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엔딩메이커-131화 (131/473)

< 제49장 - 왕도행 >

제49장 - 왕도행

코델리아 무쌍이라고 밖에 표현 못 할 생일 연회가 끝난 이후.

너무나 당연하게도 파이커스 백작가에서는 한바탕 난리가 났다.

“짜증나! 짜증난다고!”

엠마 파이커스는 작고 사랑스러운 외모처럼 얌전하고 귀여운 성격이 아니었다.

강아지로 따지면 제 분을 못 이겨 날뛰는 치와와에 가깝다고 해야 할까?

방안에 있는 것들을 부수고 찢고 파괴하는데 그치지 않고 메이드들에게까지 손찌검을 하는 등 제대로 소란을 피우니 파이커스 백작의 귀에도 생일 연회에 관한 이야기가 들어갈 수밖에 없었다.

“조금 더 자세히 설명해 봐라.”

나이 마흔에 막내딸을 얻은 파이커스 백작은 덩치가 크고 사나운 인상의 소유자였다.

짜증섞인 그의 물음에  집사장은 식은땀을 뻘뻘 흘리며 연회에서 있었던 일들을 설명했다.

코델리아 무쌍.

그로 인해 주인공이었야 할 연회에서 쭈구리가 된 엠마 파이커스.

설명을 모두 들은 파이커스 백작은 한바탕 웃음을 터트리더니 일단 책상 위에 있던 장식들부터 부쉈고, 연이어 집무실 책장을 넘어트리며 노성을 터트렸다.

“감히 내 집에서 그딴 짓을 해?!”

엠마 파이커스의 지랄맞은 성격의 근원이 어디에 있겠는가. 파이커스 백작의 유전자와 교육에 있었지.

파이커스 백작은 길길이 날뛰었고, 집사장을 비롯한 사용인들은 무지막지한 스트레스 속에 괴로운 나날을 보내야만 했다.

그리고 이 같은 소식을 모두 접한 유더는 너무나 상쾌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그래서 지들이 뭘 어쩔 건데?”

빡쳐서 집안살림 부숴먹는 거 말고 뭘 할 수 있는데?

유더의 자신만만한 태도에 코델리아는 미간을 좁히며 약간은 소심하게 물었다.

“진짜 별 일 없을까?”

파이커스 백작가의 위세가 대단하기는 했으니까.

단순 재력만 놓고 보자면 바이엘 백작가와 체이스 백작가를 합쳐도 파이커스 백작가의 절반이나 될지 의문일 정도로 격차가 컸다.

그런 파이커스 백작가가 체이스 백작가나 바이엘 백작가에 몹쓸 짓을 하려 한다면······.

상상만 해도 끔찍했기에 코델리아의 얼굴은 더욱 울상이 되었고, 유더는 고개를 가로저었다.

코델리아가 뺨을 살짝 꼬집어 주며 말했다.

“그럴 일 없어. 건들긴 누굴 건드려. 아무 것도 못 할 거라니까?”

“진짜루?”

“진짜로. 왜 그런지 설명해 줄게.”

소파에 얌전히 앉아 어깨를 움츠리고 있는 코델리아 옆에 자리를 잡은 유더는 차근차근 설명을 시작했다.

“일단 명분이 없어.”

“명분이? 우리가 파티 다 망쳤는데도?”

“어, 망친 방법이 방법이니까. 생각을 해봐. 어디 가서 하소연이나 할 수 있겠어? 코델리아 체이스가 여신처럼 예뻐서 우리 딸이 쭈구리가 되었다. 이거 너무 하지 않느냐!-라고 말이야.”

그랬다. 이러나저러나 연회가 망한 근본적인 원인은 코델리아가 엠마에 비해 엄청나게 예쁘다는 것에 있었다.

“아버님한테 가서 이렇게 따질까? 당신 딸이 너무 예쁘잖아! 여신처럼 예쁘면 어떻게 해! 천상계 미모인 당신 딸 때문에 인간계 미모인 우리 딸이 고통 받잖아! 왜 그렇게 예쁜지 해명해! 해명하라고!”

유더가 주먹을 불끈 쥐며 말하자 코델리아의 얼굴이 순식간에 붉게 달아올랐다. 무슨 말을 하는지는 알겠지만, 엄청나게 민망해진 탓이었다.

“아니면 우리 아버지한테 가서 따질까? 며느리 될 애가 왜 그렇게 예쁘냐고? 왜 그렇게 예뻐서 우리 딸 가슴에 못을 박냐고?”

“그, 그만······.”

“아니면 다른 귀족가 사람들에게? 코델리아 체이스의 미모가 천상의 여신과 같으니, 이 무슨 만행이냐고, 어찌 사람이 그런 미모를 타고나 우리 딸 기를 죽이냐고.”

“그, 그만······.”

“아니면 동네 사람들에게 코델리아의 아름다움이 하늘에 닿았으니-.”

“미친놈아 그만하라고! 사일런스!”

금방이라도 터질 것처럼 얼굴이 빨개진 코델리아가 침묵 마법을 펼쳤고, 유더는 재빨리 스크롤을 찢어 마법을 해제했다.

“디스펠.”

“이게?!”

“워워, 진정하시고.”

유더가 강아지를 달래듯 코델리아의 턱 밑을 간질이자 바로 효과가 드러났다.

코델리아가 눈을 가늘게 뜨며 으르렁거리기 시작한 것이다.

“아무튼 명분이 없어. 왜 명분이 없는지는 코델리아 너도 이해했지?”

유더의 물음에 코델리아는 빨개진 얼굴로나마 고개를 끄덕였다.

확실히 어디 가서 따지기 어려운 이유였기 때문이다.

그리고 사실 유더가 말하지 않아서 그렇지 이유가 하나 더 있었다.

엠마 파이커스가 쭈구리가 된 원인은 코델리아의 미모만이 아니었으니 말이다.

‘상위호환’

유더와 코델리아가 걸친 의상과 장신구는 하나부터 열까지 전부 엠마 파이커스와 그 약혼자의 것을 압도했다.

이걸 어떻게 따질 수 있을까.

바이엘 백작가와 체이스 백작가의 두 사람이 훨씬 더 좋은 장신구를 가지고 있다는 것은 곧 파이커스 백작가가 두 백작가보다 못 하다는 소리가 되었는데.

입이 찢어져도 따질 수 없는 사안이었다.

“그리고 바이엘 백작가와 체이스 백작가는 결코 만만하지 않아. 무력만을 따진다면 북부12가문 중에서도 상위권에 속하는 가문이야. 그런 가문 둘에게 시비를 건다? 파이커스 백작가가 잘 나가긴 해도 무리수지.”

물론 북부12가문끼리 무력으로 충돌하는 사태를 왕실이 그냥 두고만 볼 리가 없으니 직접적인 무력충돌은 없을 터였지만, 여차하면 휘두를 수 있는 것이 검이라는 물건이었다.

파이커스 백작가는 북부12가문의 검이라 할 수 있을 바이엘 백작가와 체이스 백작가를 결코 함부로 대할 수 없었다.

“상업적으로 은근히 압박을 가할 수는 있겠지만··· 너도 알다시피 우리 바일룬이 괜히 변경도시가 아니니까. 어차피 주거래 대상은 랑게스트고.”

파이커스 백작가가 교역의 대가이긴 했지만 그렇다고 북부 전체를 장악하고 있는 것은 아니었다.

“즉, 파이커스 백작이 길길이 날뛰어봤자 집안 살림살이나 좀 부술 뿐 우리에게는- 정확히는 우리 가문 사람들에게는 위해를 못 끼쳐. 그러니까 걱정하지 마. 알았지?”

“응.”

코델리아가 조금 안심했다는 듯 옅게나마 미소를 지으며 답하자 유더 역시 만족했다는 듯 미소를 머금었다.

“뭐 더 궁금한 건 없고?”

“어··· 있어. 샴푸랑 린스 말이야.”

“어, 그게 왜?”

“어떻게 만든 거야? 아니, 왜 만들 줄 아는 거야?”

그간 그러려니 하고 있던 유더의 전생 직업.

대체 무엇일까.

대체 뭐하던 인간이길래 도폭선은 물론이고 샴푸와 린스까지 만들 수 있는 걸까.

코델리아가 간만에 눈을 가늘게 뜨며 예리하게 묻자 유더는 어깨를 으쓱이며 답했다.

“친구가 가르쳐줬어.”

“친구가 화학공장 직원이야?”

“아니, 동업자였는데 이런 쪽으로 취미가 있었거든.”

유더는 그립다는 듯 잠시 옛 친구의 얼굴을 떠올리며 말을 이었다.

“혹시라도 샴푸랑 린스가 없는 곳에 가면 곤란할지 모른다고 가르쳐줬거든. 그래서 기억의 궁전에도 남아 있었고.”

별 일 아니라는 듯 이야기했지만 코델리아는 미간을 찌푸렸다.

어떻게 들어도 이상했기 때문이다.

‘샴푸랑 린스가 없는 곳에 갈지도 모른다고?’

그런 곳이 어디인데?

“친구가 게임 속 세상에서 환생할 거라고 예상이라도 한 거야?”

“아니, 그럴 리가. 그냥 오지 같은 곳에 갈 때를 대비한 거겠지.”

오지라는 말을 두고 유더와 코델리아는 전혀 다른 곳을 떠올렸지만, 눈빛으로 대화는 가능해도 머릿속 심상까지는 알 수 없는 두 사람이었기에 이야기가 더 길게 이어지지는 않았다.

“그럼 도폭선은?”

“그것도 뭐 그냥 직업상?”

“직업이 뭐였는데? 혹시 정말 스파이? 007이었어?”

이전에는 말도 안 되는 헛소리라 생각했는데, 어째 보면 볼수록 진짜일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일단 유더는 이상해도 너무 이상했다.

기억의 궁전을 기반으로 한 말도 안 되는 유더 위키를 떼어놓고 봐도 절대 일반인이 아니었다.

‘잠자리 부근에 습관적으로 함정 설치해두는 일반인이 어디 있어.’

있으면 정신병자지.

거기에 유더는 도폭선 같은 폭발물을 만들줄 알았고, 음모와 계략에도 능했다.

‘정보 수집도 잘하고.’

엠마 파이커스와 그 약혼자가 무슨 옷을 입는지, 어떤 장신구를 슬 건지를 대체 어떻게 안 것일까.

‘종합해보면······.’

스파이, 007, 전설의 용병.

하나같이 만화에나 나올 법한 업종들이었지만 코델리아의 눈에는 흥분과 확신의 빛이 동시에 어리기 시작했다.

“가능성이··· 있어!”

“무슨 상상하는지 알겠는데, 말 안 해줄 거거든?”

“아니 왜애애!”

“그럼 너는 뭐였는데?”

“응?”

“너는 뭐하던 사람이었냐고. 기브 앤 테이크 몰라?”

유더의 말에 순간 움찔한 코델리아는 어버버 거리다 시선을 다른 곳으로 돌렸다.

‘으으, 어쩌지?’

그냥 확 말해버릴까?

학생이라고?

하지만 그랬다가는······.

‘유더한테 존댓말 해야 할지도 몰라!’

사실 진짜 이유는 존댓말 때문이 아니었다.

어쩐지 모를 불안감.

서로의 전생을 완전히 공개함에 따라 바뀔 지도 모를 현재의 관계.

“셋 하면 동시에 말할까?”

“안 할래.”

“응? 안 한다고?”

“응, 안 할래.”

코델리아는 그대로 입술을 꾹 닫았고, 유더는 눈을 깜박였지만 이내 미소를 머금었다.

“그래, 그럼 말자.”

“으응.”

새삼 얌전해진 코델리아는 그대로 입술을 삐쭉이더니 이내 다른 이야기를 꺼냈다.

“그런데 유더야.”

“응, 코델리아야.”

“샴푸랑 린스는 왜 상품으로 안 만드는 거야?”

연회에서 처음 샴푸와 린스를 선보인 다음날 아침.

찰랑거리는 머리칼을 휘날리며 나타난 실비아 크로스벨이 샴푸와 린스의 상품화를 제안했다.

“이건 팔려! 무조건 팔린다고!”

다른 누구도 아닌, 우아함의 화신과도 같은 실비아가 잔뜩 흥분해 소리쳤지만 유더는 고민의 여지도 없다는 듯 실비아의 제안을 거절했다.

왜 그랬을까.

코델리아 자신이 생각해도 일단 만들면 잘 팔릴 거 같은데.

“왕도에서 써먹어야 하니까.”

“왕도에서 써먹는 거랑 북부에서 팔면 안 되는 거랑 무슨 관계인데?”

“큰 관계가 있지.”

거기까지 말한 유더는 자리에서 일어선 뒤 설명을 계속했다.

“이러나저러나 북부는 결국 북부야. 왕도 입장에서 보면 벽지라 이 말이지.”

유더의 말에 북부 태생인 코델리아는 입술을 삐쭉였지만 아무리 그래도 사실은 사실이었다.

“왕도의 높으신 분들과 왕족 분들 입장이 되어서 생각을 해봐. 벽지에서 유행하는 물건을 자기들이 받아들여서 쓰면··· 모양새가 안 나지 않을까?”

“촌구석 유행을 받아들이기는 싫다는 거야?”

“직설적으로 말하면 그렇지. 거기에 아랫사람들의 유행···이라는 것도 포함이 되고.”

“기분 나빠.”

“그래도 이해는 가지?”

“이해가 가서 기분이 나빠.”

무슨 말인지 대충 알 것 같았다.

왕도에서 샴푸와 린스를 유행시키기 위해서는 일단 한 번 참을 필요가 있다는 소리였다.

“그럼 왕도에서 유행시킨 다음에는?”

“전국적으로 유행시켜서 한 몫 단단히 잡아야겠지. 그래서 우리 공주님 맛난 것도 많이 사주고, 예쁜 것도 많이 사주고.”

“흠.”

코델리아가 아닌 척 표정을 다듬었지만, 눈을 보면 알 수 있었다. 꽤 기분이 좋아진 모양이었다.

“자, 아무튼 이제 곧 왕도에서 초대장이 도착할 거고, 우린 왕도로 향하기만 하면 돼.”

몸이 아파 골골거리는 유더는 아니었지만, 코델리아는 매해 건국기념 행사 때마다 체이스 백작가 함께 왕도로 가고는 했다.

왕도에서 근무 중인 아델리아와 만날 수 있는 소중한 기회였기 때문이다.

“우리 먼저 출발한다고 하면 허락하실까?”

“성십자 수호단을 팔면 가능할 거야. 그러려고 이번에 접선을 한 거기도 하고.”

유더와 코델리아는 그냥 얌전히 왕도로 갈 생각이 조금도 없었다.

바일룬에서 왕도로 가는 길 사이에 자리하고 있는 각종 퀘스트들을 모조리 공략해 파워 업을 해야 했으니 말이다.

“특히 생명의 신전과 대마법사 아케이만의 던전에는 반드시 들러야 해.”

각각 유더 자신과 코델리아의 파워 업을 위해 필요한 물건들이 잠들어 있는 장소였다.

“프란이랑 만날 단서도 찾아야 하고.”

코델리아의 말에 유더가 바로 고개를 끄덕였다.

레나에게 다섯 영웅들 중 나머지 둘인 드루이드 프란과 사령술사 벨키안의 위치에 대해 대강이나마 정보를 수집한 두 사람이었다.

“레나는 잘 있을까?”

“잘 있겠지. 어쩌면 지금쯤 스승님과 만났을지도 모르고.”

란디우스를 만나기 위해 세일룬 왕국 남부로 떠난 레나.

코델리아는 새삼 그녀가 주고 간 깃털 장식을 꺼내들었다.

레나의 친구라는 증표였는데, 프란과 벨키안을 만났을 때 두 사람을 안심시키고자 받아둔 물건이었다.

“가는 길에 퀘스트를 깨고, 가능하면 프란과 벨키안의 흔적도 찾고, 왕도에 한 발 먼저 도착해 밑작업을 해야 해. 많이 바쁠 거야.”

“음··· 알았어. 코델리아는 잘 따라갈 테니까 생각은 우리집 유더가 해요. 알았죠?”

“예, 마님. 알아서 잘 모시겠습니다.”

마치 연극이라도 하듯 과장스럽게 예를 표한 유더는 코델리아에게 손을 내밀었다.

“아무튼 이야기가 끝났다면 슬슬 가실까요?”

“네, 공자님.”

일부러 다소곳이 답한 코델리아는 유더의 손을 잡고 일어섰다.

향하는 곳은 바이엘 백작의 집무실.

왕도로 한 발 먼저 출발하는 것을 허락받기 위함이었다.

&

며칠 뒤, 전혀 다른 장소.

악마의 손의 상급 마인인 솔루지아는 옅은 미소를 흘렸다.

“마침내 돌아왔구나.”

유더 바이엘과 코델리아 체이스.

국경 넘어 야만의 땅으로 도망쳤던 둘이 북부로 돌아왔다.

“이번에 치는 것입니까?”

심복인 카노스의 물음에 솔루지아는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왕도로 향하는 둘을 노린다.”

바일룬으로 복귀하는 와중에는 다른 누구도 아닌 체이스 백작이 동행하고 있었기에 건드릴 엄두조차 내지 못 했지만, 또 다시 둘이서 여행을 나선다면 이야기가 달라졌다.

‘어리석은 것들······.’

악마의 손이 그리 쉽게 포기할 것이라 생각한 것일까?

아니면 먼 곳에 한 번 다녀오고 나니 과거와는 완전히 독립되었다고 착각을 한 것일까?

어느 쪽이든 상관없었다.

어리석기 짝이 없는, 하지만 달콤하기 짝이 없는 제물인 두 사람을 손에 넣기만 하면 되었으니 말이다.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이번에도 직접 나서실 겁니까?”

“아니, 나는 성십자 수호단을 흔들어야 한다. 중급 마인 셋을 파견하도록.”

각각이 하급 마인에 준하는 힘을 가진 유더와 코델리아였다.

마지막으로 만났을 때의 강함이 그 정도였으니, 고작 한 달 사이에 강해졌으면 얼마나 강해졌겠는가.

중급 마인 셋은 절대 실패하지 않겠다는 의지가 실린, 실로 과한 배분이었다.

“명을 받들겠습니다.”

예를 표한 카노스가 방을 나서자 혼자가 된 솔루지아는 악마록을 펼쳤다.

코델리아를 제물로 소환할 악마를 고민하기 위함이었다.

‘어차피 과장된 이야기.’

유더와 코델리아가 국경 너머에서 펼쳤다는 활약.

야만의 땅을 점령하고 있던 악마의 눈이 크게 실패했다는 사실 자체는 알고 있지만 구체적인 과정까지는 알지 못 하는 솔루지아였다.

‘공을 세우기는 했겠지.’

하지만 그래봐야 하급 마인 정도의 강함을 가진 두 사람이 할 수 있는 일은 뻔했다.

정말 중요한 일은 체이스 백작과 흐레스벨그 백작이 해결했으리라.

‘후회하게 만들어주마.’

얼른 잡히지 않은 것을, 진즉에 제물이 되지 않은 것을.

솔루지아의 얼굴에 옅은 미소가 번졌다.

코델리아를 제물로 소환하기에 딱 좋은 악마를 찾았기 때문이 아니었다.

두 사람을 잡게 됨에 따라 회복하게 될 총수님의 신뢰.

다시 단단히 하게 될 자신의 입지.

‘어서 그 날이 오면 좋겠구나.’

유더와 코델리아 두 사람이 왕도를 향해 여행을 떠나는 그 날이.

조금 더 진한 미소를 머금은 솔루지아는 다시 시선을 악마록으로 돌렸다.

가늘고 긴 손가락을 놀려 악마록의 페이지를 넘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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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49장 - 왕도행 >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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