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51장 - 태양만세 >
제51장 - 태양만세
천장에서 빛이 쏟아졌다.
그리고 그 빛 속에서 천천히, 마치 하늘을 걷듯이 내려오는 자.
강철과도 같은 크고 아름다운 육신 뒤로 후광까지 비치니, 마치 신화 속에서 갓 튀어나온 전설의 영웅- 아니, 신과 같은 자태였다.
‘어떻게 나타난 거지?’
란디우스가 지금 이 시점에 어떻게 나타난 것일까.
천장을 부수고 나타난 걸 보면 유더와 코델리아 자신이 어디있는지까지 명확히 알았다는 것인데.
‘아 몰라!’
지금 중요한 것은 그런 것이 아니었으니까.
위기 상황에 란디우스가, 모든 문제를 해결해줄 치트키가 등장했다는 사실이 중요할 뿐이었다!
“도와주세요!”
“그리하겠다, 소녀.”
부드러운 미소와 함께 대답한 란디우스가 지면에 안착했다.
그는 허공에 떠오른 채 빛을 발하는 유더를 한 번 돌아보더니 다시 마물들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소녀여, 금방 정리하고 오겠다.”
“유더는요?”
코델리아의 질문은 제대로 전해지지 못 했다. 직후 란디우스가 거칠게 땅을 박차 무지막지한 진공과 굉음을 일으켰기 때문이다.
쿠쿠쿵-!
마치 지진이라도 난 것처럼 신전 전체가 뒤흔들렸고, 기세 좋게 튀어나오던 거미들이 주춤거렸다.
란디우스는 그런 거미들을 그저 바라보았고, 그것으로 충분했다.
수십 마리나 되는 거미들이 돌연 비명 같은 괴성을 지르더니 마구 흩어져 도망치기 시작했다.
“와.”
무슨 패왕색 패기도 아니고.
란디우스의 위용에 코델리아가 저도 모르게 멍한 목소리를 토했지만 아직이었다.
란디우스는 뒤늦게 밀려들기 시작한 리빙 헤비아머들을 향해 성큼성큼 나아갔다.
“란디우스님! 차라리 제가!”
뒤늦게 정신을 차린 코델리아가 퍼뜩 외쳤다.
아무리 란디우스라도 상대는 리빙 헤비아머- 그것도 서른 마리가 넘었으니 상대하는데 상당한 시간이 필요할 터였다.
그러니 바꿔야 했다.
코델리아 자신이 리빙 헤비아머들을 상대하고, 란디우스가 유더의 상태를-
콰앙!
권압.
주먹이 일으키는 대기의 폭발.
그리고 일어나는 빛.
뜨거운 섬광.
란디우스의 주먹이 작렬했고, 적중당한 리빙 헤비아머가 폭발했다. 더욱이 무서운 것은 한 대가 아니라는 사실이었다.
쾅! 쾅! 쾅!
방진 대형을 이루고 있던 것이 비극이었다.
공격을 적중당한 리빙 헤비아머 뒤에 자리하고 있던 놈들까지 연달아 터져나갔다.
쿠쿠쿠-!
주먹 한 방에 다섯 대.
막강한 방어력을 자랑하는 리빙 헤비아머였지만, 란디우스의 주먹 앞에서는 종잇장이나 다름이 없었다.
“우와.”
코델리아가 다시 멍한 목소리를 내었고, 란디우스는 계속했다. 퍼뜩 정신을 차린 리빙 헤비아머들이 공격을 하든 말든 무시하며 자신이 할 일을 했다.
쾅! 쾅! 쾅!
주먹, 다시 주먹, 그리고 발길질.
단 세 번의 움직임으로 폭풍이 일어났다.
란디우스의 주먹에 적중당한 놈들은 폭발했고, 빗맞거나 여파를 뒤집어 쓴 놈들을 종잇장처럼 찢겨나갔다.
물론 리빙 헤비아머들도 가만히 당하고만 있지는 않았다. 두려움을 모르는 놈들답게 나름 란디우스의 몸을 두드리며 반격했지만, 맨몸- 그것도 웃통을 아예 까고 있는 란디우스였거늘 유효타가 단 하나도 들어가지 않았다.
탕! 탕! 탕!
검으로 쇠를 두드려 난 소리가 아니었다.
검으로 근육을 두드려 난 소리였다.
‘저게 뭐야.’
왜 근육이 검을 튕겨내는데?
왜 칼로 쳤는데 피부가 멀쩡한 건데?
무슨 마법을 쓴 것 같지도 않았다.
기술을 쓴 것 같지도 않았고 말이다.
그야말로 패시브 스킬.
여간한 갑옷 정도는 따위로 만들어 버리는 근육의 방어력.
“소녀! 눈을 감아라!”
란디우스가 돌연 외쳤고, 코델리아는 반사적으로 눈을 꽉 감았다.
신과 같은 위엄이 실린 란디우스의 명이니, 따르는 것이 당연했다.
그리고 직후.
눈을 감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코델리아는 순간 눈앞이 환한 빛에 휩싸이는 것을 느꼈다.
실로 무지막지한 빛이 멀지 않은 곳에서 방출되었기 때문이다.
빛.
열기.
초월적인 생명의 힘.
그 순간 코델리아는 새삼 깨달았다.
너무나 압도적인 근육의 위용 때문에 잊고 있던 한 가지 사실을 말이다.
‘태양의 전사.’
영웅전기1편 당시 란디우스의 이명.
태양의 전사 란디우스!
콰하아-!
빛에 이어 대기의 울부짖음이 들렸고, 연이어 침묵이 찾아왔다.
“이제 되었다. 눈을 뜨거라, 소녀여.”
란디우스의 말에 살며시 눈을 뜬 코델리아는 깜짝 놀라 숨을 삼켰다.
서른 마리가 넘던 리빙 헤비 아머들이 죄다 걸레짝이 되어 바닥에 널브러져 있었는데, 다들 표면의 일부가 녹아내린 상태였다.
‘역시 태양의 전사.’
극양의 힘이자 위대한 생명의 힘인 태양으로부터 선택받은 자.
‘란디우스면 혼자서 데몬프린스랑 싸울 수 있지 않을까?’
태양의 힘은 악마들에게 상성도 좋았으니.
저도 모르게 고개를 끄덕이던 코델리아는 이내 도리질을 쳤다. 지금 중요한 것은 그런 것이 아니었다.
“란디우스님! 유더가!”
“알고 있다, 소녀.”
그리 말한 란디우스는 다시 이쪽을 향해 성큼성큼 걸어왔다.
분위기와 말투 때문에 마치 노인이어야 할 것 같은 느낌을 주는 란디우스였지만, 사실은 이제 겨우 삼십대 후반- 마흔도 되지 않은 나이였다.
실제로 주름살 하나 없이 매끈한 얼굴이었고 말이다.
‘무, 무서워.’
2미터 30cm에 달하는- 아니, 어쩐지 그보다 더 커 보이는 란디우스가 성큼성큼 다가오자 마치 벽이 밀려오는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저도 모르게 몸을 움츠리는 코델리아의 모습에 이해한다는 듯 작게 웃은 란디우스는 그녀의 옆에 서서 유더를 바라보았다.
“과연, 그런 것인가.”
“무슨 상태인지 아시겠어요? 괜찮은 거죠?”
코델리아가 다급히 묻자 란디우스는 무어라 답하는 대신 미간을 한 번 좁히더니 커다란 손을 들어 그녀의 어깨 위에 올렸다.
“제자는 지금 새로운 문을 열어 영육의 변화를 겪고 있다.”
“좋은 거죠?”
“좋다고 할 수 있겠지. 하지만 좋지 않은 일이 일어나고 있다.”
“네?”
좋은데 좋지 않다니 이게 대체 무슨 소리란 말인가.
코델리아가 대번에 울상이 되자 란디우스는 침착한 어조로 설명을 이었다.
“새로운 문을 열어 영육이 기존의 틀을 깨는 것은 좋은 일이지만, 너무 나아가고 있다. 당장은 무리인 선까지 가려하고 있으니, 자칫 잘못하면 영육 자체가 망가져 버릴 것이다.”
“뭐, 뭐라고요? 그럼 말려야죠! 빨리!”
“그리할 것이다. 하지만 소녀여, 나만으로는 부족하다. 소녀 역시 힘을 보태주어야 한다.”
“어떻게요? 마, 마력 같은 거라도 드려요?”
코델리아가 눈을 껌벅이며 묻자 란디우스가 고개를 가로저었다.
“소녀여, 잘 들어라. 처음 이야기했듯이 제자는 지금 영육의 변화를 겪고 있다. 아마 이대로 계속된다면 확장된 영혼에 맞추어 육신이 새로 태어나는 환골탈태마저도 가능할 것이다. 그러니 당장은 손을 대면 아니된다.”
“환골탈태는··· 좋은 거니까요?”
“그렇다. 환골탈태까지는 지금의 흐름을··· 폭주를 이용하는 것이 낫다. 때문에 나는 환골탈태가 끝난 직후를 노릴 것이다. 나의 기운으로 제자의 기운을 붙잡아 진정시킬 생각이다.”
“알 것 같아요.”
무협풍 웹툰에서 비슷한 걸 본 기억이 있었다.
주화입마에 빠진 주인공을 스승이 구해주는 장면이었다.
‘가부좌 틀고 앉은 주인공 등에 스승이 손을 얹고 기를 주입하고··· 뭐 그런 거였지?’
아마 비슷한 걸 하겠다는 이야기 같았다.
“그럼 저는요?”
란디우스는 분명 코델리아 자신의 힘도 필요하다고 했다.
역시 마력이 필요한 것일까?
“소녀의 역할이 중요하다.”
“그러니까 대체 뭔데요!”
이렇게 이야기를 하는 동안에도 유더의 전신에 퍼진 빛의 균열이 점점 더 커져만 갔다.
잠시 잠잠한 것 같던 유더가 다시 비명 같은 포효를 내지르기 시작했고 말이다.
“소녀의 역할은 제자의 영혼을 불러오는 것이다.”
“네?”
“나의 기운으로 제자의 육신을 안정화시킬 것이다. 하지만 구천구문은 영육 그 자체를 보다 높은 차원으로 이끄는 초인술이니, 지금 열 수 있는 문을 넘어, 그 위의 문에까지 손을 뻗으려 하는 제자의 영혼을 불러들일 필요가 있다. 그리고 그걸 할 수 있는 것은 소녀뿐이라 생각한다.”
대충 알 것 같았다.
한 마디로 정신줄을 다시 붙잡게 해야 한다는 소리였다.
“어떡하며 되는 거죠?”
“제자를 불러라.”
“소, 소리쳐서요?”
“어떤 식으로든 좋다. 내가 제자의 몸을 안정시키기 시작하면 소녀가 제자의 영혼을 부르는 것이다.”
“아니이! 너무 막연하잖아요!”
“아니, 그렇지 않다. 소녀는 할 수 있다. 내가 직접 본 것도 있지만, 레나가 그러더군. 제자와 소녀는 서로를 한 몸처럼 사랑하는 사이라고. 사랑의 힘은 실로 위대하니, 소녀의 호소라면 제자의 영혼을 붙잡을 수 있을 것이다.”
“뭐, 뭐라고요?”
“사랑의 힘이다, 소녀.”
란디우스는 엄숙히 말했고, 코델리아는 눈을 깜박였다. 자신의 어깨 위에 올라가 있는 란디우스의 솥뚜껑 같은 손을 저도 모르게 돌아본 뒤 생각했다.
‘지, 진지한 얼굴로 개소리 하고 있어!’
사, 사랑의 힘?
자신과 유더 사이에 그런 게 있을 리가 없잖은가!
“시작하겠다.”
“자, 잠깐만요!”
“지체할 틈이 없다!”
란디우스가 돌연 목소리를 높인 순간이었다.
“아아아!”
유더가 비명처럼 외쳤고, 전신에 일던 빛의 균열로부터 막대한 빛이 방출되어 유더의 전신을 집어삼켰다.
“소녀!”
크게 외친 란디우스는 그대로 눈을 감더니 유더를 향해 일장을 내뻗었다.
그러자 란디우스의 전신에서도 황금빛 아우라가 불꽃처럼 넘실거리기 시작했다.
그리고 이어졌다.
란디우스의 손끝에서부터 일어난 황금빛이 순백의 빛으로 뒤덮인 유더를 감싸안았다.
마치 범람하려는 강을 둑으로 막은 느낌이었다.
“어서!”
재차 소리친 란디우스는 눈을 감고 의식을 집중했다. 란디우스의 전신에서 땀이 비처럼 쏟아지기 시작했다.
“으으······.”
잠시 발을 동동 구른 코델리아는 그대로 유더 앞으로 달려간 뒤 일단 되는대로 소리쳤다.
“야! 유더! 야!”
“사랑을 담아!”
“으윽!”
란디우스의 외침에 울상이 된 코델리아는 다시 무어라 외쳤다.
진심이든 연기이든 란디우스를 만족시킬 만한 외침을, 유더가 듣고 깜짝 놀랄 소리를 입에 담았다.
“계속해라!”
“씨발!”
욕지거리. 그리고 바로 다시 이어지는 사랑의 호소!
‘안 돌아오기만 해봐!’
용서 안 할 테니까!
부끄럽기 때문일까, 아니면 필사적이기 때문일까.
어느새 눈시울까지 붉힌 코델리아는 다시 한 번 소리쳤다. 간절히 유더의 이름을 부르짖었다.
“유더!”
&
‘코델리아?’
빛과 어둠.
흑과 백으로 이루어진 세계.
도도하게 흐르는 시간의 흐름처럼, 그저 앞을 향해 나아가는 격류에 몸을 맡기고 있던 유더는 어느 순간 정신을 차렸다.
다섯 번째 문.
그리고 여섯 번째 문.
두 문 사이에 자리한 공간.
‘아.’
유더는 다시 눈을 깜박였다. 흑과 백의 세계를 인식했다.
다섯 번째 문.
생명의 구에 힘입어 열 수 있었다.
그런데 욕심을 내고 말았다. 어렴풋이 보이는 여섯 번째 문을 향해 손을 뻗고 말았다.
‘닿을 수 없어.’
아직은.
지금으로는.
이대로 나아간다면 남은 것은 그저 파국뿐.
여섯 번째 문에 닿지 못 하고, 그 앞에서 힘이 다해 쓰러지는 미래.
‘부족해.’
육문을 열기에는
생명의 힘뿐만 아니라 체력이, 마력이, 유더 자신의 기량이, 영혼의 크기가-그 순간이었다.
다시 의식이 흐려졌다.
그저 앞을 향해 나아가는 격류 속에서 재차 의식이 멀어졌다.
이대로 눈을 감으면 끝이다.
하지만 눈을 감고 싶다.
이대로-
이대로-
“유더어어어어어어!”
정신이 번쩍 들었다.
코델리아의 부름.
코델리아의 외침.
환청이 분명했다.
그도 그럴 것이 연이어진 외침이, 유더 자신의 이름 뒤에 이어진 이야기들은 현실의 코델리아라면 결코 입에 담지 않을 말들이었으니까.
하지만 그것으로 족했다.
환청이든 무엇이든 코델리아의 목소리를 들은 순간 시들해지던 생의 의지가 다시 불타올랐다.
‘돌아가야 해.’
자신이 사라지면 코델리아는 혼자였다.
혼자서 베드 엔딩- 좋게 쳐줘도 세드 엔딩을 향해 달려가는 세계 속에 남겨지고 말았다.
그러니 돌아가야 했다.
돌아가서 코델리아와 함께해야만 했다.
그리고-
그리고-
“코델리아!”
유더는 소리쳤다. 격류 속에서 몸을 돌렸고, 도도한 흐름에 저항했다. 억지로 거슬러 올라 다섯 번째 문을 향해 나아갔다.
아직이었으니까.
이대로 죽을 수는 없었으니까.
코델리아를 혼자 둘 수 없는 것도 맞았다.
그 위태위태한 녀석 곁에 서서 버팀목이 되어야겠다는 생각도 그대로였다.
하지만 그것만이 아니었다.
유더 자신의 욕심.
유더 자신의 열망.
사사롭지만 그렇기에 인간적인 소망.
코델리아와 함께 하고 싶은 모든 것들!
“코델리아!”
유더의 영혼이 불타올랐다. 도도한 흐름에 저항해 나아갔다. 다섯 번째 문을 향해 한 걸음, 한 걸음 나아갔고, 급기야는 달리기 시작했다.
“유더어어어!”
코델리아의 부름.
다섯 번째 문 앞에 서 있는 그녀.
유더가 지면을 박찼다. 도도한 흐름을 뛰어넘었다.
&
황금빛 섬광이 폭발했다.
란디우스는 신음과 함께 뒷걸음질 쳤고, 다급히 고개를 들었다. 그리고 미소를 머금었다.
유더 바이엘.
자신의 제자가 보였다.
환골탈태를 통해 새로이 태어난 제자가 허물을 깨고 모습을 드러냈다.
전신을 감싸고 있던 새하얀 빛 역시 모두 갈무리 되었기에 유더의 모습을 온전히 볼 수 있었다.
“유더?!”
바로 앞에 서 있던 코델리아가 다급히 유더를 불렀다.
환골탈태 덕분에 나신이 된 유더는 이전보다 크고 아름다워졌다.
10cm 남짓하던 키 차이도 이제는 더 크게 벌어져 유더와 눈을 맞추려면 고개를 한참 들어야만 했다.
아무렇게나 흘러내린, 하지만 흑단 같은 머리칼 사이로 유더의 초록색 눈이 보였다. 보면 볼수록 빨려들 것 같은 신비를 간직한 그 눈동자에 코델리아 자신의 얼굴이 비쳤다.
“유더? 괜찮아? 유더야!”
유더는 답하는 대신 한 걸음을 내디뎠고, 쓰러질 것처럼 비틀거렸다. 다급히 그런 유더를 끌어안은 코델리아는 다시 한 번 놀랐다.
‘다, 단단해.’
마치 잘 연마된 검처럼 단단하고 탄력있는 유더의 몸이었다.
같은 사람이 아니라, 다른 무언가를 품에 안은 기분이었다.
“괜찮아? 이제 괜찮은 거지?”
도리질로 정신을 수습한 코델리아가 묻자 유더는 천천히나마 고개를 끄덕였다. 조금은 억지로 상체를 일으키더니 그대로 코델리아를 보았고, 약간은 멍한 목소리로 말했다.
“예쁘다.”
“어?”
“어울려.”
무슨 말일까.
눈을 깜박이던 코델리아는 겨우 이해할 수 있었다.
2층에서 생명의 관을 손에 넣었을 때.
머리에 쓰며 슬쩍 던진 물음.
“빨리도 말한다.”
약간은 원망 섞인, 그러면서도 새침한 말에 유더는 작게 웃었고, 다시 코델리아에게 몸을 기댔다.
그대로 졸도하듯 의식을 잃어버렸다.
그리고 그 모습에 란디우스는 껄껄껄 시원한 웃음을 터트렸다.
약혼자랑 꽁냥거리는데 기력을 다 쓴 나머지 스승에게는 인사도 못 하고 기절한 제자였지만, 흐뭇함을 감추지 않고 말했다.
“과연, 이것이 사랑의 힘인가?”
‘아닌데요? 그런 거 아니거든요?’
속으로나마 빠르게 반박한 코델리아는 유더를 고쳐 안았고, 결국 웃고 말았다.
자기보다 덩치도 더 큰 주제에 아기처럼 잠든 모습이 묘하게 귀여웠기 때문이다.
‘아니, 그냥 좋아서인가.’
유더가 좋다는 게 아니라, 유더가 무사히 돌아왔다는 사실이.
스스로에게 변명하듯 말한 코델리아는 현재를 만끽하듯 눈을 감았다.
&
< 제51장 - 태양만세 >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