면 한다. 야생의 수호자인 너희들이기에 하는 이야기이다.”

그 순간 주변 일대가 바뀌었다.

여전히 유더와 코델리아의 막사 안이었지만, 공기 그 자체가 달라졌다.

위대한폭풍의 성역.

그의 성지.

“이번 대폭발의 여파로 인해 용맥이 달라졌다.”

유더와 코델리아가 움찔했다.

영향이 있을 거라고는 생각했지만, 상상했던 것 이상일 것 같아서였다.

야생의 땅은 본래 사람이 살 수 없는 땅이었다.

용맥천에 근본을 둔 야생신들의 조력 덕분에 사람이 살 수 있었는데 그 용맥 자체에 문제가 생겼다면, 그로 인해 야생신들이 예전 같은 힘을 쓰지 못 한다면-

“쫄기는. 걱정 마라. 더 좋아졌으니.”

“좋아졌다고요?”

“그래, 이걸 뭐라 표현해야 하나··· 오히려 소통이 원활해졌다고 해야 하나? 혈관이 넓어졌다고도 할 수 있겠군.”

이번 대폭발로 용맥의 흐름을 방해하던 것들이 모조리 날아가 버린데다가, 하이 엘프들의 인프라가 용맥에 편입되기까지 하였다.

막힌 곳이 뚫리고 혈관이 넓어졌으니 피의 순환이 보다 원활해지는 것은 당연한 이치였다.

“더욱이 황금의 용왕께서 깨어나셨다. 그리고 그분께서는 눈꽃바람 평원에서 힘을 회복하실 계획이시다. 즉, 눈꽃바람 평원에 새로운 용맥천이- 그것도 지금까지 없던 어마어마한 규모의 용맥천이 생기는 셈이다.”

일련의 이야기를 듣는 순간 유더는 어째서 위대한폭풍이 지금의 이야기를 둘만 알고 있으라 한 것인지 간파했다.

“왕국이··· 세워지는 겁니까?”

중간 과정을 모조리 건너뛴 물음에 코델리아가 눈을 껌벅였지만, 위대한폭풍은 아니었다. 쓴 웃음을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아마도 그러하겠지.”

타락의 영향을 크게 받은 서부는 황폐화 되었고, 야생신들마저 전멸한 상태인지라 용맥이 있고 없고를 떠나 당분간은 사람이 살 수 없는 땅이 되었다.

동부 역시 용맥천의 폭발에서 완전히 자유로울 수는 없었다.

야생신들의 성역이 모조리 파괴되었으니, 성역을 복구하기 전까지는 이전 같은 삶을 누리기 힘들었다.

“그러니 아예 새로 만든다.”

눈꽃바람 평원에.

여러 야생신들이 힘을 모아.

여러 부족들이 함께 모여 사는 안식처를, 야생의 땅의 중심이 될 거대한 도시를.

“아마 여러모로 이전보다는 살기에 좋은 땅이 될 거다.”

“와아.”

코델리아는 순수하게 감탄했지만 유더는 아니었다.

지금껏 흩어져 살던 야생의 땅의 부족들이 한 자리에 모여 산다는 것은 곳 새로운 왕국이 출현할 가능성을 내포했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것은 곧 또 하나의 가능성을 암시했다.

‘전쟁.’

북부와 야생의 땅의 싸움은 참으로 길고 오래되었다.

하지만 지금까지의 싸움은 제대로 통일되지 못 한, 하나로 뭉쳤다 하나 결국 여러 부족의 통합체에 불과했던, 그저 숫자만 많은 야만족과 북부의 싸움이었다.

그런데 야생의 땅에 왕국이 세워진다면, 야만족들이 온전한 하나가 된다면.

“정말로 왕국이 세워질지, 아니면 결국 다시 분열할고 말지 아직은 알지 못 한다.”

유더의 생각을 읽은 위대한폭풍이 말했다.

그리고 유더는 자신이 바이엘 가문의 차남인 유더 바이엘이란 사실을 새삼 자각했다.

북부의 위협.

세일룬 왕국의 위협.

“괜찮을 거야.”

코델리아가 유더의 손을 잡았다. 두 사람의 대화로 대강의 흐름을 파악한 그녀는 다시 한 번 미소지었다.

“붉은질풍과 붉은바람의 나라잖아. 세우는데 시간도 오래 걸릴 거고, 세운다고 꼭 싸우란 법은 없잖아? 친구가 될 수도 있어.”

너무 말랑말랑한 생각이었다.

낙관론이었다.

하지만 유더는 저도 모르게 고개를 끄덕였다.

코델리아에게 반해있기 때문만이 아니었다.

정말 코델리아의 말처럼 될 수도 있었으니까.

굳이 희망을 저버릴 필요는 없었으니까.

‘천사같네.’

아니, 이제는 진짜 천사인가.

유더의 분위기가 누그러지자 위대한폭풍이 다시 입을 열었다.

“우리 이곳에서 상처를 추스르고, 다시 힘을 기를 것이다. 그러니 유더와 코델리아, 야생의 수호자들이여.”

한 차례 말을 끊은 위대한폭풍은 자리에서 일어섰다.

마치 황금의 용왕을 대하듯 정중히 예를 표하며 말했다.

“도움이 필요할 때, 언제든 우리를 찾아라. 우리는 그대들에게 입은 은혜를 결코 잊지 않을 터이니. 설사 야생의 땅을 떠난다 할지라도, 저 먼 곳에 있다 할지라도, 어지럽게 빠른 시간의 흐름이 우리와 그대들 사이에 놓인다 할지라도- 우리는 잊지 않으리라. 그대들의 이름을 기억하리라. 그대들은 우리의 은인이다. 야생의 수호자들이여, 우리의 맹우들이여.”

유더와 코델리아도 자리에서 일어나 똑같이 예를 표했다.

코델리아는 가슴 벅찬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고, 유더가 두 사람을 대표해 말했다.

“분명히 들었습니다. 나중에 후회하지 않으시겠죠?”

“···적당히만 해라, 적당히.”

어쨌든 돕기는 할 터이니.

유더와 악수를, 코델리아와 3초 간의 포옹을 마친 위대한폭풍은 막사를 떠났고, 코델리아는 돌연 제자리에서 방방 뛰었다.

“으, 신나. 아무튼 신나.”

전장에서도 느꼈지만, 야생의 땅에 와서 정말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으니까.

유더도 그랬다.

앞으로 일어날 수많은 사건들 속에서 야생의 땅의 도움을 받을 수 있다는 이득을 제쳐두고라도 가슴이 두근거렸다. 따뜻해지는 기분이었다.

“좋아, 오늘은 이쯤하고 자자. 내일부터 당장 세일룬 왕국으로 돌아가야 할 테니.”

“응응, 자자.”

이미 씻고 자시고 다 한 상황이었기에 두 사람은 바로 자리에 누웠고, 유더는 불을 껐다.

가슴이 벅찬 상태였지만, 오늘 참으로 많은 일들이 있었기 때문인지 눕자마자 잠이 밀려드는 유더였다.

그런데 바로 그 순간- 딱 잠이 들려는 찰나였다.

“그런데 유더야.”

“응?”

“궁금한 게 있는데.”

“어, 뭔데?”

유더는 코델리아 쪽으로 돌아누웠고, 코델리아는 이미 유더 쪽으로 돌아누운 상태였다. 둘 사이에 자리한 것은 불씨가 거의 꺼져가는 장작불뿐.

“아빠가 오늘 마지막에 주신 거 뭐였어? 처음 보는 아이템이었는데.”

“음.”

“음?”

“음.”

“뭔데? 응? 뭔데, 좋은 거면 같이 먹자. 응?”

아니, 나도 같이 먹고는 싶은데.

거기까지.

유더는 눈빛으로나마 마음이 새어나갈까 두려워 바로 누운 뒤 목소리를 쥐어짜냈다.

“자자. 나중에, 나중에 이야기해줄게.”

“칫, 치사하게.”

코델리아는 툴툴거렸고, 유더는 마음의 동요를 가라앉히기 위해 노력했다.

다행히도 급히 떠올린 체이스 백작의 얼굴이 도움이 되었다.

‘자자.’

내일을 위하여.

유더는 마지막으로 슬쩍 코델리아 쪽을 돌아보았고, 어느새 쿨쿨 잠든 코델리아의 모습에 미소를 흘렸다.

&

다음날 아침.

울며불며 매달리는 붉은바람과 폴짝폴짝 뛰어오르며 손을 흔드는 거친눈사태와의 인사를 마지막으로 유더와 코델리아는 야생의 땅을 떠났다.

그리고 같은 시각, 전혀 다른 장소.

“그런가요, 알겠습니다.”

황금을 녹여 만든 것 같은 반짝이는 금발을 길게 늘어트린 다프네 왕녀가 타오르는 불꽃을 보며 속삭이듯 말했다.

천천히 돌아서서 하늘을 우러렀다.

“유더 바이엘과 코델리아 체이스.”

운명의 두 사람.

낮게 읊조린 그녀는 옅은 미소를 머금었고, 한 마리 하얀 새가 북쪽을 향해 날아올랐다.

그리고 다시 다른 장소.

세일룬 왕국 너머, 대륙에서 가장 거대한 영토를 가진 아르곤 제국의 심장부.

청년 하나가 검을 뽑아들었다.

길게 늘어트리며 남쪽을 바라보았다.

막시밀리언 데 아비스.

영웅전기2편의 진주인공.

플레이아데스를 대표하는 최강의 사대검사 가운데 하나.

그가 발걸음을 내디뎠다.

세일룬 왕국으로의 여행을 시작했다.

< 제46장 - 교통정리 #3 >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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