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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딩메이커-143화 (143/473)

< 제53장 - 키메라 >

제53장 - 키메라

대마법사 아케이만.

영웅전기2편 기준으로 수백 년 전 인물이기에 설정 상으로만 존재하는 인물이지만, 본편을 계속 플레이하다보면 심심찮게 그의 이름을 볼 수 있었다.

‘마도구 제작의 천재.’

그는 위대한 마법사인 동시에 뛰어난 대장장이였으며, 역사상 세 손가락 안에 드는 아티팩트 장인이었다.

때문에 후반으로 가면 갈수록, 그러니까 고급 장비를 갖추면 갖출수록 그의 이름을 보는 일이 많아졌다.

‘일명 아케이만 시리즈.’

이 검은 아케이만이 젊은 시절에 만든 명품으로~라든가, 이 반지는 아케이만의 기량이 전성기에 달한 중년 시기에 만든 최상품으로~라는 식으로 말이다.

보통 젊은 시기에 만든 것들은 그냥 평범한(?) A랭크 아이템 취급이었지만 중년기나 노년기에 만든 것들은 최소 S랭크라는 실로 무시무시한 평균 성능을 보장했기에 아케이만 시리즈가 나오면 일단 절부터 올리는 것이 영웅전기담의 국룰이었다.

‘물론 평범한 유저 기준이지만.’

고이다 못해 썩은 썩은물들에게는 그렇게까지 매력적인 시리즈는 아니었다.

그보다 훨씬 강력한 아이템들이 존재했으니 말이다.

‘하지만 그렇다 할지라도.’

최소 S랭크는 옆집 강아지 이름이 아니었다.

작금의 유더와 코델리아에게 아케이만 시리즈는 없어서 못 쓰는 꿈의 아이템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더욱이 아케이만 시리즈에도 급이라는 게 있으니까.’

최대 S랭크가 아니었다. 최소 S랭크였다.

썩은물들조차도 침을 질질 흘리며 갖고 싶어 몸부림치는 아이템들이 아케이만 시리즈에는 존재했다.

‘일명 아케이만의 7대 비보.’

유더는 고개를 들어 다시 현실을 보았다.

반짝반짝 눈을 빛내는 다리안 왕녀와 살짝 못마땅한 얼굴을 하고는 있어도 이래저래 흥미를 보이고 있는 콘웰 경에게 말을 이었다.

“다리안 왕녀님.”

“네, 유더 오라버니.”

“저희가 페어리 퀸들을 만난 것을 알고 계신가요?”

“네네, 그 이야기도 들었어요. 그런데 정말인가요? 진짜 페어리들의 연회에 참가하셨어요?”

“물론이죠.”

“와아.”

다리안 왕녀의 눈에 동경의 빛이 잔뜩 어렸다.

사실 페어리를 만나는 건 그리 쉬운 일이 아니었다.

일단 숫자 자체가 그리 많지 않았고, 대부분 산골 깊은 곳에 숨어 살았기 때문이다.

더욱이 그놈의 얼빠 기질이 문제였다.

겨우겨우 어떻게 서식지를 찾는다 해도 일정 수준 이상의 미모를 가진 자가 아니면 만나주지 않았기 때문이다.

“오라버니, 오라버니. 그럼 그것도 정말인가요? 페어리들이 코델리아 언니의 미모에 반해서 먼저 모습을 드러냈다는 거요.”

“물론 사실이랍니다. 여신처럼 예쁘다며 다들 난리가 아니었는걸요.”

“와아······.”

다리안 왕녀의 시선이 자연스럽게 코델리아에게 향했고, 그건 콘웰 경을 비롯한 기사들 역시 마찬가지였다.

“아우··· 으······.”

그리고 코델리아.

언제나처럼 얼굴을 발갛게 붉힌 그녀는 고개를 숙인 채 어쩔 줄을 몰라 했다.

아니, 테이블 밑으로 손을 뻗어 유더의 허벅지를 때렸다.

‘어떻게든 해줘! 아니! 빨리 화제 돌려! 돌리라구!’

고개를 푹 숙이고 있는 통에 눈빛 교환조차 할 수 없었지만 필사적인 마음 때문인지 그 뜻은 분명히 전달되었다.

그리고 유더는 생각했다.

‘이제 익숙해질 때도 되지 않았니?’

하지만 이렇게 매번 부끄러워하는 것이 또 코델리아의 매력이었으니까.

‘빨리이!’

다시 찰싹찰싹.

고개를 끄덕인 유더는 코델리아를 위해 입을 열었다.

“아무튼 왕녀님, 저와 코델리아는 페어리들은 물론이고 페어리들의 여왕인 페어리퀸도 만났답니다. 그런데 아시나요? 페어리 퀸이 단수가 아니라는 사실을?”

“네, 다프네 언니에게 들었어요. 페어리들도 나라가 있고, 그래서 여러 여왕님들이 계시다고요.”

“예, 말씀하신 것처럼 페어리퀸은 단수가 아닌 복수랍니다. 그리고 저와 코델리아는 저 국경 너머··· 야생의 땅에서 또 다른 페어리퀸을 만났습니다.”

“진짜요?”

“네, 물론이죠.”

“어떻게요? 이번에도 페어리들이 먼저 만나러 나왔나요?”

잔뜩 흥분한 다리안 왕녀의 물음에 유더는 고개를 끄덕였다.

“물론이죠. 이번에도 코델리아의 미모에 반한 페어리들이······.”

찰싹찰싹!

코델리아가 급히 유더의 허벅지를 때렸지만 너무 늦고 말았다.

다시 한 번 다리안 왕녀와 콘웰 경과 기사들과 카운터의 한스가 한 마음 한 뜻이 되어 코델리아를 바라보았다.

‘유더 너어어!’

다시 한 번 들려오는 마음의 소리.

애써 모른 척 한 유더는 빠르게 말을 이었다.

“야생의 땅에 거하는 페어리 퀸은 무척이나 아름답고 현명하며 또 다정한 분이셨습니다.”

와일드 페어리퀸 에오넬.

지금까지 만난 페어리퀸들 가운데 가장 호구스러운- 아니, 자애롭고 또 자애로운 여인.

진심어린 유더의 말에 다리안 왕녀는 돌연 눈을 꼭하고 감았다. 아마 머릿속으로 페어리퀸의 모습을 상상하는 모양이었다.

유더는 아이다운 다리안 왕녀의 모습에 작은 미소를 머금은 뒤 계속해서 말했다.

“페어리퀸에게 아케이만의 던전에 대해 들었습니다. 오랜 옛날 아케이만과 만났을 때 들은 이야기라면서요.”

“와아··· 그럼 페어리퀸이 말한 그 던전이 바로······.”

“네, 이곳에 숨겨져 있는 던전이죠. 칠색초가 있다는 것도, 무시무시하고 강력한 키메라가 칠색초를 지키고 있다는 것도 모두 페어리퀸에게 들은 이야기입니다.”

물론 날조였다.

페어리퀸은 그런 이야기를 한 적이 없었으니까.

하지만 그럴싸한 이야기라는 것이 중요했다.

대마법사와 페어리퀸.

어쩐지 어울리는 두 단어.

‘확인도 불가능하지.’

페어리퀸을, 그것도 야생의 땅에 있는 페어리퀸을 여기 있는 자들이 어떻게 만난단 말인가.

그리고 사실 이미 확인작업은 불필요했다.

유더 자신의 말을 그대로 믿는 분위기가 만들어졌기 때문이다.

심지어 의심 많은 콘웰 경조차도 유더의 이야기의 사실여부보다는 다른 쪽에 관심을 보였다.

“키메라라고 했나?”

칠색초를 지키는 던전의 보스.

‘사실 지키는 건 칠색초가 아니지만.’

칠색초는 그냥 던전에 핀 야생초에 불과했지만 어찌되었든 키메라가 지키는 방에 칠색초가 있는 것은 사실이었다.

그러니 살짝 이야기를 바꾸면 키메라가 칠색초를 지킨다고도 할 수 있으리라.

‘저기요 유더씨. 그런 걸 사기라고 하거든요?’

겨우 회복한 코델리아의 눈빛 지적에 움찔하기는커녕 어깨를 으쓱인 유더는 표정을 진지하게 한 뒤 콘웰 경의 말을 받았다.

“예, 무척이나 강력한 키메라라고 들었습니다. 던전 안에 있을 때는 아케이만이 설치해둔 각종 마법진의 지원을 받기 때문에 거의 드래곤이나 다름없는 존재가 된다 했습니다.”

“드, 드래곤?!”

기사들 사이에서 놀란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이번에도 훈트였는데, 콘웰 경을 비롯한 누구도 그를 힐난하지 않았다.

다들 똑같이 놀랐기 때문이다.

“하지만 유더 오라버니. 뭔가 방법이 있는 거죠? 그렇지 않다면 오라버니와 언니가 이곳에 오지 않았을 테니까요.”

다리안 왕녀가 재미있다는 듯 눈을 빛내며 묻자 콘웰 경을 비롯한 기사들 사이에서 감탄이 흘러나왔다.

정말 그녀의 말대로였기 때문이다.

드래곤에 필적하는 키메라를 상대할 비책이 없다면 이곳에 와봐야 아무 소용이 없었으니 말이다.

다리안 왕녀는 살짝 도발적인 미소를 지은 채 유더를 바라보았고, 유더는 고개를 끄덕였다.

“네, 현명한 왕녀님. 왕녀님 말씀대로입니다. 키메라를 상대할 비책이 있습니다.”

“어떤 거죠? 네? 알려주세요.”

이야기를 조르듯 다리안 왕녀가 재촉하자 유더는 괜히 말을 끄는 대신 바로 답을 내놓았다.

“아케이만의 키메라는 한 달에 두 번 태양의 힘을 흡수하기 위해 던전 밖으로 나옵니다. 그리 긴 시간이 아니지만 놈이 던전을 비운다는 것만은 분명한 사실이죠.”

“그럼 그 틈을 노려서?”

“네, 하지만 문제는 그 틈이 그리 길지 않다는 겁니다. 때문에 키메라가 던전 밖에 나왔을 때, 그러니까 놈이 더 이상 던전의 지원을 받을 수 없는 때를 노려 놈을 쓰러트리거나 주의를 끌어 시간을 끌어야만 합니다.”

유더의 설명에 다리안 왕녀는 감탄한 듯 손뼉을 쳤지만 콘웰 경의 표정은 그리 밝아지지 않았다.

애당초 합성 마수인 키메라이기 때문에 개체 별로 강함의 정도가 들쑥날쑥이긴 했지만, 그래도 최소치라는 것이 존재했다.

더욱이 마법 지원을 받으면 드래곤에 준하는 존재가 되는 키메라라고 하니 기본 형태도 상당히 강할 가능성이 높았다.

그리고 그런 콘웰 경의 반응에 유더는 만족했다.

딱 예상한 대로의 반응이었기 때문이다.

‘빙고.’

이제 거의 다 되었다.

유더는 코델리아의 손을 덥썩 잡은 뒤 진지한 얼굴로 말했다.

“다리안 왕녀 저하, 저와 코델리아가 시간을 끌겠습니다.”

“오라버니와 언니가요?”

다리안 왕녀의 얼굴에 걱정과 두려움이 번지자 코델리아가 얼른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괜찮아요, 왕녀님, 애당초 키메라와 싸울 각오를 하고 온 저희인걸요. 더욱이 왕녀님과 기사 분들께서 도와주신다면··· 굳이 쓰러트릴 필요 없이 시간만 끌어도 될 거예요.”

서당개 삼년이면 풍월을 읊는다 했던가.

유더의 곁에서 수많은 사기극을 목격한 코델리아는 따로 지시하지 않았음에도 딱 필요한 말을 해주었다.

“하지만······.”

“괜찮아요. 조금 민망한 이야기지만, 이래봬도 꽤 강하답니다?”

코델리아가 활짝 웃으며 말했지만 다리안 왕녀의 얼굴은 어두운 그대로였다.

솔직히 유더와 코델리아가 그리 강해보이지는 않았기 때문이다.

‘유더 오라버니는 그래도 좀 강할 거 같긴 하지만.’

키도 꽤 크고 몸도 단단한 것 같았으니까.

하지만 코델리아는 몸도 가늘고 여리여리한 것이 도저히 강하다는 생각이 들지 않았다.

그런데 바로 그때였다.

“괜찮을 겁니다.

“콘웰 경?”

“바이엘 백작가와 체이스 백작가는 북부12가문 중에서도 특히 무력이 뛰어난 가문들입니다. 두 가문의 적자들이라면··· 무척 우수한 실력을 갖추었을 것이 분명합니다.”

“정말요?”

“예, 그리고 코델리아 양은 마법사입니다. 마법사는 그 외양만으로 강함을 평가할 수 없는 존재들입니다.”

“아······ 맞아요. 콘웰 경의 말대로에요.”

콘웰 경의 말에 무언가 떠올린 것이 있는지 다리안 왕녀는 고개를 주억거리며 답했다.

콘웰 경은 미소를 지으며 계속해서 말했다.

“더욱이 코델리아 양의 친언니인 아델리아 체이스는 근위마법병단의 일곱 단장들 가운데 하나입니다. 그녀 또한 젋고 아름답지만, 근위마법병단 내에서도 손에 꼽는 실력자죠.”

그러니 한 번 믿어보자.

유더와 코델리아에게 키메라를 맡겨보자.

의외의 고평가에 코델리아는 새삼 놀란 눈으로 콘웰 경을 보았지만, 유더는 속으로 쓴웃음을 지었다.

콘웰 경이 저러는 이유가 빤히 보였기 때문이다.

‘키메라를 자기들이 상대하고 싶지는 않을 테니까.’

코델리아의 미모에 빠져 헬레레 하고 있는 다른 기사들과 달리 콘웰 경은 코델리아의 미모에 호감을 느꼈을지언정, 판단력이 흐려질 정도로 빠져들지는 않았다.

때문에 그는 자신과 기사단, 그리고 다리안 왕녀를 위한 최선의 선택을 냉정하게 내릴 수 있었다.

‘유더와 코델리아 두 사람에게 키메라를 떠넘기고 자신들은 빈집이 된 던전을 턴다.’

이것이야말로 기사단의 전력을 온존하고 다리안 왕녀의 안전을 확보하는 최선의 수였다.

유더는 그런 콘웰 경에게 딱히 원망하는 마음을 품지 않았다.

오히려 그 합리성과 유능함에 호감을 느꼈다.

“키메라가 던전 밖으로 나오는 건 앞으로 이틀 뒤입니다. 그러니 남은 시간 동안 서로 가진 정보를 교환하는 게 어떨까 합니다.”

유더의 말에 콘웰 경은 순순히 고개를 끄덕였고, 다리안 왕녀는 걱정스러운 얼굴로 코델리아를 돌아보았지만, 딱히 더 토를 달지는 않았다.

“그럼 조금 더 구체적인 이야기를 해보도록 하죠.”

가벼운 잡담은 어느새 회의가 되었고, 의심받는 처지였던 유더는 회의를 이끄는 자가 되었다.

너무나 자연스러운 흐름.

새삼 감탄하는 코델리아의 시선을 받으며 유더는 다시 한 번 입을 열어 이야기를 시작했다.

&

그날 밤.

저녁 식사까지 마친 뒤 방으로 돌아온 유더는 기지개를 켜며 침대 쪽으로 걸어갔고, 코델리아는 문 쪽에 선 채 그런 유더의 뒷모습을 바라보다 말했다.

“야.”

“응?”

“너 일부러 그러는 거지?”

“뭐가?”

유더가 모르겠다는 듯 순진무구한 표정을 짓자 코델리아는 인상을 구기며 으르렁거렸다.

“화낸다? 아니, 이제 귀 안 파준다?”

귀여운 협박에 움찔한 유더는 능청스러운 미소를 흘리며 말했다.

“아니, 딱히 일부러라기 보다는··· 그냥 사실이니까? 코델리아가 북부 최고의··· 아니, 톡 까놓고 말해서 세일룬 왕국 최고의 미소녀인건 사실이잖아? 진짜 천사니 천사 같은 것도 사실이고. 응응, 사실이지.”

뻔뻔한 미소와 뻔뻔한 멘트.

언제나와 같은 유더의 대응에 코델리아는 언제나처럼 얼굴을 붉혔지만, 1층에 있을 때처럼 무력하게 당하기만 하지는 않았다.

지금은 단 둘 뿐이었으니 말이다.

“야! 그러는 너는 세일룬 왕국 최고의 미소년··· 아니지, 이제는 미청년이잖아! 그··· 그래, 꽃보다 아름다운!”

너도 어디 민망해져 보라지!

코델리아가 나름 회심의 반격이라는 듯 송곳니를 빛내며 웃었지만 유더에게는 우스울 뿐이었다.

“그러네.”

“응?”

“아니, 나 미청년이라고. 캬, 역시 잘생긴 게 최고야. 짜릿해. 늘 새로워. 너무너무 좋아 죽겠어.”

얼굴 하나 빨개지지 않은 채 늘어놓는 뻔뻔한 말들에 순간 넋이 나간 코델리아는 이내 잇소리를 내더니 그대로 유더에게 도도도 달려가 마구 등을 때리기 시작했다.

“야야! 왜 그래!”

“너 미워! 너 싫어!”

“공주님?”

“무릎베개 다신 안 해준다?”

“얌전히 맞겠습니다. 때리십시오.”

유더가 경건한 얼굴로 등을 내밀자 코델리아는 한숨을 푹 내쉰 뒤 침대 위에 털썩하고 앉았다.

어쩐지 기가 빠졌기 때문이다.

“야.”

“예, 마님.”

“하나 궁금한 게 있어.”

“뭐가?”

유더가 코델리아 옆에 털썩하고 앉으며 묻자 코델리아는 머리칼을 손가락으로 꼬며 말했다.

“우리 목표가 약초라고 한 이유··· 뭔가 더 있는 거지?”

유더와 코델리아 두 사람이 노리는 것은 칠색초가 아닌, 아케이만의 던전에 숨겨져 있는 7대 비보 가운데 하나였다.

그런데 유더는 다리안 왕녀에게 자신들의 목표가 칠색초라고 말했다.

“처음에는 비보를 왕녀 일행에게 뺏길까봐 그런 줄 알았거든? 그런데 그것말고 다른 이유가 있는 것 같아.”

또 다른 이유.

딱히 근거는 없었다. 하지만 왠지 그럴 거 같다는 생각이 들었고, 코델리아는 자신의 감을 신뢰했다.

“과연 코델리아.”

과정 없이 결과를 보는 천재.

새삼 감탄한 유더는 빙긋 웃더니 코델리아에게 손짓했다. 귓속말 하게 가까이오라는 신호였다.

“맨날 귓속말이야.”

어차피 듣는 사람도 없는데.

하지만 코델리아는 순순히 유더에게 얼굴을 가까이하였고, 유더는 그런 코델리아의 귓가에 작은 목소리로 속삭였다.

유더 자신이 목표를 칠색초라고 밝힌 또 하나의 이유.

“와, 진짜 사기꾼 새끼.”

“그래서 좋다는 거죠?”

“네, 아빠. 너무너무 좋아요.”

역시 우리 집 유더다워요.

코델리아의 해맑은 미소에 만족한 유더는 으스대듯 어깨를 으쓱였고, 그 모습에 코델리아는 다시 웃음을 터트렸다.

그리고 이틀 뒤 오전.

유더와 코델리아를 비롯한 다리안 왕녀 일행의 산행이 시작되었다.

&

< 제53장 - 키메라 >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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