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엔딩메이커-132화 (132/473)

< 제49장 - 왕도행 #2 (수정)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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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국 기념회 초대장.

애당초 건국 기념회 자체가 큰 행사인 것은 분명했지만 매년 돌아오는, 그렇기에 비교적 흔한 행사인 것도 사실이었다.

때문에 지방 귀족들의 경우 불참하는 경우도 많았고, 왕실 역시 굳이 지방 귀족들의 참여를 독려하지 않았다.

하지만 이번에는 경우가 달랐다.

무려 300주년 건국 기념회였으니 말이다.

재미있게도 사람들은 언제나 딱 맞아 떨어지는 숫자에 의미를 부여하고는 했다.

10이나 20, 30처럼 말이다.

그런데 이번에는 자그마치 300이었다.

사실 실질적인 의미로 보면 299나 300이나 그게 그거였지만, 다르게 느껴질 수밖에 없었다.

‘일단 나라가 300년이나 유지되었다는 것도 대단한 일이고.’

어디 변방의 작은 소국도 아니고, 대륙 양강 가운데 하나인 굴지의 대국으로서 300년을 버텨온 것이었다.

실로 대단한 위업이라 할 수 있었다.

‘전국의 귀족들이 다 모이겠지.’

시골 벽지의 군소 귀족들에게까지 초대장을 발부했으니 말이다.

이런 행사에 북부12가문에 속하는 바이엘 백작가와 체이스 백작가가 발을 뺀다는 것은 문자 그대로 어불성설이었다.

“빅터 경에게 집을 맡기고 나와 게일, 유더 역시 왕도로 가겠다.”

바이엘 백작의 선언에 토를 다는 이는 아무도 없었다.

영지 운영을 위해서라도 바이엘 백작 혹은 게일 둘 중 하나는 영지에 남는 것이 정상적인 대응이었지만, 이번 건국 기념회는 경우가 달랐으니 말이다.

체이스 백작가에서도 체이스 백작과 그 후계자인 에드워드는 물론이고 막내딸인 코델리아 역시 왕도행이 결정되었다.

‘원작하고는 꽤 달라졌네.’

코델리아 루트를 시작하고 약 4.5개월.

원작의 유더는 여전히 골골 앓고 있던 시점이고, 코델리아는 실종된 상태였기에 두 백작가 모두 지금처럼 즐거운 마음으로 왕도행을 결정할 수 없었다.

‘체이스 백작가에서는 에드워드만 대표로 왕도로 향했지.’

바이엘 백작가에서도 게일만 왕도로 향했는데, 야만의 땅의 동향이 심상치 않다는 첩보가 있었기 때문이다.

‘본래 이때쯤이면 하라겐이 야생의 땅 서부도 거의 장악을 했을 때니까.’

하지만 모든 것이 달라졌고, 두 백작가는 마치 유람을 나서듯 왕도행을 결정짓게 되었다.

“둘이서만 따로··· 먼저 출발하겠다는 말이냐?”

“예, 아버지.”

바이엘 백작가와 체이스 백작가는 함께 짐을 꾸려 왕도로 출발할 예정이었다.

그런데 아무래도 왕도까지의 여정이 길기도 한데다, 왕도의 귀족들과 교환할 선물들까지 마련하다보니 준비 자체에 시간이 제법 걸리게 되었다.

“성십자 수호단과 야생의 땅에서의 일을 논해야 합니다. 결정적으로··· 스승님을 만나 뵙기로 하였고요.”

철인 란디우스.

그의 이름이 언급되자 바이엘 백작도 한 걸음 물러설 수밖에 없었다.

엄청난 재능을 가졌음에 분명한 유더가 바이엘 백작가의 검술 대신 외인의 무공을 이어받았으니, 본래라면 노성을 토해야 정상이었지만 외인도 외인 나름이었다.

대륙 최강자를 논할 때마다 반드시 언급되는 철인 란디우스의- 그것도 과거 지옥의 대군주를 쓰러트렸다는 고대의 선인의 무공을 이어받았다는데 뭘 어쩌겠는가. 그냥 잘 배우라고 해야지.

“네가 먼저 출발해야 하는 이유는 알겠다. 그런데 거기에 코델리아 양이 함께하는 건······.”

바이엘 백작이 살짝 말꼬리를 흐리자 유더는 옆에 서 있던 코델리아에게 눈치를 주었고, 코델리아는 살짝 억울한 표정을 짓더니 이내 얼굴을 붉히며 말했다.

“그··· 제, 제가··· 유더 공자를··· 너, 너무 사랑해서······.”

“저도 그렇고요. 늘 함께하고 싶습니다.”

코델리아가 몸을 비비 꼬며 겨우겨우 말을 잇자 유더가 훅 치고 들어가듯 시원하게 말했고, 바이엘 백작의 얼굴에 미소가 번졌다.

“흠, 뭐··· 그렇게까지 말한다면 인정하지 않을 수 없구나.”

귀여운 녀석들.

흐뭇한 얼굴이 된 바이엘 백작의 시선이 코델리아에게 향하자 유더 역시 흐뭇한 표정을 지었고, 코델리아는 어설픈 미소를 흘린 뒤 슬쩍 유더를 돌아보았다.

‘야, 진짜 이거 밖에 방법이 없어?’

‘딱히 없잖아? 효과도 있고.’

‘으으······.’

왜 똑같이 부끄러운 말을 하는데 유더는 멀쩡하고 자기만 이리 심란할까.

부끄러움은 모조리 자기 몫이라는 기분?

‘아무튼 마무리 짓자. 웃어, 빨리.’

유더의 눈짓에 코델리아는 반사적으로 미소를 지었고, 바이엘 백작이 말을 이었다.

“체이스 백작이 허락한다면 나 역시 허락하마. 하지만 한 가지 조건이 있다.”

“조건이요?”

“그래, 정기적으로 행적을 알리고 본가에 연락을 취해라. 이전처럼 무단가출 같은 여행은 허락할 수 없다. 알겠나?”

“예, 아버지.”

“네, 아버님.”

그 정도쯤이야.

유더와 코델리아가 순순히 답하자 다시 미소를 지은 바이엘 백작은 체이스 백작의 허락을 얻은 뒤 다시 이야기를 하자며 두 사람을 내보냈다.

그리고 며칠 뒤.

솔루지아가 유더와 코델리아의 왕도행 소식을 접하였을 무렵.

“순조롭군.”

마부 한 명이 끄는 이두 마차 안에서 유더는 느긋한 얼굴로 창밖을 바라보았다.

바이엘 백작에 이어 체이스 백작 역시 두 사람의 여행을 허락해주었기 때문이다.

‘여비도 두둑이 챙겨주셨고.’

역시 장인어른.

정말 사랑합니다.

‘일단 당장은 순조로워.’

먼저 출발하는 것도 출발하는 것이었지만, 사실 제일 중요한 것은 단 둘이 여행에 나서는 것을 허락받는 일이었다.

‘아무래도 일행이 끼면 퀘스트 공략이 힘들어지니까.’

왕도로 직행하는 게 아니라 도중에 여기저기 들러야 하니, 일행이 있으면 이래저래 애로사항이 생길 수밖에 없었다.

‘중간에 다른 곳으로 빠져야 하는 이유라든가, 그런 곳을 알고 있는 이유라든가.’

하지만 다행히 단 둘이 여행하는 것을 허락받았고, 여기에는 체이스 백작의 도움이 컸다.

‘흥, 여전히 비리비리한 것이 마음에 들진 않지만··· 너희 둘이라면 괜찮겠지. 허락하마.’

언제나처럼 엄격하고 근엄한 얼굴로 그리 말한 체이스 백작은 늘 그랬듯이 선물까지 챙겨주었다.

‘항상 감사합니다, 아버님.’

새삼 감사를 표한 유더는 미소를 머금은 채 창밖을 바라보았다.

걱정하던 일이 잘 해결된 덕인지 오늘따라 세상이 참 아름답게 보이는 유더였다.

그리고 그 맞은편.

몸을 웅크리고 앉은 코델리아는 입술을 움츠린 채 번민에 빠져 있었다.

‘으으으······.’

출발하기 전날 밤 델리아와 나눈 이야기가 계속 마음에 걸렸기 때문이다.

미간을 좁히며 눈을 감은 코델리아는 새삼 어제의 대화를 다시 떠올려 보았다.

“아가씨, 제 말 명심하세요. 아직 성혼하신 건 아니니까 절대 선은 넘으시면 안 돼요. 아셨죠?”

“무슨 소리야. 선을 넘긴 뭘 넘어. 그런 일 없거든?”

언니에 이어 델리아까지 이 무슨 망상이람.

코델리아가 저도 모르게 강하게 반발하자 델리아는 눈을 가늘게 뜨더니 턱을 만지며 말했다.

“좋아요. 대신에 제가 키스까지는 봐드릴게요. 선은 넘지 않고 딱 키스까지. 아셨죠?”

“아, 안 한다니까 그러네! 유, 유더는 신사거든?”

“그러시겠죠. 신사시겠죠. 하지만 남자거든요? 늑대거든요?”

“느, 늑대?”

반발만 하던 코델리아가 호기심을 보이자 델리아는 얼른 고개를 끄덕이더니 얼굴을 가까이하며 말했다.

“아가씨, 아가씨는 같은 여자가 봐도 엄청 예쁘고 귀엽고 사랑스러워요.”

“화낸다?”

“진짠데. 아무튼 그러니까 유더 공자 눈에는 어떻게 보이겠어요. 진짜 천사나 다름없을 걸요?”

“으으음······.”

일단 진짜 천사이기는 했다.

선조회귀도 했으니까.

“유더 공자도 엄청 참고 있을 거예요. 그러니까 키스 정도는 봐주세요. 그 정도야 뭐··· 이제 열일곱살인데 할 수도 있지.”

“무, 무슨 소리야. 뭘 봐줘? 그, 그리고 그 말 대로면 유더가 나랑 키스하고 싶다는 거잖아.”

“하고 싶을 걸요? 그것도 엄청나게?”

“마, 말도 안 돼.”

“아니, 왜 말이 안 돼. 말이 되지. 유더 공자도 남자에요, 남자. 사람이라고요. 석상이 아니라 피와 살로 이루어진 사람 말이에요, 사람.”

델리아의 열변에 코델리아는 흠칫하며 물러섰다.

하지만 반발하는 대신 다시 입술을 움츠리고 고민했다.

어쩐지 말이 되는 것 같았기 때문이다.

“지··· 진짜로 그럴까? 유더가 정말 나랑······.”

“무조건. 절대적으로. 어떻게든.”

델리아가 주먹을 불끈 쥐며 강조하자 저도 모르게 따라 주먹을 쥔 코델리아는 이내 다시 입술을 움츠렸다.

“아무튼 그래도 딱 키스까지예요. 선은 절대 넘으면 안 되는 거 아시죠?”

여기까지가 어젯밤의 대화.

회상을 마친 코델리아는 새삼 빨개진 뺨을 달래기 위해 두 손으로 얼굴을 덮은 뒤 생각했다.

‘역시 말도 안 돼.’

망상하고는.

억지로 피식 웃은 코델리아는 손바닥을 내린 뒤 유더 쪽을 슬쩍 돌아보았다.

뭐가 그리 좋은지 흐뭇한 얼굴로 창밖을 바라보고 있는데, 이제 보니 참 잘생긴 입술이었다.

“코델리아.”

‘색이 예쁘네. 부드러울 것 같고.’

“코델리아.”

‘그래봐야 입술이니 내꺼랑 비슷하겠지?’

“코델리아.”

‘왜 이렇게 입술이 가깝······.’

“코델리아.”

“꺅?!”

바로 눈앞.

숨결이 닿을 거리까지 다가온 유더의 얼굴에 깜짝 놀란 코델리아가 의자 구석으로 몸을 던졌고, 유더는 미간을 좁히며 고개를 갸웃했다.

“왜 그래?”

“아니거든? 그런 생각 안 했거든? 거기만 쳐다보지 않았거든?”

코델리아의 강한 반발에 유더는 재차 미간을 좁혔다.

“그런 생각? 거기?”

“아 몰라! 아무튼 왜!”

“열 있는 건 아니지? 열 좀 재볼까?”

유더가 이마를 짚기 위해 다시 다가오자 코델리아는 당황해서 팔다리를 휘젓다 말했다.

“괘, 괜찮아. 리커버리 걸면 돼.”

“정말로?”

“어, 정말. 아, 괜찮다. 하나도 안 아프다. 리커버리 최고다, 최고.”

“그런데 코델리아.”

“응?”

“왜 내 눈을 못 쳐다봐?”

“아닌데? 그냥 피곤해서 눈 감고 있는 건데? 못 쳐다보는 게 아닌데?”

누가 봐도 억지였지만 제법 필사적인 코델리아였다.

지금 눈을 마주했다가는 무슨 생각이 흘러나올지 몰랐으니 말이다.

코델리아는 눈을 감은 채 흥흥거렸고, 유더는 눈을 가늘게 떴지만 이내 넘어가기로 하였다.

‘여기서 귀엽다고 하면 화를 내겠지.’

그럼 더 귀여워질 것 같지만.

하지만 유더는 코델리아를 더 괴롭히는 대신 자기 자리에 다시 앉으며 말을 이었다.

“아무튼 그럼 일정 이야기 좀 하자.”

“일정? 이미 이야기했잖아.”

“했지. 생명의 신전을 1차 목적지로 삼아 이동한다고.”

유더와 코델리아가 1차 목적지로 정한 곳은 생명의 여신 에어리스의 신전이었다.

그나마 명맥을 유지하고 있는 솔라리 교단과 달리 에어리스 교단은 완전히 그 대가 끊긴 터라 지금은 신전의 위치를 아는 이조차 전무한 상황이었다.

‘우리 빼고는.’

라이제강이 봉인된 솔라리의 신전처럼 산 깊은 곳에 숨겨진 신전인 터라 원작에서도 특별한 이벤트를 거친 뒤에야 위치를 알 수 있는 곳이었다.

‘하지만 유더 위키가 있으니까.’

자기 입으로 유더 위키라 말하는 게 좀 민망하기는 했지만, 코델리아가 하도 유더 위키라 부르다보니 입에 붙은 터라 어쩔 수가 없었다.

“생명의 신전에 가서 생명의 구를 확보할 거야. 구천구문의 새로운 문을 열기 위해서는 막대한 생명 에너지가 필요하니까. 생명의 구를 쓰면 무난히 오문을 열 수 있겠지.”

“나도 거기서 천사 레벨 좀 올리고?”

“맞아, 신전에 남아 있는 성스러운 힘을 흡수하면 천사 레벨을 높일 수 있을 거야. 운이 좋으면 신성기도 얻을지 모르고.”

원작에서 북부 야만족 침공이 결국 세일룬 왕국의 패배로 끝나듯, 왕도에서의 사건 역시 세일룬 왕국의 패배로 끝났다.

왕족이 몰살당하고 왕궁이 절반 이상 무너지는 대참사가 일어났으니 말이다.

“너도 알겠지만 적들의 수준 자체는 왕도 쪽이 오히려 더 높다고 할 수 있어.”

“다른 사람 다 넘어가도 일단 호국공이 있으니까······.”

안타리우스 공작.

세일룬 왕국이 자랑하는 십검호 가운데 하나인 당대의 검호.

더욱이 그는 아르곤 제국과의 전쟁에서 혁혁한 공을 세운 전쟁 영웅이기도 하였다.

“최대한 강해져야 해.”

원작에서는 호국공과 싸울 일 자체가 없었다.

싸우면 뭐 어떻게 할 방법도 없이 그냥 사망이었으니 말이다.

“호국공은··· 제일검을 우리 편으로 끌어들여서 상대할 계획이지?”

“일단은.”

검문의 첫 번째 검이라 하여 제일검이라 불리는 남자.

빛의 검성이라고도 불리는 그는 건국기념회 당일에 왕도에 있지 않았다.

‘하지만 우리가 역사를 바꾸면 돼.’

죽을 운명이었던 붉은질풍을 살려 동부군을 이끌게 한 것과 같은 이치였다.

“어찌되었든, 결국 주체가 되는 건 우리야. 일단 우리가 강해져야만 해.”

“응. 마구마구 강해지자.”

코델리아가 주먹을 불끈 쥐며 말하자 저도 모르게 미소가 지어진 유더는 당면한 문제를 입에 담았다.

“어찌되었든, 이제 슬슬 올 때가 되었어.”

“악마의 손 말이지?”

“오, 알고 있었어?”

“흥, 누굴 바보로 아나? 당연히 알고 있었지.”

팔짱을 끼며 어깨를 으쓱한 코델리아가 말을 이었다.

“지난번에 솔루지아가 직접 나섰으니까. 아마 우리가 북부로 돌아올 때만 기다리고 있었을 거야.”

“지금까지 건들지 못 한 건?”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는 아버지가 있었으니까. 그리고 한동안은 우리 둘 다 집에만 있었고.”

엠마 파이커스의 생일 날 공격해오는 것도 무리가 있었다.

애당초 그때는 당일치기 여행이기도 했고 말이다.

“하지만 이제 왕도행이라는 긴 여정에 나섰으니까. 거기다 우리 단 둘이 여행에 나섰고.”

“공격하기 딱 좋다 이거지.”

바이엘 백작과 체이스 백작이 악마의 손이 얼마나 유더와 코델리아에게 집착하는지 알았다면 둘만의 여행을 결코 허락하지 않았을 터였다.

“아무튼 이쯤 되면 생각이 있는 거지?”

“생각?”

“시치미 떼기는. 공격이 예상되는데 가만 있을 네가 아니잖아.”

“그렇긴 하지. 절 참 잘 아시는군요.”

“맨날 봤으니까.”

“그러게, 맨날 봤지.”

새삼 고개를 끄덕인 유더는 코델리아에게 손짓하며 말했다.

“일단 가까이 와봐.”

“또 귓속말 하려고?”

“음, 중요한 이야기니까.”

“어차피 듣는 사람도 없구만. 맨날 그래.”

툴툴거리면서도 얌전히 유더 옆으로 자리를 옮긴 코델리아는 귀를 쫑긋 세웠고, 유더는 그런 코델리아의 귓가에 얼굴을 가까이 했다.

“자, 잠깐.”

“왜?”

“아니, 음. 됐어.”

숨을 크게 삼켜 스스로를 진정시킨 코델리아는 왜인지 눈까지 감았고, 유더는 고개를 갸웃했지만 이내 다시 얼굴을 가까이했다.

그리고 시작되는 언제나와 같은 음모.

“어때? 마음에 들어?”

“응, 완전 좋아.”

코델리아의 얼굴에 해맑은 미소가 번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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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49장 - 왕도행 #2 (수정) >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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